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207)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207화(207/241)
* * *
한편.
방금 전, 라티오넬에게 모든 돈을 빼앗긴 귀족 하나가 절망하며 주저앉아 있었다.
처음 베팅했던 돈이라도 돌려받을 수 없을까.
아니, 하다못해 저택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다면…… 아이들과 아내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을 텐데.
여러 생각이 그의 탐욕 어린 눈을 스쳐 지나갈 때였다.
“이런.”
낯익은 목소리가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늘 라티오넬 백작과 함께 승부를 겨뤘던 중년의 여인이었다.
“무리할 때부터 알아봤지. 그러게 과한 욕심은 왜 부렸나?”
빈정 거리는 말투에 사내가 죽일 듯 솔리오를 노려보았다.
“어어, 좋은 제안을 하려 한 건데, 그렇게 쳐다보면 곤란하지.”
그녀가 빙긋 웃었다.
“아까 슬쩍 봤거든. 당신, 이번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모든 재산을 다 걸었던데.”
“그, 그건……!”
사내의 얼굴이 흐려지자 솔리오가 눈을 빛냈다.
“이대로 가족들과 함께 길바닥으로 쫓겨날 거야? 아무것도 모르고 집에서 당신만 기다리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은 어떡할 건데.”
“……!”
“다시 회복해야지. 원금 회수 몰라?”
“하지만…… 지금 당장은 돈이…….”
“돈이야 빌리면 그만이고.”
“……빌린다고?”
사내의 얼굴에 혹하는 기색이 스치자 솔리오가 유혹하듯 속삭였다.
“내 주인님께서 꽤나 큰돈을 버셨거든. 그런데 새로운 투자를 좀 하고 싶으시다네?”
“……!”
사내의 가슴이 크게 들썩였다.
그러다 애써 이성을 잡듯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투자를 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에…….”
“도박으로 가족의 보금자리를 한 번에 날린 사람이 할 질문은 아니지.”
자존심을 박박 긁은 말이었다.
사내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솔리오가 다시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갑자기 왜 당신한테 이런 말을 하겠어. 다- 내가 겪어봐서 하는 말이야. 마침 내가 딱 너만 한 동생이 있기도 하고.”
“……하지만.”
“이대로 빈털터리로 돌아갈 거야? 어차피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잖아.”
“…….”
“저기 안쪽 사람들, 다 당신을 비웃고 있더라고.”
“…….”
“나 같으면 그런 모욕, 못 버틸 텐데.”
당신 귀족이잖아.
자존심 회복해야지.
그녀의 마지막 속삭임에 사내의 눈빛에 광기가 어렸다. 그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쥐듯, 주먹을 꽉 쥐었다.
그가 덜덜 떨리는 손을 뻗다가, 멈칫하며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큰돈을 선뜻 주다니. 당신의 주인이 누구지?”
“신을 사랑하는 분이라고만 해두지.”
“신이라면…….”
그녀가 은밀한 말과 함께 사내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뭐 해? 다시 빼앗으러 가야지. 시간 얼마 없잖아.”
“아……! 그, 그렇지.”
사내가 헐레벌떡 카지노 안으로 들어갔다.
혼자 남겨진 솔리오가 중얼거렸다.
자, 그럼 이제 영상도 마련했으니.
“우리 조카가 말한 대로 잭팟을 터뜨려 볼까.”
손 안의 통신구를 꽉 쥔 그녀가 씩 웃었다.
* * *
승부는 며칠 밤낮 동안 계속 이어졌다.
꼭 짜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이어지는 승리에, 함께 게임에 응했던 레벨리오도 의아해할 정도였다.
“신기하군요. 그 여자의 도움 없이도 이렇게 수월하게 이길 수 있다니…….”
“그 여자의 실력이 아닌 게지.”
“예?”
레벨리오의 반문에 라티오넬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이제 그 여자는 필요 없을 것 같군. 주제도 모르고 빈정거려서 보기 싫었는데 말이야.”
“백작님, 그 말씀은…….”
