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39)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39화(139/241)
‘다 알고 있다는 눈빛이야.’
입을 뻐끔거리던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웃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 웃음기는 지워지지 않았다.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떡하지.’
자연스럽게 상황을 이끄는 건 내가 제일 잘하는 방식이었다.
영악하게 구는 아이는 어른들이 싫어하니까.
‘그런데 내 계획이 다 밝혀졌어. 반감을 살 게 분명해.’
당황한 내가 입을 딱 다물자 그녀가 인자하게 웃었다.
“이런, 영애를 곤란하게 하려고 한 말이 아닌데, 내가 말을 잘못했군.”
“……그럼.”
“영애의 생각이 나쁘지 않다는 뜻이야. 왕국과 제국을 잇는 이동 수단이 나오면 제국을 넘어, 대륙이 전례 없는 광영을 누리겠지.”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게 없어도 제국은 이미 큰 번영을 누리고 있어. 그렇지 않니?”
난 말없이 손만 꼬물거렸다. 내 고개가 점점 아래로 떨어질 때였다.
“그리고 솔직히 난 이동 수단보다도 사람을 위해 힘써주는 사람이 필요해서.”
“……예?”
이어진 말에 난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녀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내 눈엔, 그 사람이 영애 같더구나.”
“……제가요?”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멍하니 눈만 깜빡였다.
“그래. 게다가 영애는 이미 제뮈엘 살롱이 누구의 것인지 알고 있었잖니.”
멈칫.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테리드, 그 아이가 내 손녀딸이란다.”
“……!”
테리드는 제리트를 대신해 제뮈엘 살롱을 임시로 맡아준 사람이었다.
‘혹시 몰라서 가족 관계까지 다 조사했지만, 테리드는 고아라고 들었는데.’
그런데 그 사람이 클로비스의 손녀였다니.
내가 당황하자 그녀가 후후 웃었다.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손녀처럼 키웠단다. 내 가족이나 다름없지.”
“아…….”
“그런데 그 아이가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로도 계속 제국에 남아있겠다 말하길래, 의문을 갖던 참이었지. 살롱 일은 솔직히 그 아이와 어울리지 않거든.”
“…….”
“이유를 물으니, 영명한 주인들 밑에서 사업을 배우고 싶다더구나.”
“…….”
“아, 물론 주인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어. 하지만 제뮈엘 살롱이 무슨 옷을 만드는지는 알 수 있지.”
그녀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고객에게 맞춰서 디자인한다는 걸.”
“…….”
“자주 살롱에 드나든다고 해도, 오너가 남자인 건 알기 어렵지. 하지만 영애는 그걸 알고 있지 않았니.”
“…….”
“그러니 테리드가 말한 영민하신 분 중 하나가 영애라고 짐작했지.”
클로비스가 빙그레 웃었다.
“아이들을 구해냄과 동시에 나쁜 어른들을 처벌하기까지 했구나. 참으로 대단해.”
그 말에 나는 입술만 오물거렸다.
나를 힐난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오히려 잘했다고, 무척이나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는 것만 같았다.
가슴이 둥둥 뛰었다. 그녀가 꼭 승낙을 말할 것만 같았다.
“그럼-”
“남은 일은 어른들의 일이니, 제리트 님과 함께 이야기해야지.”
“아……!”
이렇게 애태우기 있냐고요! 당황한 내가 나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내자 그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좋은 소식이 들려올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그녀가 인자하게 대답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을 신경 쓰는 영애의 마음은 알 것 같으니.”
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챈 건 그로부터 며칠 후의 일이었다.
나와 제리트가 남작 부인과 함께 온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제리트 님.”
그에게 서신 하나가 도착했다.
“이, 이건……!”
문장을 확인한 제리트의 눈이 커졌다.
그 서신엔 새로운 사업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다는, 오터스 왕국의 클로비스의 말이 담겨 있었다.
* * *
“……그래서 모두 슈에츠 쪽으로 돌아섰다고?”
“……예.”
레이쿠스의 대답에 황후 카르티아는 잔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호흡을 애써 가다듬은 그녀가 천천히 붉은 입술을 달싹였다.
“왕국 출신의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는데, 이 모든 게 사실이겠지.”
“……그렇습니다.”
“겁도 없구나. 제국의 황후인 나와 비슷한 사업을 꾸릴 생각을 하다니.”
그녀가 비릿하게 웃었다.
“그쪽 진행 상황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스나우트 령의 사람들이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예상 기간은 6개월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그래? 마침 잘됐구나.”
그녀가 붉은 입술을 끌어올리며 웃었다.
“때마침 우리도 6개월 후, 모든 게 완성되지.”
그녀가 찻잔을 기울였다. 붉은 액체가 테이블 위, 놓인 대륙 지도를 물들였다.
“발표회 시기에 맞춰 사람들에게 초대장을 보내야겠어.”
제국에서 보낸 초대장과 슈에츠 공작가에서 온 초대장.
제국과 척을 지고 싶지 않은 이상, 누구의 초대에 응할지는 자명했다.
그녀가 붉은 입매를 끌어올리며 웃었다.
어느새 지도는 흥건히 젖어 있었다.
* * *
“그래? 그렇단 말이지?”
레이쿠스에게 모든 전말을 전해 들은 나는 코웃음을 쳤다.
“6개월 후라. 우릴 뭘로 보고.”
마도구 기술자들과 신성석, 그리고 스나우트령의 사람들과 고아원 아이들.
그리고 마도구 기술자들과 신성석의 결합 덕분에 제작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 속도라면 세 달 안에 완성될 거야.’
그럼 원작의 치차론 기차보다 더 빠르게 완성할 수 있을 터였다.
