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99)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199화(199/241)
마테오가 대답하지 못하자 카르티아가 외쳤다.
“말도 안 되는…….”
“그런데 황후 폐하.”
엘리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황후폐하께서는 제가 거짓을 말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뭐?”
“전 그저…… 제가 황족임을 증명하고 싶어 제 남편과 함께 열심히 마물을 잡았을 뿐인데…….”
이런 오해를 받을 줄은…… 엘리의 맑은 녹안이 촉촉하게 물들었다.
“부인. 울지 마십시오.”
“흐윽, 여보…….”
데미안이 위로하듯 어깨를 감싸자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 모습은 마치 비극을 겪은 연인 같았다. 납치범과 인질이라는 생각은 어느새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데미안의 따스한 품속에서, 엘리는 슬쩍 시선을 들어 올렸다.
카르티아의 입매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자신의 계획이 제대로 어긋나는 상황을 두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인정하기 힘든 듯했다.
‘하지만 그런 부인과는 달리…….’
벤터스는 기쁜 낯이었다.
엘리가 스스로 자신이 황족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에 이 어리석은 인간은 방금 전 엘리의 말이 스스로를 지옥으로 안내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래! 형제끼리 싸울 수도 있는 일이지, 암.”
벤터스가 껄껄거리며 웃었다.
“나는 황녀에게 큰일이 난 줄 알았다. 다음부터는 이 아비에게 언질이라도 주었으면 좋겠구나.”
“……앞으로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엘리가 치미는 욕설을 참아내며 빙긋 웃었다.
더없이 좋은 분위기였다. 하룻밤 해프닝이었다며 하하호호 웃고 끝낼 타이밍.
“그런데 2 황자 전하.”
그러나 엘리는 아직 끝낼 생각이 없었다.
“어째서 제가 다른 사람도 아닌, 제 남편에게 납치당했다고 생각하신 건가요?”
기절 전, 그는 엘리와 함께 마물을 맞닥뜨렸다. 그녀가 사라졌다면 마물의 습격을 생각해야 옳았다.
그러나 마테오는 황녀가 납치당했다고 주장했다.
‘마치 다른 이에게 인질을 빼앗긴 납치범처럼.’
“왜 하필 납치였나요?”
엘리의 물음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씩씩거리던 두 사람이 마법에 걸린 것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여기서 어떤 말을 내뱉어도 엘리에게 역공당할 것이 뻔했기에.
그들의 침묵에 엘리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무슨 오해가 있으셨나 봐요. 그게 아니고서야, 2 황자 전하께서 제 남편이 시해는 물론, 납치를 저질렀다는 누명을 씌울 리가 없잖아요.”
“…….”
“그렇죠?”
마테오가 핏발 선 눈으로 엘리를 노려봤다.
들썩이는 흉부가 그의 분노를 짐작케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이복누이를 해코지하려 한 파렴치한이 되느니, 부상을 입은 충격으로 아직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황자가 나았다.
“……그래. 내가 잠깐 착각을 했나 보군.”
마테오가 힘겹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역시, 그러셨군요.”
눈매를 휘며 웃은 엘리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정말 놀랐어요. 이렇게 여리고 사랑스러운 제 남편이 납치라니요.”
“…….”
“하지만 괜찮아요. 제 남편은 다 이해해 줄 거니까.”
상냥한 목소리에 선명한 재촉이 묻어났다.
지금 무슨 말을 하냐는 듯, 마테오가 그녀를 노려봤지만 엘리는 여전히 빙긋 웃을 뿐이었다.
그 맑은 눈동자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적당한 뒷말을 이으라고. 그렇지 않으면 네가 벌인 짓을 모두 밝히겠다고.
마테오는 주먹을 꽉 쥐었다. 지독한 살의가 치밀었다.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눈을 질끈 감고, 수많은 욕설을 속으로 중얼거리던 그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미안하군, 클라이더 공. 내 그대를…… 오해했군.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 주기를 바라네.”
그 말에 다른 기사들이 숨을 들이켰다.
황족은 그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태양은 모두가 우러러보는 것이지, 내려다보는 존재가 아니었으므로.
그런데 그 오만한 2 황자가 스스로 잘못을 시인했다!
기함할 만한 일이었으나 엘리는 익숙하다는 듯 웃을 뿐이었다.
‘그야 당연하지.’
그들의 사과는 이제부터 시작이었으니까.
“그런데 사냥대회는 끝난 건가요?”
엘리가 벤터스를 돌아보며 물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이 귀염둥이들을 제 스코어에 넣고 싶은데요.”
엘리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웬만한 저택보다 큰 ‘귀염둥이’들을 마주한 사람들의 시선이 참 볼만 했다.
그렇게 엘리는 사냥대회 우승자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제국 건국 이래, ‘황녀’가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 사례였다.
* * *
한편, 아직 해가 완전히 떠오르지 않은 어슴푸레한 새벽.
슈에츠 공작가의 분위기는 더없이 살벌했다.
공작가의 기사단인 검은 사자와 황궁 기사단들이 굳게 닫힌 공작가의 철문 앞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검은 기사단 앞엔 라이너와 안테가, 황궁 기사단 앞엔 1 황자 파비안이 서 있었다.
