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53)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53화(153/241)
나는 조금 당황했다. 눈물의 상봉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왜 저런 눈빛을…….’
당황해 머뭇거릴 때였다.
문득 데미안이 이쪽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
사냥감을 눈앞에 둔 포식자 같았다. 나도 모르게 몸이 주춤했다. 꼭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왼손에 따스한 게 닿는가 싶더니, 부드럽게 위로 들렸다. 그러더니…….
손등 위로 따스한 무언가가 내려앉았다.
곧고 짙은 눈썹, 기다란 속눈썹, 그 밑에 자리 잡은 오뚝한 코, 그리고…….
내 손등 위에 내려앉은 뜨거운 입술.
데미안이 내 손등에 짧게 키스하고 있었다.
아니, 이걸 짧다고 할 수 있나.
분명 가볍게 잡은 것 같은데, 데미안의 손에는 묘하게 힘이 실려있었다.
“어…….”
무슨 말을 해야 한다는 것조차 잊은 채, 나는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저 멀리서 누군가의 탄성 섞인 감탄이 들린 것도 같았다.
이윽고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맑은 벽안이 또렷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안녕, 엘리.”
낮은 저음이 귓바퀴에 엉겼다.
“다녀왔어.”
그러며 빙긋 웃었다.
다정한 미소에선 방금 전 느꼈던 싸늘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난 바보같이 되묻고 말았다.
“데, 데미안?”
“응.”
“너 정말…… 데미안이야?”
“응.”
나 돌아왔어.
데미안이 웃으며 다시금 손등에 키스했다.
그러고는 내 손등에 자신의 이마를 대었다.
그 모습은 꼭 전투에서 승리한 기사가 자신의 주군에게 명예를 바치는 것도 같았고, 신에게 영원한 믿음을 맹세한 신실한 신자 같기도 했다.
그에게 단단히 붙잡힌 손을 본 순간, 문득 며칠 전 꿨던 꿈이 생각났다.
“나만 예뻐해 줘.”
‘미쳤나 봐!’
갑자기 왜 꿈 생각을 하는 거야!
‘게다가 그, 그런 장면을……!’
제 발 저린 사람처럼 얼굴에 벌겋게 열이 올랐다.
문득 꿈에서 물렸던 손바닥이 간지러웠다. 손가락이 저절로 곱아들었다.
그때였다.
“한눈팔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익숙한 음성이 머리 위로 내려앉음과 동시에 누군가 내 오른손을 부드럽게 감쌌다.
나는 그대로 굳고 말았다.
이렇게 퉁명스러운 말투와는 달리 다정하고 따스한 손을 가진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었으니까.
“공작님…….”
“하여튼 말 안 듣지.”
공작이 나를 밉지 않게 흘겨보고 있었다.
삐딱한 말투와 사나운 눈매.
그러나 다정한 눈빛과 따뜻한 손.
‘공작님이다. 정말 공작님이야.’
잘 다녀오셨냐, 정말 보고 싶었다.
이런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너무나 그리운 얼굴을 봐서일까 아무런 말도 나오질 않았다.
그래서 졸지에 난 데미안과 공작님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버린 꼴이 되었다.
“……슈에츠 공작님.”
“아, 1 황자 전하.”
공작이 미처 곁에 있는 줄 몰랐다는 듯, 뒤늦게 그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무사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두 분께서도 무탈해 보이시는군요.”
“제 아들을 지켜야 하니, 건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쟁을 빠르게 끝내고 귀환해야 한다며 성화이길래.”
공작이 그렇게 말하며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데미안이 파비안에게 말했다.
“오랜 전쟁으로 고단하긴 했으나 제 부인께서 절대 다치지 말아라, 그리 신신당부하셨으니 건강히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
“사랑하는 부인께서 상심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으니까요.”
데미안이 깍지 낀 손에 힘을 주며 빙긋 웃었다.
그래. 분명 데미안은 웃었다. 공작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왜 묘하게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일까?
분명 웃고 있는데, 다정한 목소리와 말투도 예전과 똑같은데…….
‘왜 이런 분위기가 된 거야?’
졸지에 두 남자, 아니 세 남자 사이에 끼게 된 나는 당황해 눈만 굴릴 수밖에 없었다.
* * *
파비안은 굳은 얼굴로 눈앞의 두 사내를 바라보았다.
이곳으로 막 들어왔을 때, 데미안은 분명 엘리의 옆에 있는 저를 발견했다.
그러나 그는 보이지 않는 양, 엘리에게 다가와 손등에 입을 맞췄다.
그것은 일종의 선언이었다.
거리낌 없이 부인이라 부르고, 그녀에게 입 맞출 수 있는 것은 저뿐이라는, 맹수의 선언.
파비안이 주먹을 꽉 쥐었다가, 이내 느슨하게 풀었다.
