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13)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13화(113/241)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델란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그의 팔을 붙잡았다.
“이건 아버지가 설계하신 거잖아요. 어떻게 제가 가질 수 있겠어요.”
“그러니 더더욱 가져야 한다.”
“…….”
“내가 네게 남겨줄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을 테니까.”
아델란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그녀는 연신 “말도 안 돼요. 제가 그걸 어떻게……” 하고 중얼거렸지만.
‘리번스 자작의 생각을 알 것 같아.’
책은 지식의 보고가 맞다. 하지만 딸의 오늘을, 가장 가까운 내일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마법서도 빼앗겼으니, 리번스 자작이 죽는다면 아델란은 완전히 혼자가 된다.
“이 제안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군요.”
제리트는 차분한, 그러나 미세한 떨림이 드러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신성석 유통자는 제가 맞지만, 새로운 운송 수단이라면 그에 대한 비용과 인력 면에서도 따져봐야 합니다.”
“예, 이해합니다.”
공손한 대답을 끝으로, 제리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결정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리번스 자작의 마지막 인사와 함께 마차는 공작성으로 출발했다.
마차를 타고 가는 내내 제리트는 심각한 얼굴로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했다.
흐음. 눈을 가늘게 뜨던 난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라버니, 무슨 고민 있으세요? 황궁에 다녀오신 이후부터 표정이 안 좋으세요.”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리트가 희미하게 웃었지만 그늘은 지워내지 못했다.
“그냥 답이 없는 문제를 직면한 것이…… 제겐 너무 버거워서요.”
“…….”
“제가 조금 더 똑똑한 사람이었다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을 텐데.”
그러곤 자조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황후의 제안을 망설이고 있구나.’
대체 무슨 제안을 했길래.
“어떤 문제인데요?”
“그것이…….”
제리트는 고민하는 듯했다. 나는 그의 망설임이 오래가지 못하도록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런 눈빛으로 보시면……!”
흠칫 몸을 떨며 내 눈을 피하던 그가 한숨과 함께 결국 입을 열었다.
“그…… 일종의 수수께끼 같은 겁니다.”
내가 이해하기 쉽게끔 돌려 말하려는 듯했다.
“땅이 하나 있습니다. 무척이나 넓고 비옥한 땅이지요. 그런데 물을 너무 많이 주는 바람에 꽃이 시들고 말았습니다. 이미 시든 꽃을 계속 키울 수 없으니, 전부 뿌리 뽑고 다시 새로운 꽃을 심어야 한다면.”
“…….”
“엘리 님께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무슨 말을 했는지 대충 알 것 같아.’
스나우트 령이 큰 홍수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영지가 파산에 이르렀다는 것 또한.
‘카르티아 황후가 영토 개혁을 핑계 삼아서 새로운 신성석을 공급받으려 했구나.’
신전과 사이가 틀어졌으니, 제리트를 회유하려는 수작이다.
‘이걸 어떻게 막는담.’
제리트 성격상, 다른 사람이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혼자 끙끙 앓을지도 몰랐다.
나는 심각한 얼굴로 으음, 하는 소리를 냈다.
고전하는 줄 알았는지, 그가 미안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엘리 님. 역시 이 문제는-”
“그 땅에, 계속 그늘이 지나요?”
“……예?”
“모든 땅에는 햇빛이 비치잖아요. 물을 많이 줬으면 그만큼 빛을 쬐어주고, 정성껏 돌보면 되지 않을까요?”
제리트의 입이 가만히 다물렸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
“앗, 아니면 설마. 오라버니께서 꽃을 죽이신 건가요?”
“아, 하하…….”
제리트가 어색하게 웃으며 “비슷합니다”하고 말했다.
“있죠, 저희 엄마는 이만-큼 작은 꽃도 아주 열심히 돌보셨어요. 낮은 곳에 있는 것만큼 많이 밟히는 건 없다고 하셨거든요.”
“…….”
“그런데도 꽃이 많이 시들었대요. 그때마다 엄마는 저를 불러서 함께 고민하셨어요. 어떻게 하면 이걸 다시 살릴 수 있을까, 하고요.”
“…….”
“그러니까 저도 함께 고민해 드릴게요!”
내 말에 제리트의 얼굴이 멍해졌다.
“무슨 방법이 생각날지도 모르니까, 함께 고민해 드릴게요. 혼자 끙끙 앓지 마세요.”
