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210)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210화(210/241)
마테오가 비릿하게 웃을 때, 태양제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콜로세움을 울렸다.
와아아!
함성 소리와 함께 황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1 황자와 2 황자도 무척이나 아름답긴 했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엘리에게 쏠렸다.
도둑의 딸부터 시작해 황녀까지. 다사다난한 그녀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제국에 없었다.
엘리를 본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탄식을 터뜨렸다.
“소문대로 정말 아름다우신 분이구나.”
“이번 사냥대회에서도 다른 황자님을 제치고 우승을 하셨다지?”
“그럼 뭐 해. 신전이랑 적대 관계인데.”
누군가가 감탄을 하면, 다른 누군가는 비난을 하기 마련이었다.
“힘겹게 따낸 우승으로 성녀의 추방을 요청하다니. 그래서 이번 행사엔 교황 성하께서 참석하지 않으신 거라지?”
황태자, 즉 차기 황제가 될 자를 소개하는 자리인 만큼 신전도 자리에 함께해야 했다.
하지만 3 황녀가 사냥대회 우승의 보상으로 성녀의 추방을 요구했다.
슈에츠 공작이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성녀의 도움 덕분이라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3 황녀가 추방을 요구하자, 교황이 이번 태양제의 불참을 선언했다.
황제의 관은 교황만이 씌울 수 있었다.
3 황녀가 황족의 힘을 가졌다고 해도 신전의 반대를 끌어안은 이상, 힘들다고 보아야 했다.
그런 와중에, 성녀는 저라도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건의 진상을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은 성녀의 너그러움에 감탄했다.
하지만 교황의 불참은 사실이기에, 성화는 불이 꺼진 상태였다.
“하지만…… 성화가 잠잠하니 화면이 더 잘 보이는 건 사실이야.”
사람들의 시선이 콜로세움의 양옆에 달려 있는 전광판으로 향했다.
무대에 등장한 황족의 얼굴이 너무나 선명하게 잘 보였다.
“3 황녀님께서 새로 만드신 마도구라지? 게다가 이렇게 먼 곳까지 소리도 깨끗하게 잘 들리는군.”
“현 상황을 마도구 하나로 모든 제국에 생중계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기술이야.”
여러 감탄들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태양제의 시작을 알리는 황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태양제의 순서는 이러했다.
황제가 시작을 선언하면, 성녀가 성서를 낭독한다.
그 후, 성녀가 보는 앞에서 잔 앞에 놓인 성수로 자신의 손을 깨끗하게 씻는다.
삿된 기운을 정화하고, 신의 대리자임을 선언하는 중요한 의식이었다.
마지막 후보까지 세수식(洗手式)을 마치면 황제의 선언과 함께 비로소 태양제가 시작된다.
“우리의 신께 새로운 제국의 태양이 인사를 올린다.”
황제의 말과 함께 아샤벨이 자리에서 일어나 성서를 낭독했다.
성서의 내용은 이러했다.
“삿된 기운에 빠져 남을 해치지 않고, 어떤 고난이 와도 도둑질을 하지 말며, 모두를 사랑하라.”
신이 가장 기본으로 여겼다던 규율이었다.
아샤벨의 낭독과 함께 화면이 세 황족을 비출 때였다.
“어떤 고난이 와도 도둑질을 하지 말며…….”
그때, 어디선가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일제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2 황자, 마테오의 입꼬리가 미약하게 올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성한 의식에서 웃음을 터뜨리다니.
그러나 사람들은 그 웃음의 의미를 깨달았다.
마테오의 시선이 엘리에게 닿아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말하는 바는 명확했다.
엘리는 황족이었으나 도둑의 딸이기도 했다.
성서에 위반되는 아이가 제국의 태양이 될 수 있겠느냐.
그의 시선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크흠…….”
“뭐, 조금 웃기기는 하지요. 다른 것도 아니고 도둑질과 관련된 건 3 황녀 전하와는 떼려야 뗄 수없으니. 흠흠.”
미리 마테오에게 언질을 받은 귀족들이 헛기침을 했다.
마테오의 판단은 정확했다.
대중은 가장 자극적인 사실에 흔들리는 법이었다.
콜로세움이 웅성거림으로 가득 찼다.
마테오는 남몰래 입매를 끌어올리며 웃었다.
엘리가 설치한 저 마도구 덕분에, 이 모든 술렁거림이 제국 전체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제가 제 무덤을 판 꼴이었다.
‘이래도 네가 이 자리에 계속 서 있을 수 있을까?’
그리 생각하며 엘리를 바라봤지만
엘리의 표정엔 작은 변화조차 없었다.
아니, 오히려 초연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런 수군거림은 익숙하다는 듯이.
백 마디 말보다 침묵이 더 강력한 법이다.
“3 황녀 전하께서도 안쓰럽군. 이런 말을 얼마나 많이 들으셨으면…….”
“2 황자 전하께서도 참 너무하셔.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저렇게 대놓고…….”
“불안하셨나 보지. 3 황녀 전하께서 온전한 황족의 힘을 타고나셨으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 뒤집힌 여론이 그 증거였다.
마테오의 표정이 점점 구겨졌다.
제가 생각한 것과 상황이 반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웃으세요, 2 황자 전하.”
그때, 엘리가 마테오에게 속삭였다. 전광판에는 담기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모두가 지켜보고 있잖아요. 방금 전처럼 웃으셔야죠.”
