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37)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37화(137/241)
“에, 엘리!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니!”
백작 부인이 다급히 엘리의 말을 부정했다.
흡사 경악과도 같은 소리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
마르시프 백작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자 백작 부인이 눈치를 보듯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누가 들으면 우리가 널 굶긴 줄 알겠구나. 네가 원체 입이 짧은 아이라 통 먹질 않았기 때문이잖니.”
“하지만…….”
“예민한 너를 위해 비비안이 직접 요리까지 해준 적도 있잖아. 기억 안 나니?”
“……기억나요.”
엘리가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이자 백작 부인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래, 그런데 넌 끝까지 먹지도 않고 남겼잖니. 그때 비비안이 얼마나 서운해했는데.”
“…….”
“그래도 비비안 언니는 네게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았어. 그것도 기억나지?”
“네…….”
엘리가 눈썹을 축 늘어뜨리자 백작 부인의 태도가 더욱 기고만장해졌다.
“하지만 베티처럼 배가 아파서 어쩔 수 없었는걸요…….”
“……뭐?”
“다 같이 먹었는데, 저 혼자만 남겨서 죄송해요. 그때 언니에게 바로 사과했어야 했는데 제가-”
“에, 엘리!”
백작 부인이 다급히 부르며 말을 끊었지만, 이미 모두의 귀에 들어간 후였다.
부인들의 눈빛 속, 경멸이 지어졌다.
“아, 아, 아닙니다! 그건…… 그러니까……!”
부인이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더듬거리다 록시를 노려보았다.
날 선 시선에 록시가 황급히 머리를 굴렸다.
그 순간, 비비안과 백작 부인이 지나가면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옷을 두껍게 입히는 게 좋겠어요. 그래야 더 통통해 보일 테니까요.”
“그래. 적당히 껴입히면 뺨도 발그레 해 보일 테니, 더 좋겠구나.”
그래. 옷을 껴입었다.
옷을 잔뜩 입었다면 속이 답답한 것도 설명이 될 터.
단서를 얻어냈다고 자신한 록시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옷을 두껍게 입었으니 속이 답답한 게 당연하지. 옷을 벗으면 훨씬 시원해질-”
“옷을 두껍게 입혀요?”
그때, 클로비스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록시의 말을 끊었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아이들에게 옷을 껴입혔단 말씀입니까?”
“그러다 더위라도 먹으면 어쩌려고요.”
부인들의 힐난에 록시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자신이 생각한 반응과 너무나 달랐다.
“오, 오해이십니다! 이건, 그러니까……!”
백작 부인이 강하게 부정할 때였다.
“무슨 일입니까?”
소란을 감지한 마르시프 백작이 그들 쪽으로 다가왔다.
그의 뒤편엔 사업 이야기를 나누던 귀족들도 함께였다.
‘이대로라면 아버지에게 미운털이 박힐 거야!’
당황한 록시가 아무런 말이나 떠오르는 대로 내뱉었다.
“제뮈엘! 제뮈엘 살롱에서 디자인한 겁니다.”
“제뮈엘?”
“예. 제뮈엘 살롱에서, 아, 아이들에게 입힐 드레스를 만들어달라 했는데, 이런 옷을 디자인해준 겁니다. 저, 저희는 그저 제작된 대로 입혔을 뿐입니다.”
제뮈엘 살롱은 현재 제국 내에서 가장 인기 많은 살롱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유명한 곳이, 더운 기후인 서부를 염두에 두지 않고 옷을 디자인했다니.
부인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죄송합니다. 저희도 잘 알아보고 입혔어야 했는데…… 모두 제 불찰입니다.”
백작 부인이 빠르게 사과했다.
머리를 숙이는 건 굴욕적이었으나, 이것으로 넘어갈 수 있다면 오히려 다행인 일이었다.
“크흠. 부인, 내 그런 건 잘 신경 쓰라고 하지 않았소.”
“……죄송합니다, 백작님.”
백작이 불쾌한 목소리로 부인을 탓했다. 겨우 이런 일로 소란을 일으킨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드레스에 대한 책임은 내가 나중에 살롱에게 물을 테니, 이만하고-”
“거짓말.”
그때였다.
엘리의 맑은 목소리가 돌아서려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았다.
“아이들 드레스는 제뮈엘 살롱에서 디자인한 게 아니잖아요.”
백작 부인의 낯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제 좀 넘어가려나 했는데, 또 트집을 잡다니……!’
부인이 애써 화를 다스리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니? 우리는 아이들에게 최고로 좋은 옷을 해 입혔어. 아이들 옷이 제뮈엘 살롱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면 어디겠니.”
“하지만 제뮈엘은 아이들이 입을 옷을 이렇게 대충 만들지 않는걸요.”
“엘리, 너 또 거짓말을 하는구나.”
그때였다.
행사 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비비안이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한바탕 크게 분노했는지 비비안의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녀가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거짓말쟁이로 몰아야 해. 엘리를 이곳에 부른 것도, 그들이 진행하는 사업을 망치기 위해서잖아!’
엘리의 신뢰도를 떨어뜨려야 황후 폐하께서 이득을 얻는다.