제리트의 고요한 눈동자가 짧게 흔들렸다.
그 파도는 순수함에 대한 감탄으로 일렁이다, 종국엔 깨달음으로 퍼져갔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엘리님.”
이윽고 그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웃음의 의미를 알 것 같아서, 난 말없이 웃었다.
* * *
엘리와 인사를 마친 제리트는 곧장 마차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가 향한 곳은 에르하르트의 집무실이었다.
“공작님.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에르하르트가 서류에 고정했던 시선을 들어 제리트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운 방문에 의아해하거나 불편해할 만도 하건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다시 서류로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게다가 집무실엔 헤론도 함께였다. 마치 이 상황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이야기는 잘 끝냈나.”
황후의 부름을 알고 있는 듯했다.
‘역시 공작님이시군.’
제 발로 찾아왔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제리트는 떨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뭐라고 하던가.”
“……황후 폐하께서 제게 동업을 제안하셨습니다.”
“신성석을 넘보는 거군요.”
헤론의 말에 에르하르트의 눈썹이 삐뚤게 올라갔다.
“제대로 숨긴다고 하지 않았나?”
“……죄송합니다.”
제리트가 깊게 고개를 숙였다.
“사과를 듣자고 한 말이 아니네.”
그가 그만하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명색이 독사니, 어쩔 수 없지.”
그의 중얼거림에 제리트가 “예?”하고 되물었지만 공작은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황후가 구체적으로 뭐라고 했지.”
제리트는 카르티아 황후와 나눴던 대화를 그들에게 설명했다.
“스나우트령과 새로운 운송 수단이라.”
에르하르트가 느릿한 숨을 내뱉으며 등받이에 몸을 깊게 기댔다.
“최근 스나우트령 근처에 큰 먹구름이 나타났다지.”
“예. 그 이후, 갑자기 폭우가 내렸고 홍수 사태로까지 이어졌다고 들었습니다.”
“마나의 흐름은. 스나우트 쪽에도 남부 마탑이 있다고 들었는데.”
“폭발적으로 범람했으나, 곧이어 내린 비 때문에 정신이 없어 기록하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자 에르하르트가 조소했다.
“머리를 제대로 굴렸군.”
에르하르트의 중얼거림에 헤론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갑작스러운 홍수 피해를 입은 영지와 때마침 도박에 빠진 영주.
그리고 마나의 흐름을 기록하지 못한 마탑과 사업을 제안한 황후까지.
모든 게 퍼즐이 맞춰지듯 들어맞았다.
스나우트령의 홍수는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황후가 고의로 일으킨 사고가 분명했다.
‘어지간히 절박한가 보군.’
새로운 신성석과 혼인 승인으로 인해 황후와 신전의 사이는 틀어질 대로 틀어졌을 터였다.
신전이 다른 유통처를 찾는다면 그녀의 지지 기반도 무너지게 된다.
그 구멍을 메워 보고자 흑마법으로 다이아몬드 광산도 만들었지만, 그마저도 가짜로 판명 난데다 리칼 포르겔까지 빼앗겼으니 조급함이 극에 달했을 터.
하지만.
“허무맹랑한 계획은 아니군.”
전쟁 후, 제국은 전에 없던 큰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속국들을 잇기엔 물리적인 거리가 너무 멀었다.
교역 상인들이나 담당 상단을 꾸린 귀족들의 배만 채울 뿐, 국고는 그대로였다.
새로운 운송 수단을 만든다면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날 터.
에르하르트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릴 때였다.
“저, 저도…… 새로운 운송 수단의 발명이 제국에 큰 변화를 가져올 거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하면.”
“그, 그러니까…….”
제리트가 답하지 못하고 우물거렸다.
황후의 뜻을 따르겠다 느낄 법도 하건만, 두 사람은 고요한 눈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만들면 좋겠습니다. 아니, 만들어야 합니다.”
제리트의 말에 헤론의 얼굴이 굳었다.
황가는 자신의 이익에 눈이 멀어 제 주군을 죽였다.
그런데 어찌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헤론의 눈동자에 일순간 경멸이 스쳤다.
“아, 아닙니다! 제 말은, 그러니까 만들 수 있다면 저희 쪽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생각은 좋지만 우리에겐 그런 기술이 없지.”
“……있습니다.”
“뭐?”
제리트가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공작님을 찾아뵌 것도 이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