그들의 주군이 폭주로 사경을 헤매는 상황이라고 해도, 황녀의 납치 소식은 들었을 터였다.
그러나 검은 사자 기사단은 무장 태세를 갖췄다. 물러나지 않고 황궁 기사단에게 맞서 싸우겠다는 뜻이었다.
후우, 작은 한숨을 내쉬던 파비안이 고개를 돌려 대지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지금 당장 쳐들어가고 싶었지만, 황제의 명에 따라 해가 완전히 뜰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엘리가 이곳에 있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았다.
데미안이 멍청이가 아닌 이상, 엘리를 납치하고 슈에츠 공작성에 왔을 리는 없으니까.
황제도 이를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궁 기사단을 보낸 건, 하루빨리 두 공작가를 무너뜨리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알고 있지만…….’
엘리가 정말 이곳에 없다면, 그래서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깊은 분노가 치밀었다. 그가 주먹을 꽉 쥐었다.
이윽고 해가 완전히 떠올랐다.
파비안이 철문 너머, 검은 사자 기사단에게 말했다.
“성문을 열어라.”
“주군의 명 없이는 허락하지 않는다.”
라이너가 굳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황족 시해를 저지른 죄인을 체포하러 왔다. 이를 거부한다면 그대들 또한 황족 시해에 공조하는 것으로 알겠다.”
파비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성문을 열어, 지금 당장.”
그러나 검은 사자 기사단은 여전히 미동조차 없었다.
흩날리는 눈발처럼 싸늘한 긴장감이 주위를 맴돌았다.
“……하는 수 없군.”
그에 파비안이 탄식처럼 중얼거리고선 황궁 기사단에게 시선을 주었다.
황궁 기사단들이 기다렸다는 듯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슈에츠 공작가의 기사단도 맞서 싸우겠다는 듯 전시 태세를 갖췄다.
상대는 전장의 살인귀가 직접 이끄는 군대였다.
아무리 슈에츠 공작이 누워 있다고 해도 만만치 않은 상대임이 분명했다.
황궁 기사단들의 얼굴에 긴장이 감돌 때, 파비안이 명했다.
“지금부터 황제 폐하의 명을 집행하겠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황궁 기사단들이 공작성을 향해 내달렸다.
기사단 중 하나가 호기롭게 검을 쥘 때였다.
콰아아아앙!
큰 소리와 함께 성문이 열렸다.
갑작스러운 굉음에 황궁 기사단들이 멈칫했다.
흩날리는 눈발 너머로, 흐릿한 형체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
기사단의 눈이 크게 뜨였다.
언제나 피로 물든 듯한 적 흑발에, 핏빛 눈동자를 가진 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전신에 소름이 내달리는 사내는 제국에 단 한 명밖에 없었다.
“슈, 슈에츠 공작……!”
누군가 넋 나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며칠 밤낮으로 이어지는 성녀의 치유에도 깨어나지 못 하고 있다 들었다.
사람들 중 몇몇은 슈에츠 공작이 사실 죽어버린 게 아니냐 수군거리기도 했었다.
그런데 저리도 멀쩡한 모습으로 살아 있다니!
존재 자체로도 두려운 상대를 눈앞에서 접하자, 몸이 제멋대로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공작이 어깨에 검을 걸친 채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서, 여긴 무슨 볼일로 왔지?”
그의 물음에 파비안은 미간을 좁혔다.
황족인 제게, 예의는 고사하고 하대를 썼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여유로운 태도 때문이었다.
호적상 그의 아들인 데미안이 엘리를 납치한 일 때문에 황궁에서는 지금 난리가 났건만, 저리도 태평할 수가 있다니.
‘엘리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것인가?’
하지만 완전 무장을 끝낸 그의 기사들을 보면 그것은 또 아닌듯했다.
하여 파비안은 다시금 슈에츠 공작에게 말했다.
“황제 폐하의 명령으로 왔습니다. 공작성의 수색을 허락해 주십시오.”
“누구 마음대로.”
공작이 여전히 황족에 대한 예를 갖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
“폐하의 명을 따르지 않겠다는 겁니까?”
“그렇게 말한 적은 없지만, 대충 의미는 비슷하군.”
장난스러운 어조에 파비안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공작, 지금 장난칠 때가 아닙니다. 공작의 아들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는 겁니까?”
“그 아이를 가르친 게 나인데, 내가 모르면 누가 알지?”
“공작!”
결국 파비안이 참지 못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에 슈에츠 공작은 귀에 걸리적거리는 불협화음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인상을 찌푸렸다.
“먼저 농을 던지시기에 함께 응수해 드린 것뿐인데, 아쉽군요.”
전혀 아쉽지 않은 투로 대답한 그가 이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1 황자 전하. 성 수색을 허락해 드리지요.”
공작이 공손히 대답하며 어깨 위에 걸친 검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푹!
눈밭을 파고드는 검의 소리가 꼭 제 살을 꿰뚫는 것처럼 들렸다. 황궁 기사단 몇몇이 몸을 움찔 떨었다.
“그전에 저를 먼저 쓰러뜨리셔야겠지만요.”
휘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적안이 흉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