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92)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92화(192/241)
우두머리 엘프의 말에 다른 엘프들이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겼다.
마땅한 대답을 내뱉지 않으면 공격하겠다는 뜻이다.
엘리는 입술을 깨물며 주위를 살 폈다.
엘프들이 저를 공격하려는 이유는, 이곳에 발을 들였기 때문이다.
제가 세계수와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다면.’
엘리가 천천히 무릎을 굽혀, 활과 화살을 완전히 바닥에 내려놓았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엘프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지금 뭐 하는 짓이지?”
“가져가세요.”
“뭐?”
“제가 세계수의 힘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셔서 이러시는 거잖아요.”
“…….”
“만약 여러분께서 제 안에 담긴 힘을 가져가고, 세계수가 다시 피어난다면 오히려 잘된 일이에요.”
“…….”
“그러니 가져가세요. 어떤 방법이든, 전 괜찮아요.”
엘프들의 눈이 가늘어졌다.
사냥복을 입고 있긴 하지만 그녀가 가진 무기라곤 방금 전까지 들고 있던 활이 전부였다.
품속에 단도 같은 걸 숨겨두었다고 해도 이 많은 숫자의 엘프들을 이겨내기엔 어려울 터.
“그럼 정말 침입자가 아니란 소리인가?”
“말도 안 돼. 인간의 말을 또 믿으려고? 저것도 다 거짓이 분명하잖아!”
“하지만 기운이 느껴진다. 역시 세계수의 힘이 분명해!”
“역시, 정말 소수 일족 중 누군가 새로운 세계수를……!”
“말도 안 돼! 그게 가능할 리 없잖아!”
우두머리 엘프가 날카롭게 소리치며 소란을 끊어냈다.
“인간은 믿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그 사실을 잊은 건 아니겠지?”
“……!”
그에 움찔하던 엘프들이 결심을 끝낸 듯, 다시 엘리를 향해 화살을 겨눴다.
스릉!
검을 뽑아 든 데미안과 에르하르트가 빠르게 엘리의 앞을 막아섰다.
“비켜라, 인간. 이대로 물러난다면 너희 둘만은 살려주지.”
“그건 이쪽에서 할 말인데.”
에르하르트가 대수롭지 않게 그들의 경고를 맞받아쳤다.
“활을 내려. 지금 당장.”
“다른 이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려는 것이냐? 목숨이 귀한 줄을 모르는구나.”
“이미 한번 죽어봐서, 목숨 귀한 건 잘 알고 있지.”
에르하르트가 말을 끝냄과 동시에 오러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데미안도 마찬가지였다.
오러 발현자가 두 사람이나 나타나자 엘프들이 조금 당황한 듯 시선을 교환했다.
“……설마 진심으로 우리에게 덤벼들려는 것은 아니겠지.”
“활을 내려, 엘프.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을 모두 죽이겠다.”
데미안이 엘프를 노려보며 말했다.
“한낱 인간이 무슨 수로?”
“그건 지켜보면 알게 되겠지.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죽이는지.”
엘프들은 불쾌한 듯 미간을 좁혔다.
그러나 화살은 쏘지 못했다.
저 정도의 오러를 발현한 자라면 정말 그들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저 적안의 남자에게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기운이 느껴진다.’
모두 죽이겠다는 말은 과장이 아닐지도 몰랐다.
물러나지 않는 대치에 팽팽한 긴장감이 주위를 맴돌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쿵!
큰 소리와 함께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악!
짐승 울부짖는 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오기 시작했다.
“젠장, 벌써 깨어난 건가? 아직 시간이 남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수장님!”
엘프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악!
그사이에도 울음소리는 더더욱 커졌다.
쿠웅. 쿠웅.
땅 울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판단을 마친 엘프들이 빠르게 활을 거뒀다.
“철수해! 당장 여길 떠나야-!”
그 순간.
숲 사이에서 커다란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집채만 한 덩치를 가진, 꼬리가 두 갈래로 갈라진 생물체였다.
꺄아아아아아악!
“제기랄, 피해!”
엘프들이 욕설을 내뱉으며 재빨리 날아올랐다.
눈을 벌겋게 물들인 괴생물체가 엘리와 데미안을 향해 덤벼들기 시작했다.
욕설을 중얼거린 에르하르트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고, 데미안은 엘리를 제 몸 뒤로 숨겼다.
짧은 시간, 두 사람은 판단을 끝냈다.
엘프들은 저 마물을 두려워했다.
그러니 이 마물을 잡아, 엘프들과 협상한다면 이곳에서 나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푸른 오러가 데미안의 검을 감쌌다. 뿜어져 나온 검기가 대지를 갈랐다.
빠르게 검기를 피한 마물이 그들에게 돌진했다.
움직임을 읽어낸 에르하르트가 검을 휘둘러 마물의 발목을 베었다.
키에게에엑!
고통에 몸부림치며 버둥거리던 마물이 눈을 일순간 번뜩였다.
시선의 끝이 엘리에게 닿아 있었다.
“젠장!”
데미안이 욕설을 중얼거리며 엘리에게 몸을 던진 순간.
마물이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흔적을 감췄나?
그것도 아니면 도망?
데미안은 기민하게 흐름을 읽어냈다.
파사삭!
‘저쪽이다!’
데미안이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검을 내리찍었다.
푹!
캬아!
그런데 섬뜩한 소리와는 달리다 소 이질적인 소리가 들렸다.
방금 전, 마물의 입에서 나왔다기엔 조금…… 귀여운 울음.
데미안이 미간을 좁히며 시선을 내렸다.
