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ny magic power, but I'm good at it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98
§ 97화
······이본느가 당한 것은 이해솔이 지하로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꺄아아악!”
화염의 칼날에 난자당한 마릴이 대성당 앞의 화단을 구른다.
화르륵─!
이본느의 붉은 부채에 홍염의 마기가 거칠게 타올랐다.
최고조로 끌어올린 홍염의 열기에 주변의 시야가 뭉개진다.
그녀가 마무리를 짓기 위해 부채를 떨쳤다.
시뻘건 화염의 칼날이 마릴을 분쇄하기 위해 날아갔다.
그리고.
“······!”
이본느의 눈이 커졌다. 홍염의 칼날이 마릴에게 닿지 못하고 도중에 막혀버린 것이다.
“그어어···”
불길한 기운을 풍기는 괴인의 거대한 손이 홍염의 칼날을 막고 있었다.
그리고, 홍염의 칼날은 마치 흡수가 되듯이 괴인의 손으로 빨려들어가 사라져버렸다.
그 말도 안 되는 현상에 이본느가 당황하고 있자니 어느새 다가온 오거스트가 말했다.
“이본느는 처음 보던가? 우르고다. 마기를 먹어 치우는 녀석이지.”
“그런······”
이본느의 눈매가 좁혀졌다.
오거스트는 단순히 마기를 먹는다고 말했지만, 이건 그런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가 지금 날린 화염의 칼날은 오마의 간부나 칠악조차도 가벼이 넘기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화기가 뭉쳐진 결정체였다.
그걸 저렇게 단숨에 받아들이는 녀석을 그저 마기를 먹는 놈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하물며, 마기를 먹는 녀석을 마인이 만들었다면 그 용도를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런 이본느의 생각을 읽었는지, 오거스트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인간의 몸에 크루토를 넣어 만든 대마인용 병기다. 다른 녀석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었지. 이번에는 그저 시험이나 해보려고 데려온 것이었는데, 네가 당황할 정도라면 성공한 것 같구나.”
“······.”
이본느는 오거스트의 말에 대답할 여유가 없었다.
우르고가 막무가내로 달려들고 있던 것이다.
부채를 휘두르며 대항해보았으나 우르고에게는 그녀의 공격은 일절 통용되지 않았다.
화염의 칼날은 쏘아내는 족족 우르고의 몸에 먹혀버렸고, 공간이동을 할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이런!’
거대한 주먹이 다가드는 것을 본 그녀의 눈이 흔들렸다.
퍼억─!
미처 피할 시간을 벌지 못하고 주먹을 허용한 이본느가 화단에 내동댕이쳐졌다.
“쿨럭!”
지면에 박히는 충격에 입가를 타고 피가 솟구쳤다.
그때, 어느새 일어난 마릴이 달려들어 쓰러진 이본느를 하이힐로 마구 짓밟았다.
“죽어요, 죽어! 이 파렴치한 여자!”
우르고의 공격에 입은 타격이 채 가라앉기 전이었기에 이본느는 마릴의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피투성이가 되어가는 이본느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오거스트가 나직이 말했다.
“마릴, 그만.”
“하지만 도련님···”
오거스트의 무감한 눈을 마주한 마릴이 흠칫 떨더니 뒤로 물러났다.
오거스트는 시선을 내려 만신창이가 된 이본느를 바라보다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신기하구나. 분명 계약이 끊긴 것은 아닌데, 지배가 통하지 않아. 이것도 그 아이의 능력이느냐, 이본느?”
“······.”
오거스트의 말에 이본느는 피를 게워내면서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답이 되었다는 듯이 오거스트가 입꼬리를 들어 웃어 보였다.
“갈수록 가지고 싶어지는구나.”
그의 눈에 탐욕이 번들거렸다. 그런 그때였다.
기계처럼 가만히 서 있던 우르고가 마치 무언가 냄새를 맡은 것처럼 대성당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그쪽으로 달려갔다.
오거스트가 우르고가 달려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이상한 놈이 끼어든 모양이구나.”
우르고가 달려간 방향에서 자신과 전혀 연관이 없는 마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데몬스폰들은 모두 그의 마기를 나누어 받은 자식과 같은 아이들이기에 같은 마기를 공유하고 있던 것이다.
오거스트가 이본느를 내려다보았다.
“네가 불렀느냐?”
하지만 이에 대해선 이본느도 아는 바가 없었기에 그녀의 눈에 의문이 서렸다.
“아닌가? 뭐,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어차피 우르고가 갔기에 오거스트는 그쪽에서 신경을 껐다.
그 외에도 대성당의 길목이 소란스러워지는 것 같았으나 그의 관심은 온통 도망간 이해솔에게 쏠려있었다.
오거스트가 대성당의 입구로 걸어 들어가며 말했다.
