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05)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05화(105/241)
나는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가늠이 어려워 대답을 머뭇거렸다.
그때 공작이 다시 시선을 옮겨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다시 얌전히 시선을 내렸다.
“네게 목걸이를 준 건, 황후가 너를 건드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
“그녀의 친가는 신전과 밀접한 사이이니 신성석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초대장을 보낸 것도 신성석에 대한 정보를 캐내려는 줄 알았지.”
신성석을 준 건, 그가 나를 무척이나 아끼고 있다는 걸 황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구나.
“그런데 2 황자라니.”
공작이 기막힌 얼굴로 말했다.
“그 포악한 성질을 가진 꼬마가 네게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그랬느냐.”
“…….”
“또 누굴 걱정시키려고.”
공작이 엄한 목소리로 나를 꾸짖었다. 그러나 목소리엔 애정이 가득했다.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자 공작이 꼬집혀서 얼얼한 뺨을 엄지로 살살 쓸었다.
“너 때문에 내 심장이 남아나질 않아.”
“……죄송해요.”
백 번을 들어도 내 잘못이었다.
시무룩하게 이야기하자 공작이 다시 혀를 찼다.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란 소리다.”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알았지?”
“……네.”
“대답만 잘하는군.”
그가 피식 웃으며 내 뺨을 콕 찔렀다.
이로써 꾸짖는 건 끝이라는 듯 그가 소파에 느슨히 몸을 기댔다.
“내 앞에서 길길이 날뛰는 꼴을 보고 싶었는데.”
공작이 회상하듯 중얼거렸다.
“그런데 바이올렛 다이아몬드를 가짜라고 대뜸 밝히질 않나.”
흠칫.
“포르겔 이야기를 꺼내질 않나.”
또 흠칫.
“선수를 다 빼앗겼군.”
‘공작도 바이올렛 다이아몬드가 가짜라는 걸 알고 있었나 봐.’
그런데 내가 모든 말을 가로챘으니, 허무할 만도 했다.
눈치를 보던 난 그의 지긋한 시선에 어색하게 웃었다.
“……헤헤.”
“웃기는.”
그러자 공작이 내 코를 톡 건드렸다.
그러나 풀어진 얼굴에 미약한 웃음기가 가득했다.
“이제부터 바빠지겠군.”
공작이 중얼거렸다.
새로운 신성석의 존재가 황실 데뷔탕트에서 밝혀졌다.
클라이더와 슈에츠의 결합으로도 모자라 신성석까지. 모두가 공작의 눈치를 볼 것이다.
“그래서, 또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냐.”
공작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게요…….”
* * *
며칠 후.
마도 국인 전(前) 리번스 왕국의 왕이자 현 리번스 자작인 루버나일 저택 앞에 마차 한 대가 섰다.
떨리는 마음으로 저택 앞을 서성이던 아델란 리번스가 거울을 바라보며 연신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있었다.
“엘리 님!”
“아델란!”
마차에서 내린 난, 그녀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잘 지냈어요?”
“아니요, 잘 못 지냈어요. 엘리님께서 오신다는 말씀을 듣고 얼마나 떨렸는지…….”
아직도 가슴이 쿵쿵 뛰는 듯, 아델란의 볼이 발그레했다. 보는 사람까지 웃게 만들 정도로 사랑스러운 미소였다.
“그런데 엘리 님께선 어쩐 일로 오셨나요? 서신엔 이유가 적혀있지 않아서…….”
이유를 묻던 아델란이 “물론 엘리 님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만요!” 하고 덧붙였다.
“아, 그거요.”
나는 빙그레 웃었다.
“드리고 싶은 선물이 있어서요.”
“선물이요?”
아델란이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드레스를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이미 엘리 님께 많은 선물을 받았는데…….”
“이번엔 좀 다른 거예요.”
나는 들고 온 상자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건……!”
상자를 열자 아델란이 토끼 눈을 떴다.
“신성석이잖아요!”
“맞아요. 아! 아델란도 본 적이 있겠네요?”
“아, 아뇨. 이건 저희 왕국에서도 귀해서 딱 한 번 본 적 있어요…….”
아델란은 신성석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신성석을 가져보는 게 저희 아버지의 꿈이셨거든요. 너무 비싸서 그러진 못했지만…….”
그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걸 저희에게 주셔도 괜찮나요?”
“당연히 괜찮죠. 슈에츠 공작님께서도 허락해 주셨어요.”
나는 아델란에게 신성석을 주고 싶다 말했고, 잠시 고민하던 공작도 내 생각에 동의했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머리를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자작님은 안에 계시나요?”
