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20)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20화(2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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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 안으로 들어서자, 슈에츠 가문의 원로들과 가신들로 보이는 귀족들의 시선이 엘리에게 쏟아졌다.
슈에츠 공작은 가신들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고, 그 뒤편엔 늘 그렇듯 안테가 서 있었다.
“그대들에게 했던 말을 기억하겠지. 이 아이라네.”
공작의 말에 엘리는 눈치 빠르게 치맛단을 잡고 예를 갖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엘리라고 합니다.”
흠잡을 데 없는 공손한 인사였으나 가신들의 얼굴이 구겨졌다.
아이의 입에서 나온 건 이름뿐이었다. 평민이라는 뜻이었다.
“나 참…….”
“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원로들이 한 마디씩 중얼거리며 불편함을 표출했다.
그래도 예상보단 순한 반응이었다.
‘공작과 함께여서 그런 거겠지.’
엘리는 지지 않고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조금이라도 기죽은 모습을 보였다간 먹잇감이 되어 물어뜯길 수 있었다.
‘역시 공작님이 직접 데려온 아이답군.’
가신들이 신음을 삼키자, 한편에 자리한 코르비노 자작은 비웃음을 흘렸다.
이래서 미리 손을 써놔야 하는 법이다.
코르비노 자작이 입을 열었다.
“공작님, 실례지만 먼저 봐주셨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말에 에르하르트가 불만스러운 기색으로 눈을 치켜떴다.
“순서까지 빼앗을 정도로 급한 일인 거겠지.”
“저번에 말씀드렸던 블루 호프 가공에 대한 건입니다. 말씀해주셨던 가공을 어제 막 끝낸 참인지라, 공작님께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코르비노 자작이 늘 그렇듯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공작은 감정을 알 수 없는 얼굴로 그를 빤히 응시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승낙을 받은 코르비노 자작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시종에게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데 살짝 열린 문 너머로 심상치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작, 무슨 일인가?”
한 가신의 물음에 코르비노 자작이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공작님께 드리기로 했던 블루 호프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블루 호프가 없어져?”
“그게 무슨 말인가. 하필이면 가공한 블루 호프가 없어지다니!”
“혹여 마물들의 손에라도 들어가면……!”
청천벽력 같은 말에 가신들이 웅성거렸다.
그들 중, 나이가 제일 지긋한 원로 파라크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보석을 관리한 사람이 누구지?”
“제 시종입니다.”
“그 시종을 데려오너라. 어서!”
파라크의 재촉에 엘리에게 보석을 보여주었던 시종이 주춤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네가 블루 호프를 가지고 있었느냐?”
“예, 예, 그렇습니다…….”
“대체 관리를 어떻게……! 아니, 지금은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 누구냐.”
파라크의 추궁에 시종이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시, 실은 블루 호프를 잠시 다른 데에 두었습니다.”
“다른 데라니. 그 귀한 걸 어디에?”
“……저쪽에 계신 아가씨께 먼저 보여드렸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엘리에게 쏠렸다.
“제가 누구인지 인사를 먼저 드리기 위해 블루 호프를 보여드렸고, 저는 편히 구경하실 수 있도록 보석을 드렸습니다만…….”
코르비노 자작이 안절부절못하며 말끝을 흐렸다. 파라크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블루 호프를 돌려받았나?”
“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시종이 덜덜 떨며 거짓을 말했다.
분위기가 싸늘히 식었다. 흐름이 제가 생각한 대로 바뀐 것이다. 코르비노 자작은 웃음을 삼키며 말했다.
“공작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몸수색을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수색?”
그러자 공작이 미간을 좁히며되물었다.
“……공작님께 이런 말씀드리기 정말 죄송합니다만, 들은 말이 있습니다.”
코르비노 자작이 난처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아실 겁니다. 라티오넬 백작님의 성에 침입한 도둑의 이야기를요.”
라티오넬 백작은 현 카르티아 황후의 처가였다.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
“아가씨, 아니, 저 아이의 어머니는 유명한 도둑이었다고 하더군요.”
“뭐라고?”
“설마 라티오넬 백작가에 침입한 그 도둑의 딸이란 말입니까?”