“마릴, 알아서 처리해라. 이번엔 믿어도 되겠지?”
“네, 네! 도련님! 실망시켜드리지 않을게요! 믿고 맡겨주세요!”
잔뜩 긴장한 채 소리치던 마릴은 오거스트가 사라지자 표정이 돌변했다.
“어느 빌어 처먹을 애송이들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릴의 얼굴에 징그럽게 일어난 핏대와 눈동자가 검게 번들거렸다.
“이번엔 확실히 내장을 조각조각 내서 갈아 마셔버리겠어.”
그녀가 악의 가득한 눈길로 소란이 일기 시작한 길목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
한편, 마기의 냄새를 맡고 달려간 우르고가 조우한 것은 한세연이었다.
한세연은 우르고가 마기를 먹는 것을 본 순간 자신과 상극의 존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리고, 보통 자신의 힘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만나면 당황하거나 겁을 먹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한세연의 반응은 그런 일반적인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헤에, 이것도 먹을 수 있구나.”
마기를 먹는 우르고가 재미있다는 듯, 한세연은 계속해서 마기를 먹였다.
마치 음식을 잘 먹는 희귀한 동물을 발견한 듯한 눈빛이었다.
“그으···”
적당히 마기를 흡수한 우르고가 소화를 위해 잠시 입을 닫으려 했으나, 벌어진 입을 통해 들어오는 마기의 물결은 멈추지를 않았다.
결국 우르고가 양손을 이용해 입으로 향하는 마기를 붙잡아 뽑아내려 했지만, 마기는 미역 줄기처럼 우르고의 입으로 끊임없이 밀려 들어갔다.
“그어, 그어······”
배가 눈에 띄게 부풀기 시작한 우르고가 고통스러워했으나 한세연에게 그런 것은 관심 밖이었다.
그녀는 그저 우르고가 어디까지 먹을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는 듯 우르고의 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음에도 꾸역꾸역 마기를 먹였다.
그 와중에도 우르고는 필사적으로 마기를 밖으로 배출했으나, 배출된 마기는 다시 우르고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그억, 그어억.”
게거품을 문 우르고가 입가를 부여잡으며 쿵, 쿵, 뒤로 물러났다.
“뭐야, 더 못 먹어?”
한세연이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으으으···”
흥미를 잃은 한세연이 마기를 먹이는 것을 멈추자 우르고가 붉은 안광을 흩뿌렸다.
쿵! 쿵!
거대한 바위가 굴러오듯 돌진하는 우르고.
한세연이 베레타를 들어 올렸다.
위이이잉─
베레타의 총구에 어른의 주먹만한 푸른 마력이 맺혀 들었다.
쿵! 쿵!
그녀는 달려드는 우르고의 풍선처럼 부푼 배를 향해 총구를 조준했다.
이윽고, 가까이 다가든 우르고가 그녀의 머리를 향해 거대한 주먹을 휘두를 때.
──베레타가 발사되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우르고의 배가 터져 나가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사방으로 마기가 퍼져나가며 대성당 전체가 뒤흔들렸다. 천장이 무너지고 분진이 휘날렸다.
가뜩이나 마기에만 특화된 우르고가 마기를 한계 이상으로 섭취한 상황에서 내성이 없는 마력탄을 초근접거리에서 맞았으니, 그 위력이 배가되는 건 당연했다.
원래라면 대성당 전체가 무너져내릴 거대한 폭발이었으나, 폭발은 약간의 지진과 천장이 무너져내리는 선에서 그쳤다.
사방으로 퍼져나가려던 마기가 모르도의 권능에 깃댄 심연의 반지에 모두 빨려 들어간 탓이었다.
마기를 취한 심연의 반지는 전보다 더욱 요사스러운 빛을 흩뿌렸다.
본래라면 일정 이상의 마기를 흡수하면 깨져 나가야 하는 반지의 적마석이었으나, 모르도에 의해 붕괴가 막히고, 마기가 지속적으로 주입되자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하급에 불과했던 심연의 반지는 마기를 먹이로 ‘성장’을 시작했다.
일반 하급 마도구가 ‘성장형’마도구로 변질된 것이었다.
“빨리 해솔이를 찾아야 하는데.”
우르고가 형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것을 확인한 한세연은 이해솔을 찾기 위해 조금 더 넓어진 방을 빠져나왔다.
***
“···지진인가?”
천장이 흔들리다 얼마 안 가 멎어버리자 나는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뿌연 분진이 휘날리는 거대한 구멍은 무너진 암석으로 반쯤 메꿔져 있었다.
시멘트에 빠진 세오릭을 향해 내가 전력을 쏟아부은 결과였다.
‘죽었겠지?’
무너져내린 암석에 묻혔는지 세오릭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지만, 이런 건 역시 확실히 해둬야 했다.
