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62)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62화(16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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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은 눈을 감고 편안한 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그녀의 손길이 너무나 기분 좋았다.
몇 번이나 마주해도 믿을 수 없었다.
제가 사랑하는 이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저를 반겨준다.
그 안도감이 못 견디게 달았다.
텅 비었던 가슴이 말 못 할 감정으로 빠듯하게 차오르는 것 같았다. 입술 새로 안도의 탄식이 새어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느낌이었다.
더 많은 애정을 바라듯, 데미안이 엘리에게 파고들었다.
애정을 바라는 강아지 같아 엘리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훌쩍 커버린 된 탓에 낯설긴 했지만, 사랑스러운 모습은 여전했다.
며칠 전만 해도 데미안과 이렇게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거라곤 생각지도 못 했다.
‘원작에서도 5년이나 걸리는 전쟁을, 3년 만에 끝내다니.’
대견하기도 하고, 언제 이렇게 컸나 싶어 짠하기도 했다.
‘물론 이렇게까지…… 크게 자랄 줄은 몰랐지만.’
소설 속에서 묘사되어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눈으로 보니 더더욱 대단했다.
‘어깨가 더 넓어진 것 같아.’
그녀는 저도 모르게 데미안의 몸을 훑어보았다.
저를 향해 고개를 기울인 탓에, 셔츠 너머로 그의 목덜미가 드러났다.
‘저 흉터는 아직도 없어지질 않네.’
엘리는 홀린 듯 흉터로 손을 뻗으려다 뒤늦게 멈칫했다.
머리까지야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몸을 만지는 건 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데미안의 몸에 고정되어 있었다.
자연스럽게 손짓이 조금씩 느려졌고, 데미안이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데미안이 머리를 쓰다듬던 그녀의 손에 제 손을 겹쳤다.
그러곤 살짝 깍지를 껴, 제 뺨으로 끌어당겼다.
애교 부리듯 그녀의 손에 얼굴을 비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손바닥에 그의 입술이 스쳤다. 그것은 데미안도 의도한 게 아니었다.
그저 엘리를 제게 집중시키려고 했을 뿐.
그런데 그때, 엘리가 흠칫 몸을 떨었다.
기민한 감각으로 이를 눈치챈 데미안이 눈을 떠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
그녀가 아무렇지 않게 되물었다. 목소리는 평소처럼 떨리지 않았는데, 지그시 바라보는 눈빛은 변함이 없었다. 엘리는 혹시나 제 동요가 들켰나 싶어 침을 꼴깍 삼켰다.
이내 데미안이 싱긋 웃었다.
“그냥, 너무 좋아서.”
그러곤 다시 손바닥에 뺨을 비볐다. 이번엔 제 입술이 좀 더 그녀의 손바닥에 입 맞출 수 있도록 주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데미안.”
엘리가 조금 다급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응.”
데미안이 그녀의 손에 입술을 묻은 채 대답했다.
낮은 저음이 여린 살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붉은 입술이 손바닥 위를 간지럽혔다.
순간, 간신히 잊으려고 노력했던 꿈이 떠올랐다.
제 손바닥을 아프지 않게 깨물며, 버리지 말아 달라 애원하는 데미안이.
열이 확 오르는 기분에 엘리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데미안, 손, 손 놔줘.”
“왜?”
“어?”
엘리는 바보처럼 되묻다 대답했다.
“그, 계속 몸을 숙이고 있으면 너도 좀 불편하잖아.”
“…….”
“그리고…… 입술이 계속 닿아서 간지러워.”
그러나 데미안은 여전히 그녀의 손을 놔주지 않았다.
그저 먹잇감을 탐색하듯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는 낯설어하고는 있지만 어딘가 익숙해 보였다.
제가 없는 동안 누군가 그녀의 손에 키스를 했나?
그래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가?
순간 데미안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런 거라면 누구든 찾아내, 죗값을 치르게 할 테지만…….’
마냥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다.
침을 꼴깍 삼킨 채 시선을 어찌할 줄 모르는 것이 꼭…….
상상하던 것을 들킨 사람 같지 않은가.
그녀의 손을 한번, 엘리를 한번 번갈아 바라보던 그가 이내 입술을 떼곤 시무룩하게 말했다.
“……부담스럽지, 미안.”
죄책감 어린 목소리에 엘리는 펄쩍 뛰었다.
“아니,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
“꿈 같아서 그랬어…….”
