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88
§ 87화
마인전 수업으로부터 3일이 지난 금요일 오후. 나는 아멜리아를 구해줄 때 약속한 조건대로 연금상에서 단약의 효과를 시험했다.
“어때?”
“이번에는 효과가 낮은 것 같아요. 1.2배 정도 마력이 강화됐네요. 근데 저 화장실 좀······”
“갔다 와.”
▶푸른 열화 단약
─강화 범위 1.2~1.3배.
─유지시간은 8~10분.
─부작용 : 4차례 복용 시 급변(아멜리아).
“이 정도인가.”
상태창의 푸른 열화 단약 상세정보란에 내가 습득한 정보가 기입되었다.
잠시 뒤 개운해진 표정의 아멜리아가 화장실을 나왔다.
“힘들면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아니에요, 더 할 수 있어요.”
배려를 해주려 했지만 아멜리아는 한번 시작한 일은 자의건 타의건 반드시 결과를 내려는 묘한 열의를 지니고 있었다. 뭐, 나로서야 땡큐다.
잠깐의 휴식을 가진 후, 테스트를 다시 시작했다.
“이번엔 이거야.”
나는 한 시간 전 공방에서 갓 완성된 따끈따끈한 신체회복 단약을 내밀었다.
단약이란 게 그냥 먹으면 쓰기만 해서 기력도 넣어서 줬더니 반응이 좋았다.
“이건 제법 맛이 괜찮은데요?”
단약을 오물거리며 아멜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곤 돌연 입을 벌린다.
“후아···”
그녀의 입에서 뜨거운 입김이 새어나왔다.
약이 잘 받는 체질이라 그런지, 아멜리아는 리액션이 좋았다.
저 리액션만 보고도 어느 정도 효과인지 대강 짐작이 갈 정도였으니까. 참고로 저건 7점짜리 리액션이다.
‘열화 단약은 상태창이 안 나오네.’
일전에 신체 회복단약의 원본을 먹였을 때는 아멜리아의 상태창이 떴는데, 열화판이라 그런지, 이번에는 상태창이 발현되지 않았다.
“체력이 반은 회복된 기분이에요. 저번 것보다는 느낌이 덜하네요.”
“원본의 칠할 정도인가.”
“예?”
“아니야. 그만 일어나자.”
“더 안 해도 돼요?”
“응, 나중에. 따로 할 일이 있거든.”
다가오는 기말고사를 대비해 준비할 것이 있었다.
시간도 벌써 오후 7시였고.
일단 매점부터 털어볼까.
‘서둘러야겠네.’
곧 매점이 문 닫을 시간이었다.
***
시간은 금방 흘러가, 어느덧 기말고사 첫날이 다가왔다.
교직원의 인솔 하에 1학년 생도 400명은 워프존을 통해 강원도 인제군으로 이동했다.
행군은 초인협회의 검문소를 거쳐 인적이 드문 태백산맥의 어느 줄기에 이르러서야 멈추었다.
“주목!”
400명의 생도가 도열한 가운데, 학년주임 정해준이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다들 알다시피 이번 기말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상위 생도 20인은 초인 자격시험의 응시자격이 주어질 거다.”
순간, 생도들의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 ‘초인자격시험’이란 그만큼 그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다.
초인자격증이 있고 없고에 따라 드나들 수 있는 지역이 대폭 차이가 나는 데다, 사회에서의 대우 또한 천차만별이었으니 말이다.
하물며, 기말고사에서 얻게 되는 응시자격은 여타 응시자격보다 특별했다. 무려 ‘중급 시험’의 응시자격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최하급’부터 실적을 쌓아 올려야 하는 초인의 자격증을, 이번 기말고사를 통한다면, 단숨에 ‘중급’부터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었다.
“응시자격을 얻었다고 해서 모두 중급초인이 되는 건 아니다. 실제로 너희 선배 기수에서는 응시자격을 얻고도 떨어진 녀석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니 정신 차리고 기말고사부터 똑바로 치르도록 해라. 자격증 시험은 그다음이다.”
““네!””
일장연설을 마친 정해준이 물러나자, 기말고사의 교관이 앞으로 나섰다.
“지금부터 기말고사의 시험방식에 대해 설명하겠다. 한 번만 이야기할 테니 귀 씻고 똑바로 듣도록.”
들떠있던 생도들이 정신을 차리곤 교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방식은 간단하다. 이 산맥의 어딘가에는 과거 어느 ‘마인’이 남겨놓은 흔적이 존재한다. 그곳에서는 아직도 희미한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지. 그 ‘마흔(魔痕)’을 찾아라. 무리를 지어도 좋고, 교전을 해도 상관없다. 선착순 100명만이 다음 시험을 치를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상이다.”
