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7
§ 6화
······2월의 초, 이터니티 입학식.
영웅관의 드넓은 강당은 이른 아침임에도 수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터니티에 입학하는 신입생이자 세계 각지에서 모인 최고의 자원들.
그런 그들을 점찍어두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훑어보는 길드의 스카우터.
그 외에도 기자와 시민 등이 이터니티의 입학식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초인의 산실인 이터니티의 입학식에서는 해마다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휘유~ 그래도 올해는 유독 많네요.”
초인길드, ‘여명의 수호자’의 간부인 서하린이 몰려든 인파에 혀를 내둘렀다.
종종 이터니티의 입학식에 참여하곤 했던 서하린이었지만, 그런 그녀도 올해처럼 많은 인파가 몰린 광경은 처음 보았다.
‘하긴, 그만큼 올해가 특별하긴 하지.’
서하린 그녀 또한 그 특별함에 이끌린 사람 중 하나였으니까.
그만큼 올해 신입생들의 면면은 서하린이 보기에도 화려했다.
초인협회의 실세인 러시아의 정상급 초인 고르고프의 막내아들.
미국을 대표하는 길드 ‘별의 성좌’의 길드장 테오도르의 금지옥엽.
검성의 자질을 지녔다고 소문이 파다하게 난 불세출의 천재까지.
한 해에 한 명만 입학해도 화제가 될만한 이들이 동시에 입학한 것이다.
그들은 이미 어지간한 초인보다도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꺄악! 니콜라이 오빠! 여기에요! 여기 좀 봐주세요!”
“아멜리아 눈나아! 사랑해요!”
“우진아아! 여기야!”
벌써부터 그들을 아는 팬들은 팜플렛을 들고 자신이 좋아하는 이를 연호했다.
누가 수석이냐를 두고 팬들 간의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터니티에서는 아직 수석이 누구인지를 공표하지 않았으니까.
서하린 또한 궁금했기에 옆자리에 앉은 이를 보며 물었다.
“선배, 이제 말씀해주시죠. 그래서 수석이 누구에요? 역시 천우진?”
그녀의 전 직장 선배이자 이터니티 필기시험의 감독관인 정해준은 ‘천우진’이냐는 물음에 피식 웃어보였다.
그 반응에 서하린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와, 천우진이 아니라고요? 그러면 협회의 도련님? 아니면 아멜리아?”
서하린은 자신이 예상한 후보들을 전부 읊어 보였다. 그럼에도 정해준이 웃고만 있자 답답해졌다.
“아, 진짜 누구길래 그렇게 뜸을 들여요?”
“직접 봐라.”
정해준이 턱짓했다. 마침 사회자로 나선 교감이 수석의 이름을 호명했다.
잠시 눈을 깜빡이던 서하린은 수석이 단상 위로 올라온 순간 멍청한 소리를 냈다.
“엥?”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길드의 관계자들이나, 팬들 또한 당황한 듯 웅성이기 시작했다.
단상 위에 올라선 수석은 그만큼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인물이었다.
서하린이 모두의 심정을 대변해 물었다.
“누구예요?”
“이해솔이다.”
정해준은 강당의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서하린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해솔? 그게 누군데?’
거대 초인길드 ‘여명의 수호자’의 간부인 그녀는 이번 입학식에서 눈여겨 봐야 할 이들을 전부 꿰고 있었다. 그중에 ‘이해솔’이란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도 짐작 가는 바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그녀 또한 신입생들 사이에서 떠도는 ‘필기시험’의 소문을 들었기에.
하지만 너무 허황된 소문이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하린이 입을 열었다.
“선배, 말도 안되는 건 알지만, 설마 그 필기시험의······”
“맞다.”
“예?”
“그 필기시험을 통과한 놈이 맞다고 했다.”
“그, 그게 진짜였어요?”
“마력감지결계를 아무렇지 않게 뚫더군.”
서하린이 경악한 표정으로 선서문을 읊는 이해솔을 바라보았다.
이터니티의 마력감지결계를 뚫어낸다는 것은 그만큼 대단한 일이었다.
심지어 정해준은 그냥 뚫어냈다고 하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뚫어냈다’고 했지.
그건 일선에서 활약하는 프로 초인조차도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일반 생도도 아니고 고작 17살의 신입생이 해냈다?
‘대박.’
언제나 인재에 목말라 있는 초인사회에 있어서 신성의 출현은 하나의 커다란 사건이었다.
실제로 검성의 자질이라는 천우진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세계의 일간지가 전부 천우진의 이름으로 도배되다시피 했을 정도니까.
‘마력제어 기프트인가? 저 나이에 기프트를 각성했다면 대어야.’
물론 기프트를 각성한 이들은 이해솔 말고도 몇몇이 더 있었다.
하지만 이미 유명한 그들과 달리 이해솔은 새롭게 등장한 신성이었다.
아직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누구나 주워갈 수 있는 길바닥에 던져진 황금.