항상 느끼는 건데 이럴 때 꼭 살아나오더라.
“니엘. 묻자.”
“네에! 천장을 부숴서 단단한 걸로 묻을게요!”
“리디아는요, 물을 붓고 싶어요!”
“······.”
···진도가 너무 빠른데.
애들이 나쁜 짓을 하나 알려주면 둘, 아니 열을 터득해버린다.
이게 악마의 재능이란 건가.
이미 공구리를 마스터해버린 리디아와 니엘은 내 ‘묻자’라는 한 마디에 알아서 척척 자기 할 일을 진행했다.
쿠구궁!
무너진 천장이 구멍을 단단하게 메우고, 사이사이 빈틈에 리디아가 물을 들이붓는다.
그런데 물 색깔이 어째 이상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을 생성하는 리디아를 돌아보았다. 내 표정이 해괴해졌다.
“···저기, 리디아.”
“네에!”
“손에 든 그건 뭐니?”
“만티코어의 꼬리에요!”
리디아는 생성되는 물에 만티코어라는 마수의 꼬리를 가져다 대고 있었다.
색이 바뀌는 이유는 아마 저 만티코어의 꼬리에 든 독성물질 때문인 듯했다.
어쩐지 물을 붓기 전에 방으로 뛰어들어가더니만 저걸 들고 나오려고 그런듯했다.
심지어 본인에게는 독이 옮지 않도록 철저하게 공구용 장갑까지 끼고 다룬다.
왜 저리 능숙하지.
“그건 어디서 놨어? 아니, 누가 알려줬어, 그런 건?”
“아렌오빠가 몸을 교체할 때 가져와서 알려줘요!”
“니엘도 배웠어요!”
아, 그 새끼가···
충분히 납득가는 설명은 아니었으나 머리를 비우는 걸로 합의를 본 내가 메꿔진 구멍을 바라보았다.
“아무튼 이제···”
그때였다.
콰앙!
돌연 구멍이 터져 나가며 인영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게 세오릭인 것을 직감했을 때는 놈의 주먹이 나를 강타하고 있었다.
우득─!
“크악!”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며 들어 올린 팔에 어마어마한 고통이 엄습했다.
인상을 구기며 뒤로 밀려난 나는 팔을 내려다보았다. 안쪽으로 기형적으로 꺾인 게 팔뼈가 부러진 듯했다.
화륵!
불사조의 불길을 일으켜 외상을 수복했으나, 부러져 나간 팔뼈마저 단숨에 붙이는 건 무리였다.
나는 앞을 바라보았다.
구덩이에서 올라선 세오릭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전신의 살갗은 불타고 짓뭉개져 시뻘건 근육이 드러나 보였고, 어깨는 살점이 한 움큼이 뜯겨나가 있었다.
하물며 풍성하던 백발은 만티코어의 독에 녹아내렸는지 대머리가 되어 있었고, 얼굴은 화상을 입은대다 온몸이 녹아내려 연기까지 피어올랐다.
“···잘도 이런 짓거리를 벌여주었군.”
맨들해진 머리를 쓸며 광기에 찬 눈으로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세오릭.
품위를 차리던 이전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분노한 모습이었다.
항마력으로 마기를 제거했기에 진작에 죽었을 줄 알았건만, 체내의 마기를 끌어내 살아남은 듯했다.
‘큰일인데.’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좀 전까지야, 녀석이 나를 생포하려는 목적으로 나왔기에 어찌 버틸 수 있었지만, 지금의 녀석은 오거스트의 명령마저 잊어버렸는지 나를 죽일 마음으로 가득해 보였다.
살기어린 눈길에 피부가 따끔할 지경이었으니까.
제아무리 심한 부상을 입었다지만, 최상격에 가까운 마인을 상대로는 내가 이기는 것은 어려웠다.
하물며 좀전의 공격에 나는 대부분의 힘을 쏟아부은 뒤였다.
그람의 마력을 모두 소모했기에, 마력을 사용한 신체의 강화 또한 무리였고.
“원하는 대로 죽여주마.”
손목을 비틀어 푼 세오릭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시간 가속으로 피해야만 하는 엄청난 속도에 내가 표정을 굳혔을 때다.
콰앙!
돌연 바닥에서 일어난 암석 기둥이 세오릭을 강타했다.
“크윽!”
불시의 기습에 당한 세오릭이 뒤로 밀려났다.
이어서 만티코어의 독극물이 세오릭의 머리 위로 퍼부어졌다.
치이이이.
졸지에 독극물을 뒤집어 쓴 세오릭의 전신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해솔님을 괴롭히지 마!”
“괴롭히지 마요!”
“이런 빌어먹을 꼬마들이······”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구겨진 세오릭이 내 앞을 가로막은 리디아와 니엘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