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28)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28화(128/241)
벤터스가 무슨 말이냐는 듯 되물었다.
“가둬놓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그 어린것과 제리트 아만타에게 스나우트 영지를 주었습니다.”
“스나우트라면 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다던 그…….”
벤터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최근 마탑의 마법사들이 남부로 이동한 게, 그대 때문이었군.”
“어머나, 허락 없이 행하여서 노하셨나요?”
“그럴 리가.”
벤터스가 너그럽게 웃으며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마탑은 제국에서 제일가는 마법사들이 속해 있는 곳이다.
그런 마법사들이 홍수를 일으켰으니, 쉬이 복구되지는 않을 터.
‘그래서 슈에츠 공작, 그 작자가 이리도 조용한 거군.’
저주받은 땅에서 신성석을 찾아낸 아이가 홍수 피해조차 복구하지 못한다면 무슨 망신이겠는가.
‘새로운 신성석의 가치도 자연스럽게 떨어지겠군.’
슈에츠 공작은 자신의 아이들을 끔찍이 아꼈다. 새로운 신성석이 진짜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선 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을 터.
‘하지만 그 계집의 무능력은 세상에 알려진 후겠지.’
황실은 실패한 결과를 안타까워하는 척하며 다시 스나우트 령을 가져오면 된다.
마법을 이용해 다시 스나우트를 살리면, 황실의 위신도 다시 높아질 것이다.
새로운 신성석의 가치를 떨어뜨림과 동시에 스나우트 령도 다시 가져올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벤터스는 작게 감탄했다.
거슬리는 건 무슨 일이 있어도 치워 버리는 여자다웠다.
‘사근사근한 성격이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 텐데.’
“못 믿으시겠다면 확인해 보셔도 좋습니다.”
그때 카르티아가 말했다.
“제리트 아만타, 그 영식이 운영하는 살롱의 주인이 바뀌었다더군요. 그게 무슨 뜻이겠습니까.”
“확실한 정보인가?”
“뱀이 알아온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뱀을 언급하자 벤터스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황후는 똑똑하군.”
그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입매를 끌어올리며 웃었다.
“황후의 지혜 덕분에 황실이 더 견고해지는 것 아니겠나.”
“과찬이십니다.”
부부가 서로를 향해 가식적으로 미소 지었다.
후후 웃던 카르티아가 말했다.
“폐하, 그러시지 말고 함께 연회를 즐기시는 건 어떠십니까?”
“그대와?”
벤터스가 한쪽 눈썹을 으쓱였다.
내키진 않았지만 황후의 사업계획은 꽤 그럴듯했다. 황제가 함께 한다면 귀족들도 선뜻 투자할 터.
“나쁘지 않군.”
“금방 준비하겠습니다.”
벤터스의 말에 카르티아가 기쁘게 웃으며 종을 울렸다.
이윽고, 연회가 시작되었다.
그 어떤 날보다 신경 쓴 덕분에, 연회장 안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황홀함에 눈을 떼지 못하던 귀족들이 황제 부부에게 고개를 숙였다.
“신의 축복을 뵙습니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카를 후작.”
카를 후작은 저번 1 황자의 탄신 연회에도 참석했다. 불과 한 달 전의 일이었으나 카르티아는 모르는 척 빙그레 웃었다.
슈에츠 공작의 등장이 얼마나 치욕스러웠는지를 알기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폐하.”
귀족들도 함께 마주 보며 웃었다. 연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연회장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황궁 파티시에가 만든 음식이라지요. 그래서인지 역시 맛이 뛰어나군요.”
“연주하는 저 사람들은 황후 폐하께서 후원하시는 악단이라고 들었습니다.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입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찬사에 카르티아는 전에 없는 행복을 느꼈다.
그래. 황후란 원래 이런 자리였다. 모두에게 칭송받으며 우뚝 설 수 있는 자리.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러니 더욱 견고히 기반을 다져야 할 때였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사업 이야기를 꺼내려던 순간이었다.
“최근 스나우트 영지에 큰 홍수 피해가 났었더군요.”
뾰족한 목소리에 그녀의 미소가 우뚝 굳었다.
한 사내가 만들어낸 미소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때 자신의 약혼자였던 륀켈트 후작이었다.
카르티아도 륀켈트 후작을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제국에서 제일 높은 곳에 앉고 싶었다. 그 욕망은 오랜 연인을 가차 없이 버리기에 충분했다.
“륀켈트 후작. 오랜만이군요.”
카르티아가 언제 굳었냐는 듯 반갑게 웃었다.
과거 두 사람이 연인 관계이긴 했으나,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이렇게 마주 보고 웃을 수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황후 폐하.”
륀켈트 후작이 부드럽게 인사했다.
“어머나, 피부가 한층 까매지신 것 같습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스나우트 령의 햇빛이 워낙 심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관계를 밝히지만 않았을 뿐, 두 사람의 관계는 절대 좋다고 말할 수 없었다.
옆에 있던 귀족이 물었다.
“오오. 후작님께선 스나우트 령을 다녀오셨다더군요.”
“피해가 심하다고 들었습니다.”
“농작물이 다 사라졌다지요.”
귀족들이 앞다퉈 질문했다.
스나우트 령은 전에 없던 홍수로 모든 농사 터전이 망가진 곳이었다.
게다가 그 새로운 신성석을 발견했다던 슈에츠 공작의 며느리가 이복 오라버니와 함께 그 영지를 맡게 되었으니,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예. 최근 큰 재해가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작지만 도움이 되고자 구호물자를 보냈습니다.”
