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01)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01화(101/241)
“다 알고 있습니다. 그 계집, 황가의 보물을 훔친 도둑의 딸이라지요?”
웰시 남작의 말에 좌중이 경악에 휩싸였다.
“황가의 보물을 훔친 도둑의 딸이라니!”
“설마 저 아이가?”
“공작님께서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데려오신 걸까요?”
“아, 어쩌면 웰시 영애와 부딪힌 것도 바이올렛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여러 말들이 쏟아졌다.
제멋대로 엘리를 재단하고, 헐뜯는 말들이었다.
데미안이 이를 악물며 그를 노려 보았다.
웰시 남작이 비릿하게 웃었다.
“바이올렛 다이아몬드가 탐이 났으면, 가지고 싶었다 말하면 될 것을. 기어이 손을 대다니.”
그가 경멸 섞인 얼굴로 엘리를 내려다보았다.
“역시 피는 못 속이나 보군.”
그가 증오 섞인 말을 내뱉자 아이의 고개가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자 앞에 선 소년이 놀란 얼굴로 소녀의 상태를 살폈다.
‘역시 여자의 무기는 눈물이라 이건가.’
웰시 남작은 코웃음을 쳤다.
‘그래. 울음이라도 터뜨려야 사람들이 가엾게라도 봐주겠지.’
하지만 분수를 알아야 하는 법이다.
어딜 감히 주제도 모르고. 그가 의기양양한 웃음을 머금을 때였다.
소녀의 입꼬리가 미약하게 올라갔다.
꼭 이 순간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웰시 남작의 눈이 크게 뜨인 순간.
“하지만 그 다이아몬드는 가짜잖아요.”
소녀의 또렷한 목소리가 팽팽한 긴장감 사이로 파고들었다.
“제가 가짜를 왜 탐내겠어요?”
충격적인 말에 사람들이 술렁거리자 웰시 남작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그 혼란 속에서, 엘리는 작게 웃었다.
‘고맙다, 이놈아.’
그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제 정체를 밝혀준 덕분에 다이아몬드를 걸고 넘어질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제국의 보물도 훔친 도둑의 딸이었다.
‘다이아몬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금방 파악 가능하다고.’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넌 죽었어.’
엘리는 마음속으로 씩 웃었다.
“이 무슨 허무맹랑한……! 다이아몬드가 가짜라니!”
제국을 뒤흔든 유명한 도둑. 그녀의 딸이 선언하자, 웰시 남작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가짜가 맞잖아요.”
“그 입 다물지 못해! 천한 것이 어딜 감히-”
웰시 남작이 손찌검이라도 하려는 듯 손을 높이 쳐들었다.
그때였다.
쿵!
큰 소리와 함께 웰시 남작의 몸이 바닥에 넘어졌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힘이 그의 발목을 붙잡아 당긴 것이다.
번쩍번쩍한 시야 속으로, 알 수 없는 푸른빛이 넘실거렸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배를 드러낸 동태처럼 눈만 껌뻑이는 웰시 남작 위로, 검은 형상이 드리워졌다.
“미안하군.”
슈에츠 공작이었다.
“내 아들이 아직 오러 조절에 미숙해.”
공작이 가볍게 뒤쪽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작디작은 소년의 몸에서 푸른 오러가 솟구치고 있었다.
저토록 작은 소년이 벌써부터 오러를 다루다니!
믿을 수 없는 일에 모두가 경악했다.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잘 보고 배웠군.”
“이, 이, 말도 안 되는……!”
웰시 남작이 분한 듯 씨근덕거렸다.
공작이 상체를 낮춰,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대 말처럼 난 교양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라…….”
그가 느릿하게 말끝을 늘였다.
샹들리에를 등진 그늘 속에서, 슈에츠 공작의 안광이 번뜩였다.
“거슬리는 건 치워버려야 하거든.”
곧이어 검은 오러가 솟구쳤다.
제국의 전장귀.
피를 묻혀야 안정을 되찾는 광증.
“잠시, 대화를, 대화를 하시는 게……!”
슈에츠 공작의 기세에 눌린 웰시 남작이 그제야 덜덜 떨었으나, 공작의 표정엔 한 치의 변화도 없었다.
“미안하지만 난 피를 봐야 직성이 풀려서.”
이윽고 날카로운 사슬처럼 변한 오러가 웰시 남작을 겨냥했다.
“히, 히익…….”
웰시 남작이 비명을 지르며 겁먹은 아이처럼 몸을 웅크렸다.
그러나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웰시 남작이 천천히 눈을 떴다.
순간, 이지를 잃었던 공작의 눈동자가 원래의 빛으로 돌아왔다.
엘리가 공작의 손을 붙잡자 순식간에 오러가 거둬진 것이었다.
“공작님, 안 돼요.”
엘리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죽이면 모든 게 틀어진다.’
그건 안 돼.
엘리가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공작의 미간이 미약하게 좁혀졌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이었으나 그는 순순히 웰시 남작의 곁에서 물러났다.
웰시 남작이 헐레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씩씩거리던 그가 소리쳤다.
