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80
§ 79화
“······빨리 끝내자?”
내 당당한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눈살을 꿈틀거리는 게오르그. 나는 그에 아랑곳없이 7자루의 단검을 날렸다.
“하, 고작 이까짓······!”
어이가 없다는 듯 작게 코웃음 친 게오르그가 손을 휘둘렀다.
방사된 마기가 날아드는 단검들을 일시에 강타했다.
그걸로 충분하다는 듯 게오르그는 손을 내렸다. 단검을 부수고 날아간 마기가 나까지 죽이리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놈은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뭐?!”
단검에 맞닿은 마기가 씻은 듯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카루스 반지의 ‘항마력’이었다.
휘이익!
속도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단검의 무리가 게오르그를 노렸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게오르그가 다급히 마기를 일으켰다. 하지만 단검은 그마저도 가볍게 뚫어냈다.
퍼버벅!
녀석의 몸을 과녁 삼아 박혀 드는 단검들.
“크아악!”
살갗이 꿰뚫리고 항마력이 내부를 휘젓는 끔찍한 고통에 게오르그가 비명을 질렀다. 이를 무감하게 바라보던 내가 말했다.
“아스.”
녀석의 앞으로 날아간 아나스타샤가 찬란한 빛을 터트린다.
치이이······
게오르그의 몸이 타들어가며 시꺼먼 연기가 토해져 나왔다.
“크아아아!”
분노한 게오르그가 괴성을 질렀다. 마기가 폭발적으로 발산되며 단검들이 뽑혀져 나갔다.
휘리릭─
살아 움직이듯 내게 돌아오는 단검들.
다시금 항마력이 차오른 단검들이 게오르그를 노렸다.
전보다 더욱 짙은 마기가 단검의 경로를 가로막았다.
퍼버벅!
그러나 소용없었다.
아나스타샤의 빛에 힘이 급감하고, 모두와의 싸움으로 힘을 소모한 게오르그다.
「혈술」마저 봉쇄당한 녀석에게 남은 마기란 많지 않았다.
“크아아악!”
어깨며 가슴, 복부, 팔목에 박혀 드는 단검들.
게오르그에게서 틈이 보이자 무자비한 공격이 퍼부어졌다.
.
타다다다다당!
마력탄이 사정 없이 날아들고.
꽈릉!
벼락의 마법이 놈의 머리 위로 내리 꽂힌다.
휘이익!
시꺼먼 창이 번개처럼 공간을 갈랐다.
제 몸에 있던 독사의 꼬리를 뽑아 아렌이 창처럼 던진 것이다.
세 방향에서 밀어닥치는 공격은 금방이라도 게오르그를 형체도 없이 짓뭉갤 듯했다.
그리고 그 순간. 게오르그의 몸이 돌연 풍선처럼 급격히 부풀었다.
총탄에 살점이 움푹 움푹 파여나가고, 내리친 번개에 피부가 검게 그을린다. 독사의 창이 녀석의 가슴에 박혀 들었다.
그러나 녀석은 멀쩡했다. 과도하게 부푼 살덩어리들이 모든 공격을 받아낸 것이다.
게오르그가 있던 자리에는 어느새 소년의 모습이 사라지고, 만신창이가 된 거대한 살덩어리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지방층에 뒤덮인 어마어마한 크기의 생물체.
분신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저 추악한 민낯이야말로 나태의 마인, 게오르그의 진짜 모습이었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는, 죽어도 보이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였다.
“감히······ 감히! 감히! 감히이!”
감추고자 했던 본모습을 보이게 된 게오르그가 격분했다. 녀석의 괴성이 공터를 울렸다.
“혈술 따위 없어도, 힘이 약해져도, 너희 같은 벌레들을 죽이는 건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다아!”
쿠아아앙!
살점들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피날레네.’
게오르그의 숨겨둔 힘이 개방된 상황이었으나, 기력으로 살점들을 막는 내 입가에는 웃음이 맺혔다.
