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59)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59화(159/241)
“성녀님과 두 공작님의 합이 정말 대단했다지요?”
그때 한 영애가 외쳤다.
방금 전,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공작을 제어했다고 나불거렸던 영애였다.
“두 분께서 성녀님을 위해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지셨다던데.”
“아, 아닙니다. 그건 제가 그분들께 방해가 되어서 어쩔 수 없이…….”
아샤벨은 말하면서도 민망한 지 볼을 붉혔다.
“하지만 데미안 님께선 정말 친절하고 상냥한 분이시긴 한 것 같아요.”
“어머, 정말요?”
“흔치 않은 일이네요. 그분께선 워낙 좀, 음, 다른 사람에게 정을 주지 않는 분이라고 들었는데.”
“맞아요.”
영애들이 그렇게 말하며 나를 힐끔거렸다.
삐딱하게 올라간 입매가 비웃음으로 가득했다.
“어머.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정을 주는 남자는 별로지 않나요?”
그때였다. 가만히 침묵하던 아델란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너무 가벼워 보이잖아요.”
“가, 가볍다기보단 매너를-”
“아, 아니면 설마 첼디어 영애께선 그런 분이 이상형이신 건가요?”
어머, 신기해라.
아델란이 짝, 박수까지 쳤다.
그러자 지적당한 영애, 그러니까 첼디어 영애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상업 시장에 눈 뜬 사람이라면 모두가 탐내는 사람이자 뮤즈인 아델란이 대놓고 말했으니, 그녀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콧김을 작게 흥, 하고 내뿜은 아델란이 ‘나 잘했어?’하는 얼굴로 날 바라봤다.
나도 모르게 픽 웃음이 나왔다. 항상 움츠리고, 말까지 더듬던 그녀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확실히, 그건 아델란 님의 말이 맞네요.”
나는 웃으며 첼디어 영애를 바라보았다.
첼디어는 우리에게 자신의 영지에도 기차 플랫폼을 놓고 싶다고 요청했으나, 지형적 위치가 애매해 잠깐 보류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 기간이 길어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나를 공격하는 것을 보니 퍽 애가 탄 모양이었다.
‘어차피 기차는 물 건너갔으니, 차라리 성녀에게 붙겠다 이거구나.’
성녀에게 붙든 말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하지만 내 가족을 건드리는 건 절대 못 참지.’
“첼디어 영애께선 그런 의미로 말씀하신 게 아닐 거예요.”
그때 아샤벨이 첼디어 영애를 두둔했다.
“그냥, 저는 데미안 님께서 너무 친절하셨단 이야기를 말씀드리고 싶었던 건데…….”
퍽 처량한 얼굴로 그녀가 날 바라봤다.
그래서 난 웃으며 말했다.
“오해의 여지가 있었던 거겠죠. 뉘앙스가 어떠하냐에 따라 각자 다르게 해석할 수 있으니까요.”
“그럼-”
“그런데 성녀님.”
나는 무어라 덧붙이려는 그녀의 말을 잘랐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름은, 연인끼리나 부르는 건데.”
“……!”
“혹시 공작님도 알고 계시나요? 성녀님께서 제 남편의 이름을 스스럼없이 부르신다는 걸?”
“그, 그건…….”
아샤벨이 머뭇거리자 첼디어 영애가 변호하듯 외쳤다.
“호칭이 헷갈리셨을 수도 있지요! 성녀님께선 제국 문화를 잘 모르시니 이상한 일도 아닌-!”
“그래서 말씀드린 겁니다.”
나는 아랑곳 않고 빙긋 웃었다.
“직접 작위식을 진행하신 성녀님께서, 틀린 호칭을 쓰시면 안 되잖아요.”
“…….”
“성녀님께 안 좋은 소문이 날까 걱정되네요.”
부러 안 좋은 소문에 힘을 줘 말하자 아샤벨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러자 제 발 저리기라도 한 것인지, 다른 영애들이 앞다퉈 말을 내뱉었다.
“아, 안 좋은 소문이라니요! 이름은 친한 상대라면 부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맞아요. 제 약혼자께서도 이름 같은 건 편히 부르라고 모두에게 항상 말씀하시는 걸요!”
“제 약혼자 께서도요!”
“어머나, 그래요?”
그에 나는 놀란 척 눈을 크게 떴다.
“제 남편은 다른 여인에게 자신의 이름을 허락하지 않는 사람이라서요.”
“…….”
“그런데 영애들의 약혼자는 아닌가 봐요.”
신기해라.
정말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방긋 웃자 영애들의 입매가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했다.
괜찮다고 말하면 언제 벌어질 지 모를 제 약혼자의 외도를 옹호하게 되는 것이고, 괜찮지 않다고 말하면 아샤벨의 언사를 잘못된 것이라 인정하는 꼴이 되니까.
