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51)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51화(151/241)
* * *
이상한 꿈 덕분에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있었다.
빠르게 준비를 마친 나는 미리 마중 나온 제리트와 함께 제도로 향했다.
“엘리 님!”
제도에 도착하자 테리드가 밝은 얼굴로 나를 반겼다.
“일 때문에 바쁠 텐데 죄송해요, 테리드 님.”
“어머, 무슨 소리세요. 엘리 님이 부르신 건데, 바로 와야죠.”
테리드가 다정히 웃으며 나를 아카데미로 이끌었다.
“소개할게요, 이쪽은 알. 이쪽은 스탄. 이쪽은 클로이예요.”
테리드가 우릴 소개하자 학생들이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밀었다.
내가 아닌 제리트에게로.
“죄송하지만 오늘 여러분을 뵙자고 하신 분은 이쪽이십니다.”
“예? 하지만 사업 때문에 만나 뵙기를 요청하셨다고…….”
제리트의 정중한 거절에 학생들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반가워요. 난 엘리 슈에츠예요.”
그러나 난 당황하지 않고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여러분을 고용하고 싶은, 새로운 사업체의 오너가 바로 저고요.”
“아……!”
“무, 무례를 저질러 죄송합니다.”
당연히 제리트일 줄 알았는지, 학생 둘이 얼굴을 붉히며 내게 사과했다.
“오…….”
그중 한 명, 스탄은 조금 의외라는 듯 나를 쳐다봤는데, 눈빛이 조금 노골적이었다.
“혹시 제게 궁금하신 점이라도 있나요?”
“예?”
“계속 저를 바라보시길래.”
궁금한 게 있으신가, 하고.
빙긋 웃자 그가 “아…… 뭐, 그건 아닙니다”하고 고개를 숙였다.
“아니라면 됐어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오라버니, 테리드님 감사해요.”
“전 나가 있을 테니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제리트와 테리드는 눈치 빠르게 자리를 비켜주었고, 나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희 쪽 제안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희야말로 슈에츠 가문과 뜻을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제 꿈이었어요. 게다가 스나우트 령이잖아요. 축복받은 땅!”
내가 오너임을 모르고 오해했던 두 사람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곳에 학술원을 세울 생각을 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클로이의 말에 난 말없이 웃었다.
그래, 학술원.
내가 이뤘던 모든 사업의 목적이었다.
아카데미에 패드를 후원한 것도, 스나우트령의 아이들에게 내 이름이 슈에츠라고 알려준 것도 모두 이 때문이었다.
고아든 귀족이든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학술원을 만들기 위해서.
물론 자선사업은 아니었다. 그중 학습 성과가 뛰어난 아이들은 슈에츠나 클라이더 쪽에서 고용하면 된다. 인재를 미리 선점해두는 것이었으니까.
‘일종의 선투자 개념이지.’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일종의 인재다. 우리가 고용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가문에 고용된다면, 슈에츠 쪽 사람을 심어놓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럼 이쪽에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전에 샘플로 보여드렸던 계약서와 내용은 일치합니다.”
미리 가져온 계약서를 내밀었다. 알과 클로이는 빠르게 서명을 마쳤지만, 스탄은 늑장을 부렸다.
철자 하나하나, 틀린 곳은 없는지 검사라도 하는 모양새였다.
조금 건방진 태도에 미간을 찌푸릴 때였다.
“에, 엘리 님!”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제리트가 안으로 들어왔다.
“오라버니? 무슨 일이세요?”
“헉, 그, 그것이, 헉…….”
쉬지도 않고 달려온 듯, 간신히 숨을 몰아쉬던 그가 힘겹게 말했다.
“끝, 끝났답니다.”
“끝……이요?”
“예. 방금, 소식이…… 데미안 공자님과 공작님께서…… 귀환을…….”
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사고가 순식간에 멈췄다가, 느릿하게 돌아갔다. 완전히 그의 말을 이해한 건 조금 후의 일이었다.
“귀환?!”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거드름 피우던 스탄이 화들짝 놀라 테이블을 발로 차는 바람에 잉크병이 엎어져 그의 아카데미 교복이 더러워졌지만, 그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데미안이랑 공작님께서 귀환하신다고요?”
아직 3년밖에 안 됐는데?
원작대로라면 꼬박 5년 동안 치러졌어야 할 전투다. 그런데 3년이라니.
‘그래서 편지를 못 보낸 건가? 아니, 그럼 아샤벨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녀를 만나야 완전한 종전이 되는데!’
갑작스러운 소식에 정신이 혼미했다.
“예. 연합군과 함께 모든 토벌을 끝내고 제국으로 돌아오시는 중이라고 하십니다.”
제리트도 그리운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듯,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럼 곧 제도로…….”
“예. 황궁과 신전에 들러 승전 소식을 알리실 겁니다. 공자님과 공작님을 다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제리트의 말에 나는 입을 뻐끔거렸다.
“저, 죄송합니다. 계약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이어가도 괜찮을까요.”
“예, 그러시지요.”
“어서 가보셔요.”
양해를 구한 나는 서류와 함께 자리를 빠져나왔다.
바쁘게 달려가는데, 누군가와 어깨가 부딪혔다.
“아……!”
돌에 맞기라도 한 것 같았다.
손에 들려 있던 서류가 바닥에 흩뿌려졌다. 그건 나와 부딪힌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함께 서류를 정리하던 나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1 황자님?”
“……영애.”
나와 부딪힌 사람은 파비안이었다.
‘파비안이 아카데미엔 웬일로…….’