“다이아몬드가 가짜라니! 공작님께선 저 허무맹랑한 말을 믿으시는 겁니까?”
“그래.”
공작이 똑바로 그를 마주했다.
“나는 이 아이의 말을 믿어.”
“말도 안 되는……. 이 일은 폐하께서 좌시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 말이 언제 나오나 했는데, 드디어 나오는군.”
공작이 지루하다는 듯 시선을 흘기자 울컥한 웰시 남작이 악에 받친 목소리로 외쳤다.
“황후께서 이 다이아몬드를 위해 얼마나 공들이셨-!”
“웰시 남작.”
그때, 차분한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에 꽂혔다.
붉은 로브를 두른, 적발의 여인이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엘리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카르티아 황후.’
그녀를 바라보자 죽은 엄마의 인영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엘리의 몸이 굳었다.
‘제대로 표정 관리를 해.’
이 순간을 위해 달려왔잖아.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해.
그래야 살 수 있어.
세뇌하듯 다짐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따스한 체온이 손에 닿았다.
“……데미안.”
데미안이 올곧은 시선으로 엘리를 바라봤다.
한없이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표정은 분명 잘 관리되고 있을 텐데, 데미안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 덕분일까. 마구 날뛰던 심장이 다시 차분히 가라앉는 것 같았다.
“폐하.”
갑작스러운 황후의 등장에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와본 것인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황후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했지만, 노려보는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어수선한 주위를 훑던 황후의 시선이 곧 슈에츠 공작에게 닿았다.
카르티아 황후가 작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는 평소에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 저 표정이 이 상황을 얼마나 불쾌하게 여기고 있는지 짐작케 했다.
“슈에츠 공작, 오랜만이군요. 오랫동안 공작성을 닫아, 평생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리 와주다니 무척이나 기쁘군요.”
“…….”
“역시 초대하길 잘했어요.”
황후가 빙그레 웃었다.
웃음 속에 칼이 숨겨져 있었으나, 공작은 늘 그렇듯 무표정한 얼굴로 가볍게 고개를 숙일뿐이었다.
“그런데…….”
황후의 시선이 좌중을 훑었다.
이윽고 그녀의 시선이 아직도 널브러져 있는 클로라와 땀으로 흠뻑 젖은 웰시 남작에게 닿았다.
“이건 어찌 된 일일까요?”
그 싸늘한 음성에, 지켜보던 이들은 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카르티아 황후가 새로 발견한 다이아몬드 광산을 얻기 위해, 웰시 남작을 제 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소문은 파다하게 퍼진 상태였다.
‘슈에츠 공작이 불리하겠는걸.’
‘게다가 그 도둑의 딸이 다이아몬드가 가짜라고 말했으니…….’
겁먹은 속삭임들이 긴장으로 가득한 연회장 위를 떠다녔다.
그때였다.
“폐하…….”
클로라가 서러운 얼굴로 훌쩍이기 시작했다.
“저 계집이, 도둑년이 다이아몬드가 가짜라고 했어요.”
클로라의 말에 황후의 입매가 굳었다.
“크, 클로라. 폐하의 앞이다! 언행을 삼가!”
“하지만 다 쟤 잘못인걸요. 폐하. 저 도둑년을 혼내주세요!”
웰시 남작이 서둘러 클로라를 달랬지만, 와양- 하고 보란 듯이 울음을 터뜨렸다.
차갑게 식은 그녀의 시선이 클로라의 손끝을 따라 움직였다.
‘드디어 만나게 됐구나.’
과연 그 아이를 닮았을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엘리와 눈이 마주친 순간, 카르티아의 눈동자가 일순간 잘게 떨렸다.
‘녹색 눈일 리가 없는데.’
그 아이는, 레일리는 분명…….
‘……그래도 이 자리에 폐하가 없어서 다행이군.’
빠르게 표정을 바꾼 그녀가 엘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가짜라니. 그게 무슨 말이지, 영애?”
황후의 물음에 엘리가 말했다.
“저 다이아몬드는 가짜예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지?”
“……가짜니까요.”
“어머나.”
그녀가 생긋 웃었다.
“영애의 어머니께서 가르쳐 주었나 보지?”
정체를 꿰뚫는 한마디에 엘리의 몸이 굳었다.
‘다 알고 있었구나.’
내가 엄마의 딸이라는 걸.
이로써 명확해졌다.
‘황후가 나를 이용해 사람들 앞에서 공작님을 무너뜨리려 하는 거야.’
그 꼴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었다.
엘리가 대답을 망설이자, 카르티아가 물었다.
“대답을 못하는구나. 그래, 네 어미가 알려준 기술이 창피해서그러니?”
“……아니요.”
“그럼?”
“……비아가 ……줬어요.”
“뭐?”
작은 목소리에 황후가 되물었다.
그러자 엘리는 배가 빵빵해지도록 숨을 흡, 들이켰다.
그러곤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리비아! 리비아 포르겔이 말해줬어요! 황후 폐하께서 만드는 바이올렛 다이아몬드는 가짜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