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80)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80화(180/241)
“저, 저 망할 계집……!”
카르티아가 핏발 선 눈으로 엘리를 노려보았다.
“커흑!”
그러나 목구멍을 가득 메운 무언가 때문에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검붉은 액체가 그녀의 입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황궁 의원을 불러라! 어서!”
“황후 폐하, 정신 차리십시오!”
“단순한 증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마탑으로 지원을 요청해야 합니다!”
“우선 황후 폐하를 안전한 곳으로 모시는 게 급선무입니다! 당장 폐하를 안쪽에……!”
여러 말이 쏟아지는 가운데.
“아, 아아……!”
아샤벨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간신히 서 있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왜 황후 폐하께서 저런 모습이신 거야?
이 일이 성공하면, 분명 공작님 곁에 있을 수 있을 거라고 했잖아!
그러나 떨리는 입술 새로 작은 신음밖에 내뱉질 못했다.
“성녀님. 이쪽으로 오십시오.”
그때 라미트라가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
“하, 하지만…….”
“성녀님은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지 않습니까.”
“…….”
“자, 어서. 이리로.”
다정한 재촉에 아샤벨은 홀린 듯 라미트라 쪽으로 다가갔다.
카르티아는 시종의 부축을 받아 안쪽으로 실려 갔고, 귀족들은 기다렸다는 듯 앞다퉈 떠들기 시작했다.
“마나의 흐름을 읽은 것과 황후폐하가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하지만 후작님께선 방금 전 마나 사용자의 흐름을 읽어 증폭시키는 것이라 직접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럼 정말 황후 폐하께서 조작이라도 하셨다는 말씀입니까?”
“말조심하십시오! 어찌 그런 허무맹랑한 말을 입에 올리신단 말입니까!”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그리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혼란이 가중되자 귀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목소리를 높였다.
모든 계획이 어그러지고 말았다.
파르르 떨던 황제가 베인스 후작을 노려보았다.
“베인스 후작!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황제의 노성이 어전을 울렸다.
“아니야, 나는 분명 틀리지 않았어……!”
베인스 후작이 넋 나간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후작의 패인 볼이 두려움으로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는 분명 틀리지 않았다.
아니, 틀릴 리가 없었다.
아무리 그가 자식에게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친자를 속이는 일이었다.
확신에 확신을 얻어야 했기에, 그는 황궁에 오기 전 아르펜이 연구한 마법식과 제가 연구한 마법식을 비교했다.
아르펜의 키트에선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제 것에선 뒤틀린 검은 연기가 솟아났다.
황후가 준 소수 일족의 마나를 억지로 뒤섞었으니, 이런 반응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것이 황후 쪽에도 연결될 줄이야.
내가 또다시 틀린 건가?
아르펜, 그 아이의 것을 가져왔어야 했나?
그래야 황후의 마나를 읽지 못했을 텐데…….
방황하며 떨던 후작의 눈빛이 곧 이채를 띠었다.
‘……아니.’
내가 옳은 거다.
아르펜의 키트는 뒤틀린 마나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읽어냈다. 무려 황후의 신체에 무리까지 줄 정도로!
그러니 이 일은 제 연구의 승리였다.
딸을 제쳤다! 내가 본래 생각한 공식이 맞았던 거다!
이에 후작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흐흐, 입술 새로 흘러나오는 웃음이 광기에 절어 있었다.
“저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후작!”
“제 연구는 진실만을 말합니다! 나는 틀리지 않았어! 나는 틀리지 않았다고!”
그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황제임을 망각한 듯이.
핏발 선 눈에 초점이 불분명했다. 누구를 향해 소리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충격적인 언사에 떠들기 바빴던 귀족들마저 입을 다물었다.
겁에 질린 듯 흠칫 몸을 물리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래도.”
침묵 속에서, 황제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오늘 일은 따로 논의를 해야겠군.”
황제가 그렇게 말하자 황궁 기사단이 베인스 후작을 포박했다.
끌려가는 와중에도 후작은 사람들을 향해 “내가 옳아! 진리를 보는 건 나였다! 어리석은 건 너희들이야!” 같은 말을 내뱉었다.
후작의 외침이 서서히 멀어져 갔다.
숨 막히는 정적 가운데,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폐하.”
