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25)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25화(125/241)
륀켈트 후작은 카르티아의 옛 연인이었다.
하지만 카르티아는 황후가 되기 위해 매정히 연인을 버린다.
그런데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지금껏 사랑하는 사이였다! ……라면 매운맛이 첨가되어 더 재밌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아니었다.
륀켈트 후작은 그저 카르티아에게 굴욕을 안겨주고 싶어 했다.
감히 날 버려? 뭐 이런 심정이었겠지.
‘하지만 성공하진 못했어.’
그가 의문을 가졌을 땐 마나 기차가 만들어진 후였다.
게다가 황후가 리번스 자작의 설계도를 빼앗았다 해도, 세간엔 그들이 스스로 바친 것이라 알려져 있었다.
결국 륀켈트 후작은 복수의 비읍 자도 꺼내지 못하고 퇴장한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기억을 못 하는 게 당연해.’
쓰러진 덕분에 뒤늦게라도 깨달아서 다행이었다.
‘자, 그럼 어떻게 할까.’
그래도 이야기는 잘 통할 것 같았다.
우린 황후를 엿 먹이고자 하는 공통된 목표가 있으니까.
“스나우트 령은 처음 오셨나요?”
“예. 이렇게 좋은 곳인 줄 알았으면 진작 와볼 걸 그랬습니다.”
“아아, 그러셨구나. 자주 오셔요. 고구마랑 감자랑, 호박이 아주 맛있어요.”
내가 일부러 작물 이야기를 꺼내자, 그의 눈빛이 바뀌었다.
목표를 눈앞에 둔 사람처럼.
“홍수로 모든 작물이 떠내려갔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벌써 맛을 보실 만큼 자랐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줄기도 이-만해요.”
과장하듯 손을 벌리자 그의 눈빛이 초조해졌다.
제리트와 헤론이 돌아오기 전에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싶겠지.
‘나도 급한 건 마찬가지지만 서두르지 말자고요.’
그러다 체한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애들이 많이 따 왔는데, 나중에 드릴게요. 꼭 드셔 보세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보다도 작물이 어떻게 그리 빨리 자란 걸까요?”
“응? 방법 같은 건 없는데요?”
시치미를 떼자 후작의 미소에 천천히 금이 갔다.
이제 절반쯤 넘어왔다.
남은 건 스스로 답을 내뱉길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나는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기울였고, 결국-
“제가 알기로 그런 빠른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는 건, 흑마법밖에 없습니다.”
후작이 진실을 이야기했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제대로 모시겠습니다.’
난 씩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흑마법은 황후 폐하께서 쓰신 거잖아요. 그걸 알려주신 게 후작님이시고요.”
“……예?”
그의 눈동자가 당황으로 흔들렸다.
“륀켈트 후작님. 슈에츠 공작님께 왜 바이올렛 다이아몬드를 보내셨나요?”
“……!”
륀켈트 후작의 눈이 크게 뜨였다.
입을 뻐끔거리며 당황을 드러내던 그가 언제 그랬냐는 듯 난처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시 의원의 진찰을 받아보시는 게 좋으실 것 같습니다.”
한 번 쓰러졌다가 일어난 직후였으니, 지금 이 대화 또한 착란으로 잡아뗄 수 있었다.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나는 미리 챙겨 온 물건을 그에게 내밀었다.
이미 누군가가 열어본 듯한 편지 봉투였다.
후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당연하지. 당신이 보낸 거니까.’
“이것이 무엇입니까?”
하지만 후작은 아직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뗄 작정인 듯했다.
“제가 데뷔탕트에 초대된 날, 공작님 앞으로 온 서신이에요.”
한 번 열어보시겠어요?
내가 빙긋 웃자 후작이 인상을 찌푸리며 봉투를 열었다.
“그냥 재, 아닙니까.”
그 안엔 검은 재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이걸 왜 제게-”
“륀켈트 후작님께서 공작님께 보낸 바이올렛 다이아몬드예요.”
“……!”
“정확히 말하면 흑마법으로 만들어낸 가짜 바이올렛 다이아몬드겠네요.”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앞의 재를 바라보았다.
흑마법으로 만들어진 물건은 오래도록 형체를 유지한다. 웬만한 신력으로도 풀리지 않는 것이라, 신관들도 알아채기 어려울 텐데.
‘우리 공작님께서는 그걸 해냅니다.’
륀켈트 후작의 얼굴이 아연해졌다.
‘그 마음, 나도 공감 간다.’
공작 몰래 봉투를 열어보고, 그 안의 재를 보았을 때 내 심정이 딱 그랬다.
“진짜 바이올렛 다이아몬드라면 저리 쉽게 부서질 리 없잖아요. 그래서 생각했죠.”
“…….”
“이 바이올렛 다이아몬드가 가짜라고.”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이란 말씀이십니까.”
음. 아직도 모르는 척하려나 봐.
“륀켈트 영애가 바이올렛 다이아몬드 광산의 소유주인 웰시 영애와 친하게 지냈잖아요.”
“……!”
“그날, 살롱에서 봤거든요. 륀켈트 영애가 함께 있는 것을.”
륀켈트 후작의 얼굴에서 점점 웃음기가 사라졌다. 기왕 한 김에, 쐐기를 박기로 했다.
