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213)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213화(213/241)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당장 나가!”
마테오가 손에 잡히는 모든 것들을 내던졌다.
그러나 물건들은 데미안의 발치에도 닿지 못했다.
그것을 알아차린 마테오가 시종들에게 쏘아붙였다.
“누가 저 자식을 들여보냈지? 감히 내 허락도 없이……! 어서 잡아 내 앞으로 끌고 와! 아니, 당장 죽여버려!”
그는 딱 미치기 일보 직전인 듯했다.
그 발악을 지켜보던 무감한 눈으로 바라보던 데미안이 시종들에게 말했다.
“너희는 이만 나가보거라.”
“예? 하, 하지만…….”
시종이 더듬거렸다.
“감히 누구 시종에게 명령을 내려!”
마테오가 협탁에 놓여 있던 의료용 가위를 집어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내던졌다.
조심치 못한 손길에 피가 다시금 샘솟았다. 통증이 느껴질 텐데도, 마테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서. 2 황자 전하의 상태가 심각하지 않느냐.”
데미안의 말에 시종들이 침을 삼켰다.
어쩌면 저 광기에 희생될 사람이 제가 될 수도 있었다.
겁먹은 시종들이 빠르게 방을 나섰다.
“이 빌어먹을 자식들! 당장 이리 오지 못해! 아아악!”
마테오의 노성이 공허한 방 안을 울렸다.
하지만 방 안으로 들어오는 시종은 없었다.
“내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려줄까.”
데미안이 존칭도 거둔 채,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을 제대로 지키려는 이가 아무도 없더군.”
아직까지 황궁에 있을 수 있었던 건 그가 황자였기 때문이었다.
마테오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사기를 내뿜었고, 그 화를 참지 못해 3 황녀를 시해하려 들었다.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
때문에 2 황자 궁의 시종들 사이에선 ‘정말 2 황자가 미쳐가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가고 있었다.
시종들에게 2 황자 궁은 한시라도 빨리 도망가고 싶은 곳이었다.
그런 곳의 경비가 삼엄할 리 없었다.
“오히려 돈까지 주니 좋아서 날뛰던데.”
데미안이 가볍게 그들의 충성심을 명명했다.
마테오가 뿌득, 하고 이 가는 소리를 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데미안은 그의 침대 앞에 놓인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그러곤 여유로운 낯으로 입을 열었다.
“눈은 어때.”
“그걸 몰라서 물어? 네가 아주 작살을 내놓은 덕분에 반병신을 앞에 둔 상태다!”
마테오가 잔뜩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사실, 눈 같은 건 엘리의 치유력만 있으면 쉬이 고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엘리는 그날 사기를 없앤 후, 곧장 쓰러져버렸다. 순식간에 많은 힘을 쓴 데다 마테오가 저를 공격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마테오는 그것을 믿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벌려는 거겠지.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서, 내게서 황태자 자리를 빼앗으려는 것을 모를 줄 알고-!”
“알고 있다니 다행이군.”
“……뭐?”
데미안이 순순히 긍정하자 마테오의 입이 벌어졌다.
그에 데미안이 등받이에 몸을 깊게 기대며 말했다.
“평소와 이상한 점을 못 느꼈나? 황족이 그런 행사에 참석하면서 검을 찬다니. 당신들이 말하는 고상함과는 거리가 멀지.”
“무, 무슨 말을…….”
“내 부인의 처가는 옷을 참 잘 만들어. 황궁 재단사들도 우러러볼 정도로라더군.”
마테오의 숨이 일순간 멈췄다.
설마…….
일부러, 검을 차도록 만들었다는 것인가?
‘대체 어떻게?’
그의 얼굴에 혼란이 어리자 데미안이 한쪽 입매를 끌어올리며 웃었다.
“내 부인께서 그 많은 아이들을 이유 없이 후원했을 것 같나?”
아이들은 언젠가 자라, 그들과 같은 어른이 된다.
어릴 때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로.
마테오가 벌레만도 못한 놈들이라 무시했던 아이들에게, 엘리는 손을 내밀었을 뿐이었다.
그중 한 아이가 황궁 재단사가 될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이것이었다.
“……처음부터.”
마테오가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침대보를 움켜쥐었다.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었구나.”
“…….”
“내 눈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도, 모두 네 계산 속에 있었던 거야. 나를 해치고, 네 아내에게 황태자 자리를 주기 위해서!”
마테오의 추궁에도 데미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내를 위해 이 모든 일을 꾸몄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은 것이다.
태양제 때 퍼졌던 사기와는 관련 없을뿐더러 혹시 모를 칼부림을 방지하기 위해서였지만, 마테오에게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하, 하하…….”
마테오가 넋 나간 웃음을 흘렸다.
“어머니께서 네 가문을 가리켜 개새끼, 개새끼 할 때부터 알아봤는데. 사실이었구나.”
그 웃음소리는 모든 걸 놔 버린 사람 같았다.
그때, 그가 돌연 웃음을 뚝 멈췄다.
“……그리고 개는 지능이 부족하지.”
마테오가 데미안의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입매를 끌어올렸다.
“내 앞에서 구구절절 말해 줄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엘리 덕분에 이미 한 차례 도청을 경험한 후, 그는 강박처럼 방구석 구석에 영상구 설치를 명한 상태였다.