그보다 더 강한 또 다른 맹수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르하르트 슈에츠 공작.
그의 눈빛 속에 적의가 가득했다.
데미안의 태도가 ‘보호’였다면, 에르하르트의 태도는 ‘경고’였다.
눈앞의 데미안은 속내라도 감추지만, 슈에츠 공작은 그렇지 않았다.
어떻게든 접근한 목적을 찾아내, 저보다 먼저 상황을 끝내버릴 위인이었다.
‘……무슨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말이 통할 리 없었다.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는 편이 낫겠군.’
판단을 끝낸 파비안이 빙긋 웃었다.
“눈치 없이 가족의 재회를 방해했군요. 못다 한 이야기는 나중에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며 엘리와 시선을 맞췄다.
“그대도 분명 좋아할 이야기라고 생각해.”
미묘한 말을 남기며, 파비안이 몸을 돌려 그들 곁에서 멀어졌다.
* * *
“또 무슨 개수작을 부리려는 거지.”
1 황자가 우리에게서 멀어지자, 공작이 얼굴을 구긴 채 기다렸다는 듯 날선 말을 내뱉었다.
데미안도 굳은 얼굴로 그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그래도 우리를 옥죄던 숨 막혔던 기운이 한결 걷혀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응? 잠깐만.’
그러다 다시 정신을 차렸다.
사람들이 볼을 붉힌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왼쪽엔 데미안, 오른쪽엔 공작.
아직도 내가 공작과 데미안 사이에 끼어있었기 때문이다.
1 황자와 방금 막 귀환한 슈에츠 부자까지. 안 그래도 시선이 쏟아질 판인데.
민망해진 난 얼른 그들 사이에서 빠져나오려고 했다.
그러나 어찌나 힘이 강한지, 붙들린 손은 작은 미동조차 없었다.
“사, 사람들이 다 이쪽을 보잖아요. 자리라도 옮겨요.”
그러자 공작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눈썹을 으쓱였다.
“엘리, 지금 네가 해야 할 말은 그게 아닌 것 같은데.”
“하, 할 말이요?”
당황한 나는 눈만 굴렸다.
그러자 공작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면 무어라 말해야 하지?”
“어…… 다녀오셨어요?”
“그래. 그거다.”
공작이 ‘이제 알려줬으니 한번 해보라’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
그제야 난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녀오셨어요.”
“그리고.”
“……보고 싶었어요.”
“…….”
“정말, 너무 보고 싶었어요.”
공작이 그제야 픽 웃었다. 정말 편안한 웃음이었다.
“그래, 나도 보고 싶었다.”
“아픈 데 없이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구나.”
다정한 목소리가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울컥하는 기분에 그에게 다가가려는데, 몸이 우뚝 멈췄다.
그제야 나는 아직도 내 왼손이 데미안에게 붙잡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작의 눈썹이 불만스럽게 치켜 올라갔다.
“……하는 수 없지.”
공작이 느릿한 한숨을 내쉬며 내 오른손을 놓아주었다.
그러자 데미안이 기다렸다는 듯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청량한 향기가 훅 들어왔다.
“데미안, 잠깐, 숨, 막혀……!”
엄청난 압력에 허우적거렸으나 데미안의 몸은 미동조차 없었다.
하아. 작게 내쉬는 숨 속에 탄식과 안도가 어려 있었다.
묘한 두려움이 느껴져서, 나는 손을 들어 데미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데미안, 정말 보고 싶었어.”
“……정말?”
낮은 저음이 귓바퀴에 엉겼다.
“응. 정말로.”
“…….”
“어디 다친 데는 없지? 별일 없었어? 악몽은. 악몽은 안 꿨고?”
두서없는 말을 내뱉던 나는 뭔가 허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샤벨.’
아샤벨이 그의 곁에 없었다.
‘분명 같이 온다고 했었는데?’
당황한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데미안, 혼자 온 거야?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
“왜, 그 있잖아. 함께 있던-”
“엘리.”
그러자 데미안이 몸을 바로해 나와 눈을 마주했다.
늘 부드러웠던 데미안의 눈초리가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
연회장에 들어왔을 때, 서늘했던 그 눈빛이었다.
그때 데미안이 조금 헝클어진 내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며 말했다.
“이러면 곤란해, 엘리. 남편이 아닌 다른 사내를 찾다니.”
“뭐?”
“정부는 안 돼. 난 질투가 많아서 그 자식을 죽여 버릴지도 몰라.”
그러며 내 머리칼을 한 줌 잡아, 그 끝에 입 맞췄다.
부드럽지만 어딘가 날이 서 있는, 그래서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목소리였다.
‘이게…… 이게 무슨 소리야?’
당황한 나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공작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심각한 얼굴로 우리를 응시하던 공작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엘리. 바람은 안 돼.”
바람?
이게 대체 무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