“쓸데없이 돈 빠져나가는 구멍은 빠르게 메우는 것이 좋겠지.”
레벨리오는 당황했다.
백작의 실력은 저보다 아래였다. 그 여자가 없다면 상대 패를 읽어내, 승리로 이끄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함께 게임하는 사람이 바뀌어도, 그들의 승리는 계속됐다.
레벨리오는 슬슬 불안해졌다.
뒤늦게 도박에 눈을 뜬 라티오넬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불안함은 현실이 되었다.
“한때 자네 실력이 나보다 좋았는데, 아쉽게 됐구먼.”
“백작님, 설마.”
“슬슬 내게 진 빚을 갚아줬으면 하는데.”
“백작님!”
레벨리오가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지만, 라티오넬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그러나 이미 승리와 쾌락에 눈먼 라티오넬은 강경했다.
저와 뜻을 함께했던 레벨리오를 내쳤고, 특사로 내보냈던 범죄자들을 내쫓았다.
“약속이 다르지 않습니까!”
간수들에게 결박된 솔리오가 그를 노려보며 외쳤다.
“흥, 쓸모를 다한 쓰레기들을 다시 쓰레기통에 넣는 것이 뭐가 문제지?”
“이 빌어먹을 인간…….”
솔리오가 이를 이득 갈았다.
그와 달리 조용히 라티오넬을 응시하던 메이가 말했다.
“후회하실 겁니다.”
예언이라도 읊듯, 차분한 어조에 라티오넬이 코웃음을 쳤다.
“내 인생에 후회는 없었어.”
언제나 승리를 향해 나아갔던 인생이었다. 후회란 단어는 라티오넬과 어울리지 않았다.
범죄자들을 다시 감옥에 넣은 라티오넬은 다시 게임에 몰두했다.
더 많은 돈을 원했다.
이보다 더 큰돈을.
짜릿한 승리를.
우러러보는 시선을 원했다.
잠도, 식사도 모든 게 불필요했다. 그는 미친 듯이 게임에 몰두했고, 그의 폭정에 지친 귀족들은 하나둘씩 카지노에 발걸음을 끊었다.
“다들 어딜 간 거야!”
라티오넬이 조용해진 카지노를 충혈된 눈으로 노려보았다.
짜릿한 쾌감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한시도 쉬고 싶지 않았다.
라티오넬은 자신의 카지노를 내버려 둔 채 다른 도박장을 찾았다.
제게 모든 돈을 빼앗겼던 다른 귀족들이 그를 발견하곤 눈을 크게 떴다.
‘내가 없으니 작은 돈이라도 딸 수 있었나 보군.’
이를 증명하듯, 도박 패들의 얼굴이 한껏 구겨져 있었다. 기껏 라티오넬을 피해 도망쳤건만, 다시 만났다는 것이 불편한 기색이었다.
그가 으스대며 자리에 앉았다.
“다들 어디 갔나 했는데, 모두 여기에 있었군.”
“……백작님이야말로, 이곳엔 어쩐 일이십니까?”
“이곳에 산책을 하러 나왔겠나? 쓸데없는 인사는 집어치우지.”
그렇게 게임은 시작됐고, 라티오넬은 늘 그렇듯 승리했다.
‘그럼 그렇지.’
번들거리는 입술이 씩 말려 올라갔다.
“판돈을 올리지.”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때, 도박 패 하나가 물었다.
후회라니. 그가 미간을 좁혔다.
제가 후회할 일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지금 것의 두 배를 걸지.”
“……좋습니다.”
그의 자신만만한 예감 속에서, 다시 게임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마, 말도 안 돼……!”
라티오넬은 패배했다.
실로 오랜만에 겪는 패배인 만큼, 그의 충격은 대단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내가 질 수 있지?”
분노로 파르르 떨던 그는 현실을 부정했다.
“그럼 한 게임 더 하시겠습니까?”
“그러지! 어서 패를 나눠!”
초조한 그의 음성이 작은 게임장을 울렸다.
그러나 라티오넬의 패배는 계속되었다.
