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81)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81화(18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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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와 슈에츠 공작의 친자 검사가 황후 시해 사건으로 바뀌자 제국은 발칵 뒤집혔다.
황실에서는 성녀는 아무런 잘못이 없으며, 베인스 후작의 연구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했다. 신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베인스 후작은 목이 잘리는 그 순간까지 자신은 틀리지 않았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게다가 후작의 검사 키트의 정확성은 이미 많은 제국인들이 경험하지 않았는가.
그와 함께 키트를 만든 라티오넬 가에서 무슨 말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그들은 아무런 입장표명도 하지 않았다.
라티오넬 백작이 황후인 딸을 뒤로한 채 카지노에 미쳐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은 당연했다.
“아직도 황후 폐하에게 남은 그 얼룩 같은 건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지?”
“마탑에서도 원인을 모른다고 할 정도면 말 다 했지.”
“그럼 정말 황후 폐하께서 마나의 흐름을 조작하신 건가?”
“말도 안 돼. 설마 그런 끔찍한 짓을 하셨을 리가.”
“사실이 어쨌든 간에, 베인스 가문은 멸문을 피하지 못하겠군. 그나마 슬하에 자식이 없어서 다행이지.”
사람들은 쯧쯧 혀를 찼다.
“그런데 정말 일이 어떻게 되려나. 슈에츠 공작이 성녀의 추방을 요구했다면서.”
“하지만 성녀님의 치유를 목격한 사람은 한둘이 아니지 않나. 게다가 전시 중 슈에츠 공작님의 광증도 정화했다고 들었는데…… 그건 어떻게 된 거지?”
“그것조차 조작일 수가 있는 거지. 왜, 신전에서 정화를 핑계 삼아 슈에츠가에 간섭하려 했잖아.”
“그럼 성녀님이 정말 성녀님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건가?”
“하지만 성녀님께서 황후 폐하의 치유를 담당하시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럼 그분의 힘은 인정된 것 아닌가?”
“그것조차 성녀님께서 조작하신걸 수도 있지.”
“생각해 보면 이상하긴 하군. 사기가 들끓던 곳에서 갑자기 웬 기억을 잃은 여인이 나타나다니. 너무 소설 속 이야기 아닌가.”
아샤벨을 이용해 제국의 위엄을 드높였던 만큼, 소문은 더더욱 늘어났다.
급기야 성녀가 신전에서 만든 가짜인 것 아니냐며 의심하는 자들까지 생겼다.
교역 중인 타국에서도 미심쩍은 기색을 감추지 않을 정도였다.
여러 말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아샤벨은 자신의 방에 홀로 앉아 있었다.
차분하게 숨을 내쉬었지만 덜덜 떨리는 호흡은 숨기지 못했다.
슈에츠 공작이 추방을 요청하긴 했으나, 신전은 황후의 치유를 이유 삼아 아샤벨을 보호했다.
‘대신관님께서 다 괜찮다고 말씀해 주셨지만…… 얼마 가지 못할 거야.’
아샤벨이 주먹을 꽉 쥐었다.
사람들은 보지 못했지만, 저는 보았다.
어전을 나서기 전, 엘리가 손을 대자 에르하르트의 기운이 옅어졌다.
그가 직접 거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아니었다.
그건 분명, 정화였다.
저와 같은 힘.
세계수의 힘이었다.
그녀의 손이 덜덜 떨렸다.
모두가 저를 향해 가짜라고 수군거렸다.
그런 와중에 엘리가 세계수의 힘을 가졌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그리고 신전에서도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나는 정말 추방당하고 말 거야.’
그건 싫었다. 아샤벨이 부정하듯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어째서 저 아이는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걸까?
그녀는 아무것도 없었다.
고향도 잃었으며 사랑하는 가족도, 사랑하는 사람도 마음에는 두었으나 가지지 못했다.
그녀에게 남은 것이라곤 자신이 가진 힘뿐이었다.
그런데 모든 것을 다 가진 아이가 제가 가진 유일한 힘마저 가졌다.
나는 아무것도 없는데.
왜 당신은 전부 다 가진 거야? 왜 하필 너야?
어두운 생각들이 그녀의 이성을 흐리게 만들 때였다.
“성녀님.”
문이 열리고, 황후 궁의 시종이 들어왔다.
“황후 폐하께서 찾으십니다. 어서, 얼굴을 치료하시라고…….”
시종이 난감한 목소리로 말을 전했다.
그 말에 아샤벨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후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정말 제국에서 쫓겨날지도 몰랐으니까.
황후의 침실에 가까이 가자 노성이 들려왔다.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황제, 벤터스가 카르티아를 향해 노성을 터뜨리고 있었다.
제 부인의 얼굴과 목덜미에 남아 있는 검은 얼룩은 안중에도 없었다.
“슈에츠 쪽으로 밀어 넣기는커녕, 가짜 성녀라 수군대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오?”
“…….”
“분명 그대가 잘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소!”
카르티아는 꼿꼿하게 앉아, 칼날처럼 퍼부어지는 비난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러나 파르르 떨리는 입매는 감추지 못했다.