그 아래에는-
캬아! 캬아!
두 개로 갈라진 꼬리를 가진, 웬 여우처럼 생긴 동물 하나가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덜덜 떨고 있었다.
검날이 조금이라도 빗나갔다면 단말마의 비명도 내지르지 못한 채 죽었으리라.
여우도 그것을 아는 듯 굳은 채 헐떡이고 있었다.
그것이 퍽 안쓰러울 법도 하건만 데미안은 눈을 가늘게 뜰뿐이었다.
“이건 또 뭐야.”
그것은 에르하르트도 마찬가지였다. 미간을 좁힌 그가 삐딱한 자세로 여우를 내려다보았다.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마물이라니. 수많은 마물을 베어 봤지만, 이런 마물은 처음이군.”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 데미안이 손을 뻗어, 마물의 양쪽 귀를 잡아 올렸다.
캬아! 캬아!
여우가 버둥거리며 데미안의 손을 마구 할퀴었다.
그러나 그 발버둥은 에르하르트가 검을 뽑자 언제 그랬냐는 듯 우뚝 멈췄다.
캬아…….
아니, 오히려 붉은 눈을 깜빡이며 그들을 올려다봤다.
반항하지 않을 테니 제발 살려달라 애원하는 모습이 정말 영락없는 한 마리의 여우였다.
“아빠! 데미안!”
그때, 엘리가 두 사람 곁으로 달려왔다.
“어디 다친 데는 없지? 아빠도 괜찮죠?”
“그래, 괜찮다.”
“나도 괜찮아. 엘리는?”
“나야 당연히 괜찮지. 그런데, 이건…….”
엘리는 얼떨떨한 얼굴로 여우를 훑었다.
“여우?”
캬!
엘리의 중얼거림에 여우가 긍정을 표하듯 컁컁거렸다.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뒷발을 마구 허공에 발길질하기도 했다.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던 엘리가 물었다.
“풀어달라고?”
캬!
여우가 붉은 눈을 빛내며 엘리를 올려다보았다.
말 잘 들을 테니 예뻐해 줘! 하고 말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얘…… 사람 말 알아듣나 봐.”
컁컁!
여우가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두 개로 갈라진 꼬리가 나비의 날갯짓처럼 팔랑거렸다.
“진짜 여우 자식이 나타날 줄은 몰랐는데.”
에르하르트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어떻게…….”
그때, 놀란 어조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어떻게 그 괴물을 잡은 거지?”
나무 뒤에 몸을 숨긴 엘프들이 겁먹은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그 마물을 붙잡은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우두머리 엘프의 말에 다른 엘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같이 두려움으로 가득한 눈빛.
지그시 그들을 바라보던 엘리가 여우를 향해 다시 시선을 내렸다.
여우는 어서 저를 놔달라는 듯 마구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토록 잡기 힘들던 놈을 잡아줬으니, 대가로 우리를 놔줄 수 있나요?”
그러나 이어진 엘리의 말에 여우의 얼굴이 절망 어린 표정으로 물들었다.
컁컁컁! 컁컁!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듯 여우가 마구 울기 시작했다.
“아우, 시끄러워…….”
엘리가 인상을 찌푸렸다. 데미안이 조용히 하라는 듯 여우를 다시 붙잡았다.
그런데 그때, 여우가 뒷발을 들어 엘리를 향해 발차기를 했다.
“아……!”
“……!”
데미안이 반사적으로 엘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여우가 솜방망이 같은 앞발로 데미안의 손을 내리쳤다.
에르하르트가 욕설을 중얼거리며 검을 휘두른 순간이었다.
폴짝 뛰어오른 여우가 한 바퀴 공중에서 돌더니 엘리의 어깨 위로 착지했다.
-이 고얀 것! 나를 죽이려고 작정했구나!
여우가 소리를 빽 질렀다. 엘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 어떻게 사람 말을……. 아까까지만 해도 컁컁거리기만 하더니…….”
-힘을 잃었던 것뿐이란다. 지금은 다시 되찾아서 다시 대화가 가능해졌지.
“힘?”
-그래. 애초에 신수인 이 몸에게 사람의 언어 따윈 숨 쉬는 것보다도 쉽단다.
흥! 하고 콧방귀를 뀐 여우가 으스대듯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물론 전부 다 네 덕분이지만.
그러곤 엘리의 뺨에 자신의 볼을 비볐다.
가르랑 거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여우였다.
그러자 데미안과 에르하르트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여우의 입에서 흘러나온 사내…… 아니, 소년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수컷이었나.”
“중성화를 시켜주지.”
데미안과 에르하르트가 번갈아 섬뜩한 말을 중얼거렸다.
-끄앙!
번뜩이는 눈빛에 겁먹은 여우가 엘리의 목덜미에 매달리듯 양발을 감았다.
-이, 이 고얀 놈들! 내게 이러면 후회할 게다! 나는 생명의 은인이란 말이다!
이어진 말에 엘리가 손을 들어 다가오는 두 사람을 막았다.
“생명의 은인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야?”
-이제야 내 말을 들어주는구나. 너라면 그럴 줄 알았단다!
엘리의 뺨에 코를 콕, 하고 찍은 여우가 앞발로 데미안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
여우의 붉은 눈이 데미안에게 향했다.
-유리아의 부탁으로 마물로 가득한 절벽에서 널 구해내고, 내 힘까지 나눠줬건만. 감히 신수인 이 몸에게 검을 겨누다니, 은혜를 원수로 갚아도 유분수구나.
이어진 말에 세 사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