반드시 성공해야 했다.
화를 가라앉힌 그녀가 슬픈 얼굴로 물었다.
“엘리, 제뮈엘 살롱에 가본 적이 있니?”
“네…… 자주 가봤어요.”
“그래? 그것 참 이상하구나. 내가 살롱을 운영하는 레이디와 무척이나 친하거든. 하지만 네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단다.”
“레이디요?”
엘리가 처음 듣는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러자 비비안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역시. 살롱의 레이디를 본 적이 없는 게로구나.”
“…….”
“제뮈엘 살롱의 오너도 모르는 네가, 우리가 준비한 옷이 제뮈엘 것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겠니.”
“…….”
“또 거짓말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려는 거라면 그만두렴. 네 어머니 일은…… 우리에게도 무척이나 상처였단다.”
쓸쓸한 그녀의 말에 지켜보던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듯 웅성거렸다.
저 아이는…… 그 유명한……설마 거짓말을…… 하지만 그럴 리가…….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마르시프 백작은 남몰래 이죽거렸다.
‘역시 내 딸 비비안이군.’
그들은 엘리의 첫 번째 가족이었다.
엘리가 슈에츠의 성을 받기 전, 어떤 아이였는지 제일 잘 아는 사람.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초대한 보람이 있어.’
이대로 저 아이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간다면 황후 폐하께서 기뻐하실 터.
눈빛을 번뜩인 마르시프 백작이 언제 그랬냐는 듯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엘리. 넌 항상 거짓말을 습관적으로 했지. 언니, 오빠가 그래서는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말을 해도, 항상 거짓말을 했다.”
“…….”
“달라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여전하구나.”
그가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쯤이면 예전처럼, 눈물을 뚝뚝 흘리며 죄송하다 말하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거짓말쟁이는 비비안 언니인걸요.”
그러나 엘리는 너무나 순수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제뮈엘 살롱의 오너는 레이디가 아니에요.”
그러다 짝, 박수를 치며 생글생글 웃었다.
“아아, 비비안 언니께서는 제뮈엘 살롱에 가보지 않으셨나 보군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살롱의 주인은 당연히 레이디지! 그럼 누구란 소리니?”
“거짓말한 사람은 비비안 언니예요.”
“아니야! 분명 똑똑히 들었어! 살롱의 주인은 여자라고 다른 영애들이-!”
거기까지 말하고서, 비비안은 다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살롱을 가보지 못했냐고 묻는 말에 화가 난 나머지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엘리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녀는 제뮈엘 살롱에 가지 못 했다.
살롱의 예약이 워낙 밀려 있는 탓이었다.
‘하지만 분명 주인이 여자라고 했단 말이야! 여자가 아니면 대체 누구란-‘
그녀가 초조함에 입술을 짓씹을 때였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단호한 목소리에 사람들이 뒤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제리트가 굳은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늘 서글서글했던 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확연히 달라진 태도에 사람들이 멈칫했다.
그때, 제리트가 비비안을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 이 아이들이 입은 옷을, 제뮈엘에서 디자인했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예, 예. 맞습니다.”
“하.”
그러자 제리트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거짓말쟁이는 마르시프 영애, 그대로군요.”
“뭐, 뭐라고요?”
“아이들의 옷은 제뮈엘 살롱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걸 경이 어떻게-”
“제가 제뮈엘 살롱의 주인이니까요.”
“……!”
비비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마, 말도 안 돼. 하지만, 주, 주인은 여자라고…….”
“황후 폐하께서도 제가 오너임을 알고 있으실 텐데, 모르셨나 보군요.”
제리트가 살롱의 주인이라는 사실은 대외적으로 비밀에 부쳐온 일이었다.
즉, 이 말은 황후의 측근처럼 굴며 엘리를 향해 시비를 걸던 마르시프 백작가 모두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것도 몰랐냐는 어조에 마르시프 백작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살롱에서 만들어지는 드레스는 모두 제가 직접 검수합니다.”
제리트가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런데 이렇게 더운 날씨에, 아이들에게 옷을 껴입히시다니.”
“그, 그건…….”
“거짓말까지 하면서, 그런 말도안되는 생각을 한 것은 누구입니까?”
비비안이 더듬거릴 때였다.
“얘들아, 덥지?”
엘리가 아이들에게 손부채질을 해주며 울상을 지었다.
“언니가 너무 더우면 옷을 벗고 있어도 된다고 했잖아.”
“하지만…….”
“부인께서 다시 입히셨는데……. 꼭 입고 있어야 한다고…….”
“서부에선 두껍게 옷을 입는 거랬어.”
아이들이 혼란스러운 듯 울상을 지었다.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던 클로비스가 말했다.
“영애가 만난 친구들이 이 아이들이었군.”
“네. 너무 더워 보여서, 제가 옷을 벗겨줬거든요. 그런데 왜 다시 입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엘리가 울상을 지었다.
“안 그래도 베티는 아토피가 있어서,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어야 하거든요.”
그러며 마르시프 사람들을 올려다보았다.
“설마 모르셨나요?”
엘리의 물음에 마르시프 백작가의 사람들 모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