멍하니 쳐다보던 나는 뒤늦게 아차 했다. 부딪히는 바람에 우리가 들고 있던 서류가 엉망으로 뒤섞여 있었다.
“죄송합니다, 1 황자님.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나는 괜찮다. 그대는 괜찮은가.”
“전 괜찮습니다.”
물건 정리를 대충 끝마친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고 섰다.
‘전에도 느꼈지만, 정말 쑥쑥 자랐네.’
그땐 눈높이가 이 정도로 높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왜 다들 나 빼고 열심히 자라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를 빤히 쳐다본 모양이다.
“저, 엘리 님.”
함께 이동 중이던 제리트가 조용히 내게 속삭여준 덕분에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아, 죄송합니다.”
나는 황급히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다행히 파비안에게선 불쾌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대는 항상 그런 눈빛으로 사람을 바라보는군.”
“네?”
“좋다는 뜻이야.”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파비안이 옅게 웃었다.
“그런데 좋은 일이라도 있나? 어딜 그리 바쁘게 가지?”
“승전 소식을 들었습니다.”
“…….”
“곧 제국군과 기사들이 귀환할 겁니다.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들뜬 마음에 활짝 웃자 파비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럴 만도 했다. 제국군의 군사들 중에는 황후 쪽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의 승전 소식은 황후의 눈엣가시인 파비안에게 좋지 못했다.
‘걱정하지 마. 모든 공은 제국군이 아니라 우리 공작님과 데미안이 세웠으니까.’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흐뭇하게 웃은 나는 인사와 함께 그에게서 멀어졌다.
* * *
홀로 남겨진 파비안은 멀어지는 엘리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슈에츠 공작과 공자가 귀환한다.’
예상 귀환 시기보다 한참 앞당겨져 있었다.
‘이렇게 빨리?’
파비안의 눈동자가 혼란으로 뒤섞였다.
그가 입술을 한번 달싹이다, 다시 닫았다. 입매가 딱딱하게 굳었다.
[듣기로, 이번 출정에서 어떻게는 슈에츠 쪽 사람들을 불리하게 만들 건가 봐.]“어떤 식으로?”
[글쎄. 그건 나도 모르지. 황제가 공작위 반환까지 내걸었으니, 무사히 귀환한다면 클라이더의 작위까지 돌려받겠지.]공작위 반환.
클라이더의 이름을 돌려받는다면 데미안은 더없는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의 목울대가 크게 일렁였다.
꾸욱, 주먹을 쥐었다 편 그가 다시 몸을 돌렸다.
파비안이 향한 곳은 저명한 아카데미 교수의 연구실이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1 황자님!”
파비안의 등장에 다른 연구진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콘체터 교수님께선 어디 계시지?”
“아, 안쪽 연구실에 계십니다.”
“실례하지.”
파비안이 연구실 안으로 들어갔다. 홀린 듯 그를 바라보던 연구진들이 숨죽이며 귀를 기울였다.
“1 황자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에 물어본 명단은 준비해 두었나?”
“예, 물론입니다.”
콘체터 교수가 학생들 명단이 가득 적힌 서류를 내밀었다.
“올해 졸업 예정인 아카데미 학생들 명단입니다. 수석 졸업자는 과목 별로 다르지만, 여기, 알, 스탄, 클로이 위 세 학생이 가장 뛰어납니다.”
파비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법률 쪽은 스탄만 한 아이가 없지요. 사실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제국 법의 허점을 파고들 줄도 아는 녀석입니다.”
“제국 법?”
가만히 듣고 있던 파비안이 되물었다.
“예, 혹시 궁금하신 점이라도 있으십니까?”
그 물음에 대한 파비안의 질문은 다소 충동적이었다.
“혼인 무효 소송 같은 게 있나?”
“혼인 무효요?”
콘체터 교수는 조금 놀랐다.
갑자기 혼인 무효라니. 아직 약혼자도 없는 그가 어째서 그런 질문을?
그것은 몰래 그들의 대화를 엿듣던 연구진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상대방 쪽에 큰 문제가 있었지만 모를 경우 혼인 무효 소송을 걸 수 있습니다만…… 가문의 이름에 먹칠하는 꼴이라 소송까지 간 경우는 드뭅니다.”
“……그렇군.”
“한데 그것은 왜 물으십니까?”
“아니, 아무것도.”
파비안이 짧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졸업자 명단인 스탄에게 꽂혀 있었다.
이윽고 1 황자와 교수가 다른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자 연구진들이 저들끼리 속닥였다.
“혼인 무효는 왜 물어보신 걸까? 1 황자님은 아직 혼인도 안 하셨잖아.”
“그러게, 무슨 일이시지?”
“아, 설마.”
그때, 뒤늦게 연구실로 들어온 연구원 하나가 뭔가 깨달은 얼굴로 말했다.
“아까 슈에츠 공자비랑 긴밀히 대화를 나누시던데…….”
“슈에츠 공자비라면…… 그 새로운 신성석 발견자?”
“스나우트 령을 부흥시킨 사람이잖아!”
“그 사람이 이혼을 준비한다고? 그걸 1 황자님이 도우시고?”
“왜? 두 분이 무슨 사이시길래?”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도 공자비님을 사이에 두고 슈에츠 공자와 마찰이 있었다던데.”
흥미로운 이야기를 찾자 연구지들이 마구 흥분했다.
파비안의 물음은 어느새 ‘1 황자가 슈에츠 공자비의 이혼을 돕기로 했다’는 기정사실로 변해갔다.
그 말엔 ‘1 황자와 슈에츠 공자비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라는 전제도 함께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 소문은 발 빠르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