녀석이 본모습을 드러내면서까지 이렇게 나온다는 건 드디어 녀석이 핀치에 몰렸다는 소리였으니까.
이윽고, 공간을 장악한 살점들이 꿈틀거리며 일행을 노렸다.
“윽! 무슨 냄새가···”
지독한 체취에 고운 미간을 찌푸린 아멜리아가 불의 마법을 전개했다.
화르륵!
다가 들던 살점들이 불길에 타버리며 체취가 날아간다. 그러나 살점들은 불길을 넘어 계속해서 밀려 들었다.
끊임없이 밀려 드는 살덩어리들을 본 아멜리아의 표정이 하얗게 질릴 때였다.
타다다다다당!
마력탄이 쇄도했다.
그녀에게 밀려들던 살점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분쇄되었다.
한세연의 지원사격이었다.
“아, 고마워요!”
말없이 밀려드는 살점들을 격추하는 한세연의 모습을 본 아멜리아가 힘을 내 불의 마법을 일으켰다.
***
일행이 살점들을 정리하는 사이, 나는 게오르그에게 다가갔다.
사방에서 살덩어리들이 꾸물거리며 밀어닥쳤으나, 그 어느 것도 내 반경으로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주위를 위성처럼 돌며 호위하는 7자루의 비도가 고속으로 움직이며, 다가드는 이물질을 배제한다.
갈려 나간 핏물이며, 살점, 장기 등 온갖 것들이 내 걸음을 따라 비처럼 떨어져 내렸다.
거기에 내 노력 따위는 불필요했다.
애초에 7자루의 비도를 모두 조종하며 살점들을 배제한다는 건 인간의 사고력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나는 오로지 ‘의지’만을 제공했다.
그에 따라 실행을 하는 것은 나와 의식을 공유하는 대보구, 그람의 검령이다.
그렇게, 살점의 영향을 일절 받지 않으며 나아가자, 게오르그가 반응했다.
“건방진 놈!”
사방에 퍼져있던 살점들이 눈뭉치처럼 뭉쳐 나를 노리고 쏘아졌다.
비도로 분쇄하기에는 그 크기나 양이 한도를 초과했다.
넋 놓고 있다간 살점에 파묻혀 버리게 될 상황.
파앗!
나는 앞으로 달려나가며 품에서 꺼낸 ‘붉은 단약’을 집어삼켰다.
[붉은 단약(열화)를 복용했습니다.] [체력 : 5 → 9] [지속 시간 : 09:59]뒤이어 신체가 가속되며 전장의 소음이 길게 늘어진다. 물에 잠긴 듯한 부유감이 몸을 엄습했다.
──────.
지루하리만치 느리게 날아드는 살덩어리들. 슬로우모션처럼 모든 것이 느려진 세상 속에서 날아드는 살덩이를 피했다.
‘4초, 4번.’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신체 가속은 최대가 4초. 총 4번이었다. 그 이상은 신체가 버티지 못한다.
그렇게 살덩이를 ‘삼분의 일’가량 피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4초.
후아악!
가속이 풀리며 세상이 빨라진다.
살덩이가 몰아치고 또다시 세상이 느려졌다.
그렇게 연달아 3번. 느려지고 빨라지는 시간이 교차하며 살덩이들을 빠져나왔다.
“쥐새끼가!”
분개한 게오르그의 마기가 벼락처럼 날아들었다. 그리고 다시 느려진다.
마지막 4번째.
여전히 빠르게 다가드는 마기를 아슬아슬하게 빗겨냈다.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는 게오르그의 모습이 시야에 잡혀 들었다.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 것까지도.
다음 순간, 세상이 가속되며 피한 줄만 알았던 마기가 터져 나갔다.
콰앙!
“죽어!”
충격으로 비틀거리는 나를 노리고 마기가 넘실거리는 손바닥이 떨어져 내렸다.
순식간에 지척에 달하는 손바닥. 머리 위가 완전히 어둠에 휩싸였다.
이미 신체 가속을 모두 써버렸고, 설령 쓴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내 표정은 죽음의 위기에 놓인 사람 답지 않게 담담하기만 했다.
