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16)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16화(116/241)
“뽀…….”
차마 뒷말은 잇지 못한 데미안이 우뚝 굳었다.
입술을 오므린 채 굳어있다. 꼭 데미안 주위로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그러다 탁,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무,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어, 뽀뽀 안 해줄 거야?”
“거, 거짓말. 뽀…… 그게 어떻게 치료제야.”
“아, 머리야…….”
뒷목을 잡으며 축 늘어지자 데미안이 어쩔 줄 몰라하며 허둥거렸다.
철퍼덕 누워 있던 난 그 모습을 보며 킥킥거렸다.
저런 반응을 보이는데, 안 놀리고 배길 수 있냐고.
사실 결혼식 서약 이후, 뽀뽀 같은 건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다.
손만 대도 저렇게 파드득 떠는데, 뽀뽀를 어떻게 해.
그래서 더 장난기가 솟구쳤다.
나는 흑흑 우는 소리를 냈다.
“아이고, 나 죽는다.”
“엘리이…….”
“따악 한 번만 뽀뽀해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아이고, 삭신이야…….”
앓는 소리를 하며 슬쩍 쳐다보자, 데미안이 귀 끝까지 붉게 물들인 채 허둥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내가 꼼짝 않자, 울상을 짓더니 아주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아, 알았어, 할게…….”
“……뭘 해줄 건데?”
“뽀…… 그거…….”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지 말끝을 흐린다. 귀여워서 손가락이 저절로 움찔거렸다.
안 돼. 참아야 해.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웃음을 참아냈다.
스을쩍 몸을 일으키자 데미안이 눈가를 붉게 물들인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 해줄 거지?”
끄덕.
“알았어, 자, 뽀뽀.”
선심 쓰듯 한쪽 뺨을 내주자, 데미안이 머뭇거리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센스 있게 눈을 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쪽.
얼마 후, 뺨에 따뜻한 것이 닿았다가 빠르게 떨어졌다.
실눈을 떠, 데미안을 바라봤다.
이젠 귀 끝까지 붉어져 있었다.
나는 다시 눈을 감고선 “으음”하고 미간을 좁혔다.
“이상하다. 아직 부족한 것 같은데…….”
“엘리이…….”
목소리에 울음기가 가득하다.
이러다 정말 울겠어. 나는 슬쩍 눈을 뜨곤 씩 웃었다.
“아픈 거 다 날아갔다!”
“정말?”
“응, 데미안 덕분이야. 고마워.”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그제야 환하게 웃는다.
‘귀여워……!’
앓는 소리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데미안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렇게 한창 부둥부둥하고 있을 때였다.
“저, 엘리 님.”
노크 소리와 함께 이바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엘리 님께 서신이 왔어요.”
“서신?”
그 말에 난 우뚝 움직임을 멈췄다.
새로운 신성석의 발견자가 나라는 게 알려진 이후로, 제국 내의 귀족들은 모두 내게 서신을 보냈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게 아니면 모두 버려달라고 말했는데.
‘얼마나 중요한 편지길래.’
이바나에게 손을 뻗던 난 봉투에 적힌 글자를 보고 눈을 빛냈다.
진행 상황을 도통 알려주지 않는 어른들 때문에, 나는 아델란에게 몰래 연락을 넣었다.
일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알려달라고.
리번스 자작과 직접 만나는 방법도 있었지만, 황후가 제리트에게 접촉했다.
따라붙는 이들이 우리의 계획을 먼저 눈치채고 리번스 자작의 마법서를 훔치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나는 얼른 서신을 열었다.
많은 내용이 적혀 있었지만 현재 읽은 곳까지의 분량을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제리트 님께서 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이셨다.’
나는 쾌재를 불렀지만, 뒤이어진 내용을 보고 다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버지께 듣기로 모든 마도구 기술자들이 모두 황후 폐하께서 새로 진행하시는 사업에 쏠렸다더군요. 해서 제리트 님의 의뢰를 거절할 수밖에 없다고…….]말도 안 돼.
마도구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마탑의 마법사들이 직접 마법식을 통해 만드는 경우였고, 다른 하나는 마법사들이 만든 설계도를 따라 마도구 기술자들이 만드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신성석을 이용해 마나 기차를 만들려면 마도구 기술자들이 반드시 필요했다.
대륙을 잇는 운송 수단인 만큼, 그 규모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탈룸과 그의 일족들이 있긴 했지만, 예술에도 여러 분야가 있듯이, 검술 제작 기술과 마도구 제작 기술은 아예 다른 분야였다.
게다가 기차 제작은 큰 규모의 영지민들이 모두 힘을 합쳐야만 가능한 규모였다.
기술자들마저 없다면 그 난이도는 더욱 높아진다.
‘기술자 독점이라니.’
이건 생각지도 못했다.
이걸 어쩌면 좋지…….
“저, 엘리 님.”
깊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이바나가 망설이며 뒤편에 감춰놓은 것을 내게 내밀었다.
“사실 엘리 님 앞으로 온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이게 뭐야? ……아.”
묻던 난 보이는 문장에 멈칫 얼어붙었다. 황가의 문장이었다.
문제를 깨닫자마자 이게 오다니.
“독사 답네.”
나는 작게 중얼거리며 봉투를 열었다.
