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8)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8화(18/241)
“데미안?”
“갑, 갑자기 깜짝 놀라서, 히끅.”
딸꾹질에 되레 제가 놀란 듯, 데미안이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데미안의 딸꾹질은 멈추지 않았다. “히끅!”하는 소리가 터져 나올 때마다 어깨가 파드득 떨렸다.
갑작스러운 딸꾹질에 놀란 건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일단 데미안을 진정시키는 게 먼저였다.
나는 조심스레 데미안의 코를 향해 손을 뻗었다. 맑은 벽안이 동그랗게 뜨였다.
“이렇게, 코를 막으면 딸꾹질이 멈추는데…….”
“…….”
“어…… 멈췄네.”
갑자기 멈춘 딸꾹질에 머쓱해진 나는 손을 거뒀다.
‘깜짝 놀라면 딸꾹질이 멈춘다던데.’
내가 갑자기 손을 뻗어서 놀란 모양이었다.
함부로 손대지 말아야지, 생각하는데도 데미안만 보면 계속 손이 나갔다.
‘하지만 저 뺨, 너무 말랑거린단 말이야.’
나는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는 눈으로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뭐…… 아무튼 부부가 된다는 건 그런 거야. 이해했어?”
“으응…….”
데미안이 입을 오물거리며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언뜻 드러난 얼굴엔 당황스러운 기색이 한가득이었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부부가 된다는데, 데미안 입장에서는 충분히 당황스럽겠지.’
너의 가족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해놓고, 자신이 직접 가족이 되어버리다니.
‘너무 노리고 들어온 것 같잖아.’
물론 이곳이 탐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분수를 알아야지.’
이미 과분한 대접을 받고 있다.
더 큰 욕심을 부릴 순 없었다.
지금은 그냥 굴러 들어온 돌이지만, 언젠가 사람들은 알게 될 것이다.
내가 도둑의 딸이라는 것을.
이 사실이 알려지면 공작성에 큰 파란이 일 것이다.
나를 데려온 건 슈에츠 공작의 뜻이었지만……. 그래도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다.
‘최대한 얌전히, 소란을 일으켜선 안 돼.’
그렇게 결심하며 주먹을 쥐는데, 빨개진 데미안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데미안. 또 딸꾹질 나올 것 같아?”
“응? 왜, 왜?”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갛잖아. 봐.”
나는 데미안의 뺨을 콕 찔렀다.
뜨겁고 말랑한 뺨은 꼭 찐빵 같았다.
한쪽 볼이 눌린 채로 데미안이 웅얼거렸다.
“이, 이건 그냥 더, 더워서 그래…….”
“더워? 그럼 좀 떨어져 있을까?”
마침 침대도 넓었다. 전처럼 좁은 고아원 침대도 아니었으니 편히 잘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 데미안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 그건 싫어.”
“응? 하지만 덥다고 그랬잖아.”
“그, 그래도…… 어…….”
우물거리는 데미안의 표정은 부부 이야기를 들을 때보다 좋지 못했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다 문득 든 생각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설마…… 저번처럼 악몽 꿀까 봐 무서워?”
“……!”
나의 물음에 데미안이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리고…… 여긴 너무 낯선 곳이라 무서워…….”
소설 속에선 분명 처음 온 공작성에 금방 적응했다고 적혀 있었는데. 너무 축약된 모양이었다.
“알았어. 그러면 더워도 참을 수 있지? 무서운 꿈 꾸는 것보단 낫잖아.”
“응.”
데미안이 뺨을 붉게 물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눈 감고.”
내 말에 냉큼 눈을 꼭 감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나는 피식 웃었다.
“잘 자, 데미안.”
오늘 밤도, 내일 밤도.
악몽이 아닌 은하수들이 네 꿈속으로 가득 쏟아지기를.
나는 잠이 들기 전, 그런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 * *
푸르스름한 달빛이 쏟아지는 깊은 밤.
“젠장!”
코르비노 자작이 거센 노성을 터뜨렸다.
“자식새끼로도 모자라 계집까지 들이다니!”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 절대로.
“어떤 가문의 계집이지? 어떻게 슈에츠 공작을 꾀어낸 거야?”
그가 광기에 절은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엘리가 고아가 아닌, 이름 모를 귀족의 딸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결혼만은 막아야 해.’
아들은 나중에라도 해치우면 된다.
하지만 결혼은 달랐다. 다른 가문이 엮이면 더욱 골치 아파질 것이다.
똑똑.
“자작님.”
그때, 작은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허락도 없이 누가 맘대로 들어오래?”
“죄,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자작의 날카로운 지적에 시종이 움찔했다.
“전에 말씀하셨던 분이 왔습니다.”
그러자 자작의 눈이 번쩍 뜨였다.
“어서 들라해라.”
그의 승낙이 떨어지자 문이 열리고, 검은 로브를 쓴 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자작님.”
체구가 무척이나 작아, 언뜻 소년처럼 보였는데, 목소리도 아직도 자라지 못한 미성이었다.
“뭐 알아낸 것이 있나?”
