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6
§ 5화
이터니티의 ‘마력 훈련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로 유명하다.
수천평에 달하는 부지는 세계 최고 규모에 속하며 생도들이 마력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첨단 설비들 또한 즐비했다.
그런 탓에 평소라면 생도들로 붐비는 마력 훈련장이지만,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2월의 초에는 인기척 하나 없이 썰렁하기만 했다.
이용할 인원이라곤 입학이 확정된 후보생들뿐인데, 아직 겨울의 찬 기운이 가시지 않은 2월, 그것도 새벽 6시에 나와 훈련을 할 사람이라곤 전날 기력을 각성해서 테스트해보려는 나를 제외하고 있을 리가······ 있었다.
퍼엉! 퍼엉!
마력훈련존, 쉼 없이 날아드는 마력구를 거침없이 베어내는 생도가 있었다.
동체시력이 어찌나 뛰어난지 다 여섯 발씩 날아드는 마력구를 단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살짝 감탄한 나는 생도의 정체를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은가예였다. 그녀의 검술실력이라면 날아드는 마력구를 베어내는 거야 일도 아니겠지. 어려서부터 익혀온 은가예의 검술은 수준급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저 검술이야말로 은가예를 가로막는 가장 큰 벽이라는 것을.
본능이 강한 은가예에게 형식을 중시하는 은가의 가전검술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
그럼에도 은가예가 수준급에 도달할 수 있던 이유는 순전히 그녀의 재능이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근데 저거 저렇게 하는 거 아닌데······’
마력구 훈련은 피하는 거지 베는 게 아니었다. 내가 게임에서 해봐서 아는데 저랬다간 얼마 못 버틴다.
처음에는 세, 네 개씩 날아와서 쉬워 보이지만 뒤로 가면 갑자기 마력구의 수가 미친 듯이 늘어나니까.
“으어엇!”
바로 저렇게.
두두두두 날아오는 마력구에 손이 엉켜버린 은가예가 이상한 몸개그를 시전하다가 뒤로 넘어졌다.
“······팝콘 마렵네.”
꽤 볼만했지만 구경하러 온 게 아니었기에 나는 아쉬움을 접어두고 ‘개인 사격실’로 걸음을 옮겼다.
[이터니티 사격실에 온 걸 환영합니다.]입구의 버튼을 누르자 기계음과 함께 철문이 열렸다.
사격실은 아무것도 없이 길게 쭉 뻗은 백색의 공간이었다.
치이익─
안으로 들어가고 문이 닫히자 예의 기계음이 울렸다.
[테마를 선택해주십시오.]▶도심 ▶산악 ▶던전
“도심.”
떠오른 여러 테마 목록 중 그나마 편해 보이는 도심을 고르자 사격실이 잠시 어두워졌다.
다시 불이 켜졌을 때 나는 사격실이 아닌 강남역 한복판에 서 있었다.
“와, 개쩌네.”
과연 이터니티. 가상현실의 완성도가 놀라웠다. 건물 사이에서 표적이 튀어나오는 건가?
[150m 사격에 들어갑니다. 표적의 개수를 설정해주십시오.]“하나.”
처음이니까, 우선 맛보기부터 해봐야겠다.
[확인되었습니다. 표적이 떠오릅니다.]기계음이 지나가고, 150m 전방의 지하철역에서 거미형 마물이 튀어나왔다.
***
새삼스럽지만 내 상황은 절망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운동이라곤 어릴 때 잠깐 해본 태권도를 제외하면 숨쉬기가 전부인 데다, 마법은 커녕 그걸 익힐 재능이나 마력까지 없다.
막말로 일반 생도가 내지른 주먹 하나에 찢겨나갈 수도 있는 게 지금 내 현실이었다.
찢겨나간다는 건 표현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찢겨나간다는 소리다.
벽까지 우습게 허무는 애들인데 내 몸이라고 못 허물까.
하지만 나는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한 퍼즐은 모두 갖춰진 상태였으니까.
우웅.
뻗어진 내 손이 하얗게 발광한다.
마력의 발현.
정확히는 ‘기력’이었다.
쉽게 구분하면 마력은 자연에서 대여해온 물건이고, 기력은 사람이 원래부터 지닌 잠재력이다.
때문에 기력은 마력처럼 복잡하게 연산하거나 정신을 집중할 필요가 없다.
팔 움직이면서 정신 집중하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았다.
쒜에에엑!
빠르게 쏘아진 기력이 150m에서 정신 사납게 왔다 갔다 하던 마물의 머리통을 부쉈다.
“오우, 좋네.”
위력이 애매한 게 몇 번 더 쏴봐야 알겠지만, 처음 한 것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200m 사격에 들어갑니다. 표적의 개수를 설정해주십시오.]“셋.”
[확인되었습니다. 표적이 떠오릅니다.]기계음이 지나고, 도심 사이에서 마물 세 마리가 튀어나왔다.
