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15)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15화(115/241)
‘그래서 홍수를 일으켰군.’
확실히 아까운 땅이긴 했다. 잘 가꾼다면 교통의 요지가 될 수 있는 곳이니까.
“하지만 마법으로 일으킨 인위적인 홍수다. 땅의 피해도 심각할 텐데.”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제리트 아만타가 오면 복구할 것입니다. 마탑의 협조를 받았거든요.”
그제야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러 영지 수해 복구를 늦추고 있는 것이로군.’
새로운 운송 수단이라.
“하지만 그걸 만들기 위해선 다량의 마나석이 필요할 진데.”
그가 미심쩍은 얼굴로 그녀를 흘겼다.
“그 문제는 어찌 해결할 게냐? 매일매일 마나석을 갈아 끼울 수도 없지 않으냐.”
신성석이면 간단히 해결되었을 문제이건만.
그가 다시 본래의 분노를 떠올리고 혀를 쯧쯧 찼다.
그러자 카르티아가 가볍게 대꾸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눈앞에 있어도 아버지께선 늘 보수적인 방안만 생각하셨죠.”
“그게 무슨 소리냐.”
“새로운 신성석이 발견된 시점에, 신전이 무슨 대수냐고 말씀드린 겁니다.”
카르티아의 말에 라티오넬 백작의 얼굴이 굳었다.
새로운 신성석을 쓰면 된다니.
신전과 완전히 교류를 끊겠다는 뜻이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그 신성석을 발견한 게 슈에츠 공작가의 며느리다. 제리트 아만타를 끌어들인다고 해도 그가 네게 신성석을 줄 리 없지 않으냐.”
“새파랗게 어린아이가 신성석을 어찌 유통하겠습니까.”
“뭐?”
카르티아의 입가에 조소가 떠올랐다.
“실 유통자는 제리트 아만타입니다. 아만타 남작의 외동아들이죠.”
“……그게 사실이냐?”
“뱀들을 풀어 얻은 정보이니 확실할 겁니다.”
그녀가 ‘뱀’을 언급하자 라티오넬 백작도 이번만큼은 조용히 수긍했다.
‘뱀’은 대륙의 소수 일족으로, 그녀가 오랫동안 키워온 수족들이었다.
이 능력이 있는 다른 종족에 비해 그들은 특별한 능력이 없었다.
게다가 사람의 언어를 능숙히 쓰지 못했으니, 제국에 섞여들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쓸모가 있겠다며 그들을 거뒀다.
“제국 건물 대부분은 파이프가 있지.”
-라는 말과 함께.
뱀들은 파이프를 통해 어디든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보안이 뛰어난 저택이라고 해도 파이프를 막자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뱀들이 정보를 빼갈 줄은 꿈에도 몰랐을 테니까.
그렇게 그녀는 무슨 정보든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
“뱀들이 알아온 정보라면 확실하겠군.”
그가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왜 슈에츠 공작가의 며느리에 대해선 말하지 않은 게지? 새로운 신성석도 밝혀지기 전에 말했으면 이렇게 꼬이는 일도 없었지 않으냐.”
“어쩔 수 없지요. 일을 찾아서 하는 것들은 아니니까.”
“흥, 무식한 것들. 이래서 천한 것들이란…….”
그가 혀를 쯧쯧 찼다.
“그래서, 그 제리트란 놈이 네 말에 넘어올 것 같으냐?”
“뱀들의 정보에 따르면, 무척이나 소심한 사람이라더군요.”
“흥. 그럼 꼬여내긴 쉽겠구나.”
심약한 사람만큼 유혹하기 쉬운 것은 없었다.
“그러지 말고 곧장 카지노로 데려가는 건 어떻겠느냐. 불필요한 시간 낭비할 필요 없을 것이다. 이 아비가 도와주마.”
아비라니.
카르티아는 튀어나오려는 조소를 억지로 삼켰다.
‘세상 어떤 아비가 자신의 사생아를 친딸 남편의 첩으로 들이려 하겠어.’