“그 정도로 심각한가요?”
“세상에. 그 큰 땅이 어쩌다…….”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군요.”
귀족들이 탄식했다.
주도권을 빼앗기자 벤터스가 미간을 좁혔다. 그의 심기를 눈치챈 카르티아가 재빨리 말했다.
“그래도 그 아이가 있으니, 괜찮지 않겠습니까.”
“그 아이라면…….”
“슈에츠 공작의 며느리 말입니다. 저주받은 영지에서 새로운 신성석을 발견한 아이니, 재해를 입은 영지를 살리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겠지요.”
“확실히…….”
“맞는 말씀이십니다.”
귀족들이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성석을 언급했으니 그 계집에 대한 기대도는 올라간다.
그만큼 실패했을 때의 타격도 클 터. 그녀가 입매를 끌어올리며 웃을 때였다.
“맞는 말씀입니다, 황후 폐하.”
륀켈트 후작의 동조에 카르티아의 얼굴이 굳었다.
“슈에츠 공작가의 며느리와 아만타 영식에게 스나우트 령을 맡기신 건 아주 좋은 선택이셨습니다.”
“어머, 무슨 변화가 있었나요?”
귀족들의 물음에 륀켈트 후작이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지.”
후작이 카르티아를 바라보며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나우트 령이 본래의 비옥한 영토로 돌아오고 있더군.”
“……!”
“재해로 잃었던 손해를 메꾸고도 남을 만큼, 수확량도 어마어마하다네.”
“저, 정말요?”
“말도 안 돼!”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탄성을 터뜨렸다.
“정말 그분께 어떠한 힘이 있나 봐요.”
“그러니 새로운 신성석을 발견하신 거겠죠.”
“어쩜, 정말 대단한 능력이네요.”
후작에게 몰려드는 질문 세례와 함께 엘리에 대한 찬사는 연회가 끝날 때까지 시들지 않았다.
그렇게 카르티아는 새로운 운송수단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못 했다.
연회가 파한 후,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벤터스가 노성을 터뜨렸다.
“자신 있다고 하지 않았소!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이요!”
“…….”
“영지를 살려낸 것으로도 모자라, 작물도 다시 키워냈다니. 이제 무슨 핑계로 스나우트 령을 받을 수 있겠소! 친히, 그 영지를 선물해 준 셈이군!”
벤터스의 분노에도 그녀는 입도 뻥긋하지 못 했다.
말도 안 돼. 땅속의 마나를, 그 아이가 어떻게.
“내 이럴 줄 알았지.”
그녀의 침묵에 그가 빈정거리기 시작했다.
“애당초 황후가 그 아이를 데뷔탕트에 초대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그러자 카르티아의 입매가 우뚝 굳었다.
“그게 어찌 제 탓입니까. 모든 일의 원인은 리칼 포르겔과 리비아 포르겔이지 않습니까!”
“그 둘이 슈에츠 공작에게 잡힌 것이 모두 내 탓이란 말이오?”
벤터스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황후는 꼭 이런 식이지. 그러니 내가 황후를 완전한 황족으로 받아 들일 수 없는 거요.”
“어, 어찌 그런 말씀을!”
“혹시 아나? 내가 황후를 부인으로 인정했으면, 마테오가 치유력을 가지고 태어났을지도 모를 일이지.”
2 황자 마테오가 치유력을 가지지 못하고 태어났음을 비꼬는 말이었다.
“치유력은 온전히 황실의 능력이지 않습니까! 그것이 어찌 제 잘못이란 말입니까!”
“그러니 그 여인만 붙잡아 두었으면 될 일 아니오.”
“……!”
“당신 동생이 쓸데없는 짓을 해선…… 쯧.”
그가 노골적으로 혀를 차자 카르티아의 표정이 우뚝 굳었다.
테이블 밑으로 옷자락을 꾹 쥐었다.
‘애당초 그 아이를 첩으로 들인 게 누구인데!’
손등에 핏줄이 도드라질 정도였으나 그녀는 감정을 가다듬으며 슬픈 미소를 지었다.
“……그 아이는 제 동생이 아닙니다. 그 천한 아이를 제게 붙이지 말아 주세요.”
보는 사람이 안쓰러울 정도로 씁쓸한 얼굴이었지만 벤터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카르티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만 가보지. 황후와 더 있다간 험한 말이 나올 것 같으니.”
노골적으로 헛기침을 내뱉은 그가 자리를 떠났다.
쿵.
큰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하!”
비웃음을 토해낸 카르티아가 닫힌 문을 노려보았다.
감정을 다스려야 했다. 이건 귀족답지 못한 자세였다.
그러나 분노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슈에츠, 슈에츠.
그 빌어먹을 슈에츠!
그녀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잔을 내던졌다.
쨍그랑!
잔이 깨졌으나 그녀의 화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아아악! 슈에츠! 그 빌어먹을 자식!”
그녀의 노성이 굳게 닫힌 문 너머로 퍼졌다. 그리고 파이프 안까지도.
레이쿠스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 손안에 들린 스크롤을 찢었다. 그 순간.
누군가 그의 어깨를 강하게 잡았다. 그러곤-
“어땠어? 응?”
하며 짤짤짤 흔들었다.
“얼른! 얼른 말해봐! 얼마나 개판이었어? 내 목소리를 구해오란 말은 없었지? 응?”
엘리가 눈을 빛내며 그를 재촉했다.
“잠깐, 나, 속이, 울렁거려…….”
이동 스크롤이 몸에 잘 받지 않은 듯 레이쿠스가 입을 틀어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