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94
§ 93화
······실기시험의 결과가 공개된 것은 납치사건의 당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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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이해솔 [50 포인트]
2위 한세연 [42 포인트]
3위 천우진 [27 포인트]
4위 은가예 [19 포인트]
5위 슌 리 [17 포인트]
6위 니콜라이 [15포인트]
7위 김호인 [14포인트]
8위 아멜리아 [13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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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은 결과이긴 했으나, 하마터면 1위를 빼앗길 뻔했다. 그것도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한 인물에게.
천우진에 정신이 팔려 한세연의 포인트를 미처 체크하지 않았는데 설마 42점씩이나 모았을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숙소에서 잔 첫날을 제외하고 이틀 내내 쫓겨 다닐 때 생도들을 몰아 잡은 게 한세연이기도 했으나, 그밖에 알고 보니, 야밤에 취침 전 운동으로 마수 사냥을 ‘잠깐’하고 왔다고······
본인의 말로는 잠깐이라는데, 포인트가 42점씩이나 되는 걸 보면 잠깐의 기준이 나하고는 상당히 다른 것 같다.
아멜리아는 이번에도 불쌍하게 본인의 활약보다 한참 낮은 등수인 8위였고.
기여도를 고려하지 않는 시험의 방식상 어쩔 수 없는 결과이긴 했다.
꾸준히 낮은 게 불가사의하긴 했지만.
아무튼, 실기시험이 끝났지만, 내게는 한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었다.
‘언데몬 괴멸 사건’
언데몬은 오마(五魔)의 일인, 데몬메이커 오거스트가 만든 데몬스폰들이 도망쳐 나와 만든 단체다.
마인들의 단체이지만, 본인들의 의사로 마인이 된 게 아니기에, 인간으로 되돌아가는 방도를 강구하는 단체이기도 하다.
그런 언데몬의 본거지를 오거스트가 찾아 괴멸시키는 것이 바로 이번 기말시험 전에 벌어지는 사건이었다.
오마가 시나리오의 전면에 첫 등장하는 대사건이었으나 걱정할 건 없었다. 그에 대한 손은 이미 써둔 뒤였으니까. 직접 움직이긴 해야 할 테지만.
그 전에 개인적인 용무부터 정리할 생각이었다.
▶심연의 반지(하급)
─마기의 축적과 사용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이터니티의 반지.
*주의 : 마인플레이어에게 적합합니다.
[필요 포인트 : 500SP] [재료 : 적마석 50g] [보유 포인트와 재료가 충분하여, 투영이 가능합니다. 투영하시겠습니까?]“예.”
순간, 책상에 올려두었던 적마석 더미가 사라지며, 내 손에 붉은 적마석이 박힌 칙칙한 금반지가 생겨났다.
“무슨 싸구려 뽑기반지처럼 생겼네.”
이 세계에선 폐품취급받는 적마석이 떡하니 박혀있으니 외관상 만원도 안 하는 싸구려 반지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건 엄연한 마도구였다.
마기의 축적과 사용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반지로 초중반에 쓰이는 하급 아이템. 지금 내가 구할 수 있는 마인 전용 아이템 중에는 이게 최선이었다.
마인으로 전직할 게 아닌 이상 하등 쓸모가 없는 아이템.
이건 내가 아닌, 한세연이 사용하게 하려 만든 물건이었다.
만드라화를 얻어먹은 답례로 뭐를 줄까 싶다가 문득 떠오른 게 바로 이 심연의 반지였다.
행여나 흘러나올지 모를 마기는 외부에 표출되지 않게끔 적마석에 축적되고, 마기의 사용 또한 원활하게 되게끔 보조해주는 아이템.
이터니티 아이템 치고는 하급의 싸구려에 불과했지만, 마기의 사용에 익숙지 않을 한세연에게는 제법 도움이 될 터였다.
‘이 정도는 줘야겠지.’
다른 주연들과 달리 조연인 한세연은 ‘전용 보구’조차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
나는 종례가 끝날 즈음, 기회를 봐서 한세연에게 심연의 반지를 건넸다.
“받아.”
“뭐야, 이게?”
“마기 다루는 반지. 써보면 알 거야.”
말없이 내 손에 들린 심연의 반지를 지그시 쳐다보기만 하는 한세연.
하긴, 폐품인 적마석이 박힌 마도구라니, 줘도 안 가지게 생기긴 했다.
그래서 내가 부연설명을 해주려는 찰나, 한세연이 덥썩 심연의 반지를 받아 들었다.
“고마워, 잘 쓸게.”
그러더니, 제 손에 껴 있던 마력순환 반지를 빼고는 심연의 반지를 낀다.
그런 한세연의 얼굴은 마치 생일선물로 대단한 보물을 받은 아이마냥 무척 기뻐 보였다.
