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214)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214화(214/241)
여태까지 그들은 슈에츠가 3 황녀에게 등을 돌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슈에츠 공작은 태양제에서 3 황녀가 만든 마도구를 자유롭게 다뤘다.
그리고 직접, 클라이더 공작을 아들이라 말했다.
슈에츠 공작이 3 황녀에게 등을 돌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3 황녀님께 잘 보일 것을……!’
귀족들은 땅을 치며 후회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여기서 입을 잘못 놀렸다간 저 두 공작에게 뼈도 못 추릴 터였다.
그때, 황제와 황후, 그리고 교황이 재판장 안으로 들어왔다.
사기에 공격당한 아샤벨은 후유증으로 인해 불참을 선언했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만약 왔다면 그 멍청한 아이가 무슨 말을 떠벌렸을지 모르니까.
카르티아는 애써 너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눈동자 속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모든 귀족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에게 인사를 올렸다.
“신의 축복을 뵙습니다.”
그 인사와 함께 모두 자리에 착석했다.
“……이렇게 자리해줘서 고맙군.”
황제 벤터스가 불편한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2 황자가 성수에 손을 담근 순간, 갑작스럽게 나타난 사기가 하늘을 물들였다. 이곳에 자리한 모두가 그것을 보았고.”
“…….”
“지금부터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시작하지.”
황제의 말과 함께 드디어, 황궁 재판이 시작되었다.
2 황자 마테오가 안으로 들어왔다.
마테오의 얼굴은 빈말로라도 좋지 못했다.
붕대로 가린 눈엔 군데군데 피가 묻어 있었고, 그 아래로 보이는 피부는 푸석푸석했다.
황궁 재판에 서는 데다 다치기까지 했으니 상태가 좋을 리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마테오는 묘하게 들떠 보였다.
움찔움찔 간헐적으로 떨리는 입꼬리가 자꾸만 위로 올라갔다.
본인도 모르게 흘리는 웃음인 듯했다.
때문에 마테오의 모습은 한층 괴기스러웠다.
황제가 말했다.
“2 황자. 황자는 태양제 의식 중, 사기를 일으켰다. 게다가 3 황녀를 공격하려 했지. 이 질문에 이의가 있는가?”
마테오는 침묵했다.
그에 다른 귀족들은 작게 술렁거렸다.
괴팍한 마테오의 평소 성정대로라면, 누군가 저를 음해하려는 것이 분명하다며 노성을 터뜨려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침묵이라니.
되레 당황한 황제가 재차 물었다.
“2 황자. 질문에 대답해라. 모든 제국인들이 황자의 손에서 나온 사기를 보았다.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이지?”
“…….”
“황자, 여기서 대답하지 않으면 직접 사사로운 힘을 썼다 인정하는 꼴이 된다. 어서 대답해.”
황제가 대답을 재촉했다.
여론을 이기지 못해 황궁 재판을 열긴 했으나, 어찌 됐건 마테오도 그의 자식이었다.
사기를 만들어낸 황자라니. 명예로운 황실과 어울리지 않는 추문이었다.
그가 무슨 대답이라도 해야 재판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었다.
마테오의 침묵은 자신이 사기를 일으켰노라, 인정하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2 황자.”
그에 카르티아가 조용히 속삭였다.
“어서 대답하세요. 2 황자.”
“…….”
“침묵이 답은 아닙니다. 그러니, 어서.”
카르티아의 재촉에 굳은 듯 움직이지 않았던 마테오의 고개가 명령이라도 받은 것처럼 천천히 들렸다.
보이지 않는데도 보이는 것처럼, 마테오의 고개는 정확히 카르티아를 향했다.
그 순간, 마테오가 씩, 입매를 늘이며 웃었다.
‘……안 되겠군.’
판단을 마친 카르티아가 좌중을 향해 말했다.
“사실 2 황자는 최근 들어 심각한 불안 증세를 앓고 있습니다.”
그녀의 표독스러운 눈빛이 닿자, 함께 참석했던 마테오의 주치의가 재빨리 대답했다.
“마, 맞습니다. 사냥대회 이후부터 심한 악몽과 불안증세를 겪으셨습니다.”
“사냥대회 이후라고?”
“부상을 입으신 그날 아닌가.”
주치의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사실 이곳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2 황자님께는 큰 무리가 갈 겁니다.”
“흐음…….”
누군가 못마땅한 한숨을 내쉬었다.
심신 미약을 핑계로 재판을 뒤로 미루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사이, 황후는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도록 계책을 강구하겠지.
“이상하군요.”
그때, 여태까지 침묵하던 데미안이 말했다.
“사기를 없애려면 제국인들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니 출구를 봉쇄하라.”
“…….”
“그토록 빠르게 판단한 2 황자가 심신 미약이었다니.”
데미안이 느릿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정신이 이상한 와중에 정말 대단한 판단력이군요.”
허를 찌르는 말에 카르티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분노를 애써 삼키는 황후를 응시하던 데미안이 시선을 미끄러뜨려 아직도 히죽거리는 마테오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마테오가 움찔 몸을 떨었다. 마치 눈이 마주치기라도 한 것처럼.
