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40)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40화(140/241)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소리에 깜짝 놀란 귀족들이 파드득 몸을 떨었다. 누군가는 바닥에 철퍼덕 엎어지기도 했다.
그때였다. 어두운 터널 속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다랗고 단단해 보이는, 군데군데 창문이 달린 어떤 것이었다.
마차보다 큰 데다가 처음 보는 외양이 알 수 없는 위압감을 안겨주었다.
외부엔 꽤 실력 있는 조각가가 공을 들인 듯, 정교한 세계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저, 저게 대체…….”
누군가 멍하니 중얼거릴 때였다.
뿌우우-!
굴뚝처럼 보이는 곳에서 흰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움직이기 시작한 그것이 이윽고 그들 앞에 멈춰 섰을 때,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예쁜 푸른색 제복과 정장 모자를 맞춰 입은 엘리와 데미안이 그들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슈, 슈에츠 공자? 게다가 영애까지…….”
어리둥절한 그들에게 엘리가 웃으며 말했다.
“새롭게 선보이는 저희 리스티네 기차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차……라고요?”
귀족들이 얼떨떨한 모습으로 기차를 바라볼 때, 데미안이 기계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스나우트 령부터 시작해, 서부의 륀켈트 령까지 운행할 예정입니다.”
그러자 엘리가 안쪽으로 안내하듯 손을 뻗으며 활짝 웃었다.
“첫 손님으로 신사, 숙녀분들을 모십니다.”
“말도 안 돼!”
“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운행이 가능하다니요!”
기차에 탄 귀족들은 너나없이 탄성을 터뜨렸다.
그렇게 중요시하던 교양도 잊은 채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덕분에 머리가 엉망으로 헝클어졌지만, 신경 쓸 겨를도 없는 듯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지금껏 이렇게 빠른 속도로 달리는 탈것은 이용해 본 적이 없을 테니까.
흐뭇하게 웃던 나는 뒤편의 차장에게 말했다.
“저, 그거 한 번만 더 해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차장이 손잡이를 쭉 잡아당기자 뿌우-! 하고 증기 내뿜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반적인 증기기관차였다면 저 소리는 공기가 오염되는 소리겠지만.
리번스 자작이 설계한 무한 마나 기차는 환경을 더럽히는 요인이 없었다.
그런데도 증기 배출구를 단 이유는 하나였다.
소리가 들리면 기차가 온다.
소리가 들리면 기차가 떠난다.
그걸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서.
사람들의 감각은 생각보다 단순해서, 이런 소리만으로도 심장이 반응할 때가 있다.
‘소리를 들을 때마다 알 수 없는 묘한 설렘을 느끼게 되겠지.’
기차가 곧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설렘 그 자체가 되는 거다.
빠르게 나아가던 기차가 천천히 속도를 줄이자 사람들이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왜 갑자기 멈추죠?”
“운행이 갑자기 중지된 건가요?”
그들이 당황하고 있을 때, 나는 다시금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서부, 륀켈트령에 도착했습니다. 잊으신 물건은 없는지 확인해 주십시오.”
“벌써?”
얼떨떨한 그들에게 나는 방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모든 물건을 챙기셨다면 이제 이 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기차에서 내리자 사람들도 우리를 따라 기차에서 내렸다.
그들은 터널로 만들어진 플랫폼이 생경한 듯 신기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안내하도록 하지.”
륀켈트 후작이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나왔다.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후작님, 후작님께서도 제작에 참여하신 겁니까?”
“뭐, 그렇지. 아주 중요한 발명이 아닐 수 없어서 말이야. 내 힘 좀 썼지.”
“역시 대단하십니다!”
사람들의 찬사를 들으며, 그가 여유 넘치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탑승 장소인 기차 플랫폼과 선로만 있다면, 제국 내 어디든 쉽고 빠르게 갈 수 있지.”
그가 그렇게 말하며 귀족들을 바라봤다.
“물론, 아무 곳에나 놓을 수는 없다네. 특별히 기준을 세울 텐데……. 음, 우선 우리 쪽에 투자해 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군.”
후작의 말에 사업에 투자했던 귀족들이 우쭐한 듯 턱을 치켜세웠다.
여러 영지를 오갈 수 있다는 건, 곧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뜻했다. 잘하면 영지를 관광지로도 꾸밀 수 있을 터. 이 기회를 거부할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전에, 그대들이 알아야 할 게 있네.”
그들이 무어라 말하기 전에, 후작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기차를 설계한 사람은 루버나일 리번스 자작이야. 그대들이 알고 있는 리번스가 맞네.”
“그분이라면…….”
그러자 단박에 사람들의 얼굴이 흐려졌다.
리번스는 대외적으로 국민을 배신한 왕이라 알려져 있다. 섣불리 신임하기 어렵겠지.
“뭐, 강요하는 건 아니니 너무 부담 갖지는 말게. 우린 그냥 투자자들에게 먼저 제안을 한 것뿐이니.”
어깨를 으쓱인 후작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렇죠, 엘리 님?”
“네. 강요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물론, 기차가 있으면 교통의 요지가 되고.”
움찔.
“물자 이동도 훨씬 수월한 데다가.”
흠칫.
“대륙 밖까지 기차가 놓이면, 돈도 엄청 많이 모을 수 있겠지만.”
“……!”
돈을 언급하자 귀족들의 눈빛이 번뜩였다.
”리번스 자작님께서 만드신 기차를 신뢰할 수 없으시다면 어쩔 수 없죠. 다른 분들을 찾아볼게요.”
그러자 귀족들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절망으로 물들었다.
“그……!”
