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73)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73화(173/241)
‘슈에츠 공작가라니.’
메이의 언니가 공작님께 갔다는 소리야?
하지만 정말 메이의 언니가 공작님과 만났다면 공작님도 그녀를 알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공작님은 메이의 언니를 만나지 못 했다. 중간에 방해 공작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는 건…….’
메이의 언니가 공작님께 알려서는 안 될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겠지.
그래서 황궁 감옥에 가둔 것이고.
엘리가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메이가 말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언니는 볼 수 없었습니다. 전 언니를 찾기 위해 공작성으로 들어오게 된 겁니다.”
모든 이야기를 마친 메이의 얼굴은 더없이 담담했다.
“하지만 메이의 언니는…….”
“예, 없었죠. 그래서 저는 모든 돈을 언니를 찾는 데에 썼습니다. 암살 길드, 정보 길드, 모든 곳에 의뢰를 넣었지요. 그런데 한 사람이 절 찾아와 이렇게 말하더군요.”
“…….”
“언니를 만나게 해 줄 테니 공작가의 정보를 빼내 오라고.”
“……황실이구나.”
메이는 침묵했다.
그러나 무릎 위에 올려둔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메이는 넘어가지 않았고, 그들은 다른 하인에게 접근한 것이다.
메이가 고통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흔들렸습니다. 언니를 찾기 위해서라면 전 뭐든지 할 수 있었어요.”
“……메이.”
“하지만…… 도저히…… 엘리 님을 배반할 수는…….”
이윽고 그녀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침묵조차 배신이겠지요.”
그녀가 조용히 읊조렸다.
“죄송합니다, 엘리 님.”
“…….”
“원하신다면 제 혀를 자르셔도 좋습니다.”
“뭐?”
“공작가의 정보가 걱정되시니, 제 혀를 자르시는 게…….”
“그게 무슨 소리야!”
엘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가 혀 자른대? 난 그런 짓 안 해!”
“하지만…….”
“그만큼 절박했다는 소리잖아. 그 정도는 나도 이해할 수 있어! 나도 가족을 눈앞에서 잃어봤으니까!”
“…….”
“진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내 주위에 또 있을…….”
떨리는 숨을 내뱉던 엘리가 멈칫했다.
그녀의 눈빛이 깨달음으로 빛나는 건 얼마 후의 일이었다.
“……있잖아, 메이.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무엇입니까.”
“혹시…… 메이 언니 이름이, 솔리오야?”
“……!”
메이의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그걸 엘리 님께서 어떻게…….”
엘리는 입을 틀어막았다.
“내가 거짓말하는 거 봤어? 이 돈, 다 순수한 내 실력으로 딴 거라니까?”
“그럼 그 옷은 뭔데?”
“귀족 나리께서 더 이상 가진 돈이 없으시다길래, 이걸 가져왔지. 혀를 자를 순 없잖아.”
늘 상처투성이인 얼굴로 돌아와, 엄마에게 치료를 받았던 사람.
‘이모.’
메이의 언니는 우리 이모였던 거야.
엘리의 손이 덜덜 떨렸다.
이모는 엄마가 죽은 날 이후로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어쩌면 이모가 황궁 감옥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모가 저를 찾아오지 않을 리 없으니까.
‘하지만 이모는 엄마가 죽기 전에 슈에츠 공작가로 향했어.’
백작가에 숨어든 엄마와 슈에츠 공작가로 향하던 이모.
‘이 모든 게 단순한 우연일 수 있나?’
아니, 우연일 수 없었다.
생각을 마친 엘리가 천천히 시선을 움직여 메이를 바라보았다.
“……메이의 언니가 있는 곳을 알 것 같아.”
“……!”
메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그곳은 쉽게 못 들어가. 우리를 반기지도 않을 거고. 그러니까 메이.”
엘리가 메이의 양 어깨를 단단히 붙잡았다.
“나는 너를 믿었어. 내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
“그러니 너도 나를 믿어줄래?”
엘리의 흔들림 없는 시선에 메이의 얼굴이 굳었다.
“……제가 무엇을 하면 됩니까.”
“뭐든지 할 수 있어?”
“무엇이든.”
그녀가 또렷한 눈빛으로 엘리를 바라보았다.
13살, 오블리에의 사주를 받은 남자가 저를 끌고 갈 때.
망설임 없이 달려와 저를 구해주던 그 눈빛이었으니까.
그리고.
“주제넘는 말씀이겠지만, 엘리님께서 부채감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가짜 아버지로 인해 혼란스러워하던 제게, 그 말이 어떤 의미로 닿았는지 그녀는 모를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제가 알려줄 차례였다.