“덕분에 네 황족 시해 증거를 모을 수 있게 되었구나.”
마테오가 히죽히죽 웃었다.
“네 증언은 황궁 재판에서 잘 쓰도록 하지. 이 어리석은 것.”
“…….”
“그토록 사랑하는 부인과 함께 지옥에 떨어지길 바라마.”
그렇게 말하며 웃는 마테오의 얼굴은, 근육이 굳은 사람처럼 괴이하게 뒤틀려 있었다.
그때, 그런 마테오를 피하지 않고 응시하던 데미안이 입을 열었다.
“네 눈을 고쳐주면 되겠나?”
“……!”
실실 웃음을 흘리던 마테오가 우뚝 멈췄다.
“……뭐라고?”
“네 눈을 고쳐주마.”
“무슨…… 갑자기 왜 그런 말을……! 내가 속을 줄 알고!”
마테오가 허튼수작 집어치우라는 듯, 소리쳤지만 그의 손은 일말의 희망으로 떨리고 있었다.
눈을 고쳐주겠다는 저 말은, 엘리의 치유력을 쓰겠다는 말과도 같았다.
남편인 데미안이 설득한다면…… 엘리가 제 눈을 고쳐줄지도 몰랐다.
그의 망설임을 읽은 데미안이 말을 이었다.
“내 증언을 이용한다고 해도, 네가 3 황녀를 공격한 사실은 변하지 않지.”
“그, 그건…….”
“그리고 무엇보다.”
데미안이 올곧게 마테오를 응시하며 말했다.
“나도 그날, 네 어미가 한 말에 꽤 화가 났거든.”
“……!”
그 말에 마테오는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우뚝 굳었다.
화가 났다고?
내가 아니라, 어머니께?
……맞아. 생각해보면, 이 모든 일의 원인은 어머니였다.
그와 본격적으로 갈등을 맺기 시작한 것도 사냥대회 이후였다.
어머니는 데미안이 저를 공격할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말리지 않았다.
그때 사냥대회 개최를 막았더라면…….
그래서 데미안과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눈도 멀쩡했을 것이다.
그래. 이게 전부, 저를 체스 말로 이용한 어머니의 탓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당신을 이용해야겠다.
그 생각을 함과 동시에, 그가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던 인간성이 완전히 사라졌다.
파르르 떨리던 마테오의 입꼬리가, 천천히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그리고, 데미안은 한 사람이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흔들림 없는 자세로.
마테오의 웃음이 멈출 때쯤, 데미안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전에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데미안이 먹이를 찾아 헤매는 개를 바라보듯, 마테오를 내려다보았다.
이윽고 데미안이 내뱉은 말에 마테오가 흠칫 몸을 떨었다.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얼굴이었다.
“싫으면 어쩔 수 없군. 이 일은 없었던 걸로 하지.”
“자, 잠깐.”
마테오가 다급히 데미안을 불러 세웠다.
데미안의 제안은 더없이 달콤했지만, 그래서 쉬이 믿기 어려웠다.
“야, 약속을 해다오. 내 눈을 고치겠다는 약속을. 그렇다면 방금 녹음한 증언도 폐기하겠다.”
“…….”
“그리고 네가 말한 것도 찾아오마. 내 이름을 걸겠다.”
한 나라의 황자가 이름을 걸고 맹세했다.
돌아오는 답이 있어야 했는데, 데미안은 묵묵부답이었다.
그의 표정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마테오는 입이 바짝 마르는 기분이었다.
잠시 후, 데미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나도 가문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내가 시킨 것을 찾아오면 눈을 고쳐주겠다.”
데미안의 고저 없는 목소리에 마테오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가문을 잇기 위해 어린 나이에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목숨과 맞바꾼 가문을 걸고 맹세한다면, 믿을만했다.
“알겠다. 너도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야. 재판이 끝나면 당장에 부인과 함께 내 눈을 고쳐라. 알겠지?”
데미안은 불안한 듯, 재차 약속을 언급하는 마테오를 뒤로한 채 방을 나섰다.
* * *
황궁 재판이 열렸다.
늘 숨 막히는 침묵으로 가득했던 재판소는 유난히 시끄러웠다.
“라티오넬은 물러가라!”
“기만자들을 제국에서 추방하라!”
오랜 전쟁으로 고통받은 제국인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예전의 황실이었다면 모두 잡아들였겠지만, 태양제 때는 타국의 귀빈들도 있었다.
여기서 황실이 시위대를 잡아넣는다면, 대륙 전체에 자신들의 추문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여전히 시끄럽군요.”
“참, 지치지도 않는지.”
분노하는 마음은 알겠으나, 명색이 황후의 친정 가문이다. 쉽게 추락할 리가 없었다.
“저러다 조용해지겠지요. 늘 그러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이번엔 평민들도 직접 눈으로 보았습니다. 쉽게 물러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 말에 누군가 한숨을 내쉬었다.
“3 황녀 전하께서 만든 마도구만 없었어도…….”
흘러가듯 중얼거린 그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곤 천천히 시선을 움직여, 황궁 재판장, 정중앙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슈에츠 공작과 클라이더 공작이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