그때, 소름 끼치도록 낮은 저음이 울려 퍼졌다.
“분명 저는 폐하께 말씀드렸습니다.”
“……공작.”
“제 부인만큼은 건들지 마셨어야 한다고.”
노골적인 적의와 함께 검붉은 기운이 일렁였다.
“커흑……!”
이미 감각이 예민한 자들 몇몇은 공작의 기세를 이기지 못 하고 목을 붙잡고 주저앉은 채였다.
그만큼 그의 기운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모두를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그가 자신의 기운을 거둘 생각이 없다는 점이었다.
“슈에츠 공작! 아직 결론이 난 건 하나도 없지 않은가!”
“이미 폐하께서는 제가 그어놓은 선을 넘으셨습니다.”
궁지에 몰린 황제가 다급히 외쳤다.
“하지만 성녀가 그대의 죽은 부인의 이름을 떠올린 건 사실일세!”
그러며 아샤벨을 바라보았다.
어서 아무 말이라도 지껄여 보라는 뜻이었다.
핏발 선 눈동자가 닿자 아샤벨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흠칫 몸을 떨었다.
“부, 분명 들었어요. 유리아라고…… 그분이 제 어머니…… 그러니까…….”
횡설수설하던 아샤벨이 뒤늦게 떠올린 것을 외쳤다.
“고, 공작님의 광증을 억제하는 건 죽은 공작부인만 가능했어요! 보셨잖아요!”
살 구멍을 찾은 사람처럼 그녀가 애써 웃었다.
“그러니까 제가 유리아 님의 딸-!”
“성녀.”
싸늘한 목소리가 아샤벨의 말을 잘랐다.
“그대가 어떤 기억을 떠올렸든, 나는 일말의 관심도 없다.”
“……!”
“발악은 거기까지야.”
슈에츠 공작의 검붉은 기운이 크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폭주의 전조였다.
아샤벨이 흠칫 몸을 떨었다.
“공작님.”
그때 대신관 라미트라가 한걸음 나서며 말했다.
“말씀이 지나치시군요. 어찌 그런 언사를 쓰십니까. 이분은 신께서 내려주신 성녀님이십니다.”
늘 온화하던 라미트라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하면 신의 축복께 요청드리겠습니다.”
그러자 공작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하며 황제를 바라보았다.
“성녀 아샤벨을 제국 내에서 추방시켜 주십시오. 제가 바라는 것은 그것입니다.”
“……!”
아샤벨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추방이라니! 슈에츠 공작,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두 눈으로 직접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성녀의 힘은 황후 폐하를 공격했습니다.”
“그, 그건 베인스 후작이 암수…….”
황제가 더듬거릴 때였다.
엘리가 말했다.
“신전에선 분명 성녀를 세계수의 현신이라 칭송했습니다. 완벽히 정화할 수 있다면 조작된 기운마저 정화했을 테지요.”
“……!”
“한데 어떻습니까. 성녀는 그 기운을 정화하지 못했습니다.”
황제는 대답할 수 없었다.
엘리의 말대로였다.
정말 그녀가 정말 세계수의 힘을 가졌다면 황후가 공격당하기 전에 정화했어야 옳았다.
하지만 어땠는가.
아샤벨의 마나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이 황후를 공격했다.
이곳에 자리한 모두가 그 장면을 보았다.
황제는 입매를 파르르 떨었으나, 별다른 말을 내뱉지 못했다.
“요구 사항은 이것이 전부입니다.”
슈에츠 공작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성녀를 제국 내에서 추방시키십시오. 그에 대한 혼란은 선을 넘으신 폐하께서 오롯이 책임지셔야 할 것들입니다.”
공작은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다.
엘리가 그의 팔을 잡았고, 데미안이 뒤를 따랐다.
제국의 태양에게 인사도 올리지 않았으나 누구도 그들을 붙잡지 못했다.
문이 닫히기 전, 엘리가 고개를 돌려 아샤벨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전처럼 웃지 않았다.
그저 지그시 아샤벨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이 저를 향해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짜, 라고.
“……!”
아샤벨이 주먹을 꽉 쥐었지만 엘리는 다시 고개를 돌려 두 사람과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쿵.
문이 닫혔다.
그것은 마치 낙인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