엘리가 옅게 웃었다.
* * *
제도 황궁 감옥.
악질 범죄자만 가두는 이곳에, 웬 피 칠갑을 한 여자가 잡혀 왔다.
죄명은 살인이었다.
“레벨리오 영지의 사람들을 죽였다지?”
“대체 몇 명이나 죽인 건지, 옷이 아주 시뻘겋더라니까.”
“에휴…… 이게 뭔 난리야.”
쯧쯧, 혀를 차는 간수들을 뒤로한 채, 그녀는 덤덤한 얼굴로 안에 들어갔다.
새로운 신입이 등장하자 황궁 감옥의 죄수들이 그녀를 흘겼다.
“어?”
그중, 가장 높은 곳에 앉아 있던 죄수가 단숨에 바닥으로 내려와 그녀에게 다가갔다.
얼굴에 주름이 가득했지만, 눈빛만은 아직도 살아 있는 사람.
그녀가 놀란 눈으로 다가와 메이의 어깨를 붙잡았다.
“메이, 너……! 네가 어떻게 여기를……!”
“안녕, 언니.”
메이가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22년 만이네.”
그토록 찾아 헤맸던 자매의 상봉이었다.
* * *
애슈턴이 이름을 빌려준 덕분에 메이를 무사히 황궁 감옥에 넣을 수 있었다.
“레벨리오 후작 영식을 풀어준 이유가 있었군.”
메이가 무사히 황궁 감옥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은 슈에츠 공작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직접 메이를 감옥에 넣으면 수상하다 여길 테니까.”
“그 생각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애슈턴이 저를 위해 애써준 것도 맞잖아요.”
나는 애써 밝게 웃었다.
평소 같으면 속 좋은 녀석, 하고 한 마디 했을 슈에츠 공작이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을 믿느냐.”
“이 또한 황실의 수작일 수도 있다. 너를.”
한번 입술을 달싹인 공작이 느릿하게 말했다.
“너를 이용하는 것일 수도 있어.”
“알고 있어요.”
“…….”
“제 어머니를 언급하는 것만큼, 절 효과적으로 흔드는 방법은 없을 테니까요.”
내 말에 슈에츠 공작은 침묵했다. 우리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별말 없이 메이를 황궁 감옥에 보내준 것을 보면, 내 선택을 믿어주는 거겠지.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과를 내야 했다.
무엇보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가족을 걸고 메이를 흔든 것을 용서할 수 없었다.
가만히 나와 공작의 대화를 듣고 있던 데미안이 말했다.
“하지만 엘리, 메이를 황궁 감옥에 들여보냈다고 해도 둘을 함께 꺼내긴 힘들 거야. 황궁에서 네 이모를 억지로 구속한 거라면 더더욱.”
“감옥에서 빼낼 수밖에 없게끔 만들면 돼.”
“뭐?”
나는 데미안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범죄자 주위엔 범죄자가 모여. 내가 누구 딸인지 잊은 건 아니지?”
나는 아직 얼떨떨한 데미안을 향해 씩 웃어 보였다.
* * *
제국의 가장 어두운 곳이자 온갖 더러운 일들이 벌어지는 유흥가.
검은 로브를 쓴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가자 앞을 지키던 경호원이 그를 막아섰다.
“입장권이 있으십니까?”
경호원의 물음에 그는 들고 있던 것을 내밀었다.
종이 위엔 카지노의 문양이 선명히 찍혀 있었다.
‘레벨리오 군.’
레벨리오라면 하루가 멀다 하고 카지노를 드나들고 있어, 그들도 익숙했다.
‘하지만 레벨리오 후작은 이미 안에 있는데…….”
생각하던 경호원들은 이내 깨달았다. 그에게 아들이 하나 있다는 사실을.
아비에 이어 자식까지 도박이라니.
속으로 쯧쯧, 혀를 찬 경호원들이 시선을 교환한 후, 몸을 비켜주었다.
이곳은 신분이나 얼굴 같은 건 확인하지 않았다. 그저 돈이 있는 자와 없는 자로 구분될 뿐이다.
사내는 방금 그것을 증명했기에, 더 이상 막을 필요가 없었다.
사내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경호원들이 다시 몸을 바로 했다. 그러다 그중 하나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레벨리오 후작 영식이 덩치가 저렇게 컸나? 게다가 피부도 좀 까만 것 같은데.’
고개를 갸웃하던 경호원은 이내 생각을 거두곤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매캐한 냄새와 자욱한 연기가 시야를 가득 메웠다. 지금이 밤인지 낮인지 구별할 수 없도록 어둡게 만든 조명들도 한몫했다.