“아, 아아…….”
해야 할 일을 뒤늦게 깨달은 사람처럼 탄식하던 그가 서둘러 대답했다.
“저,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마테오가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그저, 어머니께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마테오?”
카르티아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사기를 일으켜 성녀를 공격하고, 이어 3 황녀까지 해치려고 했습니다. 모두 황후 폐하께서 제게 시키신 일입니다!”
“마테오, 지금 무슨 말을-!”
“뿌, 뿐만 아니라 사냥제 때 클라이더 공작이 황녀를 납치했다 말하라 명령한 것도 황후 폐하셨습니다!”
마테오의 말에 좌중이 크게 술렁거렸다.
“그, 그럼 황후 폐하께서 일부러 사기를 일으켜, 성녀님까지 공격했다는 뜻인가?”
“말도 안 돼! 어찌 황후 폐하께서 어째서 그런 짓을 한단 말입니까!”
“하, 하지만 방금 2 황자 전하께서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제국의 황후께서 사기를 다루셨다니! 이건 신성 모욕입니다!”
“입 조심하십시오!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습니다!”
“그쪽이야말로 조용히 하십시오! 어찌 이 신성한 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인단 말입니까!”
한때나마 황후의 편에 섰던 사람들은 노성을 높였고, 그렇지 않은 자들은 이때다 싶은 마음에 황후를 비난했다.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침묵을 지키는 사람은 데미안과 에르하르트, 두 사람뿐이었다.
그리고 그 소란의 중심에 있는 카르티아는 아직도 멍한 낯이었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을 머리가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먹먹한 정신 속으로 한 가지 생각만이 떠올랐다.
어리석은 나의 아들이, 나를 배신했다.
제 목숨만 구하기 위해서.
“……네가 어떻게.”
충격으로 바들바들 떨렸던 눈동자에 분노가 넘실거렸다.
“네가 어떻게-!”
카르티아가 흡사 비명과도 같은 고함을 내지르며 자리에서 뛰쳐나갔다.
“네가 어찌 내게 이럴 수 있느냐!”
카르티아가 마테오의 멱살을 붙잡았다.
“내가 너를 위해 무슨 짓까지 벌였는데-! 감히 네가!”
“제, 제가 무슨 틀린 말을 했습니까? 저, 전부 다 어머니께서 시키신 일 아닙니까!”
멱살을 틀어진 손에 힘이 들어가자 마테오가 컥컥 기침을 터뜨렸다.
“사, 살려주십시오! 사, 삿된 기운을 가진 여자가 저를 죽이려 합니다!”
마테오가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다.
“……하.”
그러자 카르티아의 이성이 완전히 끊겼다.
“하하!”
그녀가 실성한 듯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그래! 같이 죽자! 그것이 더 낫겠구나. 네가 이 어미 손에서 기어이 벗어나야겠다면 함께 지옥으로 떨어뜨려 주마!”
“히이익!”
그녀가 그리 말하며 품속에서 단검을 꺼냈다.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항상 품에 넣어뒀던 것이었다.
물론, 제 아들에게 쓸 줄은 그녀도 몰랐겠지만.
이미 다 끝난 마당에, 그것이 대수일까.
“황후!”
벤터스가 아연한 얼굴로 외쳤다.
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카르티아의 귓가에 그것이 들릴 리 없었다.
휘익-!
광기 어린 미소를 지은 그녀가 단검을 높이 쳐들었다.
턱!
강한 힘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초점을 잃은 카르티아의 눈이 위로 향했다.
데미안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가 단숨에 카르티아의 손에 들린 검을 뺏어, 바닥에 내던졌다.
황후의 눈빛에 놀람이 어렸으나 데미안은 그것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황제에게 말했다.
“폐하. 이 재판은 황실의 명예를 더럽혔거나 제국의 안전을 위협한 자들의 죗값을 묻는 자리라고 들었습니다.”
“그, 그건.”
벤터스가 뒤늦게 무어라 말을 하려고 했지만, 에르하르트가 더 빠르게 말을 이었다.
“이것을 봐주시겠습니까.”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미리 가져온 것을 재판대 위에 내밀었다.
“이것은…….”
내용을 확인한 벤터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충격받은 얼굴을 바라보며, 에르하르트가 말했다.
“황후 폐하께서 흑마법을 이용해, 선대 클라이더 공작 부부를 공격한 증거입니다.”
“……!”
그의 말에 좌중은 더욱 크게 술렁 였다.
“흑마법이라니! 그럼 선대 클라이더는 마차 사고로 죽은 게 아니었다는 건가?”
“그, 그런데 어째서 슈에츠 공작님께서 저 기록을 가지고 계신 거지?”
혼란스러운 말들이 떠도는 가운데.
카르티아는 절망 어린 얼굴로 에르하르트의 손에 들린 서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이것을 슈에츠 공작이 어떻게 손에 넣었단 말인가……!
“흐, 흐흐…….”
그때, 바로 밑에서 넋 나간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을 내리자 숨 죽이며 웃는 마테오가 보였다.
‘아.’
그에 카르티아는 깨달았다.
저 기록을 그에게 가져다 바친 사람이, 제 아들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