난감해하던 다른 사람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고, 라티오넬의 얼굴은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나중에 다시 오시는 게 어떠십니까.”
“무슨 소리! 잠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뿐이다! 어서 판돈을 높여!”
그의 노성에 씩, 서로 시선을 마주하던 도박 패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하지만 판돈을 높여도, 플레이어가 바뀌어도, 그는 승리할 수 없었다.
라티오넬의 자존심이 완전히 무너졌다. 당장의 굴욕에 눈이 먼 그는 게임을 이어갔다.
자금이 떨어졌다. 다른 귀족들에게 돈을 빌렸다.
그들은 황후의 친정인 라티오넬을 거절할 수 없었다. 오히려 연을 이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며 기뻐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었다.
“더 이상 빌려 드릴 돈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백작님.”
“이번에 이기면 돌려받을 수 있다지 않았나!”
“죄송합니다. 백작님께선 이미 너무 많은 빚을 지셨습니다.”
“빌리신 돈은 추후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던 귀족들이 하나둘씩 그에게 등을 돌렸다.
“이런.”
도박 패 중 하나가 탄식했다.
“신께서 축복을 거두셨나 봅니다.”
그 말과 함께 도박 패들은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라티오넬에게 유일하게 남겨진 패는 몰락뿐이었다.
* * *
다시 황후 궁.
귀족들에게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듣는 동안, 카르티아는 조용했다.
“라티오넬 백작님께서…… 카지노에 뒤늦게 빠지셨는지 꽤 많은 돈을 빚지셨습니다. 저희에게 빌린 돈도 상당합니다.”
“예……. 그래서 저희도 라티오넬 백작님께 드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데서 돈을 빌렸고……. 그러다 보니 액수가 점점 늘어났습니다.”
“황후 폐하께는 절대 알리지 말라고 하셔서 여태까지 함구했던 것인데…….”
말하다 보니 울분이 쌓였는지, 억울한 목소리로 황후에게 말들을 토해냈다.
“아직도 변제받지 못한 빚이 잔뜩 있다고 들었습니다. 부디 황후 폐하께서 라티오넬 백작님께 말씀을 좀-”
“조용.”
“……예?”
“잠시, 조용히.”
황후가 나지막한 어조로, 닥치라는 의사를 전해왔다.
설움을 토해내던 귀족들이 그제야 심각함을 깨닫고 입을 딱 다물었다.
그녀의 고요한 보랏빛 눈동자가 눈앞의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시끄러운 입들이 나불대는 소리를 종합해 보자면, 결국 이것이었다.
이 어마어마한 액수, 대부분이 그녀의 아버지의 것이다.
그리 생각하자 애써 유지하고 있던 평정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가슴이 천천히 들썩였다. 분노의 전조를 알아본 귀족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그럼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황후 폐하.”
문이 닫히기도 전에 무언가 깨지는 파열음이 들려왔다.
“아아악!”
그녀가 신경질적인 비명을 내질렀다.
찢긴 꽃잎과 꽃병, 아름다운 찻잔의 잔해가 어지럽게 바닥에 흩뿌려졌다.
그 가운데에 홀로 서 있던 카르티아가 주먹을 꽉 쥐었다.
황태자 선발이 코앞이다.
어떻게든 잇속을 챙기기 위해 혈안인 귀족들에게 이 소문이 알려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마테오의 승계를 위해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당장 이 많은 돈을 변제해 줄 사람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웬만한 고위 귀족이라도 융통하기 힘든 이렇게 많은 돈을, 그것도 즉시 갚아줄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거친 숨을 내쉬던 그녀의 머릿속에, 문득 생각 하나가 스쳤다.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이자 최근 들어 3 황녀에게 등을 돌린 인물이, 있었다.
그녀의 눈이 번뜩였다.
* * *
며칠 후.
전의 잔해가 없었던 일처럼 깨끗하게 치워진 황후 궁 안.
표독스러운 눈빛을 지워낸 카르티아가 눈앞의 상대를 향해 말했다.
“이렇게 와주어서 고맙군요. 솔직히,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요.”
그 말에 제리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