다 웃자고 하는 일인데, 자칭 주인공께서 죽상이면 쓰겠어? 그녀가 빙긋 웃자 마테오의 얼굴이 더더욱 일그러졌다.
그때 아샤벨이 성서 낭독을 끝마쳤다.
아샤벨이 시선을 들어 1 황자 파비안을 바라보았다.
파비안이 성수에 손을 넣었다.
맑고 투명한, 무형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성수는 정화의 의미를 가진 만큼, 악한 기운을 잡아내는 힘이 있었다.
신에게 영원한 봉사를 맹세한 신관들도 성수에 손을 담그면 탁한 색이 떠오르곤 했다.
그만큼 성수의 정화는 뛰어났다.
그런데 파비안에게서 맑은 기운이 흘러나왔으니, 사람들이 감탄을 자아내는 것은 당연했다.
“2 황자님.”
아샤벨이 마테오를 불렀다.
그때까지도 분한 얼굴을 하던 마테오가 마지못해 아샤벨 앞으로 다가갔다.
그의 속은 분노로 바글바글 끓는 중이었다.
형님도, 저 계집도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깟 성수에 손을 씻는 것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그리 생각하며 성수에 손을 담근 순간이었다.
보글.
“……어?”
손끝의 감각이 이상했다.
마치, 무언가가 몸속에서 흘러나오는 것만 같았다.
그것을 시작으로 성수의 표면이 쿠르릉, 하는 작은 진동과 함께 용암처럼 들끓기 시작했다.
마테오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I”
그가 황급히 성수에서 손을 꺼냈다.
그 순간.
최악!
성수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연기가 아샤벨에게 덤벼들었다.
“꺄악!”
아샤벨이 짧은 비명과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
“성녀님!”
그녀를 따라온 몇몇 신관들이 재빨리 아샤벨을 보호했다.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누군가 마테오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샤벨을 공격했던 검은 기운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쿠우웅-!
이윽고 맑디 맑았던 하늘이 검게 물들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는, 오염된 기운.
사기(邪氣)였다.
쿠웅.
번개 치듯, 마른하늘이 큰 굉음을 내뿜었다.
“꺄아악!”
“저게 뭐야!”
콜로세움은 금세 혼란에 휩싸였다.
“잠깐! 질서를 지켜서 이동해! 그렇지 않으면 더 큰 사고가……!”
“빨리 이곳을 나가! 오염된 기운에 사로잡히면 큰일이다!”
하지만 콜로세움은 천장까지 사람으로 꽉 차 있었다.
하늘과 가장 가깝게 맞닿은 곳.
바꿔 말하면, 제일 먼저 사기에 오염될 자들이란 뜻이었다.
비명과 고함이 한데 섞인 가운데, 제일 출구와 가까운 곳에 앉았던 귀족들이 황급히 콜로세움을 빠져나갔다.
“폐하, 피하셔야 합니다!”
“어서 이쪽으로!”
시종들이 황제를 이끌고 콜로세움을 빠져나갔다.
“1 황자 전하도 어서……,”
“3 황녀!”
그때, 파비안이 놀란 듯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엘리 곁으로 달려왔다.
“어디 다친 데는 없나? 괜찮은 거야?”
“……전하?”
초조한 얼굴로 상태를 살피던 파비안이 엘리의 무사를 확인하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서 나가자. 내가 그대를 안내하지. 여기는 위험…….”
그때였다.
“엘리!”
무대 위로 달려온 데미안이 엘리를 보호하듯 끌어안았다.
“다친 곳은 없어?”
“난 괜찮아, 데미안.”
데미안을 마주하자 그제야 엘리의 얼굴에 안도가 번졌다.
당황한 얼굴로 파비안을 바라볼 때와는 천지 차이였다.
파비안이 굳은 얼굴로 주먹을 꽉 쥐었다.
쿠우웅!
그때, 다시금 큰 굉음이 하늘을 울렸다.
엘리가 하늘을 바라보며, 데미안만 들을 수 있도록 속삭였다.
“……아무래도 성녀가 대단한 계획을 세운 것 같아.”
아무리 마테오가 멍청하다고는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사기를 내보일 리 없었다.
“뭘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성녀의 뜻대로 되게 만들 수는 없어. 무엇보다 저대로 두면 많은 사람들이 다칠 거야.”
그녀의 말에 데미안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마테오를 주시했다.
마테오는 아직도 상황 파악이 덜된 듯, 넋 나간 얼굴로 멍청히 서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대체…….”
“마테오!”
카르티아가 비명이라도 지르듯 소리쳤다.
“어서 이쪽으로 와라! 어서!”
콰과광!
대신 대답이라도 하듯, 하늘이 울리기 시작했다.
“큰일이군. 사기는 본래 발생한 곳으로 돌아간다고 들었는데.”
데미안의 중얼거림에 마테오가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번뜩 정신을 차렸다.
본래 발생한 곳으로 돌아간다고?
“마테오!”
마테오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어서 이쪽으로 와! 마테오!”
그가 주먹을 꽉 쥐었다.
만약 저 사기를 막지 못한다면.
오염될 사람은 저 자신이었다.
‘최대한 시간을 늦추려면.’
관중석에 자리 잡은 사람들을 먼저 오염시켜야 한다.
그래야, 제가 살 수 있다.
마테오의 눈이 번뜩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