“응?”
엘리가 되묻자 데미안이 슬쩍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악몽을 꾸지 않는 날이면 항상 엘리가 나와서 나를 쓰다듬어 줬거든. 그때마다 손바닥에 키스하던 게 버릇이 됐어.”
“…….”
“그래서 지금도 혹시 꿈이 아닐까 싶어서…….”
나도 모르게…….
그가 차마 말을 끝마치지 못한 채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눈가가 붉게 물들자 한층 처연한 느낌이 들었다.
전쟁은 많은 사람들에게 후유증을 남긴다. 엘리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항상 악몽을 꿔 고생하던 데미안에게 그녀의 꿈만큼 반가운 것은 없었으리라.
그러니 확인받고 싶은 거겠지.
지금이 현실이라는 것을.
‘그런데 난 이상한 꿈이나 생각하고 있다니.’
죄책감이 그녀의 양심을 콕콕 찌르는 듯했다.
“미안해. 앞으론 이런 일 없도록 할게.”
그때 데미안이 자책하듯 고개를 숙였다. 당황한 엘리가 다른 손도 함께 뻗어 데미안의 뺨을 감쌌다.
“괜찮아! 어차피 꿈이잖아. 나, 나도 그런 꿈 꾼 적 있어.”
“……꿈?”
데미안이 느릿하게 중얼거렸다.
“꿈이라…….”
처연한 빛을 띠었던 눈빛이 순간 번뜩인 것 같았다. 본능적으로 엘리가 몸을 굳혔지만, 그 기색은 순식간에 사라진 뒤였다.
데미안이 손에 뺨을 비비며 애교스럽게 물었다.
“무슨 꿈이었는지 물어봐도 돼?”
“어? 그, 그냥…… 뭐…….”
엘리가 우물거리며 시선을 회피했다.
네가 내 손바닥을 깨물며 버리지 말아 달라 울었다는 말을 어떻게 하겠는가.
하지만 지그시 바라보는 눈빛은 거둬지질 않았다. 그래서 엘리는 사실을 말하기로 했다.
“그냥…… 데미안, 네가 나왔어.”
생략된 게 좀 많았지만, 거짓말은 아니었다.
“우리 같은 꿈을 꿨나 봐.”
데미안이 예쁘게 눈매를 휘며 웃었다.
“꿈속의 난 어땠어? 지금이랑 비슷했어?”
데미안이 눈을 빛내며 되물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혹은 가족의 안부를 묻는 듯한 어조에 죄책감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긴장감이 조금 사라지자 몸에 힘이 풀렸다.
“음…… 아니, 조금 달랐어.”
“어떤 면이?”
“일단 체격이 달랐어. 음, 그러니까…….”
엘리가 설명을 위해 데미안의 몸으로 시선을 내렸다.
셔츠 너머로 근육으로 가득 짜인 몸. 탄탄한 가슴팍과는 달리 잘록한 허리. 암벽처럼 단단한 허벅지까지…….
변화가 새삼스레 눈에 보여서, 그녀는 저도 모르게 홀린 듯 중얼거렸다.
“지금의 몸이 훨씬 남자 같다고나 해야 할까.”
“…….”
“그래서 더 다른 사람 같이 느껴져.”
홀린 듯 말하던 엘리가 돌아오는 답이 없자 의아한 듯 시선을 들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물렸다.
엘리는 멍하니 데미안의 얼굴을 바라봤다.
선이 굵어지긴 했지만 예쁜 얼굴은 여전했다.
까만 머리카락과 대조되는 흰 피부, 도톰한 붉은 입술은 마치신이 정성껏 공들여 만든 인형 같았다.
게다가 속눈썹은 또 얼마나 긴지. 눈을 깜빡일 때마다 드러나는 푸른 눈동자는 꼭 드넓은 바다 같았다.
그리고 그 눈동자 속엔 그녀의 얼굴이 담겨 있었다.
저도 모르게 입술을 달싹이던 엘리는 제가 데미안의 몸을 뚫어져라 바라봤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리고 두 사람의 얼굴이 너무나 가깝다는 것도.
‘미쳤구나, 진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재빨리 몸을 뒤로 물렸지만 앉아 있어 그럴 수도 없었다. 등받이에 몸을 최대한 깊게 기대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도주였다.
게다가 아직도 그녀의 한쪽 손은 아직 데미안에게 잡혀 있는 상태였다.