동시에 내 손에서 기력 3발이 연사 되듯 쏘아졌다.
기력은 한 발의 빗나감 없이 마물들의 머리를 부숴놓았다.
재능, ‘비도술의 귀재’가 작용한 결과다.
비도술의 귀재는 총처럼 기계가 대신해주는 게 아닌 이상, 내가 던지는 것에는 무엇에건 적용되는 능력이었다.
예컨대, ‘제구’와 ‘구속’.
무브먼트다.
“이거, 괜찮은데?”
나는 살짝 놀랐다.
속도도 빠른데 정확도도 그에 뒤져 보이지 않았다. 이런 게 재능인가?
내친김에 250m로 표적의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성공할 때마다 개수를 올렸다.
넷, 다섯, 여섯······
표적들이 올라오고 내려가기를 수차례.
마지막으로 일곱 개의 표적이 올라오고 다섯 개의 표적이 쓰러졌을 때, 드디어 기력탄이 빗나갔다.
나머지 표적 하나는 기력이 부족해 아예 쏘지도 못했다.
[250m 표적 명중 5/7]“여기까지인가.”
기력이 바닥난 것을 느낀 나는 사격시스템을 종료시켰다.
냉정하게 따져봤을 때 결과는 ‘최악’이었다.
이터니티 생도를 기준으로 치자면 최하위에 간신히 걸친 수준.
기력의 총량이나 신체적인 면에서는 그조차도 못 미친다.
하지만 나는 충분히 만족했다.
내가 미숙해서 그렇지, 기력은 단순히 지금 보여준 게 다가 아니었으니까.
내 의지에 따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기운.
익숙해지면 아마 형체를 자유자재로 변형시켜서 사물처럼 사용할 수도 있을 거다.
해보지는 않았지만 내 몸의 일부이기 때문인지 그 용도를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뭐, 그렇다고 해봤자 여전히 용량은 쥐꼬리라서 변수 창출에 의의를 두는 게 다겠지만······
“상관없겠지.”
중요한 건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발전시키느냐였으니까.
[최초로 기력을 바닥까지 소모했습니다. 보상으로 500SP가 주어집니다.] [기력의 총량이 0.03 증가합니다.] [비도술의 귀재 Lv1의 숙련도가 1.2% 상승합니다.]성과가 눈으로 보이니까 뿌듯해서 좋네.
흐뭇한 마음으로 사격실을 나오는데 돌연 바닥이 쿵! 울렸다.
“뭐야?”
나는 의아함에 자리에 멈춰섰다. 진원지는 왼편 격벽 너머. 문득 궁금해진 나는 소리가 울린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드러난 광경에 황당해졌다.
“······쟤는 뭐 하는 거냐.”
훈련장의 구석, 은가예가 본격적인 몸개그를 선보이고 있었다.
걸음마를 처음 떼는 아이처럼 비틀거리며 걷다가도, 콩콩 뛰고, 그러다 중심을 못 잡고 우스꽝스럽게 넘어진다.
좀 전에 바닥을 울린 것은 은가예가 넘어지면서 나는 소리였던 것이다.
이를 어이없게 바라보던 나는 이내 그 이유를 깨달았다.
‘아, 기프트 훈련.’
기프트는 수련을 하지 않으면 제어하기가 어려운 능력이다.
은가예의 ‘중력’은 특히나 그래서 일정 이상의 능력을 끌어올리면 신체에 작용하는 인력이 오락가락해버린다.
지금 보이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바로 그러한 현상이다.
그때였다. 수건으로 땀을 닦던 은가예와 눈이 딱 마주쳤다.
“······.”
“······.”
은가예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내심 쫄았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은가예의 치부를 봐버렸으니까.
“······야, 너 봤지?”
“뭘?”
순간, 은가예가 나를 째려봤다.
“···넘어지는 것만 잠깐.”
나는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안 봤다고 우겨볼까 했는데 그러기에는 은가예의 눈빛이 너무 매서웠다.
“넘어지는 것만?”
“비틀거리다가 뛰고 중심 못 잡는 것도.”
“······.”
은가예의 눈이 흔들렸다. 그러더니 고개를 돌리며 어색하게 변명한다.
“그, 그냥 걷다가 넘어진 거야.”
“······어, 그래.”
“진짜로.”
내 대답이 시원찮았는지, 은가예가 진짜라며 강조를 했다. 그러더니 고개를 홱 돌려 나를 째려본다.
“아무튼 못 본 걸로 해. 소문내면 죽어.”
얘는 왜 갑자기 성질이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자 은가예가 도망치듯 훈련장을 빠져나간다.
나는 잊기 전에 아까 보았던 걸 말해주었다.
“야, 마력구 그거 베는 거 아니라 피하는 거다.”
순간, 은가예의 걸음이 주춤거렸다. 그리고.
콰앙─!
훈련장의 문이 거칠게 닫혔다.
