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7)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7화(17/241)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도 안 됩니다, 공작님!”
가신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허둥거렸다.
정식 후계 교육으로 둘이서 클라이더의 이름을 잇는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결혼.’
가신들의 반응에도 에르하르트는 멈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
“때가 되면 결혼식을 올릴 거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고 해도 혼약식을 치르면 그 사람은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이 된다.
슈에츠 공작이 직접 선별한 아이를 데미안과 결혼시킨다면.
‘클라이더 상단을 다시는 빼앗을 수 없게 된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가신들이 얼굴을 굳혔다.
클라이더의 아들을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들은 어떻게든 가문의 여식을 들이밀려고 했다.
그런데 계획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그 충격받은 꼴이 퍽 볼만해, 에르하르트가 비릿하게 웃었다.
“그러니 부디 축복해 주길 바라네.”
“…….”
“가문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다 맹세한 그대들이니, 응당 그리 하겠지만.”
뜻에 반하는 자는 모조리 죽여버리겠다는 태도였다.
공작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길길이 날뛰던 가신들은 입을 다물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돼…….’
그들 중, 코르비노 자작은 이를 악 물었다.
공작이 가만히 있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결혼까지 생각할 줄은.’
이대로 모든 걸 잃을 수는 없었다.
코르비노 자작은 다른 가신들과 함께 고개를 숙이며 생각했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어린놈에게 거대한 상단을 빼앗 길 수는 없었다.
* * *
“우와…….”
나는 저절로 벌어지는 입을 추스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우리에게 주어진 방이 너무나 화려했기 때문이다.
조명에 반사된 샹들리에는 너무나 눈부셨다.
‘깨물어보고 싶어.’
물론 보석을 깨물어봤자 내 치아만 아프지만. 어릴 때부터 금만 보면 깨물어보던 버릇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때, 나의 곁으로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방금 전, 집사와 같이 나간 데미안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데미안?”
하지만 다가온 사람은 데미안이 아니었다.
하녀복을 입은 여자들이 내 앞에 서 있었다.
네 명 중 짙은 갈색머리를 하나로 묶은 중년 여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부터 곁에서 엘리 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제 이름은 로이나입니다. 지내시는 데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로이나의 말에 뒤에 있던 하녀들이 따라 고개를 숙였다.
“아…… 안녕하세요.”
이런 극진한 인사는 받아본 적이 없었다. 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로이나가 옅게 웃었다.
“엘리 님. 말씀 편히 해주세요.”
“그, 그래도 되나요?”
하지만 어른에게 반말을 해본 적은 없는 걸.
‘게다가 내 이름 옆에 붙은 님이라는 호칭도 너무 부담스러워…….’
내가 우물쭈물하자 로이나가 옅게 웃었다.
“곧 적응하시게 될 겁니다. 자, 너희도 엘리 님께 인사 올리거라.”
로이나의 말에 뒤편에 있던 여자들이 차례차례 인사를 시작했다.
“저는 이바나, 이쪽은 메이, 이쪽은 아셀입니다.”
“기억하기 어려우시다면 부르기 편한 대로 불러주시면 됩니다.”
로이나가 덧붙였다.
‘이름 외우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사람은 이름이라는 게 있다. 편한 대로 막 부르고 싶진 않았다.
그런 꼴은 고아원에서도 질리도록 봤으니까.
“이바나, 메이, 아셀.”
그들의 이름을 중얼거리자 아셀이 조금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
“다 외웠어요. 부족한 게 많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어머나…….”
그러자 이바나가 뺨을 물들이며 감격한 얼굴을 했다. 곁에 있던 메이와 아셀도 마찬가지였다.
저런 시선을 받는 건 처음이라 조금 민망했다.
나도 데미안과 같은 귀족 출신으로 오해하는 걸까.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거지.
“그럼 인사를 마쳤으니 일단 이쪽으로 와주시겠어요?”
“어디로 가야 하나요?”
“먼 길 오시느라 피곤하시겠지만 우선 목욕을 도와드릴게요.”
도와드린다고?
‘하지만…… 몸을 보여주고 싶진 않은데.’
내 몸은 발육이 늦고 앙상하여 볼품없었다.
고아원 음식은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상태가 좋지 않았고, 나는 그마저도 잘 먹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망설이면 나를 더 얕볼지도 몰라.’
익숙해져야 해. 나는 결의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셀이 풋, 하고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
옆에 있던 메이가 그녀의 옆구리를 찔렀다.
“아, 크흠. 죄송합니다. 너무 귀여우셔서 그만.”
“아셀.”
“……죄송합니다.”
로이나의 싸늘한 부름에 아셀이 금방 웃음기를 지워냈다.
‘상냥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저렇게 목소리를 낮추니 조금 무섭네.’
“엘리 님. 혹시 자주 이용하시는 향유가 있으신가요?”