고작 500SP짜리 싸구려 아이템을 받고 저리 좋아하니까 오히려 준 내가 다 뻘쭘해질 정도였다.
왠지 내가 쓰레기가 된 기분이랄까.
싸구려라고 말해줄까 싶었지만, 괜히 좋은 기분을 망칠까 봐서 입을 다물었다.
얘한테는 뭘 주더라도 적어도 양심에 안 찔리는 걸로 줘야겠다는 교훈과 함께.
***
한세연에게 심연의 반지를 준 이후에 나는 블랙마켓 3층의 작은 카페로 이동했다.
사람이 없는 카페에 커피 한잔을 주문하고 앉아 있자니, 맞은 편으로 낯익은 사람이 앉았다.
“오랜만이네.”
장난기가 많아 보이게 생긴 인상의 금발 청년은 언데몬의 간부, ‘아렌’이었다. 게오르그를 잡을 때 함께했던 키메라 인간.
하지만, 장난기 가득하던 그의 얼굴에 오늘 만큼은 진지함이 떠올라 있었다.
마력으로 새어 나가는 소리를 차단한 아렌이 음료를 주문도 하지 않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저번에 놀랄 건 다 놀랐다 생각했는데··· 너 대체 뭐하는 녀석이야?”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한 녀석이 진지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마치, 내 속을 꿰뚫어 보겠다는 듯이.
그런다고 뭘 알 수 있을 리야 없겠지만.
아니나 다를까, 고개를 내저은 아렌이 바로 본론을 꺼냈다.
“오거스트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말, 정말이야?”
“내가 농담으로 그런 말을 꺼낼 것 같아?”
“아니. 그래서 더 놀랍다는 거야. 오거스트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
데몬메이커 오거스트.
오마의 한 명이자, 평범한 인간을 강제로 ‘마인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대마인.
오거스트에 의해 강제로 마인이 된 인간은 녀석의 지배를 받게 된다.
오거스트의 마기는 자신의 데몬스폰에게 명령을 강제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만약 내려진 명령을 거부한다면 그 데몬스폰은 자신의 마기. 즉, 오거스트가 주입한 마기에 의해 ‘붕괴’를 일으키게 된다.
언데몬의 마인들은 그런 오거스트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가장 잘 아는 인간들이었다.
오거스트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다 전신이 파열되어 죽는 데몬스폰들을 그들은 숱하게 봐왔으니까.
오거스트를 피해 그늘에 숨어든 이들이 바로 언데몬이었다.
그런데, 내가 녀석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고 있다니, 아렌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만약 나를 속이는 거라면 조용히 넘어가지는 못할 거야.”
“속이는 거 아니니까 안심해. 뭣하면 너부터 지금 벗어나게 해줄까?”
“···뭐? 그게 지금 당장 가능하다는 거냐?”
“어. 좀 어렵고 벅차지만···”
솔직히 내게 오거스트의 지배를 없애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저, 데몬스폰의 영혼에 이어져 있는 ‘계약의 실’을 끊어내면 그만이니까.
본인의 의지로 맺은 계약이라면 모를까, 타인에 의해 ‘강제적’으로 맺어진 계약은 그 연결고리가 약하다.
그저 약간의 기력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실을 끊어내듯 톡 끊어낼 수가 있었다.
다만 언데몬에 빚을 지어두기 위해서는 내가 자신들을 위해서 희생한다는 느낌을 주는 게 좋았다. 되도록 굉장히 어려운 일을 행하는 선인처럼.
과연, 내 표정이 그리 좋지 못하자, 아렌이 살짝 당황하며 물었다.
“어떻게 해야 하길래 벅차다는 거지?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돕겠다.”
“그게 가능하다면 좋은데, 이건 내 생명력을 써야 하는 거라서 말이야.”
“······뭐?”
전혀 예상 밖의 대가였는지 아렌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음, 너무 세게 나갔나?
하지만 내친 김이었다.
“수명이 줄어든다는 건 아니야. 몇 달 요양하면 되니까.”
“···그래도 그런 걸 해준다는 거냐?”
“당연히 공짜는 아니야. 그걸 공짜로 해달라면 도둑놈이지.”
“당연히 우린 도둑놈이 아니다. 그 미친놈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대가는 얼마든지 치를 용의가 있어.”
간절함마저 내비쳐 보이는 아렌을 보며 나는 속으로 웃었다.
이건 ,잘만 하면 언데몬을 통째로 수중에 집어삼킬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니까.
그러자면 우선 오거스트부터 막아야겠지만.
나는 아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조용히 시간을 끌었다.
그러자 조용했던 카페에, 하나, 둘 모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들은 아닌 척 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나, 신경은 모조리 우리 둘에게 쏠려있었다.