“아니요. 잠시 일을 보러 자리를 비우셨어요.”
아버지 이야기를 하자 아델란의 얼굴이 단박에 흐려졌다.
“아마 많이 늦으실 거예요.”
“그렇군요.”
“……아. 너무 오래 서 있으시게 했군요. 죄송해요. 들어오세요.”
아델란은 화제를 바꾸기라도 하려는 듯 나를 저택으로 안내했다.
저택은 자작의 집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낡아 보였다.
작위가 있긴 했으나 적선하듯 던져준 것이고, 모든 재물은 제국에 바쳤으니 재산이 없을 수밖에.
그러나 천장까지 빼곡히 들어선 책들은 세상의 모든 정보가 담겨있을 것 같았다.
“공작성에 비해선 좀, 초라하죠?”
아델란이 부끄러운 듯 시선을 떨어뜨렸다.
“저희가 가진 거라곤 이런 오래된 책들이 전부랍니다.”
“멋지네요.”
“……네?”
나의 말에 아델란이 믿기지 않는 얼굴로 시선을 들었다.
“책 속에 담긴 지식은 억만금을 줘도 본인이 깨우치지 않으면 모른다고 했어요.”
“…….”
“그런데 아델란 님과 리번스 자작님께선 이걸 전부 읽으신 거지요?”
“……네.”
“정말 멋져요.”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지만 아델란의 얼굴은 흐려졌다.
그럴 만도 했다. 나라를 잃은 왕족에게 남은 거라곤 책들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 리번스 자작은 책 속의 지식은 그 무엇보다 값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델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제국의 귀족들은 정신승리라며 그들의 신념을 우습게일 축했다.
“……제국에 와서 처음 듣는 이야기네요.”
무언가 북받치기라도 한 듯, 잠시 말이 없던 그녀가 애써 밝게 웃으며 말했다.
“혹시 읽고 싶으신 책이 있으신가요?”
“동화책인데…… 있을까요?”
부끄러운 듯 손가락을 꼬물거리자 그녀가 부드럽게 웃었다.
“없는 게 없답니다. 편히 말씀해 주세요.”
“그럼 ‘루벨 이야기’가 보고 싶어요.”
내가 ‘루벨 이야기’를 언급하자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가, 다시 펴졌다.
“그럴까요.”
모든 책의 위치를 알고 있는 것처럼, 아델란은 그 많은 책들 속에서도 손쉽게 ‘루벨 이야기’를 찾아왔다.
우리는 함께 마주 보고 앉아 책을 읽었다.
유명한 동화라서 책을 많이 접하지 않은 나도 내용은 얼추 알고 있었다.
망국의 왕자인 루벨이 부모님을 원망해 집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모험기였다.
루벨은 대대적인 영웅이 되어 당당히 집으로 돌아오지만, 이미 부모님은 돌아가신 지 오래였다.
홀로 남겨진 루벨이 “끝까지 제멋대로군요” 하고 독백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동화의 마지막이었다.
“……루벨은 참 어리석지요.”
엉엉 우는 루벨의 삽화를 보며, 그녀가 입술을 떼었다.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슬퍼할 일도 없었을 텐데. 왜 돌아와선.”
그녀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웃었다.
“왜 원망했던 이를 다시 찾는 건지. 저라면 돌아오지 않았을 거예요.”
“…….”
“이런 집 따위는…….”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태도지만, 나는 알고 있다.
사실 아델란은 ‘루벨 이야기’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또 누구보다도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만큼 사랑했으니 그러지 않았을까요?”
나는 골똘히 생각하다 대답했다.
“원망은 뒤이어 찾아온 감정이었지만, 사랑했던 기억은 지워지지 않으니까요.”
“…….”
“찾아온 것에 큰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그냥 그러고 싶었던 거겠죠. 그런데 시간은 그만큼 흘러 있었던 거고요.”
소설에선 인물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필수적으로 나오지만, 현실에선 이유 모를 감정이 행동을 만들 때가 있다.
그때는 나 자신도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다.
그저 그랬구나, 하고 넘길 수밖에.
날 바라보는 아델란의 눈동자에 여러 감정이 뒤섞일 때였다.
“손님이라고?”
밖이 시끄러워지는가 싶더니, 벌컥 문이 열렸다.
“누구시오?”
비싸 보이지 않는 천으로 된 허름한 망토를 두른 남자.
전 리번스 왕국의 국왕인, 리번스 자작이었다.
제국에 목숨을 구걸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국민들을 살리기 위해 모든 물자를 바친 남자.
‘그리고 후에 큰 발명으로 제국의 흐름을 바꿀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