코웃음이 나왔지만 참았다.
아버지가 마음에 들진 않아도 그의 자금과 카지노는 훗날 쓸모가 있을 것이므로.
“괜찮습니다. 그럴 필요 없을 거예요.”
그녀가 빙긋 웃으며 찻잔을 기울였다.
“좋은 말로 구슬려 놨으니, 거절하지 못할 겁니다.”
영주를 잃은 땅과 배곯는 영지민들.
마음 약한 아만타 영식은 그것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걱정 말고 돌아가세요, 아버지.”
그녀가 확신하며 말했다.
자신의 계획은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었다.
레일리처럼 예상치 못한 변수가 아니고서야, 늘 그랬듯 성공했다.
그랬는데…….
“지금, 그게 무슨 말이죠?”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죄송합니다, 황후 폐하.”
카르티아의 맞은편에 앉은 제리트가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새로운 운송 사업에 대한 폐하의 제안을 거절하겠습니다.”
온화함으로 꾸며냈던 얼굴이 점점 뒤틀리기 시작했다.
“이유가 무엇이죠?”
그녀가 날카롭게 되물었다.
“꽃을 다시 심기 위해 땅을 갈아엎는 것보단…….”
“…….”
“아직 썩지 않은 씨앗이 있는지를 먼저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리트 경.”
“죄송합니다, 황후 폐하.”
그녀가 다시 되물었음에도 제리트는 뜻을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단호히 자신의 뜻을 말할 뿐이었다.
‘감히 내 제안을 거절하다니.’
카르티아의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들끓는 살기를 억지로 잠재운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도록 하죠.”
“폐하.”
“이만 돌아가도록 하세요.”
오늘 제대로 뜻을 전하지 않으면 영영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제리트는 다시 입을 열었지만 문이 열리고 기다렸다는 듯 기사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폐, 폐하……!”
“귀한 손님이니, 나가시는 길 안전히 모시거라.”
그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망설이던 제리트는 별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인사를 남기며 제리트는 기사들과 함께 방을 나섰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주먹을 꾹 쥐던 그녀가 곧 테이블 위의 찻잔을 집어 들었다.
화악!
담겨있던 뜨거운 물이 그녀의 장갑을 타고 내려와 드레스를 적셨다.
쨍그랑!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잔이 깨졌다.
“하아, 하아…….”
분노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듯, 숨을 몰아쉬던 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내 제안을 거절하다니.’
보나 마나 그 천한 계집 때문일 것이 뻔했다.
‘착한 사람이라고 비웃었더니, 이런 선택을 할 줄이야.’
예상치 못한 변수에 그녀가 조소를 흘렸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였다.
제 뜻에 따르도록 협박하는 수밖에.
현재 그녀가 알아낸 제리트 아만타의 주요 수입원은 제뮈엘 살롱이었다.
독특한 영업 방식과 신성석으로 만든 마도구로 사교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하지만 살롱은 사교계의 입김이 중요했다.
따라서 제도에 있고 없고가 성공 조건 중 하나였다.
그러니 일단 새로운 곳에 옮겨 심어 주는 것이 먼저겠군.
‘그 계집과 같이.’
그녀가 종을 흔들었다.
사아악.
듣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린 후, 로브를 쓴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네가 해야 할 일이 생겼다.”
그녀가 거울에 시선을 고정한 채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 계집을 이용해야 할 것 같구나.”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걸 바닥에 툭 내던졌다.
“그 아이의 목소리를 담아 오너라.”
그 아이는 죽은 슈에츠 공작부인과 무척이나 닮았다.
특히나, 그 눈동자가.
‘그 천한 계집을 거둔 것도 그 때문이겠지.’
미친 살인귀가 제 부인만큼은 끔찍이 아꼈으니, 그 계집의 목소리를 공작부인의 목소리로 조작한다면.
‘그 계집을 볼 때마다 죽은 공작부인이 떠오를 테지.’
철옹성 같은 태도도 무너지는 건 시간 문 제리라.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죽은 부인이 자꾸만 떠오른다니…….