이렇게 되리란 건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제아무리 힘을 잃었다고 해도 명색이 칠악이다. 게오르그의 수준은 내가 감당하기에는 무리였다.
그래도 만약 거리를 좁혀주지 않으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녀석은 내가 상정한 가정 속에서도 최악의 수를 택했으니까.
“뭐야, 이게 무슨······!”
내 머리를 움켜쥔 게오르그로부터 당황한 목소리가 울렸다.
내가 피식 웃었다.
“하여간 멍청한 새끼.”
내 가슴에서 하얗게 발광하는 물건이 있었다.
【수호의 패】
칠악이나 최상격 초인의 공격조차도 단 1번은 막아줄 수 있다는 보물.
은가예로부터 받았던 그 수호의 패가 발동하며 게오르그의 일격을 막아낸 것이다.
푸욱!
7자루의 비도에서 하나의 검으로 돌아온 그람의 검을 내가 녀석의 복부에 박아 넣었다.
우웅!
이카루스의 반지가 울음을 터트리며 내가 지닌 모든 항마력이 게오르그에게 밀려 들었다.
“크아아아악!”
찢어지는 비명이 터지며 공터를 부유하던 살점들이 와르르 떨어져 내렸다.
“빨리 해!”
“알았다!”
바동거리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게오르그에게 아렌이 달려들었다.
마수의 날카로운 발톱이 게오르그의 사지를 단숨에 도륙냈다.
쿠웅!
잘린 녀석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나나 아렌이나 알고 있었다. 이런다고 해서 게오르그를 죽일 수는 없다는 것을.
이놈은 ‘낮’을 잃는 것을 대가로 강대한 힘과 죽지 않는 몸을 손에 넣었으니까.
촤악!
녀석의 몸을 발로 밀어 그람을 빼내곤, 검신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쯧.”
진득한 혈향에 눈살을 찌푸린 내가 게오르그의 머리통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곤 놈의 머리를 툭 쳤다.
“안 뒤진 거 다 아니까 눈 떠라.”
여전히 죽은 척 눈을 감고 있는 게오르그의 모습에 내가 무심히 중얼거렸다.
“뭐, 상관없지.”
녀석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야.”
“······.”
“잘 들어, 넌 이대로 살점 하나까지 전부 싹 다 주워서 무트라즈에 보낼 거야.”
“······.”
“그러면 평생 거기 갇혀서 못 나오겠지?”
무트라즈는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고 알려진 초인협회의 지하뇌옥이었다.
무트라즈에 새겨진 고대의 마법진은 마력이나 마기를 일절 사용하지 못하게 하니까.
“그리고 너는 죽었다고 공표하는 거지.”
“!”
무트라즈라는 말에도 가만히 있던 게오르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 내가 피식 웃었다.
“왜, 이제 좀 쫄리냐?”
“그만! 그만 말해! 닥쳐!”
무언가 두려운 눈으로 소리를 질러 대는 게오르그를 무시하고 나는 마저 말을 이었다.
“무트라즈에까지 들어가서라도 너를 죽이려는 녀석은 많겠지.”
“닥쳐! 닥치라고!”
“하지만 너가 죽었다 그러면 그자들도 단념할 거야. 뭐, 안 믿고 찾는 놈도 있겠지만 몇 년 지나면 포기하겠지.”
“으으으···”
“다들 ‘잊는다’는 거야.”
“으아아아악!”
돌연 녀석이 공포에 젖은 비명을 질렀다.
게오르그가 강대한 힘과 불사의 목숨을 얻으면서 마족에게 바친 것.
그건 ‘낮’과 ‘증오심’이었다.
타인이 자신을 ‘증오’하고있다 여기는 것으로 게오르그는 불사한다. 즉, 그 증오가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 게오르그는 불사성을 잃게 된다. 그리고 ‘낮’을 맞이하게 되면 녀석은 죽고, 영혼은 마족에게 회수당한다.
