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88)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88화(188/241)
* * *
“황녀가 사라졌다니!”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황궁이 발칵 뒤집혔다.
모든 일은 사냥대회 중, 마테오가 기절한 채 발견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황자가 손목이 으스러진 채, 기절한 상태로 발견됐다. 마물이 그를 습격한 것이라면 손목만으로 끝나지 않았을 터였다.
누군가 마테오를 공격했다는 뜻이다.
사냥대회는 급히 중지됐다. 신호탄을 쏴 참가자들에게 다시 숲의 입구로 돌아올 것을 알렸다.
신호를 알아들은 모두가 돌아왔다.
그러나 엘리와 데미안만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면 황녀님께서 황자 전하를 공격하셨다는 겁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어찌 황녀 전하께서 그런 짓을 하시겠소?”
“하면 남은 사람은 클라이더 공작밖에 없군요. 그런데 설마…… 황녀 전하를 납치하신 건 아니겠지요?”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납치라니요!”
“가능성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요. 아내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니는 그 핏줄이 어디 가겠습니까? 기어이 일을 친 겁니다. 황녀 전하를 납치한 것이라고요!”
수군대는 말이 이어질수록, 황제의 초조함은 더해졌다.
황녀가 사라졌다.
대가 끊겨가는 치유력을 개화한 아이가 사라진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피라도 미리 뽑아놓을 것을!’
“당장 수색대를 보내 황녀와 클라이더 공작을 찾아라!”
황제의 명에 황실 기사단들이 숲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들 중엔 파비안도 함께였다.
화두에 오른 사람이 데미안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납치설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데미안은 정말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엘리가 위험하다.’
파비안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것도 망각한 채 숲을 뒤졌다.
그러나 어둠이 내려앉은 숲은 현재 기운을 지운 황족조차 쉽사리 들어갈 수 없었다.
황제가 이를 이득 갈고 있는 사이.
“으윽…….”
급히 황궁으로 옮겨진 마테오가 신음과 함께 천천히 눈을 떴다.
카르티아가 차분한 목소리로 아들을 반겼다.
“일어났군요, 2 황자.”
“……어머니?”
마테오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 느껴지는 강한 통증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손목이 부러졌다는군요. 무리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저는 왜 여기에…….”
멍하니 묻던 마테오는 곧, 기절하기 전 제게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엘리를 탑에 가두려 했지만 실패했고, 곧 그녀의 협박을 이기지 못해 기절까지 했다.
‘그 빌어먹을 계집……!’
마테오가 이를 아득 갈았다.
하지만 겁에 질려 기절까지 했다는 말을, 도저히 내뱉을 수 없었다.
그가 분노해 씩씩거리고 있을 때, 카르티아가 담담한 낯으로 말했다.
“그렇게 그 아이를 가지고 싶었나요?”
“……!”
마테오의 눈이 크게 뜨였다.
‘어머니께서 그걸 어떻게……!’
그 반응에 카르티아가 빙긋 웃었다.
“황실에서 대대로 녹안에 집착했다는 걸 알려준 사람이, 이 어미라는 걸 잊은 모양입니다.”
마테오가 입을 꾹 다물었다.
어머니는 그의 계획을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제가 실패한다는 것마저도.
그가 주먹을 꽉 말아주었다.
아마 어머니는 제가 데미안에게 당한 줄 알고 있을 터였다.
손목을 이 지경으로 만든 건 데미안 짓이었지만, 그가 기절한 데에는 엘리의 협박이 더 컸다.
그러니, 기절의 이유가 그 계집 때문이라는 말은 더더욱 할 수없었다. 그녀를 탑에 가두려 했다는 말 또한.
그의 침묵에 카르티아가 빙긋 웃었다.
“괜찮습니다, 2 황자. 오히려 우리에게 유용하게 적용되었으니까요.”
“……예?”
“이제 클라이더 공작은 황녀를 납치한 납치범이 되었습니다. 이는 명백한 황족 시해.”
“……!”
“게다가, 아직 슈에츠 공작 쪽과 호적 정리도 하지 않았더군요.”
마테오의 눈이 크게 뜨였다.
데미안이 이대로 엘리와 함께 돌아오지 않는다면, 황족 시해로 인정된다.
‘아직 호적상 아버지인 슈에츠 공작도 함께 끌어내릴 수 있다.’
슈에츠 공작은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니, 무어라 반박할 수도 없을 터.
데미안이 엘리와 함께 돌아온다고 해도, 마테오의 손목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사실이었으니 황족 시해는 피해 갈 수 없었다.
그제야 마테오는 깨달았다.
사냥대회 주최를 반대했던 것.
데미안과 저와의 실력 차이를 언급해, 자신의 자존심을 꺾은 것.
그러면서도 사냥대회 주최를 말리지 않은 것은, 전부 다.
‘이 상황을 위한 것이었다.’
즉, 어머니는 데미안이 저를 공격한다는 것도 이미 예상하고 있었을 터.
‘만약 공격당한 곳이 손목이 아니라 다른 곳이었다면?’
마테오는 보았다.
이성을 잃은 데미안의 눈빛을.
살육을 망설이지 않는 짐승의 것이었다.
엘리가 말리지 않았다면 저는 정말 죽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머니는 저를 말리지 않았다. 잘 다녀오라며, 제 어깨를 토닥여 줄 뿐이었다.