교관이 말을 마치자 조교들이 생도들을 5명씩 이끌고 산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순번이 지나 내 차례가 왔다.
“김도혁, 신유준, 오덕성, 니콜라이, 이해솔. 나와라.”
이름이 호명된 내가 앞으로 나서며 곁에 있던 한세연에게 말했다.
“먼저 간다.”
“응, 금방 찾아갈게.”
한세연이 방긋 웃어 보였다. 그리고 나는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금방 찾아온다고?’
이럴 때는 보통 ‘마흔’에서 보자고 이야기하는 게 맞지 않나?
설마 이 드넓은 산줄기에서 정말 나를 찾는다는 건 아닐 테고··· 그냥 마흔에서 보자는 거겠지?
“다들 따라와라.”
조교의 말에 상념을 접은 나는 인솔을 따라 산맥의 깊숙한 곳으로 발을 내디뎠다.
***
마흔(魔痕).
그것은 어느 절대적인 마인이 남긴 흔적이었다.
‘영멸의 마인.’
녀석이 남긴 흔적은 무려 한 세기가 흐른 지금까지도 지워지지 않고, 주변 일대를 오염시키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흔의 주변은 철저하게 초인협회에서 관리되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필드’였다. 그것은 오로지 마흔의 존재 여부를 감추기 위함이었다.
지우려면 얼마든지 지울 수 있었으나 후대를 위한 귀중한 교보재로서 전대 검성(劍聖)이 남겨놓은 것이다.
다만 마흔을 접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최상위의 재목이 될 가능성을 가진 이들뿐이었다.
평범한 이가 마흔에 다가갔다간 마흔의 마기에 먹혀버릴 가능성이 다분히 높았기에 내린 조치였다.
교관이 ‘무리’를 지어도 상관없다고 한 이유도 그래서였다.
무리를 지어서 마흔을 찾았다고 한들, 그것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그만한 정신력은 갖춘 이들뿐이었으니까. 내버려 둬도 자연히 옥석이 갈리는 것이다.
“다들 받아.”
산맥의 제법 깊숙한 곳까지 들어오자 조교는 우리에게 마력석이 박힌 은팔찌를 나눠주었다.
“팔찌에 마력을 불어넣으면 합격한 인원수와 지도가 나타날 거야. 혹시라도 조난을 당한다면 마력을 1초마다 불어넣어라. 그러면 협회에서 구조대가 파견될 거다. 그럼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빌마.”
용무를 마친 조교는 우리를 내버려 두고 산을 내려갔다. 그렇게 생도들만 남자 니콜라이가 나를 돌아보았다.
“이해솔, 너도 붙어라. 내가 마흔까지 데려다주지.”
3명의 생도를 제 팀으로 끌어들인 녀석이 자신 있게 말했다.
팀을 이룰 생각이 없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제안은 고마운데, 너네끼리 해라. 난 혼자가 편해서.”
“흥, 늦게 와서 후회하지 마라. 가자.”
니콜라이가 불퉁스레 입을 내밀곤 떠나갔다. 그 모습에 내가 픽 웃었다.
‘하여간 웃긴 놈이라니까.’
충분히 혼자 다닐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도들을 져버리지 못하는 게 성격이 무지 착한 놈이었다.
솔직하지를 못해서 오해하는 애들이 부지기수였지만.
“그럼······”
나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곤, 아나스타샤와 파랑이를 불렀다.
“둘 다 나와. 시킬 게 있으니까.”
“까악!”
─······.
내가 굳이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정신이 연결된 둘은 내가 무엇을 시키려는지 바로 알아들었다.
아나스타샤가 말을 타듯, 파랑이의 등 위에 올라탔다.
까악! 까악! 딱딱딱딱!
파랑이는 제 위에 아나스타샤 올라탄 게 불만인지 부리를 딱딱거리며 폴짝폴짝 뛰어댔다. 물론 아나스타샤는 나만 바라보며 꿈쩍도 안 했다.
“되려나?”
나는 둘의 조합을 보며 턱을 쓸었다.
내가 아나스타샤를 파랑이의 등에 앉힌 이유는 숨겨진 마흔을 찾기 위함이었다.
본래는 희미한 마기의 자취를 쫓아가야 도달할 수 있는 게 마흔이었으나 나에게 마기를 읽을 수 있는 능력 따위는 없었다.
애초에 그람의 마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마력조차 느끼지 못하는 몸인데, 마기를 읽을 수 있을 리 없던 것이다. 직접적으로 영혼을 보는 거라면 모를까.
파랑이도 마력은 잘 맡아도 마기의 잔향까지 맡을 수준은 못 되었고.
아무튼, 아나스타샤를 부른 건 그래서였다.
아나스타샤의 ‘눈’은 특별했다.
