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63
§ 62화
서하린이 우리들을 둘러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가예생도랑 해솔생도는 저번에 봤죠?”
“예. 한 달 만이네요.”
“아, 안녕하세요!”
나와 은가예가 차례로 인사했다. 우리 둘은 서하린이 초빙강사로 나온 여명의 수호자의 진로상담을 통과했기에 일면식이 있었다.
나는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적마석 이야기로 문자를 주고받았고.
“로마노 양은 길드 회합 때 이후로 처음 보네요.”
“···예, 오래간만이에요.”
서하린의 등장이 뜻밖이었는지 은가예와 아멜리아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현장체험학습의 강사로 초인 랭커가, 그것도 거대 길드의 1팀장이 직접 나오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었던 것이다.
호기심을 참지 못한 은가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백은의 기사님이 체험학습 멘토를 해주시는 건가요?”
“예, 마침, 근방에 일이 있어서 들렸다가 시간이 맞아서 하기로 했어요. 안 될까요?”
“안 되긴요, 당연히 괜찮죠.”
은가예의 강한 긍정에 나와 아멜리아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무려 7대 초인길드 여명의 수호자 1팀장이 직접 실전 강습을 해주겠다는데 그걸 마다하는 건 미친놈이었으니까.
그때, 서하린의 등에 맨 마수의 머리통을 유심히 보던 안내역 초인이 경외에 찬 탄성을 터트렸다.
“오오! 폭군을 잡으신 겁니까!”
“폭군?”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서하린이 등에 매인 마수의 머리통을 보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해지는 거대한 곰의 머리통.
4성급 마수 검은 곰의 머리 같은데, 아무리 봐도 비이상적으로 크고 사나워 보인다.
“변종 마수에요. 요즘 철원 일대에서 가장 문제가 되던 개체에요.”
아멜리아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 길드에서도 사냥을 보류해뒀었어요.”
“별의 성좌에서 사냥을 보류했다고? 왜?”
“잡기 어려우니까요. 협회에서 지정한 등급이 6성이에요.”
“···그걸 혼자 사냥한 거라고?”
나는 놀란 눈으로 서하린과 그 등에 메인 곰의 머리통을 바라보았다.
6성급 마수라면 제아무리 초인 랭킹 500위 안에 드는 초인이라도 홀로 사냥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했으니까.
그런데 이를 사냥했다는 서하린에게서는 어떠한 전투의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말이 357위지, 실상은 그보다 위라 이건가.’
초인협회에서 지정하는 랭킹은 절대적인 순위가 아니다.
순전히 외적으로 드러난 전력만 가지고 평가해야 하는데, 최상위격 초인 중에는 기프트가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은 초인조차 수두룩했던 것이다. 거기에 여러 정치적인 이유까지 얽혀버리면 순위란 숫자에 불과했다.
가뜩이나 마인과 마수에게 위협을 받는 세계에서 인류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최상위격 초인들끼리 서로 목숨을 걸고 싸워보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물론 어느 정도 근거에 기반한 순위이긴 하겠지만 서하린처럼 젊은 초인일수록 그 순위가 박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미리 순위에 이름을 올린 양반들이 콘크리트처럼 내려올 생각을 안 하니.
“아무튼 반가워요, 세 분 모두. 교외에서 보니 색달라서 좋네요. 미안하지만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양해를 구한 서하린은 도로가에 나타난 대형 트럭에 검은 곰의 머리를 실었다.
한 손으로 장난감을 들 듯 번쩍 들어서 실어버린다.
“···와, 근력 지린다.”
은가예가 감탄하고, 아멜리아가 입을 헤 벌린다. 저게 말로만 듣던 압축 근육인가?
툭 치면 부러질듯한 가냘픈 팔뚝의 어디에서 저런 괴력이 나오는지 참 신기했다.
“그럼 바로 가볼까요?”
사체를 처분한 서하린이 빙글- 몸을 돌리며 홀가분한 표정으로 맑게 웃어 보였다.
***
맑은 웃음과 달리 서하린의 ‘실습’이란 지옥 이었다.
뻥 뚫린 도심가를 내버려두고, 구태여 필드의 드넓은 들판을 통해 실습지로 이동하는 서하린.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돼요.”
우리는 초원의 사방에서 나타나는 마수와 마물들을 처리하며 이동해야 했다.
“다 왔어요.”
실습지는 보이지를 않았고, 여기가 어디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라곤 오직 초록색이다.
“이제 곧이에요.”
저 이제 곧이라는 말도 벌써 2번째다.
다행히 마수나 마물이 나타나서 걷는 게 더뎌진다 뿐이지, 지형이 거칠거나, 거리가 먼 것은 아니었기에 상대적으로 체력이 열세인 나도 이동으로 지치지는 않았다.
도중에 힘들면 한세울이 챙겨준 포션도 간간히 마셔주었기에 충분히 견딜만 했다.
그저 마수가 보이면 처리하고 이동하고 처리하고 이동하고의 무한 반복.