그때, 다시 로이나가 온화한 얼굴로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향유는 잘 모르고, 그냥 따뜻한 물이었으면 좋겠어요. 고아원 물은 너무 차가웠거든요.”
그러자 로이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세 명의 하녀들도 마찬가지였다.
‘잘못 대답했나.’
하지만 어설프게 향유 이름을 댔다간 우스운 꼴만 당할지도 몰랐다.
적당한 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데, 로이나가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에 드시는 향유를 찾으실 때까지 저희가 열심히 노력해야겠군요.”
그녀의 표정은 부드러웠다.
나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것들이었다. 괜히 손끝이 간지러워지는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귀찮게 느끼지 않으시도록 열심히 할게요.”
조금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던 로이나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말을 바꿔야겠군요. 엘리 님께서 저희를 귀찮게 해주실 때까지 더 노력하겠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부드럽게 미소 지을 뿐이었다.
* * *
인사를 마친 나는 로이나와 하녀들 덕분에 깔끔히 씻을 수 있었다.
“어쩜 피부도 이렇게 고우실까.”
“뺨…… 뺨이 너무…….”
“아셀! 함부로 만지면 안 돼!”
물론 예상한 시간보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분명 도와준 사람이 네 명이나 있는데, 혼자 씻는 것보다 더 오래 걸렸어.’
그래도 덕분에 따뜻한 물과 향긋한 향유를 마음껏 쓸 수 있었다.
‘개운하다는 건 이런 거구나.’
하녀들을 모두 물린 후, 나는 푹신한 침대에 누워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나가기 싫어지겠는걸.’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다, 고개를 저었다.
욕심부릴 게 따로 있지. 나는 침대 위를 한 바퀴 구르며 헛된 생각을 떨쳐냈다.
그러다 옆에 누워 있던 데미안과 눈이 마주쳤다. 데미안이 파드득 몸을 떨었다.
“……뭐야. 왜 그렇게 벼락 맞은 사람처럼 떨어?”
나는 조금 쀼루퉁한 목소리로 물었다.
원래대로라면 방을 따로 써야 하지만 제대로 갖춰진 방이 부족하다고 해서, 우리는 당분간 방을 같이 쓰기로 했다.
아무 방을 줘도 고아원보다는 나을텐데 로이나는 강경했다.
덕분에 나와 데미안은 한 침대에 누워 있었다.
데미안이 입술을 모으며 우물거렸다.
“깜, 깜짝 놀라서…….”
“……내 얼굴이 그렇게까지 놀랄 일이야?”
데미안은 드디어 어깨까지 길렀던 단발을 한차례 잘라냈다. 덕분에 예쁘장한 분위기가 한층 묘한 신비로움으로 변했다.
데미안은 시야가 갑자기 확 트여 어색해했지만, 훨씬 가벼워 보였다.
그래. 자기는 예쁘다 이거지.
조금 심술이 나서 데미안의 뺨을 콕콕 찔렀다.
“아, 아니야. 엘리.”
데미안은 내 손을 쳐내지 않고 뺨이 꾸욱, 눌린 채로 대답했다.
“……엘리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걸.”
세상 부끄러운 고백이라도 한 것처럼 입을 오물거렸다.
난 픽 웃으며 데미안의 뺨을 콕 찔렀다.
“너한테 그런 말 들으니까 되게 현실성 없다.”
“지, 진짜야…….”
“알았어, 알았어.”
나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데미안이 꼬물거리며 내 손을 잡았다.
“있잖아, 데미안.”
나는 비밀을 알려주듯 데미안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 앞으로 부부가 된대.”
“부부?”
“응. 부부. 너 부부가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
데미안이 고개를 저었다.
“부부가 된다는 건 말이야,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하겠다는 뜻이야.”
“사랑?”
데미안이 이해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게 뭐야?”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고, 곁에 있고 싶은 마음을 말해.”
내 말에 데미안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내 설명이 어려웠나 보다.
“그러니까, 음…….”
멋있게 설명해 주려던 나는 얼마 못 가 입을 다물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나는 미간이 깊게 파일 정도로 깊게 고민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적당한 답을 찾기 어려웠다.
사랑, 애정. 그와 비슷한 감정이 뭐가 있을까.
나는 단어를 하나씩 곱씹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잘 모르지만 우리 엄마가 그랬어. 사랑에 빠지면 속이 간지럽고, 몸에 열이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대. 가슴도 막 쿵쿵 뛰고.”
“……어?”
갑자기 데미안이 입을 뻐끔거렸다.
“그럼…….”
그러더니 돌연 분홍빛 돌던 뺨을 빨갛게 물들었다.
“데미안?”
걱정스러운 마음에 데미안을 향해 가까이 고개를 기울였다.
데미안의 맑은 눈에 내 얼굴이 담겼다.
그 순간.
“히끅.”
갑자기 데미안이 딸꾹질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