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09)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09화(109/241)
“엘리 님, 그러지 말고 안에서 기다리셔요.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날이 많이 추워요. 옷도 너무 얇고요.”
이바나와 아셀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나도 그들의 생각에 동의했다.
탐욕스러운 어른을 대하는 것만큼 불쾌한 일도 없었다. 하지만…….
‘온몸이 들썩거려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단 말이야.’
슈에츠 공작이 황실 재판에 참여하기 위해 영지를 떠난 것이 바로 오늘이었다.
데미안은 헤론의 수업을 듣는 중이었고, 그동안 나는 제리트 상단의 수입 내역과 제뮈엘 살롱의 업무 보고서를 검토하려고 했지만.
도저히 일에 집중이 되질 않아,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돌아올 때도 됐는데…… 왜 이리 오래 걸리지? 재판이 길어지는 건가?’
리비아가 죽었으니, 현재 제국의 흑마법사는 리칼 포르겔이 유일했다.
황후는 어떻게든 살리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터였다.
‘반드시, 처벌해야만 하는데…….’
걱정하던 난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슈에츠 공작님은 우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우리의 보호자니까.
한결 가벼워진 기분에 자연스럽게 표정이 풀렸다.
그러자 메이가 다가와 내게 두꺼운 망토를 둘러주었다.
“바람이 찹니다.”
그녀를 보며 옅게 웃을 때였다.
“저어…….”
누군가 기다렸다는 듯 내게 말을 걸었다.
“엘리 슈에츠 님, 맞으십니까?”
“그렇습니다.”
“드디어 만나 뵙는군요. 클로비스 라지아트라고 합니다. 전에 인사 차 서신을 보내드렸는데, 혹시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그를 시작으로 앞다퉈 다른 귀족들이 내게 다가왔다.
“루이지 바레투스입니다. 무도회에서 마주쳤었는데, 혹시 기억하십니까?”
“저는 스틴프 벨레이로 입니다. 저희 딸이 무도회에서 엘리 님과 스친 적이 있는데……!”
어떻게든 연을 이어보려는 노력이 가상했다.
하지만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기에, 나는 겁먹은 얼굴로 몸을 움츠렸다.
그러자 뒤편에 있던 라이너 경이 다가와 그들을 막아섰다.
“자네는 누구인가?”
“감히 내가 누구인 줄 알고!”
제지당한 귀족들이 길길이 날뛰었다.
그러자 라이너 경이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엘리 님께 손을 대는 사람은 신분을 막론하고 베어 버리라는 공작님의 명령이 있으셨습니다.”
“무엇이……!”
그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가, 감히 귀족에게…… 일개 기사가……!”
개중에 자존심이 강한 귀족 하나가 질 수 없다는 듯 외쳤다.
‘일이 피곤해지겠네.’
“경, 하지 마세요.”
나는 한숨을 삼키곤 라이너 경의 갑옷 위를 통통 주먹으로 두드렸다.
“까마귀가 너무 많단 말이에요.”
나는 눈썹을 늘어뜨리며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
“어제도 하늘이 잔뜩 어두웠잖아요. 저도 알아요. 공작님께서 까마귀 먹이를 매일 챙겨주시기 때문이라는 걸요.”
그 순간, 하늘에 있던 까마귀 하나가 까악- 하고 울었다.
무의식적으로 하늘을 바라보던 귀족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까마귀가 많다는 건 그만큼 시체가 많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럴 줄 알고 탈룸에게 미리 말을 해놨지.’
물론 그들은 시체라면 질색하는 데다, 온갖 산해진미만 먹는 일족이었지만.
‘눈앞의 사람들은 그걸 모르잖아.’
나는 사악한 웃음을 삼키며 다시금 라이너 경을 올려다보았다.
“경도 까마귀 먹이를 챙겨주시려는 거죠?”
까악!
“물론 공작님께서 최근, 까마귀가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긴 했지만.”
까악 까악!
“좋은 먹이가 있으면 말해 달라 말씀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까아악!
공작을 입에 담는 순간, 까마귀들이 기다렸다는 듯 크게 울었다.
번개 맞은 사람처럼 파드득 몸을 떤 귀족들이 재빨리 뒤로 물러 났다.
“우, 우린 이만 가보지.”
“실례했습니다.”
어찌나 빠르게 도망가는지, 절로 혀가 내둘러질 정도였다.
다들 까마귀 밥이 되긴 싫은 모양이었다.
‘당분간 안 오겠지.’
성공적인 퇴치에 흐뭇하게 웃을 때였다.
‘어?’
아주 미세하지만 땅이 울리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공작성의 문장이 새겨진 마차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헐레벌떡 달려가자 마차가 천천히 속도를 낮췄다.
“공작님!”
하늘에 메아리가 울릴 만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치자 곧 마차 문이 열렸다.
“엘리.”
공작이 미약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이 추운 날씨에 왜 나와 있는 것이냐.”
공작의 날 선 시선에 이바나가 말했다.
“안에서 기다리자고 말씀드렸는데…….”
“또 고집을 부린 것이겠지.”
