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18)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18화(118/241)
* * *
레이쿠스와 그의 일족은 뱀 수인이었다.
크고 작은 전쟁으로 영지를 잃은 그의 일족을, 카르티아 라티오넬이 거뒀다.
현 제국 내의 저택은 모두 파이프를 썼다. 파이프를 지나다닐 수 있는 뱀 수인들에게, 삼엄한 경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뱀 수인들은 자신들을 구해준 카르티아가 시키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탄신 연회가 열리기 전, 카르티아는 레이쿠스에게 마나석을 던져주며 이렇게 말했다.
“그 아이의 목소리를 담아 오너라.”
‘그 아이’가 말하는 바는 명확했다.
슈에츠 공작이 함께 입양해, 직접 가족으로 들인 금발의 여자아이였다.
‘한데 그 아이의 목소리를 가져오라니.’
그는 조금 의아했지만 곧 수긍했다.
광증 발현 이후, 대대로 슈에츠가는 대대로 아들을 낳았으니.
그렇게 작고 연약해 보이는 아이가 신경 쓰이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어쨌든 그 아이의 목소리만 담아 오려면, 주위에 아무도 없어야 했다.
그는 파이프로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이동할 수 있었으니, 혼자 있는 틈을 노리기도 좋았다.
‘목소리를 가지고 무엇을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레이쿠스는 그녀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 아이가 마침 혼자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기회는 지금이었다. 레이쿠스는 조용히 엘리를 따라나섰다.
어디를 가는 건지, 엘리는 총총거리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화장실이 어디 있지?”
엘리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흐음. 저쪽으로 가볼까.”
눈앞에 바로 화장실이 있는데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스쳐 지나갔다.
‘쟤 바보 아니야?’
레이쿠스가 헛웃음을 흘렸다.
답답해 미칠 것 같았지만, 저기 있다고 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알아서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주었으니, 일은 쉬워질 터였다.
그렇게 세 번째쯤 반복했을 때였다.
음악 소리마저 희미해졌다.
‘이쯤이면 됐겠군.’
레이쿠스는 다시 사람 모습으로 변해, 조용히 엘리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그 아이가 움직임을 멈추곤 홱 뒤를 돌아보았다.
“……!”
깜짝 놀란 레이쿠스가 움찔 몸을 떨었다.
엘리는 큰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기울였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예? 어…… 그게…….”
뭐라고 말해야 하지? 당황한 그가 곧 자신의 복장을 깨달았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시종의 옷을 입길 잘했다. 잠시 우물거리던 그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길을, 잃으신 것 같아서요.”
그러자 엘리가 짝, 박수를 치고선 눈을 빛냈다.
“아, 그럼 저를 도와주러 오신 거군요!”
생글거리며 웃는 얼굴에 그가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순진하긴.’
하지만 이 멍청한 아이 덕분에 일은 잘 처리되고 있었다.
레이쿠스가 웃으며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연회장으로 다시 모실-”
“하지만 이건 당신의 일이 아니잖아요.”
“……예?”
이어진 말에 그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엘리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당신 시종 아니잖아.”
“……!”
“왜 나를 따라온 거지, 레이쿠스?”
그의 눈동자가 짧게 떨렸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아니, ‘뱀’의 존재는 안다고 치더라도, 그 뱀이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 이 작은 아이가 알 리가 없는데!
입만 뻐끔거리던 그가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대답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음, 일단 모르는 척 하시겠다?”
그러자 엘리가 하는 수 없다는 듯 포옥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내가 알고 있는 걸 말해줘야겠네.”
팔짱을 낀 엘리가 레이쿠스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레이쿠스, 뱀 수인이자 정보 길드 수장.”
“……!”
“그리고 황후 편인 척하는, 1 황자 파비안의 친구. 쉽게 말하면 스파이.”
레이쿠스가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 그걸 어떻게……. I”
경악에 찬 얼굴에 엘리가 씩 웃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오블리에, 그러니까 리비아 포르겔이 파이프와 독사를 언급했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게다가 공작도 황후에게 독사를 언급했지.’
파이프와 독사, 그리고 황후는 무슨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까.
오래전부터 고민하던 나는 불현듯 깨달았다.
원작에선 파비안의 시점으로 정보 수장 레이쿠스가 짧게 등장했었다.
소수 일족이자 뱀 수인인 그들은 오래전부터 카르티아에게 복종해, 정보를 알아왔다.
하지만 황후도 모르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레이쿠스와 1 황자 파비안이 친하다는 거지.’
어렸을 때, 파비안은 황후 쪽 시종에게 맞던 레이쿠스의 일족을 구해준 적이 있었다.
그날 이후, 둘은 친구가 되었고 레이쿠스는 파비안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황후에게 사실과는 다른 정보를 흘린다.
파비안 시점에서 나왔던 ‘독사’ 언급은 너무 빠르게 스쳐 지나갔기 때문에, 나도 처음에는 기억하지 못했다.
‘레이쿠스가 뱀 수인이었으니, 독사는 그들을 지칭하는 줄 알았어.’
하지만 독사는 그가 아니었다.
‘독사는 황후야.’
독이 든 혀로 사람들을 죽이는 독사.
‘공작도 그걸 눈치채고 그녀에게 언급한 것일 테고.’
그 말에 카르티아가 공작의 말에 꼼짝 못 했던 것이 이해가 갔다.
황후가 소수 일족을 억압해, 귀족들의 정보를 얻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반발이 심할 테니까.
