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화(1/241)
“아이를 입양한다.”
제국의 살인귀, 에르하르트 슈에츠 공작이 선언했다.
고아원 선생들은 숨을 삼켰다.
공작이 말하는 바는 명확했다.
열에 들뜬 얼굴로, 간신히 숨만 쉬고 있는 아이.
저 아이가 바로 죽은 클라이더 공작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제국에 공작가는 두 개였다.
전장의 지배자, 슈에츠 공작가와 상업의 중심인 클라이더 공작가.
따로 봐도 거대한 두 세력은 심지어 절친한 친우 사이였으니.
두 가문이 하나가 된다면 황실 못지않은 힘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약 10년 전, 사고로 클라이더 공작 부부가 사망했다.
마차 사고였다. 마물 절벽에서 떨어진 마차는 공작 부부와 그의 핏덩이 아들을 집어삼켰다.
슈에츠 공작은 모든 힘을 동원해 북부를 샅샅이 뒤졌고, 결국 공작 부부의 시체와 아이가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옷가지를 찾아냈다.
마물이 드글거리는 절벽에서 떨어졌다. 아이는 죽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슈에츠 공작은 장장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죽은 친우의 아들을 찾아 제국을 들쑤시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들이 바로 저 아이일 줄이야!’
고아원 선생들은 진심으로 절망했다.
설상가상으로, 아이는 고열로 끙끙 앓는 중이었다.
오해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잘 대해줄걸, 깊은 후회가 밀려왔다.
선생들이 때늦은 자책을 늘어놓는 동안.
“…….”
한 소녀는 조용히 그들의 혼란을 지켜보았다.
‘드디어 만났어.’
원작대로, 슈에츠 공작이 데미안을 찾았다.
남자 주인공이 오랫동안 받아 온 학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무사히 찾아서 다행이야.’
하마터면 타이밍을 놓칠 뻔했다.
원장에게 밉보인 데다, 데미안이 원작에는 없던 고열을 앓은탓이었다.
그래도 무사히 만났으니, 이대로라면 원작의 흐름처럼 남자 주인공을 괴롭힌 아이라는 이유로 고아원에서 쫓겨나진 않을 것이다.
남자 주인공을 대신해 되갚아주고, 선생의 악행까지 밝혔으니까.
무엇보다 가장 다행인 건…….
‘가족을 만나게 해 준다는 약속을 지켰어.’
소녀의 입매가 부드러운 호선을 그릴 때였다.
“그리고.”
공작의 손가락이 데미안의 옆에 앉은 소녀를 가리켰다.
“옆에 있는 저 아이. 저 아이도 함께 입양하지.”
공작의 말에 뒤편을 지키고 있던 호위 기사가 물었다.
“양녀로 들이실 겁니까?”
그러자 공작의 붉은 눈동자가 소녀에게 닿았다.
“아니. 며느리로 들일 거다.”
“예?!”
그 순간, 방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이 입을 떡 벌렸다.
그것은 소녀도 마찬가지였다.
‘며느리? 며느리라고?’
말도 안 돼.
데미안의 부인은 아주 먼 미래에 등장할 예정이었다.
조무래기 악역 1인 ‘엘리’가 가질 수 없는 자리였다.
거리로 내쫓길 미래만 바꾸려고 했을 뿐인데.
‘며느리라니!’
소녀, 그러니까 엘리는 입을 떡 벌 린 채 소리 없이 절망했다.
* * *
나는 제국 제일 끝, 세인트 영지에 있는 고아원생 1이었다.
내 어머니는 제국에서 제일 유명한 도둑이었고, 어느 한 백작가의 물건을 훔치려다 발각되어 죽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혼자가 된 나를, 원장이 거둬주었다.
하지만 원장에게 딱히 큰 감사를 느끼지는 않았다.
원장은 아이들을 마구 부려먹었으니까.
몇 없는 보육교사들마저 원장의 먼 친척이었으니, 고아원의 상태가 얼마나 개판이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아이들의 상태가 괜찮군.”
“저희 고아원은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그래서 저 말을 들을 땐 좀 화가 났다.