물론 지금은 낮이 아니었지만, 내게는 그와 부합하는 조건을 지닌 빛의 정령, 아나스타샤가 있었다.
아나스타샤의 빛에 비친 녀석의 잘린 사지가 잿가루가 되어 휘날리기 시작했다.
“살려, 살려줘! 제발! 죽기 싫어어! 죽기 싫다고! 바이아아알!”
그렇게, 사라져가는 게오르그를 뒤로 한 채 일행에게 가려할 때였다. 아렌이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정말 죽이는 방법을 알고 있었군.”
“그러니까 죽였지.”
“받아라.”
“이게 뭔데?”
아렌이 던진 검은 카드를 받아 든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화(魔話)란 거다. 거기에 마력을 주입하면 우리 쪽이랑 연결할 수 있지.”
“아.”
언데몬에는 연락계통의 능력자가 존재한다.
이 검은 카드는 그자와 연결이 되는 일종의 마도구였다.
“다음부터 일이 있으면 그걸로 연락해. 네가 이번에 연락한 루트. 그거 곧 없앨 거거든.”
“마화는 외부인에게 주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상관없어, 내가 주는 거니까.”
완전 개판인 조직이네.
간부가 멋대로 이런 걸 뿌려 대다니.
이러면서 기밀이 유지된다는 사실이 어이없어 고개를 젓고 있을 때였다.
[칠악(七惡) 게오르그를 퇴치했습니다!] [보상으로 15000SP가 지급됩니다.]*경고 : 당신은 칠악, 나태의 마인 게오르그를 퇴치했습니다. 마인협회의 눈이 당신을 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상태창에 경고 문구가 나타났다.
그것도 붉은 글씨로.
‘사려야겠네.’
······아무래도 당분간은 쥐 죽은 듯 조용히 지내야 할 듯싶었다.
***
나는 일행의 상태를 확인하곤, 은가예부터 찾았다. 혼자서 어딘가 쓰러져 있으면 곤란했으니까.
“어, 잘 끝냈어?”
지하도 밀실.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은가예가 힘없는 목소리로 나를 반겼다.
“괜찮냐?”
“···어. 멀쩡해.”
온몸이 땀에 축 젖은 생쥐 꼴로 은가예가 느릿하게 일어났다. 그러다 휘청이며 이마를 부여잡는다.
“으- 어지럽네.”
“가서 좀 쉬어라.”
혀를 차며 은가예를 부축하던 나는 문득 궁금한 점을 물었다.
“너 근데 기프트 최고 기록 10분 아니었냐?”
“으응, 그럴걸. 아마?”
“10분 넘겼던데, 어떻게 견딘 거냐.”
“악과 깡으로.”
······근성이라는 건가.
혀를 내두른 내가 말했다.
“기록 갱신 축하한다, 17분이야.”
“오예!”
환호를 하고 다시 축 쳐져 버리는 녀석을 보며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
······게오르그 사냥으로부터 하루가 지난 월요일 오전.
“아으으.”
교실에 들어선 나는 바로 책상에 뻗어버렸다. 전날 신체 가속을 무리하게 연달아 사용한 후유증이었다.
“야, 괜찮냐?”
“아프니까 그만 흔들어.”
어깨를 흔드는 은가예를 보낸 나는 다시 죽은 듯이 자리에 누웠다.
뒤이어 내 안부를 묻는 아멜리아와 일레인까지 보내자니 생도들이 하나둘 들어서고, 아침 조례가 시작되었다.
번호 순으로 출석이 불리고, 하진우의 말이 이어진다. 그리고, 도중에 나온 말에 나는 그만 고개를 들었다.
“한세연은 오늘 고열로 결석이다.”
“에?”
내가 비워진 옆자리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좀 늦는다 싶었는데······’
고열이라고?
문득 전날 한세연의 안색이 좋지 못했던 게 떠올랐다.
‘그러게 무리하지 말라 했는데······’
모르도가 날뛸 가능성에 인상을 구긴 나는 다시 책상에 누웠다.
아무래도 병문안을 가야 할 듯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