아렌도 이를 눈치챘는지 표정이 안 좋아졌다.
“뭐 하는 녀석들인지 아는 눈치네.”
“···초인협회 놈들이야. 너 이외에는 내 외모가 다르게 보일 텐데, 처음부터 꼬리를 밟힌 것 같아. 미안하다.”
아렌은 자신이 지정한 인물 외에는 외양이 다르게 보이는 마법이라도 쓰는 듯했다.
그럼에도 본인이 끌고 온 거라 여기는 걸 보면 어지간히도 초인협회의 미움을 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지금의 상황은 내가 만든 거였지만.
내가 주위를 슥 둘러보며 물었다.
“포위된 것 같지?”
“그런 것 같아. 너도 얼굴을 보였으니 조용히 넘어가기는 힘들 것 같네.”
아렌의 말이 있고 나서 얼마 후, 우리가 눈치챈 걸 알았는지 카페 안의 사람들이 조용히 일어났다. 내가 커피 잔을 휘휘 돌리며 물었다.
“마인과 내통하면 어떻게 될까?”
“최소 고문당하거나, 심하면 무트라즈에 보내질 수도 있지.”
“둘 다 싫은데.”
“그러면?”
“납치당한 걸로 하지. 나는 네가 협박해서 어쩔 수 없이 나온 거고.”
“좋아. 그렇게 하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렌이 내 목을 낚아 채 일어났다.
그러자 카페에 있던 초인협회의 요원들이 우리를 둘러쌌다.
리더로 보이는 성질 있어 보이는 눈매의 여성이 나오더니 픽 웃었다.
“한다는 게 고작 인질 놀이라니. 그래봤자 달라지는 건 없을 거다.”
······고작 인질이라니, 서글프네.
여성은 아렌을 이미 독 안에 든 쥐라고 여기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게, 카페는 안에서부터 밖까지 철저히 포위되어 달아날 길이라곤 조금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아렌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쳐 보였다. 도저히 곤란에 빠진 사람이라곤 볼 수 없는 얼굴.
물론, 나는 이런 아렌의 여유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마화.’
언데몬의 검은 종이, 마화(魔話)는 단순히 대화를 주고받기 위한 통신수단이 아니다.
그 안에 내장된 마법은 ‘긴급 탈출용 워프’였다.
장소는 언데몬의 본거지. 그리고, 언데몬의 본거지에 가는 것이야 말로 내 목적이었다.
만약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아렌은 아무리 내가 오거스트의 지배를 풀 수 있다고 해도 본거지로 함께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슬며시 나를 떼어 놓으며 품에서 검은 종이. ‘마화’를 꺼내드는 아렌.
“막아!”
여성과 요원들이 돌연 달려들었다.
아렌이 꺼내든 마화에 마기가 맺히며 검게 빛나고 있었다.
워프 발동의 전조현상.
‘안되지.’
나는 기력을 사용해, 아렌의 몸을 끌어당겼다. 순간, 아렌의 균형이 기울며 내게로 딸려왔다. 그리고, 여성의 검이 아렌의 머리 위로 떨어지던 찰나.
화아악!
하얀 빛이 우리 둘을 감쌌다.
***
하얗게 물들었던 시야가 개었을 때, 우리는 카페를 벗어나 어두컴컴한 지하로 들어와 있었다.
물론, 어둠에 구애 받지 않는 내 눈에는 지하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성당의 지하.’
한쪽 벽에 커다란 십자가가 걸린, 지하에 존재하는 거대한 예배당이었다.
“여기가 언데몬의 거점인가 보네.”
“야, 너······!”
아렌이 경악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납치를 할 거면 이 정도는 해야지.”
드디어 왔다고 속으로 생각을 하던 도중, 지하의 문이 활짝 열리며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긴급 워프진의 발동에 놀라 들어서던 그들은, 나를 보자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아렌! 그 놈은 누구냐!”
“이곳에 외부인을···!”
경계심 가득한 날이 선 시선들에 내가 어찌해야 되나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그들의 사이에서 한 사람이 차분한 걸음으로 걸어 나왔다.
“아렌, 어떻게 된 건지 자세히 듣고 싶군요.”
나직한 음성으로 말하며 나를 돌아보는 여인.
여인의 홍안과 시선을 마주한 순간, 상태창이 떠올랐다.
[시나리오 퀘스트 : 화염의 마녀, 이본느와 조우했습니다. 데몬메이커 오거스트에게서 언데몬의 궤멸을 막으세요.] [보상 : 3000SP]······불에 타는 듯한 적발의 여인. 이 여자가 바로 현 언데몬을 이끄는 수장, 화염의 마녀 이본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