원장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을 입에 담았다.
귀족들에게 잘 보여야 했으니까.
제국은 크고 작은 전쟁에서 연이은 승리를 거머쥐며 여러 약소국을 발밑에 두었다.
바야흐로 돈이 물처럼 넘쳐나는 시대. 귀족들은 넘쳐나는 돈을 쓰지 못해 안달이었다.
풍족한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전쟁고아들이었다.
그래서 원장은 적당히 반반하게 생긴 고아들만 데려와 깨끗하게 씻기고 ‘보기 좋을 만큼만’ 먹였다.
“저 아이가 좋겠군.”
귀족이 마음에 드는 아이를 고르고, 끝.
그렇게 입양된 아이는 귀족의 후원 아래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다.
전쟁고아들을 후원하는 것은 귀족들의 자본과 너그러운 마음씨를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라는 건 형식적인 말이지.’
이 고아원의 운영 수준을 알고 있는 나는 그것을 믿지 않았다.
원장이 나를 고아원으로 데려오면서 했던 말 때문이었다.
“어머, 예쁜 아이야. 왜 여기서 울고 있니? 엄마는?”
“…….”
그때 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가 없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원장은 나를 고아원으로 데려왔다. 내 외모가 그녀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장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내 어머니는 제국을 뒤흔든 유명한 도둑이었다.
‘이름 높은 백작저의 물건을 훔치다 들켰고, 목이 매달려 죽었지.’
누가 도둑의 딸을 양녀로 들인단 말인가.
그렇게 세 번째 파양당해 고아원으로 돌아오던 날이었다.
“어? 이, 이거 왜 이래?”
갑자기 마차의 바퀴가 고장이 났고, 나는 머리를 부딪혔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이곳이 책 속 세계라는 것을.
나는 지금과는 다른 세계에서 살았다.
손만 대면 알아서 물건이 만들어지고, 사람도 손쉽게 부를 수 있는 그런 세상 말이다.
전생의 나는 그런 사업과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실현시키는 일을 했다.
흐릿한 기억들 가운데, 그 장면들은 또렷하게 떠오르는 것을 보면 나는 그 일을 꽤 좋아했던 것 같다.
전생을 깨달았으니 좋은 사고였다고 해야 할까.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한 가지 의문인 건 있어.’
그 수많은 책 중, 유독 이 소설 내용만 또렷하게 기억나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정작 난 이 소설 제목조차 기억하지 못하는데 말이다.
어쨌든 미래를 알게 되었으니 나로서는 다행인 일이었다.
“인사해라. 오늘부터 너희와 같이 지내게 된 새로운 친구다.”
오늘도 원장은 새로운 아이를 데려왔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은 한없이 구겨져 있었다.
‘또 게임에서 졌나 보네.’
그녀는 도박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항상 저런 표정인걸 보니 실력은 별로인 듯했다.
‘승산 없는 게임은 하지 않는 게 본인에게도 이로울 텐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시선을 내렸다.
아이는 어디서 뒹군 건지 옷은 전부 다 해져 있었고, 뼈대가 다 보일 정도로 마른 몸을 가지고 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발은 아이가 얼마나 관리되지 않았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대개 이런 자리에서 아이들은 잔뜩 위축되어 눈치를 보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눈앞의 아이는 무척이나 덤덤해 보였다.
그게 조금 신기해, 빤히 바라볼 때였다.
“이름은, 데미안. 데미안이다.”
원장이 아이의 이름을 말한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데미안은 몸이 약한 아이니 괴롭히지 말고 친하게 지내. 원생들끼리의 싸움은 허락하지 않아.”
무어라 덧붙이는 원장의 목소리가 이명처럼 멀어졌다.
데미안. 나는 저 아이의 이름을 알고 있다.
‘드디어 왔구나.’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곳이 책 속인 것을 떠올렸을 때부터 한 번도 잊은 적 없던 아이.
‘데미안.’
저 아이는 훗날 황제를 물리칠 남자 주인공이며, 나는 남주를 괴롭히다 이 고아원에서 쫓겨나는 조무래기 악역 1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