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06)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06화(106/241)
나는 치맛단을 잡고서 그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리번스 자작님. 저는 슈에츠 공작가의 며느리인 엘리 슈에츠라고 합니다.”
그러자 리번스 자작의 눈빛이 대번에 바뀌었다.
“귀한 분께서 이런 누추한 곳까진 무슨 일이십니까.”
묻는 목소리에 적대감이 가득했다.
‘그럴 만도 하지.’
슈에츠의 성을 가진 자는 대대로 광증을 가졌다.
알려진 이야기에 따르면 세계수의 힘을 빼앗으려다 실패하고, 저주를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리번스 왕국은 마도국답게 세계수를 섬기지.’
그러니 슈에츠가의 사람들에게 적의를 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아버지. 그러지 마세요!”
아델란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의 팔을 붙잡았다. 상냥한 모습과는 달리 단호한 어조에 나까지 조금 놀랐다.
“아델란. 네가 어찌……! 갑자기 웬 고급 드레스를 입고 왔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리번스 자작이 언성을 높였다.
‘역시 부녀 사이가 좋지 않구나.’
하지만 리번스 자작의 입장에선 슈에츠 공작가는 경계해야 하는 대상이 맞았다.
이렇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딸이 걱정되어 그러는 것이겠지.
“제가 실례를 범했네요. 이만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엘리 님……!”
“괜찮아요, 아델란. 다음에 또 봐요.”
빙긋 웃으며 다시 인사를 올리자, 리번스 자작이 웬일로 순순히 물러나냐는 듯 나를 흘겼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내 인사에 리번스 자작이 헛기침을 했다.
마차에 올라탄 나는 울상을 짓는 아델란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녀는 미안한 듯 어쩔 줄 몰라했지만.
‘더 크게 돌려받을 거니까 괜찮아.’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마차에 올랐다.
* * *
“아버지, 어쩜 이리도 무례하실 수 있으세요?”
엘리가 돌아가자마자, 리번스 자작은 다급히 책장을 살폈다.
누가 손댄 곳은 없는지, 숨겨놓은 마법서를 찾아내진 않았는지 확인한 것이다.
다행히 책장은 그대로였다.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델란을 바라보았다.
“아델란.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느냐?”
리번스 자작이 골치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그 사람은 슈에츠 공작가의 며느리야. 공작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게냐? 무슨 속셈이 있는 것이 분명해!”
“엘리 님은 그런 분이 아니세요!”
아델란은 엘리가 오해받는 것이 제 일처럼 억울한 듯했다.
울상을 짓던 그녀가 여태까지 품에 소중히 안고 있던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한번 보세요.”
“이게 무엇이냐.”
“보시면 아실 거예요.”
입술을 깨물며 아버지를 바라보던 아델란이 방을 빠져나갔다.
홀로 남겨진 리번스 자작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델란을 출산할 때, 사랑하는 부인은 죽고 말았다.
하지만 죄 없는 아이를 원망하는 대신, 아낌없는 사랑을 퍼부었다. 아델란도 그것을 알기에 밝고 씩씩하게 자라주었다.
그런데 전쟁에서 패하고 제국에 온 이후, 아델란과의 사이는 날이 갈수록 나빠졌다.
노래와 이야기를 사랑하던 딸의 얼굴은 햇빛을 잃은 꽃처럼 그늘이 졌다.
딸이 누군갈 초대하는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래도 슈에츠 공작가는 안 된다.’
그 사악한 광증에 아델란이 오염될지도 몰랐다.
리번스 자작이 주름진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그러다 테이블 위에 놓인 상자를 발견하곤 눈을 가늘게 떴다.
‘또 무슨 속셈인지.’
값비싼 선물을 주며 원하는 걸 얻어낸다. 귀족들의 오만한 방식 중 하나였다.
그들이 처음 제국에 발을 들였을 때, 마도국이라는 말을 들은 귀족들이 리번스 자작을 몰래 찾아왔다.
제국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소설과 시집을 들고서. 아델란의 취향을 그새 알아낸 것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황실에 알리지 않은 마법서가 있는지를 은밀히 물었다.
그러나 그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화를 내며 흉을 보고 다녔다.
그 이후로 리번스 자작가를 찾는 이가 줄어들었다. 아델란과 그의 사이가 틀어진 것도 그즈음이었다.
‘하지만 아델란이 저렇게 누군가를 감싸는 건 처음이다.’
그는 하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상자를 열었다. 어차피 보석 같은 게 들어 있을 테니…….
“……!”
그 순간, 그의 눈이 크게 뜨였다.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건 작고 투명한 붉은색의 돌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신성석.’
이걸 어째서 슈에츠 공작의 며느리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주위를 둘러보던 그의 시야에 한 권의 책이 들어왔다.
‘루벨 이야기.’
어릴 때부터 아델란이 좋아해, 자주 읽어줬던 동화책이었다.
‘그 아이와 함께 읽은 것인가.’
아델란을 꼬여낼 줄 아는 아이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는 홀린 듯 책을 펼쳤다.
익숙한 이야기. 익숙한 내용. 진부하게 느껴지는 듯한, 아이들이 읽기엔 조금 슬픈 동화였다.
한데 이상했다.