그들 가운데, 레벨리오 후작이 앉아 있었다.
독한 궐련을 입에 문 후작은 연이은 승리에 도취해 잔뜩 으스대고 있었다.
누구도 레벨리오 후작 앞에 앉지 않았다. 카지노 주인을 뒷배로 둔 후작이 게임을 조작한다는 소문이 암암리에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사내가 레벨리오 후작 앞에 앉았다.
“칩은 이걸로 하지.”
그가 딜러에게 돈을 내밀었다.
중후한 목소리와 딱딱한 어조, 굳은살이 가득 박인 까무잡잡한 손은 묘하게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재주가 있었다.
술에 취해 웃고 있던 레벨리오 후작이 벌게진 눈을 흘겼다.
겁도 없이 제 앞에 앉다니. 칩을 막 만져 본 햇병아리가 분명했다.
“이곳은 처음인가 보군.”
그의 물음에 사내는 말없이 칩을 들었다.
게임의 결과로 대답을 대신하겠다는 뜻이었다.
못마땅한 듯 헛기침을 하던 후작이 본인의 칩을 베팅했다.
이런 건방진 놈은 결과로 콧대를 눌러줘야 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쪽 신사분의 승리입니다.”
승자는 레벨리오 후작이 아니었다.
‘말도 안 돼!’
저 자식이 제 승리를 가져가다니!
술과 약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던 레벨리오 후작은 칩을 다시 내밀었다.
“한 판 더 하지!”
그러곤 제 옆의 딜러에게 눈짓을 주었다. 알아서 패를 잘 전달하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같았다.
거듭된 패배에 딜러도 당황한 눈치였다.
질 수밖에 없도록 패를 주었건만, 어떻게 계속 승리한단 말인가!
패를 다 알고 있지 않고서야 무리였다.
레벨리오 후작이 씩씩대며 물었다.
“정체가 대체 무엇이오?”
그의 물음에 사내는 가볍게 대답했다.
“그저 예술과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예술?”
후작이 눈살을 찌푸리자, 그가 로브 사이로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냈다.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세계수 조각상이었다.
“리스티네 기차의 외면 디자인을 맡은 조각사를 아십니까?”
후작의 눈이 가늘어졌다.
리스티네 기차가 대륙으로 뻗어나가면서, 디자인을 맡았던 사람에게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그 디자인을 맡은 사람이 일개 시종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기차의 명성이 높아질수록 시종의 이름 또한 유명세를 탔고, 현재 그는 제국에서 제일가는 조각사로 불리고 있었다.
주인이었던 륀켈트 후작이 시종의 능력을 제일 먼저 알아본 사람은 저라고 거듭 떵떵거렸기에, 레벨리오 후작도 그를 모르지 않았다.
그러며 륀켈트 후작이 항상 덧붙인 말이 있었는데…….
“이럴 줄 알았다면 그 세계수 조각상을 내가 먼저 선점하는 것이었는데. 허허!”
세계수 조각상.
천재 조각사가 처음으로 만든 조각상이라고 불렸다.
자신의 능력을 처음 알아봐 준 은인에게 주었다고 들었는데.
‘그 은인이 저 사내란 말인가……!’
몇 년 전부터 제국 내 예술 시장이 커지고 있었다.
엘리, 그 빌어먹을 계집이 주도한 기차 사업이 대륙까지 진출하며 큰 성공을 이뤘기 때문이었다.
‘젊은 나이에 저리 많은 돈이 있는 것도 이해는 되는군.’
하지만 돈이야 운이 따랐다 쳐도, 이곳의 게임은 그렇지 않았다. 실력으로 보건대, 최소 몇 번은 굴러봤을 터인데.
그때, 사내가 다시 조각상을 품에 넣으며 말했다.
“게임은 경험보단 기술입니다. 후작님께선 그 기술이 부족하신 것 같군요.”
후작의 얼굴이 왈칵 일그러졌다.
제가 누구인가. 기술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라티오넬 백작이 저를 신뢰하는 것만 봐도 알 만하지 않은가! 후작이 씩씩거리자 사내가 옅게 미소 지었다.
모든 게 계획대로였다.
이제 그 말만 전하면 되었다.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사내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저 제 은인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을 뿐입니다.”
잘 쓰지 않는 단어에 후작이 미간을 좁혔다.
“아, 아니 스승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을 뿐입니다.”
뜨끔한 사내가 다시 말을 바꿨으나 후작의 묘한 낯은 여전했다.
젠장. 방심한 나머지 말이 헛 나오고 말았다.
사내가 진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난 은인한테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