“실습지는 어디입니까?”
“던전이에요. 들어가면 해솔 생도도 재미있을 거에요.”
“팀장님이 그렇게 말하니까 무섭네요.”
서하린과 잡담을 나누고 있는 나를 은가예가 황당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야, 너는 안 움직여?”
“움직이고 있잖아.”
내가 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크아악!”
마법을 시전하는 아멜리아에게 몽둥이를 들고 달려들다 비도에 이마가 뚫리는 오크.
뒤이어 2자루의 비도가 연이어 녀석의 가슴과 옆구리에 박혀 든다.
나는 가만히 있더라도, 내 6자루의 비도는 열심히 마물을 썰어대고 있는 와중이었다.
“이것도 은근 어려운 거라고.”
비도 6자루를 일일이 다룬다는 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그만큼 연산하는데 온 정신을 쏟아부어야 하는 작업이니까. 나야 부동의 각인 덕에 나름 수월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내가 움직여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기에 나는 가만히 있어 주는 게 도와주는 거였다.
아멜리아조차 마법을 사용할 때 마력의 유동 때문에 마수한테 어그로를 끌리는데, 나까지 저래봐라. 오히려 정신없다.
“어우.”
왠지 모를 억울함에 입을 꾸긴 은가예가 오크에게 달려들었다.
‘***
“저기 보이네요.”
30분쯤 이동하자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산자락의 거대한 동굴이 나타났다.
【검은 던전】
▶언데드
“···벌써부터 들어가기 싫다.”
“······.”
던전 입구 위에 쓰인 마수의 종류를 확인한 은가예와 아멜리아의 표정이 울상이 됐다.
바라던 반응이라는 듯, 서하린이 픽 웃었다.
“아카데미에서는 언데드를 접하지 못하잖아요?”
언데드는 무덤가나, 유적지 같은 곳에서나 나온다. 아카데미와 같은 배움의 장에서 나올 수 없는 종류의 마수였다.
“그래서 색다른 경험을 시켜 주고 싶어서 세 사람을 이곳으로 데려왔어요.”
어차피 초입만 돌다 나올 거라 어려운 건 없다며 너무 긴장하지 말라는 서하린.
그녀의 기준이 일반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겪어 아는 우리는 그 말을 신용하지 않았다.
“팀장님, 잠깐 이야기 좀 하죠.”
그리고 나는 던전에 들어서기 전, 서하린을 따로 데리고 구석지로 갔다. 실습이 끝나기 전에 따로 해둘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그녀가 쫓고 있는 마인, 안식의 연주자 노턴에 관하여.
“무슨 일이시죠, 해솔 생도?”
갑자기 불러내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서하린. 나는 서두 없이 곧장 본론을 꺼냈다.
“노턴을 쫓는 일, 계속할 겁니까?”
“······.”
서하린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그런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죠?”
“유명하던데요. 서팀장님 이야기.”
“하아. 벌써 그렇게 퍼졌나 보군요.”
서하린이 쓴웃음을 지었다.
안식의 연주자 노턴.
부하를 죽이고 보구를 탈취해 잠적해버린 전 여명의 수호자 1팀의 팀장.
그리고 아카데미 생도였던 서하린을 직접 여명의 수호자에 스카웃 했던 선배이자 스승.
서하린은 마인으로 타락해버린 노턴의 뒤를 지난 10년 동안 쫓고 있었다.
그리고, 서하린은 현재 노턴의 행적을 찾은 뒤였다. 하지만 그는 서하린의 손이 닿지 못하는 곳에 숨어 있었다. 바로 은가예의 본가인 ‘해남은가’의 땅에.
당연히 서하린은 은가에 노턴을 잡을 것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으나, 냉정하게 거절당했다.
여명의 수호자에서 나서지 않고, 서하린이 독단적으로 움직일 정도로 확실하지 않은 정보라는 것을 근거로 들었으나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냥 어리다고 무시하는 거지.’
그들의 가주인 해검 은성호보다도 순위가 낮으며, 나이까지 어린 서하린이 감히 자신들의 땅에서 마인을 잡겠다는 것을 은가에선 자존심의 문제로 받아들인 것이다.
만약 마인이 있다면 우리들의 손으로 잡아야 할 것이지, 외인의 손을 빌릴 것이 아니라면서. 그리고 그 사소한 자존심 문제는 결국 은가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단초를 제공해버린다.
은가를 축복 받은 대지, ‘영맥’으로 만들어주던 마력석이 노턴에게 탈취당하며 은가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되니까.
문제는 은가의 마력석이 마인들의 손에 떨어지면, 노턴이 감당하기 어려운 네임드급 마인으로 자라나리란 사실이었다.
그렇게 되면 상당히 골치가 아팠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만 했다.
“제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노턴 그 사람은 반드시 제 손으로 붙잡을 겁니다.”
“좋네요.”
“예?”