그때, 데미안이 그녀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뼈대가 굵은, 그녀보다 한참은 큰 손이 책상 위에 내려앉자 끼익, 하고 체중이 실리는 소리가 났다.
자연스럽게 데미안의 얼굴이 더 가까워졌다. 저절로 그녀의 허리에 힘이 들어갔다.
“또 다른 건 없어?”
낮은 저음이 귓가를 훑었다.
“……없어.”
스스로 생각해도 목소리가 볼품없이 떨렸다.
“그래?”
데미안이 나른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런 것치곤 꽤 오래 보던데.”
방금 전, 웃으며 무슨 꿈을 꾸었는지 물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어조였다.
부드러운 호선을 그린 예쁜 얼굴은 똑같은데, 왜 이렇게 긴장되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보다 엘리, 목소리가 떨려.”
“…….”
“혹시 어디 아파?”
그녀는 잠시 입술을 달싹이다, 겨우 대답했다.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봐. 기운이 조금 없네.”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한 말이었는데, 데미안은 물러나지 않았다. 맹수가 먹잇감을 놓칠 리 없었으니까.
“그럼 저번처럼 해줄까?”
그녀가 되묻기도 전에 데미안이 느릿하게 손을 뻗었다.
엄지로 엘리의 이마를 살살 쓸었다. 아주 부드러운 손짓이었다.
그 순간, 아프지 말라는 말과 함께 제 이마에 짧게 입 맞췄던 15살의 데미안이 떠올랐다.
그녀는 데미안을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친남동생처럼 여기며 곱게 키웠다.
그래서 이바나와 아셀에게도 가족끼리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큰소리까지 쳤다.
그러니 제 논리대로라면 저번처럼 해준다는 데미안의 물음에 긍정을 내뱉어야 옳았다.
누나와 남동생 사이에 이런 입맞춤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아주 큰 잘못을 저지르는 기분이었다.
엘리가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거릴 때였다.
데미안이 천천히 낯을 가까이했다. 목적지는 이마가 아니었다.
아래로 깔린 그의 시선이 어디에 내려앉았는지는 명확했다.
이마가, 코끝이 맞닿고 서로의 숨결이 뒤섞이기 바로 직전이었다.
“잠깐…….”
엘리의 입술 새로 여린 음성이 흘러나왔다. 데미안의 몸이 우뚝 멈췄다.
“그러니까, 이건 좀…….”
“…….”
“너무 가까워서…….”
서로의 입술이 금방이라도 맞닿을까, 그녀는 힘겹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땐 이마에 했잖아.”
데미안의 눈빛이 짙어졌다. 그녀는 어떻게든 상황을 피해보고자 했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는 제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도 잘 알았다.
그러니 그냥 무시하고, 그녀의 입술을 집어삼킬 수도 있었지만…….
데미안은 그러지 못 했다.
누나와 동생, 그 빌어먹을 관계에서 엘리는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억지로 몰아붙인다면 그녀는 혼란스러워할 터였다.
제 마음을 죽이고 견디는 것은 몇 번이고 할 수 있었지만, 그녀가 괴로워하는 건 볼 수 없었다.
마음이 촉박하긴 했지만, 아직 기회는 있었다. 그녀가 저를 어색해한다는 것이 그 반증이었으므로.
“그래, 그렇네.”
“…….”
“또 꿈이랑 착각했나 봐.”
빙긋 웃는 데미안을 보며 엘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했다.
그의 꿈속에선 서로가 자주 키스를 나눴다는 뜻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사이, 그의 입술이 곧 엘리의 이마에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작은 마찰음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느릿한 입맞춤이었다.
“이번엔 효과가 짧았으면 좋겠어.”
입술을 떼어낸 데미안이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래야 더 자주 할 수 있을 테니까.”
“…….”
“아니면…….”
말끝을 늘이며 그가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엘리는 데미안이 어디를 보는지, 차마 끝마친 말이 무엇을 말하는지 되묻지 못 했다.
그러나 반사적으로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 선명한 의식과 긴장이 눈에 보였다. 그것만으로도 데미안은 만족했다.
엘리는 눈치가 빠르지만 이런 면에선 둔했다. 그러니 제가 계속 알려준다면 곧 자신의 혼란이 무엇인지 자각할 것이다.
‘자각하지 못한다고 해도 놔주지 않을 거지만.’
눈매를 곱게 접으며 웃은 그가 다시 엘리의 손에 뺨을 비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