자연계 빛의 정령인 아나스타샤는 모든 사물을 ‘왜곡’없이 바라볼 수 있다.
그렇기에 마흔을 숨기기 위해 펼쳐진 환영조차 아나스타샤의 눈을 피해갈 수는 없을 터였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아나스타샤가 일정 범위 이상 날아오를 수 없기에 산맥 전체를 바라보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인데, 파랑이에게 태우니 손쉽게 해결되었다.
그게 무지 불만인지 파랑이가 땅을 긁어대고 있긴 했지만.
“마흔만 찾아와. 먹지는 말고.”
“까악!”
적마석을 던져주자 이를 받아먹은 파랑이가 파드득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하늘 저편으로 사라지는 녀석을 보며, 나는 배낭에서 꺼낸 돗자리를 깔고 털썩 드러누웠다.
“아아, 경치 죽이네.”
이게 꿀이지.
***
···한편, 이해솔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한세연은 태백산맥으로 들어섰다.
“우리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다니자.”
“그럴까? 이야기 들어보니까 다른 애들도 모여 다닐 것 같던데.”
“그러자. 교관님도 무리 지어도 된다 하셨으니까. 그편이 더 유리해.”
“세연아, 넌 어때? 같이 갈 거지?”
한세연이 미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미안, 고맙지만 혼자 찾고 싶어.”
“아, 아쉽다.”
“어쩔 수 없네.”
완곡하지만 단호한 거절에 생도들은 별수 없다는 듯, 쉽게 포기했다.
한세연은 한번 결정을 내리면 좀처럼 말을 번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들 경험으로 잘 알고 있던 것이다.
“한세연, 파이팅!”
“마흔 꼭 찾길 바란다-!”
“응! 네 사람도 모두 파이팅!”
그렇게 방긋 웃으며 생도들을 보낸 한세연의 얼굴에서 거짓말처럼 웃음기가 사라졌다.
이윽고 그녀의 입가에 무언가를 무척 기대하는 듯한 미소가 맺혔다.
“흐음, 해솔이가 어디 있을까.”
순간, 그녀의 눈이 파랗게 번뜩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의 입에서 즐거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하하!”
돗자리를 깔고 누워있는 이해솔의 모습이 그녀의 시야에 비쳐 든 것이다.
다들 마흔을 찾는다고 열성이 되어있는데 홀로 태평하게 누워있다니.
“정말 해솔이답네.”
한세연은 불과 얼마 전 열병에 시달리며 기프트를 각성했다.
기프트란 그 사람이 염원하는 것이 현실화된 능력이다.
그리고, 한세연이 각성한 기프트는 천리안(天里眼)이었다.
천 리를 내다보는 마안(魔眼)으로 오직 ‘한 대상’만을 탐색하는 기프트.
대상을 지정하기 위해서는 지정 대상과의 접촉이 필요하고, 접촉 빈도에 따라 지정 기간이 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심지어 오래 보기도 어렵다는 단점마저 있었으나, 그 대상이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반드시 찾아낼 수 있다는 강점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천리안의 소유자는 동체시력이 무섭도록 뛰어났다.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동체시력을 선사하는 천리안은 움직임을 읽는데 있어서는 무엇과도 견줄 바가 없는 최강의 기프트였다.
“음음~”
한세연이 즐거운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이해솔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
······한편, 기말고사가 치러지는 산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상.
소풍을 온 듯, 붉고 흰 체크무늬 돗자리가 깔린 곳에 중세풍 드레스를 입은 금발의 소녀가 가족으로 보이는 흡사한 외양을 지닌 여인과 자리해 있었다.
도시락통에 담긴 보쌈을 포크로 찍어 먹은 소녀, 노아가 타샤가 따라준 맥주를 들이켰다.
“크으. 역시 공기가 좋으니까 맛도 좋네.”
입가를 슥 닦은 그녀가 산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런 그녀의 눈에 마흔이 새겨진 거대한 돌이 내려다 보였다.
그녀가 차원의 틈을 내버려두고 무리를 하면서까지 이 먼 곳에 행차한 이유는 한 가지 확인할 게 있어서였다.
“이해솔, 그 아이 고아가 확실하지?”
“예, 확실합니다. 어떠한 정보도 찾지 못했습니다.”
“흐음.”
‘마흔(魔痕)’이나 ‘마력흔’에는 한 가지 독특한 특성이 있다.
그건 DNA와 유사해서, 영혼의 고유한 속성이 일치한다면 기운의 흔적에 정신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이해솔에게서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노아는 이번 마흔을 통해서 이해솔이 과연 영멸의 마인과 연관이 있는 녀석인지를 확인해두고 싶었다.
‘과연 어떨까?’
마흔이 존재하는 공터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금안이 노랗게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