다른 길드의 스카우터들 또한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이해솔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기프트를 각성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해솔은 무척이나 탐나는 인재였으니까.
그러나 서하린은 누구에게도 이해솔을 빼앗기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녀가 속한 ‘여명의 수호자’는 업계 최상위 길드였으니까.
마음같아선 지금 당장이라도 데려오고 싶었으나, 졸업 이전까지 생도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이터니티의 규정상 지금은 접촉을 하기가 어려웠다.
‘졸업하면 우리 쪽으로 데려와야겠어.’
그런 다짐을 하며 서하린은 단상을 내려가는 이해솔의 뒷모습을 눈에 담아두었다.
***
‘후, 이거 완전 고문이네.’
나는 단상을 내려가며 고개를 내저었다.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서문을 읽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떨리는 일이었다.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물론이고, 무수한 플래시 세례가 쏟아지니 없던 긴장도 생길 지경이다.
청심환을 먹어두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단상을 내려오자 상태창 메시지가 떠올랐다.
[입학식의 대표로 선서문을 읽었습니다.] [100SP를 수여합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관심을 얻었습니다.] [1000SP를 수여합니다.] [보유포인트 : 3100SP]‘짭짤하네.’
1100SP라면 선서문을 읊은 보람으로는 충분했다.
입학식이 끝나자 신입생들은 각각 좌측과 우측에 난 문으로 강당을 빠져나갔다.
학교의 관계자들이 길을 텄지만 그럼에도 몇몇 신입생들은 카메라렌즈에 둘러싸였다.
─천우진 생도! 이터니티에 입학하셨는데 소감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안타깝게 수석을 놓치셨다 들었는데 이번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천우진. 주인공답게 외모, 성품, 실력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상상에나 존재할 법한 사기적인 캐릭터.
원래라면 입학식의 수석을 하는 것도 내가 아닌 천우진이었다.
이터니티를 졸업할 때까지 녀석은 단 한 번도 수석을 놓쳐본 적이 없는 괴물이었으니까.
필기시험의 진법도 천우진이라면 풀지는 못해도 부술 수는 있었을 거다.
반칙이라 생각해서 하지 않았겠지. 녀석은 그런 놈이었다. 정직한 성격에 언제나 진실 된 녀석. 그럼에도 압도적인 실력에 질투조차 하지 못하게끔 만드는 존재.
그게 천우진이라는 사람이다.
─니콜라이 생도! 입학시험에서 3등을 하셨던데 결과에 만족하십니까?
─사진, 사진 한 장만 찍겠습니다!
우측 문에서 천우진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면, 좌측 문에서는 니콜라이였다.
초인협회의 간부인 러시아의 초인, 고르고프의 아들이자 어려서부터 영재교육을 받고 자라온 엘리트의 표본. 통칭 ‘러시아의 아들.’
녀석은 결과에 만족하냐는 기자의 질의에 나와 천우진을 힐끗거리곤 피식 웃으며 뭐라뭐라 말을 했다.
들리지는 않지만 대답은 예상이 갔다.
이번에는 3등이지만, 다음에는 1등을 차지할 겁니다.······라고 말하겠지.
자기애가 강하면서 남을 인정할 줄 아는 니콜라이라면 그리 말할 게 뻔하다.
‘승복은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는 하지 않는 녀석이지.’
원작에서 니콜라이는 남들이 모두 천우진이란 괴물을 우러러보기만 할 때 한 번이라도 이겨보고자 끙끙 앓았던 이른바 만년 2등이다.
‘그런데 그 1등과 2등을 내가 이겼단 말이지.’
어처구니 없는 결과에 헛웃음을 흘리고 있을 때였다. 문득 머리 위로 그늘이 드리워졌다. 고개를 들자 그림으로 그린듯한 금발의 서양 미녀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지만 나는 이 여자아이 또한 알고 있었다.
아멜리아 로마노.
미국의 초인길드 ‘별의 성좌’의 주인 테오도르의 딸.
‘그리고 걸어 다니는 저금통.’
아멜리아는 투자라는 명목으로 싹수가 보이는 이들에게 아낌없이 돈을 퍼다 주는 아주 고마운 존재다.
이렇게 내게 온 것도 미리 얼굴을 터놓으려는 수작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멜리아가 능숙한 한국어로 자기소개를 해왔다.
“처음 뵙겠어요, 아멜리아 로마노예요.”
“이해솔이야.”
내가 마주 인사해주자 아멜리아가 화사하게 웃었다.
“실기시험 치르신 것 인상 깊게 봤어요.”
“너도 있었던가?”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 클립으로 봤어요.”
“아아.”
카메라 찍던 애들이 많더니 인터넷에까지 올라갔나 보다.
“겨우겨우 이겼는데 인상 깊긴 무슨.”
“그렇게 보이도록 의도하신 건 아니고요?”
“뭔 소리야?”
내가 미간을 좁히자 아멜리아가 웃으며 말을 돌렸다.