내가 모든 정보를 줄줄 읊자, 레이쿠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뱀 수인이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계속 부정할 생각인가 보네.
그럼 그조차도 모르는 정보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당신은 수인이 아니야?”
끝까지 부정하는 그를 보며,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저는 뱀 수인이 아닙니다. 시종으로서 길 잃은 영애를 모셔가려 했을 뿐-”
“하지만 나, 지금 수인의 언어를 쓰는데?”
“……예?”
순간 레이쿠스의 얼굴이 멍해졌다. 나는 그를 향해 또박또박 말해주었다.
“난 수인의 언어를 쓸 줄 알거든. 지금도 수인의 언어를 쓰고 있어.”
“…….”
“그런데 당신과 대화가 통하네?”
내가 빙그레 웃자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당신이 어떻게 수인의 언어를……. 소수 일족이란 정보는 없었는데……!”
믿기지 않는 듯 더듬던 레이쿠스가 뒤늦게 입을 틀어막았다.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그가 내 뒷조사를 했으며 자신이 정보를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연기가 미숙하네. 내가 키득거리자 그가 내 약점이라도 잡은 것처럼 비릿하게 웃었다.
“……나를 협박하는 거야? 너야말로 소수 일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황족에게 소환될 텐데.”
“그럼 나도 같이 말씀드릴게. 네가 교묘히 빗나간 정보만 황후께 바쳤다고.”
“…….”
“더불어 1 황자 파비안과 아주 친밀한 사이라고.”
어때. 그럼 공평하지?
빙그레 웃자 레이쿠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가 먼저 수인의 언어를 할 수 있다고 밝힌 건 레이쿠스가 내 정보를 황후에게 알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는 꽤 오래전부터 내 뒷조사를 했을 것이다.
내가 신성석의 발견자라는 것도, 슈에츠 공작이 신성석을 빌미로 신전에 결혼 허락을 받았다는 것도 전부 알고 있겠지.
‘하지만 황제와 황후는 내가 엄마의 딸이라는 것만 알지, 다른 건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어.’
레이쿠스가 알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교묘하게 정보를 숨겨서 황실에 엿을 먹인 거지.’
황후를 싫어하는 것만큼은 나와 같았다.
그러니 우리는 좋은 동맹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 그럼 어떻게 할래?’
나는 그가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 얌전히 기다렸다.
“……원하는 게 뭐야.”
이윽고 그가 기다렸던 답을 내놓았다.
“정보를 원한다면 줄 수 있지만, 완전히 네 편에 설 수는 없어. 그걸 가지고 협박한다면-”
“잠깐만. 난 내 편에 서란 말은 안 했는데.”
“……뭐?”
“내 요구 조건은 세 개야.”
나는 그의 눈앞에 척하고 검지를 내보였다.
“첫 번째. 지금처럼 교묘히 정보를 숨겨줘. 우리가 뭘 하는지 황후가 알면 안 되거든. 황후의 수작에서 나와 내 가족들을 보호해 줘.”
그리고 손가락을 하나 더 펼쳤다.
“두 번째. 내 의뢰도 받아줘. 당신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데다가 황궁도 드나들 수 있으니까. 아, 정보를 숨기는 건 하지 마. 나도 당신처럼 알고 있는 게 꽤 많거든. 거짓말인지 아닌지 다 알 수 있어. 그리고 세 번째.”
이게 제일 중요했다.
“황후를 배신하지 마.”
“……뭐?”
“지금 상태를 유지하라는 말이 더 정확하겠네.”
카르티아 황후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다.
레이쿠스의 태도가 달라진다면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몰랐다.
나는 멍한 얼굴로 멍청히 서 있는 그에게 어깨를 으쓱였다.
“파비안처럼, 황후에게 밉보이는 친구가 하나 더 늘었다고 생각하면 돼.”
“……만일 내가 거절하면?”
“모든 게 밝혀지는 거지.”
내가 씩 웃자 레이쿠스가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협박으로 친구를 만드는 게 어디 있어…….”
그러나 목소리는 한결 누그러져있었다.
“알았어. 그렇게 하지.”
훌륭한 협상이었다.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낸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보수는 넉넉히 줄게.”
“보수?”
내 말에 그가 얼빠진 얼굴을 했다.
“나한테 의뢰를 맡긴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 그러니까 보수를 줘야지.”
“어?”
“엉?”
뭔가 묘하게 대화가 어긋났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있던 나는 뒤늦게 알아차렸다.
‘황후는 무보수로 레이쿠스를 굴렸구나.’
내 또래처럼 보이는데. 이런 악덕 업주 같으니. 나는 허리에 첫 손을 올렸다.
“일한 만큼 보수를 주는 건 당연하잖아.”
“…….”
“난 황후처럼 악독한 사람이 아니거든. 일한 값은 반드시 쳐주지.”
신뢰는 돈에서 나온다.
이건 그 어떤 곳에 가더라도 변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였다.
“어때. 이 정도면 괜찮은 제안이지?”
당당한 목소리로 말하자 레이쿠스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거래 성사야. 그럼 바로 말해줘. 왜 내게 접근한 거지?”
내 물음에 레이쿠스가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황후가 명령했어. 슈에츠 공작의 광증을 더 악화시키라고.”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를 죽이라거나, 뭐 그런 명령을 내렸을 줄 알았는데.
‘공작의 광증?’
그럼 공작의 광증이 심해진 게 황후랑 관련이 있다는 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