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02)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02화(102/241)
* * *
리비아 포르겔.
내가 황가의 개를 언급하자, 좌중이 얼어붙었다.
‘그럴 만도 하지.’
황족 앞에서 포르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어른들은 없었다.
그야말로 내가 아이니까 할 수 있는 소리였다.
“저 아이가 포르겔을 어떻게 알고 있죠?”
“포르겔이 얽혀 있다면…… 저 다이아몬드는 흑마법으로 만들어낸 가짜일 수도 있다는 것, 아닌가요?”
연회장 안이 크게 술렁였다.
카르티아 황후가 애써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구나. 궁지에 몰리니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니?”
“하지만 정말 사실인데…….”
“이곳엔 네 말을 믿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단다, 영애.”
그녀가 냉정하리만큼 싸늘한 목소리로 내게 일갈했다.
내 의견을 어떻게든 묵살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써먹었다.
“저, 정말이에요…….”
눈썹을 늘어뜨린 채 울상을 짓는 것이다.
“저는, 정말, 리비아에게 들은 것뿐인데…….”
겁에 질린 채 오들오들 떠는 모습은 다른 사람들 눈에 퍽 안쓰러워 보일 것이었다.
예상대로, 작은 헛기침이 들려왔다.
도둑의 딸이라고 해도, 어린 나를 앞에 두고 어른이 심하게 문책하는 모습이 보기 불편하다는 신호였다.
‘여기서 울음까지 터뜨리면 딱인데.’
하지만 울음은 나오지 않았다.
이곳이 책 속인 것을 알기 전, 그러니까 내가 지금처럼 영악해지기 전부터 나는 우는 걸 억지로 참아왔다.
‘우는 아이는 사람들이 싫어하니까.’
그러니 지금처럼 눈을 벅벅 비빈다고 해도, 물기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울면 좋을 텐…… 흐억!’
그때, 갑자기 내 몸이 번쩍 들렸다.
슈에츠 공작이 나를 안아 든 것이다.
“아이를 앞에 두고, 썩 좋은 모습은 아니군요, 폐하.”
검은 장갑을 낀 손이 내 눈가를 가렸다.
내게 쏟아지는 시선을 가려주기라도 하듯이.
“폐하께서 강조하셨던 제국의 평안과는 많이 어긋나 보입니다만.”
“……슈에츠 공작. 언사가 지나치군요.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닐 텐데.”
“아, 그렇습니까.”
공작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럼 포르겔의 이야기를 마저 해 볼까요.”
“무슨…….”
“리비아 포르겔이 마지막으로 그러더군요.”
공작의 적안이 황후를 향했다.
“독사가 있다고.”
황후의 몸이 흠칫 굳었다.
독사.
‘리비아에게 들었던 이야기랑 똑같아.’
죽어가는 도중에 꺼낸 말이었기에, 그냥 헛소리인 줄 알았는데.
‘공작님도 그 이야기를 들은 걸까? 그것도 아니면…….’
나는 슬쩍 황후가 있는 곳을 바라보려다 깜짝 놀랐다.
공작의 얼굴이 상상 이상으로 살벌했다. 기세에서 나오는 위압감이 숨통을 조이는 것 같았다.
나는 이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날 밤, 광증을 앓았던 공작의 얼굴이었다.
황후도 그 기색을 알아본 듯, 분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데 저 어린아이가 리비아 포르겔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요?”
“그러게요. 직접 만나지 않고서야…….”
“독사는 또 무슨 이야기고요?”
뒤편에 있던 누군가가 작게 수군거렸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리비아의 일을 외부에 숨겼구나.’
다이아몬드 광산이 원작의 흐름보다 빠르게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인 듯했다.
원작에서는 카르티아 황후가 리칼 포르겔의 약점을 잡아, 다이아몬드 광산을 만들었다고 나와있었다.
‘하지만 내가 리비아의 정체를 밝히면서 포르겔의 일이 드러났고, 원작과는 다른 약점이 생겼지.’
이걸 이용해 다이아몬드 광산을 만든 것까진 좋았지만 포르겔이 화두에 오른 이상, 황후가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물론 나는 도둑의 딸인 데다 나이가 어리니, 멋모르는 어린애의 헛소리다 치부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의 귀엔 리비아 포르겔의 정보가 입력되어있다.
‘그리고 여론은 막장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어느 날, 사람들은 의구심을 품을 것이다.
“바이올렛 다이아몬드가 가짜라던데, 정말일까?”
인간의 의구심은 우주와도 같아서, 작은 폭발에도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팽창한다.
‘나를 처형할 수도 없을 거야.’
내 입을 막아버리면 모든 일을 인정하는 것과 똑같으니까.
‘아니, 그전에 공작님이 막아주시려나…….’
멍하니 생각하던 난 조금 놀랐다.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공작이 나를 지켜줄 거란 생각을 하다니.
‘하지만 이 품은 너무나 따뜻하단 말이야.’
나는 옷소매를 그러쥔 손에 힘을 주었다.
카르티아 황후는 그런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공작과 황후의 신경전에 연회장 분위기는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차가웠다.