‘게다가 쪽수로 따지자면 우리가 더 유리하거든.’
서부의 륀켈트.
동부의 클라이더.
북부의 슈에츠.
남부의 스나우트.
그리고 대륙 너머 오터스 왕국과 그 외 다른 영지들까지.
나는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내 앞엔 탈룸과 그의 일족들이 있었다.
“존경하는 대장장이 여러분, 대륙 최고의 기술을 가진 여러분께 부탁드릴 게 있어요.”
[무엇이든 말해라, 은인.]“드디어 선로를 놓을 때가 온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선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해요. 하지만 제국 너머까지 선로를 놔야 해서, 좀 고될 수도 있는데. 괜찮을까요?”
내 물음에 탈룸과 그의 일족이 씩 웃으며 말했다.
[고된 일만큼, 우리가 제일 잘하는 일은 없지.]그 자신만만한 태도에 나는 씩 웃었다.
* * *
3개월 후.
여러 귀족들에게 제리트 아만타의 이름으로 서신이 도착했다.
예전 같았다면 그냥 가볍게 무시했겠지만, 현재 그는 제국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남녀노소 쓸 수 있는 패드를 발명한 사람이자 새로운 신성석 유통자.
게다가 제국 최고의 인기인 제뮈엘 살롱의 오너.
몇몇 이들은 남자가 무슨 살롱이냐고 힐난했지만, 지금까지 오너임을 숨겼던 사람이 아이들의 학대를 밝히기 위해 정체를 드러냈다.
마르시프 백작가에서 분노하던 그의 모습은 인간적인 호감까지 사기에 충분했으니, 제리트의 이름으로 온 서신을 거부할 귀족들은 없었다.
게다가 서신에 적힌 장소는 남부의 스나우트령이었다.
홍수 피해로 미래가 보이지 않았던 영지는 완벽히 복구됨과 동시에 모든 작물이 비약적으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축복받은 땅이 된 것이었다.
“그 영지에서 새로운 연회를 연다니.”
“너무 화려할 것 같아요!”
사람들은 기쁜 마음으로 스나우트 령을 찾았다.
홍수 피해를 겪었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넓은 들판.
푸르게 돋아난 잎사귀와 꽃들,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까지.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저절로 들뜨게 만들었다.
“완벽히 복구되었다는 말이 정말이네요!”
“햇빛이 너무 좋아요!”
귀족들이 기뻐하고 있을 때, 격식 있는 의복을 갖춰 입은 제리트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초대해 줘서 고맙군요.”
함께 인사하던 귀족들이 문득 의아함을 느꼈다.
제리트는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다.
장발을 하나로 묶고, 늘 쓰던 것보다 조금 작은 안경을 착용했다.
그런데 평소와는 조금 달라 보였다.
그는 항상 자신의 체구보다 조금 크게 입고 다녔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체형에 딱 맞춰 디자인한 옷을 입었다.
그래서일까. 유독 선이 얇은 그의 미모가 두드러져 보였다.
게다가 제국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사업 수단까지 갖췄다고 생각하니, 지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그때, 제리트가 한 귀부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터스 왕국의 귀족, 클로비스 루디아였다.
그녀가 손을 올리자 제리트가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안내를 도와드려도 될까요?”
지그시 바라보는 제리트의 눈빛에 몇몇 귀부인들이 기쁨의 탄식을 흘렸다.
“크흠!”
남자들 몇몇이 불편한 듯 헛기침을 했다.
묘한 얼굴로 뒤편을 힐끔거린 클로비스가 작게 속삭였다.
“이것도 영애의 계획 중 일부인가?”
“……예?”
제리트가 당황하자 클로비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사랑스러운 그대의 여동생 말일세.”
“……아.”
어떻게 알았냐는 듯한 찰나의 음성이었다.
클로비스가 웃으며 알 만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 제리트의 모습은 호감형이었으니까.
“손이 너무 떨리기에 혹시나 했지.”
그녀가 귀엽다는 듯 웃었다.
나름 자연스럽게 하려고 연습도 했는데, 모두 들켰다는 생각에 제리트의 귀 끝이 빨갛게 물들었다.
“그,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제리트는 얼굴이 빨개진 걸 들키지 않기 위해 귀족들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클로비스가 후후 웃었다.
귀족들은 이동하는 내내 연회장 내부를 상상했다.
스나우트 백작 성도 규모가 꽤 되었으니,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뭐죠?”
“여기가…… 연회장인가요?”
제리트가 안내한 곳은 멀지 않은 야외 공간이었다.
티타임을 즐길 수 있도록 테이블이라도 놓여 있을 줄 알았는데,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앞쪽엔 마차 선로처럼 보이는 것이 길게 늘어져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뒤편엔 마차 플랫폼처럼 보이는 장소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가운데가 터널처럼 뻥 뚫려 있어 기괴한 인상을 주었다.
화려한 연회를 기대했던 귀족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게 연회라고요?”
“크홈. 내 얼마나 좋은 연회일지 기대했더니…….”
“잘못 찾아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군요. 스나우트의 경관만 보고 돌아가야겠어요.”
사람들의 불만에 당황할 법도 하건만, 제리트는 웃는 낯으로 말했다.
“오늘 이곳에는 저희가 새로 추진한 사업에 투자해 주신 감사한 분들도 함께 계십니다.”
그가 몇몇 사람들에게 눈짓으로 인사했다.
“현존하지 않는 것을 만드는 것만큼, 큰 모험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를 믿고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며 뒤편, 마차 플랫폼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여, 여러분들을 이곳에서 모시고자 합니다.”
그가 말함과 동시에 터널 속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큰 증기를 하늘로 쏘아 보내는듯한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