“입학식은 끝났는데 안 나가시나요?”
“응, 아직 볼 일이 있어서.”
나는 좌석에 앉아 신입생들이 빠져나가는 광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영웅관에서의 내 용무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었으니까.
“아쉽네요, 그럼 나중에 이야기 나누죠, 저도 이만 가봐야 할 것 같네요.”
몰려드는 기자들을 본 아멜리아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나중에 보자.”
“예, 그럼.”
아멜리아가 정중히 인사를 하곤 강당을 빠져나갔다.
그런 그녀의 뒤를 기자와 팬이 군집을 이뤄 따라간다.
별의 성좌의 일원인 아멜리아는 벌써부터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인기인이었다.
“쟤도 고생이네.”
나는 의자에 느긋하게 기대 기지개를 쭉 폈다. 그런 나에겐 기자라곤 한 명도 달라붙지 않았다.
신입생 좌석에는 외부인 출입금지였으니까.
이내 신입생들이 모두 나가고 강당의 소란이 잦아들자 분홍머리 여자가 허둥지둥 다가왔다.
학생회 임원이라던 에리카 선배다.
“미안. 많이 늦었네. 강당 정리하느라 이래저래 바빠서. 아, 반말해도 되지? 해솔이는 이제 정식으로 우리 학교에 입학했으니까.”
“예, 저도 그편이 편하죠.”
“고마워. 그럼 가볼까?”
싱긋 웃는 에리카를 따라 단상의 뒤편으로 이동하자 작은 공간이 우리를 반겼다.
단상의 대기 장소이자 학생회에서 잡다한 일을 처리할 때 사용하는 준비실이다.
치이익─
준비실 한편의 작은 철문에 에리카가 임원카드를 찍자 철문이 소음을 내며 열린다.
그 너머로 여러 개의 선반이 보여왔다.
선반에 진열된 것들을 보는 내 눈이 반짝였다.
여기가 바로 학생회가 모아온 마도구가 보관된 장소이자 이터니티의 히든피스가 잠들어 있는 장소.
‘영웅관의 보고’였다.
***
보고의 선반은 대부분 비어있었다.
쓸만해 보이는 마도구는 다 빼갔을 테니 그럴 만도 했다.
그래도 제법 괜찮아 보이는 마도구가 꽤 있었으나 애초에 그것들은 내 관심 밖이었다.
‘분명 여기였지?’
나는 가장 안쪽 선반의 왼편 아래에 손을 집어넣어 벽을 두들겼다.
리듬감 있게 여러 번. 그러자 벽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더니 그 안에서 먼지 먹은 반지가 나왔다.
“빙고.”
게임을 플레이할 때 이거 하나 찾아보겠다고 영웅관의 보고를 이 잡듯이 뒤졌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도 써먹지 못하는 반지가 나왔을 때 얼마나 허탈했는지······
‘그런데 그걸 지금 써먹네.’
나는 아무런 특징이 없는 검은 반지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이카루스의 저주받은 반지]─이터니티 2대 학생회장 이카루스의 저주가 깃든 반지입니다. 착용 시 마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내용만 봐선 줘도 안 가질 반지다.
마력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반지를 자의로 낄 사람은 없으므로.
나 또한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내가 쓰기보다는 수갑 대용처럼 사용했다.
하지만 마력이 없는 지금은 달랐다.
애초에 마력 자체가 없으니 저주를 받더라도 달라지는 게 없는 것이다.
기력은 마력하고는 다른 기운이었으니까.
물론 그뿐이라면 반지를 낄 이유가 없겠으나, 이카루스의 반지에는 단순히 저주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개 이러한 제약이 걸린 마도구에는 상반되는 이로운 효과도 적용되기 마련이니까.
이른 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마력무효화
─반지의 착용자는 마력을 무효화시킬 수 있습니다. 무효화 되는 마력의 양은 착용자의 정신력에 비례합니다.
착용자의 정신력을 소모해 마력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능력.
물론 정신력이 소모되기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끽해봐야 하루에 한두 번이 다겠지만 내 몸을 보호할 수단으로서는 안성맞춤이었다.
이를 모르는 에리카는 내가 이카루스의 반지를 들고나오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처음 보는 반지네. 그런 게 있었던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데······ 아니면 내가 추천해줄까?”
“괜찮아요. 이걸로 충분합니다.”
단언컨대 보고에 이카루스의 반지보다 나은 마도구는 없었다.
무려 마력을 무효화시키는 반지였으니까.
에리카의 확인을 받은 나는 이카루스의 반지를 왼손의 검지에 착용했다. 그러자 상태창 메시지가 무수히 떠올랐다.
[히든피스, 이카루스의 저주받은 반지를 찾았습니다.] [보상으로 500SP가 지급됩니다.] [경고! 마력이 제약됩니다.] [제약될 마력이 없습니다.] [대상 이해솔에게 마력무효화가 적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