***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나름 알차게 시간을 보냈다.
그람과의 동기화에도 익숙해졌고 최초다 뭐다 해서 SP도 제법 벌어들였지만 가장 큰 성과는 역시나 기력의 활용이었다.
휘익!
내 손에서 뻗어나간 기력이 벽에 세워둔 그람을 낚아채곤 돌아왔다.
“이거 진짜 편하네.”
기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가 있으니 몸을 움직일 필요가 확 줄어버렸다.
아직 서투른 부분도 있지만 그거야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다.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훈련장을 나와 가숙사 로비로 들어서자 나를 알아본 생도들이 수군거렸다.
“야, 쟤 걔 아니야? 에이스.”
“아! 맞네. 수석. 듣기론 필기시험장 문 열고 나갔다던데 진짜야?”
나는 그동안 훈련장과 방만 오갔기에 생도들과의 접점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있다면 식사 때인데 다른 생도들은 하나같이 금수저다 보니 기숙사에 머물지를 않았다.
어디 좋은 곳에서 놀다가 입학식이 3일 앞으로 다가오자 이제야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수석은 또 무슨 헛소리야?’
필기시험에서 한 번 터트려줬으니 시선이 모이는 거야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그래도 수석은 너무 갔다. 유언비어가 저렇게까지 퍼지나?
황당했지만 나는 일말의 재고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나는 실기도 정말 아슬아슬하게 통과했으니까.
암만 필기점수가 좋아 봐야 실기에서 다 까먹게 생긴 격이다.
게다가 이터니티에 괴물이 얼마나 많은데.
설정부터가 대놓고 주인공인 천우진에 태생부터가 재능충인 협회 간부 아들내미, 지닌 바 힘이 생도레벨을 넘어섰다는 무희······
이런 놈들을 재치고 내가 수석을 한다?
‘채점관이 제정신이 아니거나 심사기준이 맛이 갔다는 소리지.’
그러니까 헛소리란 말이다. 고개를 저은 나는 로비를 벗어났다. 그렇게 방으로 돌아오자 문 앞에서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드디어 왔네. 이해솔 생도, 맞나요?”
밝게 웃는 상의 분홍머리 미녀였다.
가슴에 꽂은 푸른 브로치가 학생회의 임원임을 나타냈다.
물론 정식으로 입학하기 전인 생도가 이를 알 리는 없었기에 나는 지극히 신입생다운 반응을 보였다.
“예, 맞는데요. 누구시죠?”
“반가워. 학생회 임원인 에리카라 해요.”
말과 함께 내밀어진 손을 마주 잡자 싱긋 웃은 에리카가 뜻밖의 소리를 내뱉었다.
“축하해요, 해솔 생도는 본교에 수석으로 입학하셨어요.”
“예?”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린가 싶어서 눈을 깜빡이던 나는 가까스로 반문했다.
“······제가 수석이라고요?”
“예.”
“어떻게요? 저 실기도 겨우 통과했는데요?”
“실기교관님은 ‘놀라운 묘기’였다고 호평하시던데요?”
······그냥 죽어라 피해 다닌 기억밖에는 없는데. 그게 묘기라는 건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내가 얼떨떨해하고 있자 에리카가 피식 웃었다.
“후훗, 별 건 없고, 입학식에서 신입생 대표로 단상에 올라서 선서문만 읽어주시면 돼요.”
······그게 별거인데요?
자고로 단체생활은 중간에서 묻어가는 게 제일이다.
괜히 반장이니 수석이니 딱지가 붙어버리면 여기저기 불려 다니면서 학급 노예로 부려지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었다.
나는 에리카가 건네주는 선서문을 받지 않은 채 물었다.
“이거 안 하면 어떻게 되는 거죠? 제가 무대 공포증이 있어서 그런데요.”
“권유일 뿐이니 정 부담스러우면 하지 않으셔도 돼요.”
아쉬운 표정으로 에리카가 말을 덧붙였다.
“대신, 하게 되면 보답으로 영웅관의 보고에 한 번 들어갈 수 있어요.”
“하겠습니다. 맡겨만 주세요.”
멀어지는 선서문을 내가 움켜쥐자 에리카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러면서도 의아한 듯 물어온다.
“괜찮겠어요? 방금 무대공포증이 있다고······”
“뭐, 청심환 먹으면 괜찮겠죠.”
괜찮은 게 아니라 솔직히 좋았다.
이터니티의 강당인 영웅관의 보고에는 학생회가 그동안 모아온 보구나 마도구 따위가 보관되어 있었으니까.
학생회에 공헌을 세우거나 학년 톱이 되어야지만 한 번쯤 들어가 볼 수 있는 곳.
물론, 쓸만한 물건은 이미 다 빠져나간 지 오래라 보상으로 영웅관의 보고가 나오면 운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있지만······
‘운이 좋네.’
나는 선서문 을 받아든 채 웃어 보였다.
영웅관의 보고.
거기에는 내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히든피스’가 잠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