한참 동안 분노하던 황제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예상조차 못 하다니.”
그러곤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혀를 찼다.
“당신도 동생과 똑같군.”
그 말을 남기며 그가 매정히 등을 돌렸다.
문이 닫히고, 홀로 남은 카르티아가 거울을 들어 제 얼굴을 살폈다.
오른쪽 뺨부터 시작해, 목덜미가 검게 물들어 있었다.
한번, 두 번. 제 얼굴을 반복해보던 그녀의 숨이 점차 거칠어졌다.
이윽고-
쨍그랑!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거울이 바닥에 부딪쳐 깨졌다.
거친 숨을 내쉬었다. 어찌 감히 제게 이런 모욕을 줄 수 있단 말인가!
‘다른 것도 아니고, 레일리와 같은 치욕이라니!’
“아아악!”
벌게진 눈으로 거울 파편을 내려다보던 그녀가 근처에 자리한 것들을 모두 내던지기 시작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아샤벨이 방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이성을 잃은 눈동자가 기다렸다는 듯 아샤벨에게 향했다.
“왜 이제 오느냐! 부른 지가 언제인데!”
그녀가 마구 쏘아붙였다.
“머저리같이 정화도 못 하고 나를 이 꼴로 만들었으면, 어서 치료나 할 것이지 뭘 꾸물대고 있는 거야!”
“…….”
“어서 치료를 해! 네게 주어진 일을 하란 말이야! 완전히 없애란 말이다! 이 쓸모없는 버러지 같으니!”
황후의 폭언에 아샤벨이 얼굴을 굳혔다.
쓸모없는 버러지.
맞는 말이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사기가 들끓는 곳에 홀로 앉아 있었다.
너무나 무서웠다. 누구라도 좋으니 저를 데려가 주었으면 했다.
그러던 중, 슈에츠 공작과 데미안을 만났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모든 사람들이 성녀라며 저를 추대했다.
그런 관심이 좋았다.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 준, 세계수의 힘이 뿌듯했다.
그리고.
저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게 해 준 에르하르트와 데미안이 좋았다.
그러니, 계속 제국에 남아 있으려면 세계수의 현신으로서 사람들에게 찬양받아야 했다.
슈에츠 공작과 데미안의 관심을, 애정을 받아야 했다.
그러려면…… 그 아이를 없애야 했다.
‘그럼 내가 진짜가 될 수 있어.’
아샤벨의 눈빛에 이채가 사라졌으나 흥분한 카르티아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뭘 멍청히 서 있어! 어서 치료해! 지금 당장!”
그에 아샤벨이 카르티아 곁으로 다가왔다.
아샤벨이 손을 뻗자 카르티아가 거친 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의아함을 느낀 카르티아가 눈을 떴다.
아샤벨의 손은 어느새 거둬져 있었다. 그녀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지금.”
“…….”
“지금 뭐 하는 것이냐.”
“…….”
“지금 뭐 하는 것이냐고 물었어!”
“전에 말씀해 주셨지요.”
그에 아샤벨이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생아 딸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무슨 말을-!”
“그 약속, 지켜주셔야겠어요.”
아샤벨이 빙긋 웃었다.
“이제 치유에 대한 제 조건이에요.”
“이 건방진 계집! 누구 덕분에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데, 네가 감히-!”
카르티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목이라도 조르려는 듯 손을 뻗자 아샤벨이 한 걸음 물러났다.
“싫으시다면, 계속 그 얼굴로 평생을 사셔야겠지요.”
“……!”
카르티아의 숨이 일순간 멈췄다.
이 얼굴로 계속 살게 된다면.
제가 아닌 레일리의 얼굴로 살게 된다.
카르티아가 그대로 굳자, 아샤벨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옅게 웃었다.
아샤벨이 천천히 황후를 끌어안았다.
“황후 폐하께서는 그 아이를 딸로 맞이하시면 됩니다. 조건이 바뀌었을 뿐이에요.”
“…….”
“그럼 모든 게 완벽해집니다. 저는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고, 황후 폐하께서는 원래의 얼굴을 되찾으실 수 있어요.”
천사 같은 목소리로 아샤벨이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하면 제게 주세요.”
유리아 님의 목소리를.
* * *
공작저.
에르하르트는 단도를 든 채 온실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장미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유리아는 장미를 좋아했다. 그의 눈동자 색과 닮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다른 이들은 에르하르트를 보며 피를 떠올렸다.
그런데 붉은 장미라니.
로맨틱한 감상은 그와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맑게 웃는 그녀의 미소만큼은 쉬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추운 곳에 따뜻한 온실을 만들었다.
지독히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지만 그녀가 이곳에서 행복을 느끼면 그도 행복해질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유리아가 죽고 난 후 그는 단 한 번도 온실에 오지 않았다.
이 따스함과 달콤한 꽃의 내음이 유리아의 미소를 떠올리게 했으니까.
그를 다시 끝도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들었으니까.
에르하르트의 눈동자에 체념이 어렸다.
단도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때, 따스한 손이 공작의 팔을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