서신엔 나와 데미안을 며칠 뒤열릴 1 황자의 탄신 연회에 초대한다고 적혀 있었다.
‘1 황자 탄신 연회라니.’
너무 속 보이는 초대잖아.
1 황자 파비안은 친어머니인 황비가 죽은 후로 탄신 연회를 열어본 적이 없었다.
사교계에선 크고 작은 파티를 매일 열며 자신의 입지를 키워간다.
황자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이해관계가 통하는 귀족들을 자신의 발아래 두어야 했으니까.
하지만 황후는 ‘사치를 줄여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명목으로 파비안을 고립시켰다.
이번 데뷔탕트 때만 해도 파비안의 얼굴을 본 적이 없으니, 말다 했지.
‘정작 마테오는 아무데나 데리고 다니면서.’
어쨌든 그녀가 나를 1 황자의 탄신 연회에 초대했다.
황가의 초대인 데다가 황제가 공식적으로 날 면죄해 주었으니,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거절할 생각도 없었지만.’
내 앞길을 막은 장애물은 치워야 하는 법이니까.
그리고, 원작대로라면 이번 1 황자 탄신 연회에는 그 사람도 올터였다.
난 곧장 공작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다 멈칫했다.
공작은 지금 마물 절벽에 있다고 했었지…….
‘하지만 또 말없이 행동했다간 혼날 텐데.’
공작의 꾸중이 떠올라서 나는 손가락만 꼬물거렸다.
“혹시 공작님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으셨어?”
내 물음에 이바나가 난처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직은……. 최근 북부 쪽에 마물들이 늘어나서, 복귀가 늦어지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구나…….”
내 표정이 시무룩해지자 이바나가 걱정스럽게 덧붙였다.
“전서구를 보낼까요?”
“아니야. 그러지 마.”
공작이 마물 절벽까지 간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게 만약 광증 때문이라면 내 서신은 그에게 방해가 된다.
“내가 출발한 후에 전서구를 날려줘. 그래도 말씀은 드려야 할 테니까.”
내 말에 이바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엘리 님. 정말 가시려고요?”
“응. 황후 폐하께서 초대하신 거잖아.”
기꺼이 응해드려야지.
‘여러모로 좋은 기회라서.’
나는 빙그레 웃었다.
* * *
1 황자 탄신 연회 당일.
나는 시종의 부축을 받으며 마차에서 내렸다.
데뷔탕트가 끝나고 얼마 되지 않은 데다가, 파비안의 탄신 연회는 갑자기 내린 결정이었을 텐데. 그런 것치곤 연회장은 입구부터 화려했다.
‘황후도 어지간히 쫄�렸나 봐.’
우스운 꼴을 모면하려는 노력이 눈물겨웠다.
예전엔 황실이 마냥 무서웠다.
하지만 그들은 공작님과 데미안을, 내 가족을 위협하려 한다.
덜덜 떨고만 있을 순 없었다.
‘맞서 싸워야지.’
마음속으로 기합을 넣을 때였다.
“엘리 님, 공자님.”
제리트가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그도 황후에게 초대되어 우리는 동행하기로 했다. 호위 기사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슈에츠 공작이 없는 지금, 그는 나의 보호자였다.
‘제리트 얼굴에 그늘이 가득해.’
마도구 기술자 부족 문제로 고민이 많은 듯했다.
“저기 봐!”
“그, 슈에츠 공작가의 며느리라던……!”
나와 데미안, 제리트가 연회장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렸다.
황후와 정면 승부하러 가는 거긴 하지만, 제뮈엘 살롱의 옷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특별히 신경 써 드레스를 맞췄다.
‘마음껏 봐라.’
제국 내에 존재하는 살롱 중, 현재 1위를 달리는 제뮈엘 살롱의 드레스를!
‘게다가 내 옆엔 천사 같은 내 새끼도 있지.’
눈을 뗄 수 없을 거야.
흐뭇하게 웃으며 팔불출 같은 생각을 하던 나는 아차 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1 황자는 말이 좋아 황자일 뿐, 황후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제국인들도 그걸 알았지만 어찌 됐건 황후가 직접 연 연회이니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새로운 신성석을 발견한 내가 연회에 온다는 소문도 퍼졌을 거고.’
그 말은 즉, 다들 나와 친해져 보려고 안달이 났다는 거다.
하지만 기웃거리기만 할 뿐 가까이 다가오지는 못했다.
그날 까마귀를 부른 것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응, 안 돼. 돌아가.’
나는 애처로운 시선을 무시한 채, 옆을 힐끔거렸다.
제리트는 어떻게든 다른 마도구 기술자를 포섭하려는 것인지, 누군가와 이야기 중이었다.
마도구 기술자가 무조건 마탑에 소속되는 건 아니었다.
아주 극소수의 귀족들이 개인 마도구 기술자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만큼 개개인의 특징이 뚜렷했다.
즉,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유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제리트에게 자신의 제작자를 빌려줄 리 없었다. 황후의 눈 밖에 나는 행동일 테니까.
“부탁드립니다, 륀켈트 후작님.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크흠…… 글쎄.”
제리트의 말에 륀켈트 후작이라고 불린 사내가 헛기침을 했다.
‘륀켈트 후작.’
그가 여기 왔다는 건, 그 사람도 왔다는 건데!
바쁘게 눈을 굴릴 때였다.
쨍그랑!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