홀로 남겨져 우는 루벨의 대사가, 이상하게 아델란의 목소리로 겹쳐 들리는 듯했다.
그러고 보면, 그는 아델란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언젠가는 딸이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겠거니 하고 바랄 뿐이었다.
동화책을 쥔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둡게 물들 때까지, 그는 방을 나서지 않았다.
다시 날이 밝고 나서야 그는 방을 나섰는데, 손엔 작은 서신이 들려 있었다.
“이걸 보내도록.”
“어디로 보내드리면 됩니까?”
사용인의 물음에 리번스 자작이 말했다.
“슈에츠 공작가의 엘리 슈에츠 님 앞으로 보내거라.”
* * *
며칠 후. 마차가 다시금 리번스 자작가 앞에 멈췄다.
“엘리 님!”
마차에서 내리자 전처럼 아델란이 기쁜 얼굴로 날 반겼다.
“안녕하세요, 아델란.”
웃으며 인사하던 나는 옆에 있는 사람을 향해서도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리번스 자작님.”
“……안녕하십니까.”
치맛단을 잡고 고개를 숙이자 뒤늦게 인사가 돌아왔다.
그러나 묘한 경계심까지는 숨기지 못했다.
아델란이 리번스 자작에게 눈치를 줬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경계심이 많을수록 조심스럽다는 뜻이니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으로 들어가실까요.”
그리고 시시콜콜한 말을 덧붙이지 않고 곧바로 본론을 꺼내려는 모습도 마음에 들었다.
“아델란, 손님께 드릴 다과를 가져와 주겠니?”
시종이 할 수 있는 일을 주인이 한다는 건, 그만큼 손님이 귀한 사람이라는 걸 뜻했다.
아델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비켰고, 응접실엔 나와 리번스 자작만이 남았다.
그가 내가 선물했던 신성석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걸 제게 주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
“어떤 소리를 들었기에, 무얼 바라시고 이걸 주신 겁니까.”
나를 바라보는 눈초리에 의구심이 가득했다. 내가 어른들의 명을 받고 신성석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물론 바라는 게 있긴 하지만.’
순순히 대답할 순 없지.
“아델란이 말해줬어요. 자작님께서 이걸 가지고 싶어 하셨다고.”
“……아델란이요?”
내 말에 리번스 자작의 눈빛이 흔들렸다.
물론 신성석 이야기는 자작가의 저택에서 들었지만,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신성석을 바랐다.
그게 있어야 오래전에 설계해 놓은 자신의 마도구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마도구는 리번스 자작이 죽고 난 후에야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걸 만든 사람은 아델란이지.’
아버지를 원망해 집을 나갔던 그녀는 훌륭한 오페라 가수가 되어 당당히 저택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미 그는 작고한 후였고, 남은 건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겨놓은 마도구 설계서뿐이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마지막 뜻을 이루고자 했지만 자본과 물자가 부족했다.
‘그때 기다렸다는 듯 황후가 그녀를 도와주지.’
어마어마한 자본과 도움 끝에, 몇 년 후.
제국과 전 대륙을 연결하는 ‘무한 마나 기차’가 탄생한다.
‘그리고 그걸 개발한 사람은.’
내 눈앞에 있는 리번스 자작이었다.
황후가 아델란을 후원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리번스 자작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죽었을 리 없다고 생각한 거지.’
대륙을 가로지르는 기차는 혁명이었고, 제국을 대륙 최고의 나라로 만드는 데에 큰 공을 세웠다.
아델란은 그 기차의 이름을 아버지의 이름인 ‘루버나일’로 짓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투자한 황후는 루버나일이 아닌, 자신의 미들네임인 ‘치차론’으로 짓는다.
후원자이자 투자자인 황후의 뜻을 어길 수 없었던 아델란은 그렇게 지분을 빼앗기게 된다.
‘황후의 입김이 제국을 넘어, 대륙까지 퍼지게 된 계기지.’
정작 설계한 사람은 쏙 빼놓은 상태로 모든 명예와 이익을 다 가져간 것이다.
리번스 자작은 생각에 빠진 듯, 아무런 말도 없었다.
“바보 같군. 이게 뭐라고…….”
문득 그의 얼굴에 깊은 회한이 스쳤다.
“어차피, 아무것도 못 하는데…….”
언뜻 들으면 누군가를 탓하는 것 같지만, 스스로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그래도 그는 한결 후련한 얼굴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이윽고,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슈에츠 공작님께서도 이걸 알고 계십니까?”
“네. 허락해 주셨어요.”
나의 수긍에 그가 생각을 알 수 없는 얼굴로 신성석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알아차려라, 제발……!’
간절히 바라고 소원하던 그때.
“그렇다면 제가 무엇을 만들어도 상관없겠군요.”
그가 처음으로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엘리 님.”
이어진 인사에 나는 티 나지 않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제국에 온 이후, 다른 사람을 이름으로 부른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나를 이름으로 불렀다.
‘절반은 성공한 셈이네.’
나는 사악한 웃음을 숨기며 밝게 말했다.
“신성석, 저희 오라버니께 잔뜩 있어요.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참고로 무엇이든 잘 만드는 일꾼, 까마귀도 함께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