그때였다.
“황후?”
낮고 중후한 목소리가 그 흐름을 깨뜨렸다.
붉은 로브를 두른, 금발과 금안을 가진 남자가 수많은 사람들을 거느린 채 다가왔다.
테라베 제국의 황제, 벤터스 루나 리 루멘치아였다.
“제국의 태양을 뵙습니다.”
황제의 등장에 연회장 안에 있던 모두가 깊이 고개를 숙였다.
공작은 고개 숙이는 이들을 힐끔거리다, 작게 인사하는 것으로 자신의 예를 표했다.
“황후, 무슨 일이오? ……아. 슈에츠 공작.”
이쪽을 향해 다가오던 황제가 얼굴을 굳혔다.
“……온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만. 또다시 사건의 중심이 될 줄은 몰랐는데.”
황제의 말에 뾰족한 가시가 돋아 있었다.
“품에 안긴 아이가 며느리오?”
“그렇습니다.”
“하면. 그 며느리가 최근, 큰 소동을 일으켰다는 것을 알고 있소?”
그가 곧장 저번 일을 언급했다.
‘회중시계 일을 말하는 것이 분명해.’
그렇다면 황제도 봤을 것이다.
마테오에게 있는 내 목걸이를.
‘좋아. 이제 마지막이야.’
나는 겁먹은 아이처럼 몸을 움츠렸다.
“아이가 공작의 품을 많이 타나 보군. 이쪽을 돌아보지도 않다니.”
황제가 불쾌한 투로 말했다. 나를, 직접 제게 인사시키라는 뜻이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잠시 소란이 일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황후가 웃으며 황제를 막았다.
‘왜지?’
황제의 등장은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일 텐데.
“폐하께서 신경 쓰실 일이 못됩니다. 자, 이만 다들 물러나도록 해요.”
황후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얼굴로 좌중을 향해 말했다.
초췌한 낯으로 멍하니 서 있던 웰시 남작이 그제야 부랴부랴 떨어진 다이아몬드를 줍기 시작했다.
‘어딜 튀려고?’
나는 얼른 공작의 옷자락을 흔들었다.
공작이 무슨 일이냐는 듯 나를내려다보자, 나는 다리를 동동 흔들었다.
“또 사고를 치려는 건 아니겠지.”
그는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조심스레 나를 내려주었다.
‘미안해요, 공작님.’
작은 사과를 속삭인 나는.
“아앗!”
놀란 목소리로 외치며 도망치려는 웰시 남작을 가리켰다.
그가 포획당한 쥐처럼 흠칫 몸을 떨었다.
“가짜 다이아몬드…… 안 되는데……!”
초조한 기색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한 나는, 곧 실수라도 깨달은 아이처럼 공작의 다리 뒤로 숨었다.
하지만 내 외침은 울려 퍼진 후였다.
황제가 “폐하……!” 하고 외치는 황후를 무시한 채,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저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알아본 것인가?”
“폐하. 아이가 많이 놀랐습니다. 부디-”
“황후는 조용히 하시오. 영애, 내 물음에 대답하거라.”
황제의 말에 나는 겁먹은 척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
날 바라보는 황제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
그가 황후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황후는 치부라도 들킨 사람처럼 파르르 떨고 있었다.
‘뭐지?’
화를 내거나 악담을 퍼부을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해 멍하게 있던 난 다시 정신을 차렸다.
“……제국의 태양을 뵙습니다.”
배운 대로, 치맛자락을 잡은 채 고개를 숙였다.
황제의 얼굴에 묘한 기색이 스쳤다. 긴가민가한 얼굴로, 그가 황후를 한 번 힐끔거리다 물었다.
“영애는 그대의 어머니가 저지른 짓을 알고 있지?”
“…….”
“다이아몬드에 대한 탐욕을 이리도 숨기지 못하다니. 어미와 똑같군.”
황제가 조소하자 공작이 내 앞을 막아섰다. 황제가 미간을 좁혔다.
“며느리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군.”
“아이를 감싸는 건 보호자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신성석을 발견한 사실을 숨긴 것도, 모두 저 아이 때문인가?”
신성석. 황제의 말에 좌중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공작은 소란에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말했다.
“제가 숨긴 것이 아닙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 신성석은 제국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일이네. 그대의 침묵이 오만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하지만 폐하. 불경한 자의 발견은 그 어느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법이잖습니까.”
“지금 무슨 말을…….”
공작이 느릿하게 시선을 들 어황제를 바라보았다.
“신성석을 발견한 사람은 제 며느리입니다.”
“뭐……?”
황제의 입이 허망하게 벌어졌다.
그의 시선이, 아니, 모두의 시선이 공작의 뒤편에 선 나에게 향했다.
나는 시무룩하게 어깨를 늘어뜨렸다.
나를 힐끔 내려다본 공작이 말했다.
“그러니 말씀을 드리지 못한 것이죠. 제국에서 제일 불경한 자의 손에서 나온 것이니, 폐하께서도 제국에도 필요치 않은 물건일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