인사도 없이 대뜸 물은 질문에, 로브를 쓴 자가 대답했다.
“예. 다행히 자작님께 좋은 소식입니다.”
어눌한 말투였으나 목소리가 얇아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무엇이지?”
“공작님께서 데려오신 아이는 평민입니다. 게다가 죽은 어미가 아주 유명한 도둑이라더군요.”
“도둑?”
코르비노 자작의 눈이 가늘어졌다.
“예. 들어보셨겠지요. 폐하의 보물을 유유히 훔쳐 달아난 여자의 이야기를.”
자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제국은 큰 전쟁을 일으켰다.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는 작은 왕국부터 시작해, 소수 부족까지 가리지 않고 모두 정복했다.
‘존재하지 않는 힘이 제국을 다시 세우리라.’
그라페스 대신관에 내려온 신탁 때문이었다.
존재하지 않는 힘이 말하는 바는 명확했다.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마법은 세계수에서 나오는 기이한 생명력이었다.
사람들은 이 불가사의한 힘을 조사했고, ‘마법은 자연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더불어 세계수에 밀접한 지역에서 사는 생명일수록 강한 마나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 또한.
하지만 대륙을 지탱하던 세계수는 어느 날부터 시들기 시작했고,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런 세계수 근처엔 독특한 마법을 쓸 줄 아는 일족들이 무리를 지어 살았는데, 그들은 세계수를 다시 피워야 한다며 힘을 여러 갈래로 나눠 가져갔다.
가장 순수하고 독특한 마법을 쓰는 자들이었으니, 세계수도 다시 살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에도 세계수는 다시 꽃 피우지 못했다.
그런데 만약,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라면?
소문은 대륙을 휩쓸었고, 황실은 제국을 지키기 위해 신전과 힘을 합해 전쟁을 일으켰다.
슈에츠 공작의 군사력과 전술 덕분에 제국은 승리를 거머쥐었고, 소수 일족을 통제하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 후.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연합군이 반란을 일으켰다.
이때, 2차 전쟁으로 혼란스러운 틈을 타 웬 도둑 하나가 황제의 보물을 훔쳐 달아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도둑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었다. 황실이 치부라 생각해 도둑의 특징을 세상에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제의 보물을 훔쳤으니 유유히 잘 살 줄 알았는데.
그 도둑은 다시 범행을 벌이다 허무하게 잡혔고, 결국 이전의 행적까지 밝혀지고 말았다.
그녀가 훔치려고 한 것은 황제가 승전을 축하하기 위해 백작가에 하사한 작은 돌이었다.
‘하지만 훔치는 데 실패하여 잡혀버렸고, 그 도둑은 백작성에 목이 매달려 죽었다고 들었는데.’
도둑에게 딸이 있었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전쟁으로 제국이 혼란을 겪던 시절이라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여자의 딸이라고?’
하. 코르비노 자작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디서 굴러먹었는지도 모르는 남자아이와 도둑의 딸이라니.
‘참으로 어울리는 조합이군. 황제가 좋아하겠어.’
코르비노 자작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었다.
“잘했다. 좋은 정보군.”
자작이 금화가 든 주머니를 던졌다.
“역시 정보 하나는 빨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어.”
“과찬이십니다.”
그가 금화를 받아 들었다. 언뜻 드러난 로브 사이로 보이는 동공이 뱀처럼 가늘었다.
홀로 남은 코르비노 자작이 제 턱을 쓸며 생각에 잠겼다.
황제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보물을 훔친 여자의 딸이었으니, 바로 목을 벨지도 모를 일이다.
‘이 일을 빨리 폐하께 알려야겠군.’
서둘러 방을 나서려던 자작이 멈칫했다.
‘……아니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슈에츠 공작이다. 그 계집이 도둑의 딸이라는 걸 모를 리 없었다.
‘그럼 다 알고 있다는 뜻인데……. 무슨 꿍꿍이일까.’
황실을 견제하기 위해서인가? 아니. 그러기엔 너무 위험 부담이 컸다.
슈에츠 공작이 아무리 악랄한 인간이라고 해도 그런 수준 낮은 생각을 했을 리는 없었다.
자작은 그대로 멈춰 선 채 다시 생각에 잠겼다.
공작의 의도보다, 자신에게 떨어질 이득을 먼저 떠올려야 했다.
‘만일 이 일을 폐하께서 아시게 된다면 공작은 큰 처벌을 받게 될 터.’
공작가의 재산과 클라이더의 재산이 모두 황실에 몰수될 수도 있었다.
‘그것만은 안 된다.’
황제가 가만히 앉아 모든 걸 가져가게 만들 순 없었다.
자신의 이익을 지키면서, 그 떨거지를 치워낼 방법은 무엇일까.
골똘히 생각하던 코르비노 자작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아주 손쉬운 방법이 있었다.
‘도둑의 딸이니, 도둑질을 하다 들키면 되겠지.’
몸속의 피는 무시하지 못하지 않는가.
코르비노 자작은 섬뜩한 얼굴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