코르비노 자작의 말에 가신들이 웅성거리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코르비노 자작이 말했던 방법이 이것임을 본능적으로 눈치챈 것이었다.
원로와 가신들이 일제히 공작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공작님, 이 이야기를 들은 이상 저희는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부디 저 아이의 몸수색을 허락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공작님.”
제게 겨눠진 머리통들을 내려다보던 공작이 느릿하게 시선을 움직였다.
붉은 눈동자가 함께 고개 숙인 코르비노 자작에게 닿았다.
‘이런 속셈이었군.’
대뜸 블루 호프 이야기를 꺼내길래 무슨 수작을 부리려나 했더니만.
‘고작 이런 얕은 수라니.’
그들의 수작을 일갈하기 위해 공작이 입을 뗄 때였다.
“……엄마가 도둑이셨던 건 맞지만, 저는 정말 아무것도 손대지 않았어요.”
엘리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이는 무척이나 겁먹은 얼굴이었다.
“그러니 확인을 해보자는 것 아니냐.”
“전 정말로 훔치지 않았어요!”
“몸수색만 한다면 밝혀질 이야기다. 뭐를 그리 감추고 싶은 게냐?”
가신 중 하나가 이죽거렸다. 입술을 꼭 깨물던 엘리가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어요. 하지만 제 몸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면 사과해 주세요.”
“허! 이 당돌한 것 같으니. 그래, 내 그렇게 하마. 조건을 받아들이지.”
가신들은 그렇게 말하며 시종에게 턱을 까딱였다.
몸을 뒤져보라는 뜻이었다.
아무리 어린아이라고 해도 몸수색은 같은 성별이 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가신들은 하녀를 따로 불러오지 않았다.
명백한 무시였다.
시종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자신이 블루 호프를 감춰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이것만 무사히 넘기면 된다. 그러면 저도…….
“어?”
주머니 속엔 아무것도 없었다.
‘말도 안 돼. 다, 다른 곳에 숨겨둔 건가?’
하지만 프릴이 잔뜩 달린 드레스엔 그 주머니를 제외하면 물건을 숨길 수 있는 곳이 따로 없었다.
시종이 당황한 표정으로 코르비노 자작을 바라보았다.
“자, 자작님…….”
멍청한 시종이 자작을 향해 허망하게 중얼거렸다. 잘못을 저지른 어린애 같은 얼굴이었다.
‘불이 났을 때 아이는 부모부터 찾는 법이지.’
엘리는 티나지 않게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시선을 움직였다.
공작의 시선이 코르비노 자작에게 향해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이었으나, 엘리는 알 수 있었다.
저건 먹잇감을 발견한 포식자의 눈빛이었다.
좌중이 혼란에 잠겼을 때, 사건은 가장 많이 벌어진다.
엘리는 재빨리 손을 움직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반대 방향.
시종의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블루 호프가 손에 잡혔다.
‘무거웠다면 알아차렸을 텐데.’
애석하게도 이토록 가벼운 탓에제 계획을 잘 실현시켜 준 듯했다.
엘리는 가볍게 손을 쥐었다. 소매에 잔뜩 달린 프릴은 아이의 작은 손을 완벽히 가려주었다.
끝끝내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한 시종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아, 아무것도…… 없습니다.”
“말도 안 돼! 그게 무슨 소리야!”
코르비노 자작이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제대로 찾아본 것이 맞는 거냐!”
제 화를 이기지 못한 자작이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러곤 실례라는 것도 망각한 채 엘리의 주머니를 더듬었다.
꼭 이 장소에 숨겨둔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그러나 역시나, 주머니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자작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무것도 없다고?”
“그럼 정말 훔치지 않았다는 건가?”
원로와 가신들이 낭패 섞인 목소리로 속닥거렸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표정들이었다.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
코르비노 자작은 악에 받친 목소리로 소리치며 엘리를 쏘아보았다.
“더러운 계집! 어디에 숨겼지? 바른대로 말해!”
코르비노 자작이 엘리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엘리는 흠칫 몸을 떨며 놔달라는 듯 자작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자작이 입고 있는 정복은 북부의 계절 때문에 무척이나 두꺼웠다.
그러니 약간의 무게감이 더해지더라도 알아채지 못할 터였다.
일순간 엘리의 입매가 호선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