“클로라 웰시 영애는 허영이 심해요. 바이올렛 다이아몬드를 자랑하고 싶어 어쩔 줄 몰라하더라고요. 륀켈트 영애가 하나쯤 훔치는 건 어렵지 않았을 테고요.”
“…….”
“그리고 무엇보다, 후작님께서 황궁에 대동한 시종이 스나우트 출신이잖아요. 그가 갑자기 영지를 방문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후작의 입술이 굳게 닫혔다. 전부 정답이라는 뜻이다.
다정한 척하던 후작의 눈빛이 완전히 변했다. 본래의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그가 눈빛으로 나에게 묻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알았느냐고.
이상한 질문은 아니었다.
슈에츠 공작은 사방이 적인 사람이다. 악의를 품고 보낸 자들 중 누군가를 고르는 건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 어려운 일일터.
난 그에 대한 답을 해주기로 했다. 내 편으로 끌어들이려면, 내가 아는 정보를 어느 정도 풀어야 했다.
“포르겔이 황족의 개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요. 하지만 모든 게 포르겔의 짓일 거라 의심하는 사람은 없어요.”
“…….”
“해서 질문을 역으로 바꿔봤어요. 황후가 흑마법을 사용했을 거라고 가장 먼저 의심할 사람이 누구일까.”
황후에게 강한 악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
언제든지 물어뜯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현 황후이자 카르티아 라티오넬의 옛 연인, 륀켈트 후작님.”
“…….”
“후작님밖에 없더라고요.”
난 또렷한 눈빛으로 후작을 바라보자 그가 다급히 숨을 들이켰다.
“그, 그걸 어떻게…….”
“글쎄요.”
나는 빙긋 웃었다. 어차피 소설 속에서 봤다고 해봤자 믿어주지도 않을 거니까.
륀켈트 후작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이 일을 황후께 알리실 겁니까?”
“후작님께서 제 제안을 거절하신다면요.”
“원하시는 건, 설마-”
“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도구 기술자들을 저희 쪽에도 빌려주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
“확실한 복수도 보장해 드리죠.”
이건 정말 100퍼센트 확신할 수 있었다.
후작은 잠시 말이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가 본래의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물었다.
“만일 제가 거절한다면 어떡하실 겁니까?”
“그럼, 뭐…….”
음, 생각 안 해봤는데.
당당히 말하던 내가 할 말을 잃자, 후작이 웃음을 터뜨렸다.
“마무리가 좀 아쉽긴 합니다만, 좋습니다.”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지금 좋다고 한 거지?
드디어 마도구 기술자를 손에 넣은 거야? 난 화색을 띠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사합-!”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지요.”
그러나 마지막 말에 푸시식 식어 다시 자리에 앉아야 했다.
돌변하는 내 태도에 후작이 재밌다는 듯 웃었다.
“복수도 좋지만, 저도 생각이란 걸 좀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알지만…….”
제가 좀 급하단 말이죠.
꿍얼거리자 후작이 어깨를 으쓱였다.
“일단 여유롭게 남부를 즐긴 후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좋은 쪽인가요?”
눈치를 보며 묻자 후작이 입을 열었다.
그때였다.
쿠당탕, 소리가 들리더니 제리트와 헤론이 창백한 낯으로 방에 들어왔다.
“흐억, 흐억…….”
제리트가 방금 막 죽다 살아난 사람처럼 숨을 몰아쉬었다.
그 옆에 있던 헤론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미쳤군……” 하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탈룸이 얼마나 잘 붙잡아두었는지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
‘나중에 고맙다고 해야겠다.’
고개를 끄덕이던 나는 뒤늦게 후작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말해달라는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후작은 빙글빙글 웃을 뿐 끝까지 대답해 주지 않았다.
* * *
후작과의 대면이 끝난 후,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잘된 거겠지?’
내 정보만 홀라당 넘어간 거 아니야?
절망하던 난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정보를 들킨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괜찮아. 할 수 있어.
다짐하던 나는 바스락 소리에 다시 정신을 차렸다.
‘내 정신 좀 봐!’
“탈룸!”
작게 속삭이자 커튼 한구석에 몸을 숨기고 있던 까마귀가 모습을 드러냈다.
륀켈트 후작이 누구인지 깨달은 나는 곧장 스크롤을 찾았었다.
하지만 마나 소진으로 쓰러진 나는 더 이상 이동 스크롤을 쓸 수 없었다. 그랬다간 진짜 죽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몰래 전서구를 띄웠고, 탈룸이 스크롤을 통해 이곳까지와 주었다.
바이올렛 다이아몬드였던 가루 재, 그리고 중요하게 쓰일 마나석과 함께.
늘 생각하지만, 정말 고마운 까마귀였다.
“탈룸,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반쯤은 성공했어요.”
까악!
“응? 왜 그래요?”
까악!
탈룸이 갓 잡은 생선처럼 날개를 펄떡였다.
그때였다.
“……엘리의 상태는.”
“잠시 휴식을 취하시면 괜찮을 거라고…….”
멀지 않은 곳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 목소리는…… 공작님이야!’
깜짝 놀란 나는 얼른 탈룸을 커튼 뒤로 숨겼다.
그러곤 재빨리 침대에 골인해 이불을 끌어당겼다.
벌컥!
간발의 차이로 문이 열리고 공작이 안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