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82
§ 81화
“근현대에 이르러 전쟁은 여러 차례 있었으나 그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는 대전쟁(大戰爭)은 총 두 차례 일어났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노교수가 수면제 같은 목소리로 역사를 강의한다.
“첫 번째는 ‘마력석 전쟁’. 현대와 달리 마력석의 가공기술이 떨어져 천연 마력석에만 의존하던 당시에는 고갈되는 마력석을 얻기 위해 대전쟁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마력석은 초인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자원임은 물론, 초인이 더욱 강대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다.
당연히 수요 또한 어마어마했기에 천연마력석만으로는 그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란 무리였다. 국가 간의 전쟁은 필연적이었다.
“하지만 생도들도 알다시피 이 전쟁을 종식시킨 건 국가나 단체가 아니었습니다.”
반쯤 졸던 생도들도 이때만큼은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노교수의 입가가 빙그레 올라갔다.
“예. 바로 ‘푸른 날개’입니다.”
‘푸른 날개’.
그들은 인종도, 국가도, 사회적 지위도 제각각인 20인의 초인이 모여 이루어진 파티였다.
블랙마켓의 최상층. 6층 ‘바빌론’에서 만난 그들은 단 20명만으로 마력석 전쟁을 종식시켰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전쟁에 참가하거나 누군가를 죽이는 행위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단순히 던전을 공략했을 뿐이다.
다만 그들이 공략하는 던전은 여타 일반적인 던전과는 달랐다.
그들의 특징은 ‘공략 불가 판정’을 받은 던전만을 공략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공략 불가’ 던전들이 차례차례 격파되어 감에 따라 마력석의 고갈은 점차 해소되었고, 그 과정에서 고대의 마력석 가공기술이 발견되었다.
세계적인 전쟁이 어처구니 없게도 고작 일개 던전파티에 의해 종식된 것이다.
“그리고 그 ‘푸른 날개’의 핵심 멤버 여섯 분이 모두 본교 출신이지요.”
‘이터니티아카데미’가 무대의 중심이 되는 게임이었기에 당연히 푸른 날개의 주축이 되는 멤버는 대부분이 이터니티아카데미 출신이라는 설정이었다.
===
검성 전도윤.
검의 마녀 노아 맥도웰.
무관의 현자 윌리엄 아르세이.
더 원(The One) 프랜시스 카일.
야왕 그레이스.
대정령사 에녹.
===
6인의 이름을 칠판에 적은 노교수가 생도들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아쉽게도 현재 세 분이 돌아가셨고, 나머지 두 분도 종적이 묘연합니다만, 한 분은 지금도 아카데미에 남아 계십니다.”
검의 마녀, 노아 맥도웰.
그녀만이 유일하게 남은 인물이라며 노교수가 말을 맺었다. 그리고 노교수의 말을 들은 나는 내심 혀를 찼다.
‘완전 엉터리네.’
노교수의 말은 대부분, 아니. 완전 오류 투성이었다.
먼저 이터니티아카데미 출신이 6명이란 것부터가 틀렸으니까.
‘6명이 아니라 7명이지.’
노교수의 설명에는 가장 중요한 핵심 멤버 1명이 빠져있었다.
‘그’가 없으면 이름도 없는 반도에 불과했던 한국이 이렇게 발전한 이유도, 대전쟁 와중에 다인종 파티인 푸른 날개가 성립될 수 있었던 이유도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노교수의 설명은 정사(正史)임에도 불구하고 ‘~했더라’하는 후대에 만들어진 얼버무리기 식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푸른 날개는 바빌론의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던 검성이 술김에 던전이나 가자며 일어난 것이 계기라 합니다. 그 던전이 공략불가 던전으로 이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겠지만요.”
이런 식으로.
그리고 노교수의 엉터리 이야기가 이어질 때마다 생도들은 그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피식피식 웃어 댔다.
물론, 푸른 날개는 노교수의 말처럼 시시껄렁하게 호프집에서 결성된 것도 아니며, 검성이 만든 파티도 아니었다.
애초에 전쟁이 일어나는 와중에 이해관계가 제각각인 적국의 초인들끼리 술집에서 사이좋게 노가리를 까며 파티를 꾸린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으니까.
푸른 날개는 철저하게 필요해 의해서, 단 한 명의 동양인이 만들어낸 파티였다.
‘노네임.’
이터니티 아카데미 출신이었으나, 아카데미 내에선 ‘평균 이하’로 취급받던 인물.
그는 ‘탐욕’을 미끼로 푸른 날개의 구성원들을 끌어 모았다.
현자에게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를, 대정령사에게는 세계수의 잔재를, 검성에게는 검과 명예를 약속했다.
물론 별다른 재력도 없던, 특출나지 못한 재능을 가졌던 그가 저것들을 줄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다만, 그는 저것들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어떠한 ‘존재’를 통해 그 방법을 들었으며, 비상한 머리로 이를 아주 교묘하게 이용해 먹었다.