마테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자 카르티아는 다정히 웃었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2 황자를 황제로 만들어주겠다고.”
“…….”
“그러니 2 황자는 그저 사람들에게 클라이더 공작이 저를 공격하고, 황녀를 납치해 달아났노라,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그 이후 상황은 다 어미가 알아서 할 테니.
카르티아의 붉은 입술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 * *
한편.
슈에츠 공작성의 분위기는 며칠째 물에 잠긴 것처럼 어두웠다.
황제가 도둑맞은 보물이 황녀였으며, 그 황녀가 엘리였다는, 충격적인 사실 때문이었다.
가신들과 시종들은 엘리가 황녀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엘리가 보여주었던 모든 모습이 황족을 넘어서, 그녀라는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공작님께선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시종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말도 안 돼! 공작님께서 엘리님을 내치시기라도 하신다는 뜻이에요?”
“그럴 리 없잖아요!”
이바나와 아셀이 강하게 반박했다.
“하지만 황녀님이라는 게 밝혀진 후, 헤론 님과 제리트 님께선 공작성에 발걸음도 하지 않으시잖아.”
“그, 그건…….”
이바나와 아셀이 입을 다물었다.
“뭐, 우리끼리 말해봤자 입만 아프지. 공작님께선 아직도 저렇게 누워만 계시니까…….”
“성녀님이 없으셨다면 정말 큰일 났을지도 몰라.”
시종들은 난감한 얼굴로 한숨을 고개를 저었다.
기둥 뒤에서 그것을 듣고 있던 아샤벨이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황족을 원수보다도 미워한다는 황후의 말은 역시 사실인 듯했다.
오랜 시간, 슈에츠 공작을 모셔온 사용인들의 태도만 봐도 알만하지 않은가.
게다가 데미안은 아샤벨이 공작성에 기거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내가 없으면 슈에츠 공작님이 힘들어지시니까.’
그 여자보다, 내가 더 필요한 존재니까!
아사벨이 히죽거리며 웃고 있을 때, 낯선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군.”
거친 목소리의 주인은 탈룸이었다.
“공작은, 아니 공작님은 엘리가 누구든 신경 쓰지 않는다에 내 왼쪽 날개를 걸지.”
“……날개요?”
“있어, 그런 게.”
탈룸은 잠깐의 소란마저 불쾌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시종들은 어리둥절했다.
탈룸은 단 한 번도 남에 대해 단언한 적이 없었다.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웃고 넘기는 호탕한 사람이었다.
그런 탈룸이 저리 말할 정도라니.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때, 곁에 있던 토미도 동조했다.
“공작님을 너무 모르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저희끼리 이런 대화를 나눈 것을 공작님께서 아신다면…….”
토미가 상상만 해도 두렵다는 듯 몸을 으슬으슬 떨었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지.”
“공작님께서 엘리 님을 얼마나 예뻐하시는데. 어릴 때 엘리 님께 선물 받은 매듭을 아직까지 애지중지 품고 다니시는 것만 봐도 알만하지.”
“그렇죠? 역시 쓸데없는 걱정이라니까요!”
시종들의 얼굴에 어렸던 걱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확신 가득한 어조에 아샤벨은 주먹을 꽉 쥐었다.
‘말도 안 돼.’
아무리 엘리를 아낀다고 한들, 원수의 자식이다.
게다가 황실은 공작이 끔찍이 사랑한 유리아까지 건드리지 않았는가!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걱정이 치밀었다.
공작의 광증 정화를 이유 삼아 공작성에 기거하고 있긴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순 없었다.
이대로 공작이 일어나지 못한다면 또다시 성녀의 자질을 의심하려 들 테니까.
‘그 여자가 완벽하게 황녀로 인정받은 후, 깨울 작정이었는데……!’
엘리가 황족이어도 상관없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모든 일이 물거품이었다.
아니, 오히려 엘리에게 황녀라는, 더 큰 권력을 쥐어준 꼴이 된다!
아샤벨은 자신이 갖지 못한 사랑과 애정이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두려웠다.
‘……안 돼, 그럴 순 없어.’
아샤벨이 창백하게 질린 낯으로 손톱을 물어뜯을 때였다.
주머니에 넣어둔 통신석이 울렸다. 황후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허겁지겁 통신석을 꺼내 든 그녀가, 그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표정을 굳혔다.
‘데미안 님께서 엘리 님을 납치했다고?’
그녀가 입을 틀어막았다. 어떻게 그런 짓을…….
그러나 이윽고 들려온 명령은 그녀를 더욱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평소의 저였다면 주저했을 것이다. 그것만은 할 수 없다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 아이를 없앨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니까.’
아샤벨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달빛이 내려앉은 침실 안엔 에르하르트가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아샤벨이 떨리는 손을 들어 올렸다.
녹음의 빛과 함께 검붉은 기운이 손을 타고 퍼져 나갔다.
에르하르트의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
그의 괴로움을 눈에 담은 아샤벨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유리아의 목소리로 그에게 속삭였다.
“네가 사랑한 모든 이를 죽여.”
그 속삭임이 그에게 강하게 파고든 순간.
에르하르트가 천천히 감은 눈을 떴다.
인간성을 완전히 상실한 붉은 눈동자가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