“상상만 해도 즐겁구나. 그렇지 않니?”
그녀가 음산하게 웃었다.
* * *
며칠 후.
방 안에서 서류를 보고 있던 나는 포옥 한숨을 내쉬었다.
제리트가 분명 마나 기차에 대한 이야기를 공작과 나눴을 텐데, 너무 잠잠했다.
단서라도 있을까 싶어 공작의 집무실을 기웃거려 봤지만 그때마다 안테가 “안 됩니다” 하며 막는 탓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마나 기차는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하루라도 빨리 작업에 착수해도 모자랄 텐데…….
공작은 며칠 전부터 북부의 마물 절벽에 급증한 마물들을 토벌하러 나섰다.
그곳엔 항상 마물이 많았다. 그런데 굳이 지금 이 시기에 나갔다는 건, 설마.
‘광증이 더 심해진 건 아니겠지?’
원작대로라면 그의 광증이 극에 달하는 건 4년 뒤였다.
원작 시기로만 따지자면 아직은 괜찮을 텐데, 도통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니 걱정만 쌓여갔다.
‘맨날 같이 식사했으면서.’
볼을 콕콕 찌르는 건 귀찮았지만, 막상 빈자리가 느껴지니 뭔가 허전하다고 해야 할까.
에효. 나는 테이블에 콩 소리가 나도록 이마를 대었다.
그래. 이렇게 있어 봤자 결정 나는 건 아무것도 없다.
‘헤론과 공작, 제리트까지 함께 있으니 좋은 쪽으로 흘러갈 거야. 반드시.’
나는 굳게 마음을 먹으며 다시 일에 집중했다.
내가 보고 있는 건 제뮈엘 살롱의 판매 내역서였다.
데뷔탕트 이후, 제뮈엘 살롱의 수익은 급증했다.
다이아몬드를 주렁주렁 붙여 준 클로라 웰시 덕분이었다.
‘지금은 사기꾼의 딸이 되었지만.’
매출 상승의 요인은 하나 더 있었다.
다들 아델란을 무시했지만, 그날 또래 영애들은 의외라는 눈빛으로 아델란을 봤다.
맨날 웅크리고 있던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춤추는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웠을 것이다.
‘미래 사교계의 꽃과 친해지길 잘했어.’
흐흐, 하고 사악하게 웃자 옆에서 헤론이 준 과제를 하고 있던 데미안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엘리, 뭐 보고 있어?”
“판매 상승 이유를 따져보고 있었어.”
나는 데미안에게 내역서를 보여주며 말했다.
“데뷔탕트 이후로 제뮈엘 살롱 방문객 수랑 예약 손님 수가 눈에 띄게 늘었어. 클로라 웰시 영애의 다이아몬드 드레스랑 아델란의 드레스 덕분이야.”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아.”
“응? 뭔데?”
내가 놓친 게 있나?
심각한 얼굴로 빤히 쳐다보자 데미안의 얼굴이 점점 빨개졌다.
‘아, 오늘도 부끄러운 복숭아가 나왔네.’
나는 말랑한 뺨을 콕 찔렀다.
따끈하고 말랑거리는 게 꼭 여름 복숭아 같았다.
하, 그래도 데미안과 이렇게 함께 있으니 기분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같이 있는 것도 오랜만이네.’
괜히 장난기가 돌았다.
나는 시무룩하게 어깨를 늘어뜨리며 다시 손을 내렸다.
“왜 그래?”
“아니 이, 그냥 기운이 없어서…….”
우울하게 말하자 데미안이 안절부절못했다.
“어, 어디 아파?”
“음, 머리도 좀 아픈 것 같고 목도 좀, 크흠. 칼칼한 것 같고…….”
“약, 약 가져올게. 잠깐만.”
“그거 말고, 다른 게 필요할 것 같아.”
나는 눈만 끔뻑이는 데미안을 향해 꽃받침 하듯 손바닥 위에 턱을 기댔다.
“데미안이 뽀뽀해 주면 나을 것 같기도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