그가 안 봐도 뻔하다는 듯 못마땅한 얼굴을 했다.
그러면서도 나를 단숨에 안아 들었다. 안테가 기다렸다는 듯 두터운 망토를 건넸다.
‘이 망토도 두꺼운데…… 답답해!’
몸을 들썩거렸지만 공작은 굴하지 않고 핫도그처럼 내 몸을 돌돌 말았다.
꼼짝없이 갇힌 신세가 된 나는 반쯤 포기하고서 공작을 올려다보았다.
“공작님, 보고 싶었어요!”
“흐음.”
공작이 미심쩍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재판 결과가 듣고 싶었던 게 아니고?”
“둘 다요!”
숨길 생각이 없었기에 해맑게 답하자 공작이 픽 웃었다.
“이젠 숨기지도 않는군.”
그가 아프지 않게 내 볼을 꼬집었다.
“그래, 어찌 되었을 것 같으냐.”
“이기셨을 것 같아요.”
“대답이 곧장 나오는구나.”
“그야 공작님이니까요.”
공작이 네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생각대로다.”
“그럼-”
“하지만 엘리. 네가 그를 볼 일은 없을 거다.”
기쁜 마음으로 말을 이으려는데, 공작이 더 빠르게 내 말을 막았다.
“볼 생각은 없었어요…….”
공작이 거짓말하지 말라는 듯 지그시 나를 바라봤다.
“그냥…… 얼굴만 보려고…….”
부모님을 죽인 것도 모자라, 데미안을 고통 속에 헤매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낯짝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궁금해할 만도 하잖아.’
하지만 공작이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건 싫었다.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자 공작이 착하다는 듯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하지 마라. 쉽게 죽일 생각은 없으니.”
일순간 그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데미안의 인생을 뺏고, 함부로 굴렸다. 그보다 더 가혹한 삶을 살아야 계산에 맞는 것이겠지.”
“…….”
“차라리 죽는 것을 바라게 될 것이다.”
섬뜩한 말에 안 그래도 하얗게 질려 있던 기사들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내 뒤편에 있던 하녀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바나와 아셀이 겁에 질린 얼굴로 찔끔찔끔, 이쪽으로 다가왔다.
“엘, 엘리 님께서 들으시기에 너무 거친 내용……!”
“귀를 막아드려야 해……!”
공작의 말이 아직 어린 내가 듣기엔 너무 끔찍한 말이라고 생각한 듯했다.
그 옆의 메이는 늘 그렇듯 무표정한 얼굴로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나를 위해주는 건 고맙지만. 내가 제일 듣고 싶은 말이야.’
나는 공작을 올려다보며 활짝 웃었다.
“역시 공작님이 최고로 잔혹해요! 너무 멋있어!”
그러자 공작의 입매가 삐딱하게 올라갔다.
“역시 슈에츠의 성을 가진 아이답군.”
“당연하죠. 누구 며느리인데.”
나와 공작이 사악한 웃음으로 서로를 마주하자, 이바나와 아셀은 말없이 손을 내렸다.
“식사는 했나?”
그러거나 말거나, 공작은 오늘도 내 밥부터 챙겼다. 누가 보면 굶고 다니는 줄 알겠어.
“공작님이랑 같이 먹으려고 계속 기다렸어요.”
“이러니 서두를 수밖에.”
공작이 한숨을 내쉬면서도 빙긋 웃었다.
내 머리를 쓱쓱 쓰다듬던 그가 성으로 들어가기 전, 뒤편의 기사들을 향해 말했다.
“지하 감옥에 묶어놔라. 죽을듯하면 살려내고, 기운이 돌아오는 것 같으면 다시 고문해.”
기사들 중 누군가가 헉! 하고 겁먹은 숨을 삼켰다.
그럴 만도 했다.
저 말뜻은, 그를 죽음의 문턱까지 몰아붙였다가, 다시 살려내기를 반복하겠다는 뜻이었다.
‘역시 사악해.’
나는 헤헤 웃었고 공작은 나를 고쳐 안으며 성큼성큼 성 안으로 들어갔다.
* * *
타이밍 좋게 데미안과 헤론의 수업이 끝났다.
“오셨습니까, 공작님.”
헤론이 에르하르트에게 인사했다.
엘리는 어서 내려달라며 버둥거렸고, 에르하르트는 말없이 바닥에 아이를 내려주었다.
데미안이 엘리 곁으로 쪼르르 다가왔다.
데뷔탕트 이후, 엘리는 데미안이 꼭 다른 사람 같아 낯설어했다.
그러나 데미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엘리가 기억하는 순둥이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데미안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괜히 저 혼자 신경 쓰는 것 같아 민망해진 엘리는 다시 평소대로 데미안을 대했다.
“수업 잘 들었어?”
엘리의 물음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통통한 뺨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시간 괜찮다면 함께 식사하지.”
에르하르트는 그런 소년을 지그시 내려다보며 말했다.
“……할 이야기도 있으니.”
헤론은 본능적으로 그가 할 말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그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네 사람은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