결과, 마력석 전쟁은 종식되었고 한국은 부흥했으며 푸른 날개는 각자가 원하던 것들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노네임만은 자신이 원하던 것을 얻지 못했다.
기나긴 전쟁에 죽음을 두려워 한 그가 원하게 된 ‘영멸’이란 애초에 인간이 손에 넣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결국 그는 답을 찾기 위해 마인이 되었으며, 노아 맥도웰에 의해 토벌되었고, 이터니티 아카데미는 오명으로 남을 게 분명한 그의 이름을 역사에서 지워버렸다.
그게 바로 푸른 날개의 핵심이 7명에서 6명으로 줄어버린 이유였다.
하지만 그 흔적은 세계 곳곳에 남아 ‘노네임’으로 불리고 있으나 의견만이 분분할 뿐, 노네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자는 몇몇 없었다. ‘영멸의 마인’과 ‘노네임’을 연관 짓는 이는 더더욱.
나는 오류투성이 수업을 듣는둥마는둥 하며 옆자리를 바라보았다.
전날 열병으로 결석한 한세연의 자리는 오늘도 비어있었다.
‘내일까지는 못 나오려나.’
상태로 봐서야 며칠 쉬면 괜찮아질 것 같기는 했지만, 금방금방 아픈 걸 보면 생각보다 몸이 약한 것 같았다.
‘쟤는 벌써 멀쩡하네.’
푸른 날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별처럼 반짝이고 있는 은가예를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어떻게 된 애가 게오르그의 핵을 20분 가까이 눌러 놓고도 다음날 축구를 할 정도로 후유증이란 게 일절 없었다.
그렇게 눈을 반짝이는 은가예를 질릴 틈 없이 보고 있자니 점심시간 종이 울렸다.
생도들이 우르르 뛰쳐나가고,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으으······”
게오르그전의 후유증으로 알이 배긴 다리가 비명을 질렀으나 나는 습관적으로 빵을 사러 나갔다.
오후의 실습이 편하려면 준비물이 필요했으니까.
대를 위한 소의 희생.
큰 그림이다.
그게 빵셔틀인 건 뭐······
***
“아암.”
메론빵을 한 입 크게 베어 문 아멜리아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여기 커피.”
“우움, 고마워요.”
메론빵을 귀엽게 오물거리며 보온병을 받아든 아멜리아가 커피를 홀짝였다.
“여기는 이제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이동해야겠네.”
오후 5시. 우리는 이터니티 필드의 숲에 들어와 있었다.
이유는 특기 수업인 ‘마수 사냥’ 때문이다.
“땅 토끼만 마저 처리하고 가죠.”
“이제 12마리 남았나?”
“네, 사람은 세 명만 더 구하면 끝이에요.”
수업 내용은 간단했다.
─땅 토끼 30마리 사냥.
─민간인 8명 구출.
필드에는 민간인 행세를 하는 조교들이 사방에 숨어있었고 그들을 찾으면서 땅 토끼도 퇴치하는 수업이다.
다만 조교들의 수는 한정되어 있었기에 늦게 찾는다면 8명을 채울 수가 없다.
시간이 생명인 셈. 하지만 나는 조급할 필요도, 찾을 이유도 없었다.
아멜리아의 뒤만 졸졸 따라다녔을 뿐인데 어느새 내 몫의 민간인이 3명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어떻게 하는 건지 묻는다면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그냥 애가 걷기만 하는데, 조교들이 알아서 나와준다.
‘여긴 또 어떻게 찾은 거야?’
나는 우리가 휴식을 취하는 곳을 둘러보며 내심 어이가 없었다.
바깥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게끔 수풀이나 나뭇가지 따위로 위장된 진지였는데, 아멜리아는 마치 길을 찾아 걷듯 아무렇지 않게 걸어 들어온 것이다. 그때 경악한 조교의 표정은 나름 볼만했다.
이건 무슨 지도를 보고 찾아가는 수준이었으니까.
어디 그뿐인가.
남은 마수나 민간인 숫자도 알아서 체크해줘서 묻기만 하면 계산기처럼 딱딱 숫자가 나왔다.
“수업 끝나려면 얼마나 남았어?”
“7시까지니까 2시간 3분 남았네요.”
타닥타닥.
아멜리아가 피운 장작에는 내가 매점에서 사 온 롱소세지가 나뭇가지에 꽂힌 채 익어가고 있었다.
“30분만 쉬다 가자.”
“벌써 1시간이나 쉬었는데 이제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요?”
나는 말없이 아멜리아에게 노릇하게 익은 롱소세지 하나를 넘겨주었다.
“·····뭐, 30분쯤은 괜찮을 것 같네요.”
어느새 메론빵을 해치운 아멜리아가 소세지를 받아 들며 태도를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
***
“예상대로군.”
필드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하진우는 마도구, 천리안을 통해 생도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는 필드에 땅토끼를 풀어놓으면서 ‘사냥’이라는 게 단순히 잡는 것만이 다가 아닌, 기척을 숨기고 대상에게 접근하는 능력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생도들이 깨닫기를 바랐다.