‘꼬마 친구들, 궤변은 좋았지만 우리는 그걸 바람이라 부르기로 했어요.’
그런데 그걸 두둔하려고? 나는 많은 뜻을 담은 얼굴로 싱긋 웃었다.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지만 누구도 입을 열지 못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 침묵을 즐기며 차를 마셨다. 아델란도 꺄르륵 웃으며 나를 따라 잔을 기울였다.
* * *
찻잔을 완벽히 비운 엘리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델란은 통쾌한 얼굴로 방긋방긋 웃으며 엘리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하, 하하…….”
“오늘따라 찻잎 향이 좋네요. 그, 그렇죠?”
영애들이 애써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밝게 웃었다.
하지만 아샤벨의 기죽은 얼굴은 쉬이 펴지지 않았다.
“제, 제가 무례를 저지른 건가 봐요……. 아직 제국의 문화를 잘 몰라서 그랬던 건데…….”
아샤벨의 눈가가 붉어지기 시작했다. 당황한 영애들이 앞다퉈 그녀를 달랬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성녀님. 호칭 같은 건 잘 모를 수도 있죠.”
“맞아요. 그분도 참, 제국 문화를 잘 모르시는 분께 정말 너무하시네요. 솔직히 그분께서 성녀님께 사교계를 운운할 정도는 아니시지 않나요?”
“게다가 1 황자님과 그런 소문도 있으면서, 왜 이제 와서 그러시는지.”
“솔직히 데미안 님께서 공작 작위를 받으실 줄, 누가 상상이나 했나요? 이혼 준비한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그러자 아샤벨이 믿기 힘들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두 분께선 무척 사이가 좋아 보이셨는데…….”
“이제 와서 좋은 척하시는 거겠죠.”
“데미안 님께서 출정하셨던 나이가 15살이셨잖아요. 솔직히 살아 돌아오는 것부터가 기적이었죠. 무슨 일이라도 나면 꼼짝없이 미망인 신세니, 이혼을 준비하려던 게 아니겠어요?”
“그런데 무사히 돌아오신 데다가 작위까지 돌려받으셨으니, 시치미 떼려는 거죠. 방금 전 태도도 성녀님과 데미안 님께서 사이좋으신 걸 인정 못 해서 그런 게 분명해요.”
영애들의 말에 아샤벨의 표정이 묘해졌다.
‘1 황자님과 이혼 이야기를 나눈 건 사실이구나.’
하지만 데미안 님은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는데…….
환하게 미소 짓던 데미안의 얼굴을 떠올리자 제 가슴까지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혼이라니.’
아샤벨은 진심으로 엘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사고로 기억을 잃은 데다, 가족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혼자 남겨지는 아픔을 엘리는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나라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그 자리가 제 것이었다면, 슈에츠 공작님의 광증도 쉬이 해결해 드릴 수 있을 텐데…….
영애들의 위로 속에서, 아샤벨은 그렇게 생각했다.
* * *
“엘리 님, 정말 멋있으세요.”
티룸을 나서자, 곧장 아델란이 나를 꼭 끌어안았다.
“한 마디 못하던 얼굴이 지금도 눈앞에 생생해요! 저도 배워야겠어요.”
“아델란이 도와줘서 가능했던 거예요. 오히려 내가 더 고맙죠.”
“아아, 엘리 님…….”
아델란이 황홀한 얼굴로 내게 비비적거렸다. 당근을 눈앞에 둔 토끼 같았다.
“엘리.”
그때,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레이스?”
뒤따라 나온 듯, 그레이스가 조금 상기된 얼굴로 숨을 몰아쉬었다.
“왜 따라 나온 거야? 성녀님의 호위 아니었어?”
“그…… 맞긴 하는데…….”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돼서.”
“응?”
“사람들 말, 너무 신경 쓰지 마. 헛소문이라는 거, 네가 제일 잘 알잖아.”
그레이스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소문?”
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묻자 그레이스가 당황했다.
“설마…… 몰랐어?”
“어떤 건데?”
“그…… 성녀님이랑…….”
그녀가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데미안이랑 아샤벨의 이야기구나.’
데미안이 부정한 것과는 달리, 소문은 돌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레이스는 내게 이걸 말해주네.’
성기사들은 신전에 충성을 맹세한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듣고도 모르는 척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따라 나와 위로해 준 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나는 일부러 장난스럽게 웃었다.
“나 걱정해 주는 거야?”
“그걸 말이라고 해?”
그레이스가 밉지 않게 툴툴거렸다.
“음, 조금 속상했는데 네가 날 믿어주니까 괜찮아졌어.”