서하린의 눈에서 굳은 결심을 읽은 내가 픽 웃었다. 좋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마음 놓고 믿어도 된다.
“결심만 확실하다면 제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이내 이어지는 내 이야기에 서하린의 눈이 잘게 흔들렸다.
***
“무슨 이야기 하고 온 거야?”
“별거 아니야. 그냥 진로 상담.”
은가예의 물음에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아멜리아의 표정이 흠칫 굳었다.
“지, 진로상담이요?”
어딘가 초조해 보이는 눈빛으로 아멜리아가 나를 바라보았다.
“설마······”
“어, 그 설마야.”
“하아, 결국 그렇게 됐나 보네요. 여명의 수호자에······”
“응, 여명의 수호자에 단독 후원은 더 이상 안 받기로 했다.”
“예, 단독 후원을······”
“······.”
잠깐의 정적. 어딘가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멜리아의 표정이 구겨졌다.
“아, 씨···”
아멜리아가 가자미눈을 뜬 채 나를 째려보았다.
“자꾸 장난칠 거예요?”
“뭘?”
“풉, 푸하하! 아이고, 배야.”
은가예가 배를 잡고 폭소를 터트렸다.
안색이 새초롬해진 아멜리아가 발을 콩콩 울리며 먼저 던전으로 들어갔다.
─꺄악!
그리고 비명을 지르며 돌아 나온다.
은가예가 다시금 배를 부여잡았다. 뒤늦게 온 서하린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
검은 던전에 나오는 언데드의 종류는 오직 스켈레톤 한 부류였다.
뼈만 남은 마물, 마수, 인간 등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처음 움직이는 해골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식겁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덥썩!
“왁! 깜짝이야!”
쓰러진 스켈레톤에게 발목을 부여잡힌 은가예가 기겁하며 펄쩍 뛰었다.
“훗, 스켈레톤은 부쉈다고 해서 단번에 기능을 정지하지 않아요. 일정 시간은 움직이니까, 알아두세요.”
콰직!
자신을 놀래킨 해골을 밟아 부수는 은가예를 보며 서하린이 픽 웃었다.
“안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면 별다른 스켈레톤은 없어요. 2성급 마수들이니까, 익숙해진다는 느낌으로 오늘은 이 구역만 돌죠.”
위이잉─
그때, 서하린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이윽고, 나가서 통화를 받고 온 서하린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어쩌죠? 제가 지금 급히 가봐야 할 일이 생겨서 그런데, 빠르게 처리하고 올 테니까, 세 분이서 잠깐 돌아보고 계실래요?”
“예, 저흰 괜찮으니까 천천히 하고 오세요.”
부숴진 스켈레톤을 묘한 시선으로 내려다보던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1시간 내로 올 테니까 던전 가이드분하고 같이 움직이면 될 거에요. 그럼 빨리 다녀올게요.”
말을 끝낸 서하린이 바닥을 박차더니 바람처럼 사라졌다.
“으, 여기 도저히 못 있겠다. 일단 나가 있자.”
“그러죠.”
으스스한 분위기에 은가예와 아멜리아가 던전 밖으로 발길을 옮길 때였다.
“아멜리아.”
“뭐예요?”
아멜리아의 대답이 퉁명스럽건 말건, 나는 앞을 가리켰다.
“저거.”
덜그럭덜그럭─
어둠에서 느릿하게 걸어오는 해골 병정이 보였다. 아멜리아의 안색에서 핏기가 살짝 가셨다.
“저, 저게 왜요?”
“잠깐 움직임 멈출 수 있냐?”
“네, 가능하긴 한데, 뭘 하려고요?”
“그럼 멈춰봐.”
“?”
의아해 하면서도 순순히 내 말에 따라 마법을 사용하는 아멜리아.
덜그럭거리며 다가오던 스켈레톤이 시간이 정지하듯 멈춰 섰다.
퍼억!
그람의 단검이 날아가 녀석의 갈비뼈를 부쉈다.
그리고.
“···어?”
“뭐, 뭐야. 어떻게 한 거야?”
아멜리아와 은가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갈비뼈가 부숴진 녀석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역시.”
나는 뒤이어 나타나는 스켈레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들의 시꺼먼 사념 안에서 잿빛의 작은 사념이 위성처럼 빙빙 돌고 있었다.
그건, 김도준에게서 보았던 것과 같은 념의 죽어 버린 공간이었다.
보통은 엄청난 충격을 받으면 잠시 생겨났다가 며칠이면 회복되는 것이었지만, 언데드들은 이를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었다. 즉, 그것을 볼 수 있는 나는 언데드에게 있어서 상성과도 같은 존재라는 뜻이었다.
‘좋은데?’
다음 오는 스켈레톤까지 무너트린 내가 입꼬리를 올릴 때였다.
띠링!
[축하합니다! 영핵을 발견했습니다!] [영핵을 파괴할수록 선각자의 눈은 보다 선명해 집니다.]“이건······”
예상치 못한 히든피스의 발견에 내 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