마수중에는 정면승부를 택하는 부류만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과연 하진우의 예상대로 생도들은 땅토끼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땅토끼를 쫓아 생도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니는 진풍경이 필드의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땅 토끼를 다 잡는 건 무리겠습니다.”
“글쎄.”
조교의 말에 하진우가 중얼거렸다.
아까부터 그가 바라보고 있는 숲에서는 때 아닌 연기가 무럭무럭 피워 오르고 있었다.
하진우가 보는 곳으로 시선을 돌린 조교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건 좀 심하군요. 자포자기라니.”
천리안이 비춘 공터.
장작불이 피워진 곳에서 이해솔과 아멜리아가 돗자리를 깔아 놓고 사이좋게 음식을 나눠 먹고 있었다.
“저래도 되는 겁니까?”
“규정에 음식을 먹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나.”
“그건 그렇지만······”
“뭐, 보면 알겠지.”
하진우 또한 두 사람의 행동에 내심 어이가 없었지만 말을 아꼈다.
‘엉뚱한 짓을 어디 한 두 번 해야지.’
저래 놓고도 나중에 보면 결과가 딴판인 게 이해솔이었으니까.
***
‘땅 토끼’는 2성급 마수 중에서도 특히 약한 축에 속한다.
공격 또한 단조롭기에 마주치면 지는 게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땅토끼를 사냥하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폴짝!
3m 높이로 뛰어오른 땅토끼가 나뭇가지에 죽은 듯 매달린다.
“허억허억! 이놈 어디 갔어?”
“하! 방금 일로 갔는데 벌써 도망쳤네.”
나뭇가지 아래로 생도들이 주변을 뒤지며 사라진다.
그리고 잠시 후.
휘익.
다시금 땅으로 내려선 땅토끼가 바닥에 귀를 기울였다.
“찍찍.”
‘눈’이 퇴화한 이 녀석은 시각을 잃은 대신 청력과 기감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마수였다.
그 탓에 반경 500m 내에서 움직이는 모든 소리를 전부 들을 수가 있었다.
심지어 도망칠 때의 점프력 또한 어마어마했기에 땅 토끼를 사냥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찍찍.”
생도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판단한 땅 토끼가 그대로 땅에 드러누워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사박사박.
“!”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에 깜짝 놀란 땅토끼가 폴짝 뛰어올랐다.
피이잉!
녀석을 향해 매직 미사일이 날아들었다.
허공에서 몸을 뒤튼 녀석이 매직 미사일을 피하며 솟구쳐 오른다.
다만, 녀석의 머리 위에선 비도 하나가 떨어져 내리는 중이었다.
우드득─
기묘하게 골격이 뒤틀린 땅토끼는 이조차 피해냈다. 하지만 생각한 순간, 비도가 방향을 틀어 녀석의 허리에 박혀 들었다.
퍼억!
바닥에 떨어진 땅토끼에게 수풀을 가르며 두 남녀가 다가섰다.
“한 마리 남았나?”
“예, 마침 저기 있네요.”
떨어진 땅토끼를 그물망에 넣으며 아멜리아가 숲의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녀는 마기까지 완벽하게 탐지하지는 못하지만, 스캔마법을 이용하면 주변에 있는 마수를 찾아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2성급 마수쯤이야 방심하고 있기만 하면 단순한 스캔에도 쉽게 걸려드니까.
“가자.”
이해솔이 내민 손을 아멜리아가 잡았다. 그리고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신기하네.’
그도 그럴 게, 이해솔의 손을 잡기만 하면 기척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대체 마력을 어떻게 운용하면 타인의 기척마저 지워버리는지 그녀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다만 물어도 가르쳐 주지를 않았기에 마냥 궁금해 할 따름이었다.
***
······땅거미가 깔리는 늦은 저녁.
오후 7시가 다 되가는 필드의 공터로 ‘마수 사냥’ 특기수업을 수강한 생도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5분 남았습니다.”
시계를 들여다보며 조교가 시간을 쟀다.
마감시간인 오후 7시가 다 되어갔지만, 아직 모이지 않은 생도들도 꽤 있었다.
‘기우였나.’
바위에 앉아있던 하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도들이 다 모인 건 아니지만, 수업은 공정하게 시간에 맞춰 마감해야 했으니.
하지만, 그가 내심 기대하고 있던 이해솔은 5분이 남은 지금까지도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뭐, 남은 1분까지 꽉꽉 채워오려는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3분 남았습니다.”
이내 생도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던 하진우가 문득 걸음을 멈췄다.
노을이 진 수풀 너머.
시간이 다되자 모습을 보이지 않던 생도들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리고 하진우는 살짝 입을 벌렸다.
“···허.”
생도들의 제일 뒤.
느긋하게 걸어오는 두 사람이 있었다.
이해솔과 아멜리아.
두 사람이 질질 끌고 오는 커다란 그물망 안에는 몇 마리인지 셀 수조차 없는 땅토끼들이 뭉텅이로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