그레이스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자 그녀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너, 일부러 이러는 거지?”
“응?”
“무의식이면 더 큰일인데…….”
그녀가 한숨을 내쉬자 내 옆에 꼭 매달려 있던 아델란이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 없는 다정함은 죄예요, 엘리 님.”
“어…… 그럼 냉정하게 해야 하나요?”
“으음…… 하지만 전 냉정한 엘리 님도 좋을 것 같아요.”
아델란이 배시시 웃으며 내게 얼굴을 기댔다.
그레이스도 퉁명스러운 얼굴로 내 손길을 가만히 받아들였다.
나는 두 사람을 양옆에 매단 채 생각에 잠겼다.
신전과 결탁한 가문이라면 이 소문을 알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아샤벨 본인도 알았겠지. 데미안과 자신이 어떤 소문에 엮였는지를.
그리고, 그런 데미안에게 부인이 있다는 사실 또한.
내가 알고 있던, 선량하고 착한 여주인공의 이미지가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성녀라고 불리는 건 사실이다. 바꿔 말하면 슈에츠 공작님의 광증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우선 편지를 빼돌린 가문부터 찾아봐야겠어. 그럼 무슨 실마리가 나올지도 몰라.’
아샤벨 곁에 붙어 있던 영애들부터 조사해 봐야겠다.
‘우선 먼저 검토할 사람은-‘
제일 먼저 데미안 이야기를 꺼냈던 첼디어 영애였다.
* * *
한편.
첼디어 영애, 그러니까 피나에 첼디어는 씩씩거리며 복도를 걸었다.
원래대로라면 아버지 말대로 성녀 옆에 딱 붙어 있어야 했지만, 얼굴이 뜨거워서 도저히 자리를 지킬 수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정을 주는 남자는 별로지 않나요? 너무 가벼워 보이잖아요.”
“설마 첼디어 영애께선 그런 분이 이상형이신 건가요?”
“제 남편은 다른 여인에게 자신의 이름을 허락하지 않는 사람이라서요.”
피나에가 입술을 짓씹었다.
고의가 다분한 말이었다.
그녀가 약혼자 때문에 마음고생하는 것을 알기에, 일부러 언급한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더욱 분한 건,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분한 얼굴로 걸어가던 피나에의 시야에, 때마침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그녀의 약혼자, 애슈턴 레벨리오였다.
다른 가주들은 함께 이야기 중일 텐데, 왜 제 약혼자만 혼자 동떨어져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애슈턴 님!”
피나에가 울상을 지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영애.”
“왜 여기 계신 거예요? 레벨리오 후작님은요?”
“후작님께선 오늘 다른 일 때문에 참석하지 않으셨-”
“그보다, 제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그녀가 단박에 그의 말을 잘랐다.
“슈에츠, 그 여자 말이에요!”
엘리를 언급하자 애슈턴의 얼굴이 빠르게 굳었다.
“정말 너무하신 분이세요. 저한테 심한 막말을 하셨다고요.”
“……막말이요.”
“네에. 저는 정말 친해지고 싶어서 먼저 다가간 것뿐인데, 흑……..”
피나에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엘리가 레벨리오 후작가에 입양되었다가 파양 당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애슈턴이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그것이 지독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약혼녀는 저인데, 왜 그녀를 신경 쓴단 말인가.
“흐윽, 그것 때문에 도저히 계속 앉아 있을 수가 없었어요…….”
그녀가 울먹이자 애슈턴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엘리는…… 그러니까 그분은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
“지금 그 여자 편을 드시는 건가요?”
피나에가 충격받은 얼굴로 애슈턴을 바라봤다.
현 레벨리오 후작은 도박에 미쳐, 영지 일은 손을 놓은 상태였다.
그런 후작을 대신해, 저는 어떻게든 성녀와 연을 이어보려 이리도 노력 중이건만.
정작 약혼자인 그는 그녀의 편을 들고 있었다.
애슈턴이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자리를 옮겨서 이야기하죠.”
“됐어요!”
그녀가 애슈턴의 손을 쳐냈다.
“왜 제 편을 들어주시지 않는 거죠? 애슈턴 님께서 그 도둑년 딸의 편을 들다니……. 정말 실망이에요.”
“……영애. 이곳은 황궁입니다. 듣는 귀가 많아요. 그만하고-”
“여전히 그 여자 편을 드시는군요. 이 일은 제가 후작님께 반드시 전달을-”
그때였다.
뒤편에서 보이는 인영에 그녀가 말을 멈췄다.
이윽고 그 형상을 확인한 그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재밌는 대화를 나누시는 것 같군요.”
소름 끼치도록 서늘한 눈빛을 한 데미안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