“믿지 않는다고…… 말씀드린 적은 없어요!”
기회를 놓치기 싫었는지, 미적지근하던 귀족들이 재빨리 외쳤다.
“어머, 정말요?”
나는 기뻐하는 척하며 륀켈트 후작을 올려다보았다.
“후작님, 그렇다는데요?”
여기서부터는 이름난 사업가가 요리하는 게 더 편했다.
“자, 그럼 남은 이야기는 내 저택에서 하도록 하지. 연회 준비도 제대로 되어 있다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제리트가 미리 준비한 마차로 그들을 안내했다. 귀족들은 싱글벙글 웃으며 그를 따라갔다.
그 표정을 본 후작이 나를 내려다보며 속삭였다.
“이런 말씀드리기 뭐하지만, 혹시 사업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그 물음에 난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이미 하고 있어요!”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을 정도라니까.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후작이 웃으며 제리트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대박이 눈앞에 있다.’
혼자 기뻐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나를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클로비스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영애는 참 똑똑하구나. 모든 일을 성공시키니 말이야.”
“감사합니다.”
“이미 혼인을 올린 게 무척이나 아쉬울 만큼.”
“예?”
“영애는 혹시 친구가 있니?”
그녀가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내 손자 중에 아주 키 크고 잘생긴 아이가 있는데. 마침 영애 또래란다.”
그녀가 내 옆에 있던 데미안을 내려다보았다. 데미안이 서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마주했다.
그러자 그녀가 빙긋 웃었다.
“물론 슈에츠 공자에 비할 바는 못 되겠지만.”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눈치를 보던 난 옆에 있는 데미안의 손을 잡았다.
“전 데미안이랑 제일 친해서, 다른 친구는 필요 없어요.”
그러자 그녀가 “어머나”하고 알 수 없는 탄성을 내뱉었다.
“친구는 여럿이어도 괜찮지 않니?”
“그건 그렇지만…….”
“영애와 우린 아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난 영애 같은 똑똑한 친구를 좋아하거든.”
“그 말씀은…….”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녀가 말했다.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영애도, 영식도. 괜찮을까?”
“저야 너무 좋죠!”
클로비스 님 같은 친구는 대환영이야!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후후 웃었다.
“그럼 우선 이 일부터 끝내야겠지. 영애, 같이 가주겠니?”
“네!”
고객님 손이라면 얼마든지! 클로비스의 손을 잡으려는데, 나보다 데미안이 더 빠르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가 항상 들고 다니던 지팡이를 반대편 손에 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부축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어머나. 이렇게 매너 좋은 어린 신사는 참으로 오랜만이구나.”
입가에 장난스러운 웃음기를 매단 그녀가 데미안과 함께 앞으로 걸어갔다.
‘응?’
졸지에 선수를 뺏겨 어리둥절하게 있던 나는 얼른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 * *
계약 설명은 순조로웠다.
동부의 헤론 후퍼와 현 상업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제리트, 그리고 제국 건축업의 일인자인 륀켈트 후작까지 사업 깨나 하는 사람들이 모였으니.
사람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계약하길 원했다.
황실의 눈치가 보여, 선투자를 하지 않은 귀족들마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영지에 선로를 놓을 수 있을까 전전긍긍했다.
“다음 선로는 언제 놓을 수 있죠? 당장의 계획은 없는 겁니까?”
이렇게 묻는 귀족에게, 제리트는.
“일주일 후에 알려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일주일 뒤는 바로 황후의 새로운 운송 사업 발표회가 있는 날이었다.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으면서도 애타기 딱 좋은 시간.
‘아주 좋아.’
말없이 제리트에게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주자 제리트가 헤벌쭉 웃었다.
물론 헤론의 헛기침 소리에 다시 근엄한 표정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다시 표정을 가다듬은 제리트가 좌중을 향해 말했다.
“오늘 자리에 참석해 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저희 상단의 물품을 선물로 드리고자 합니다.”
“상단의 물건?”
어리둥절한 그들에게 탈룸이 말없이 상자를 내밀었다.
“이건……!”
상자를 확인한 모두가 깜짝 놀라며 입을 틀어막았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건 패드와 아이롱이 었다.
패드는 시중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상품이지만 아이롱은 아니다.
‘돈 주고도 못 사는 물건이지.’
그걸 선물로 주었으니, 사람들의 신임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완전한 아이롱을 준 것은 아니다. 누가 기술을 익혀서 다른 살롱을 차리면 큰일이니까.
“처음이라 사용이 어려우실 테니, 사용 시간을 조절했습니다. 편히 사용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신성석과 마나석을 조합해 유지 기간을 낮췄다. 다 사용한 후엔 작은 돌이 될 터.
‘기술을 익히기엔 턱없이 적은 시간이다, 이 말이지.’
속으로 사악하게 웃고 있을 때, 한 귀부인이 물었다.
“그런데 이 많은 물건을 어떻게 가져오신 겁니까?”
“기차를 이용해 함께 가져왔습니다.”
“이것, 전부를요?”
“기차에 실을 수만 있다면 어떤 물건이든 편히 이송 가능합니다.”
제리트의 말에 사람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 모습에 나는 씩 웃었다.
그 어떤 물건을 실어도 무너지지 않고 빠르게 달리는 물건은 어디서도 본 적 없을 걸?
‘아이롱과 패드를 준 보람이 있겠네.’
“일주일 후, 다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저, 저희도. 경의 시간만 괜찮다면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앞다퉈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대박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자자, 얼른 알리세요.’
대박 사업을 한다고 멀리멀리 알려주세요.
황후 폐하의 귀에 들어가면 더더욱 좋고요!
나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