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216)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216화(216/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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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를 이용해 제국을 혼란에 빠뜨린 주범이자, 선대 클라이더 공작부부를 살해한 카르티아 라티오넬이 폐위됐다.
그녀는 제국의 황후였다. 누군가 반기를 들 법도 했으나,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황족을 시해하고, 사기를 일으킨 가문은 제국인으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 그녀를 옹호하는 건 미친 짓이었다.
라티오넬의 몰락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황궁 기사단이 라티오넬 저택에 쳐들어갔다.
하지만.
“도망쳤다고?”
“예. 도박에 미쳐, 질 나쁜 곳에도 손을 댄 모양입니다. 그들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도망친 듯합니다.”
이미 라티오넬 백작은 도주한 후였다.
제국에는 대대적인 수배령이 내려졌고, 북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찌 됐건 북부도 제국령 중 하나였기에.
“흐음.”
그리고, 북부의 영주인 에르하르트는 의자에 앉아 라티오넬의 얼굴이 그려진 수배지를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황궁 화가들의 실력이 영 엉망이군.”
그가 그리 말하며 가볍게 뒤편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크윽…….”
피투성이가 된 라티오넬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축 늘어졌다.
처음엔 어떻게든 도망가기 위해 발버둥 쳤으나, 지금은 손가락도 까딱할 수 없는 듯했다.
그를 증명하듯, 고문실 안은 피 냄새로 가득했다.
“이렇게 얼굴이 다른데, 누굴 잡겠다는 건지.”
그가 쯧, 혀를 차며 손을 벌렸다.
팔랑.
손에 들려 있던 수배지가 검붉은 웅덩이 위로 떨어졌다.
“원한다면 실력 있는 자를 불러와 초상화를 다시 그려주도록 하지.”
“…….”
“물론 다 그려질 즈음엔 눈을 감은 후 겠지만.”
“……!”
그 말에 퉁퉁 부은 눈꺼풀 속,라티오넬의 눈이 크게 뜨였다.
죽기는 싫었는지, 그가 다시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화, 황실에서 나를 찾고 있는 한, 바, 발각되는 건 시간문제다! 이, 이건 범죄야!”
몇 개 남지 않은 이빨로 그가 간신히 소리쳤다.
“아아, 왜 그 말을 안 하나 했지.”
에르하르트가 무감한 얼굴로 대답하며 옆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안테가 기다렸다는 듯 서류를 내밀었다.
에르하르트가 서류를 흔들며 말했다.
“이건 네 딸, 카르티아 라티오넬이 직접 서명한 계약서다.”
“카, 카르티아가……?”
“빚을 변제할 수 없을 시, 라티오넬의 모든 재산을 우리 쪽에 위임하겠다고 적혀 있지.”
못 믿겠으면 보라는 듯, 서류를 내밀던 그가 아, 하는 소리와 함께 피식 웃었다.
“어차피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겠군. 미안, 실수했네.”
“마, 말도 안 돼. 카르티아가 어째서……!”
“그걸 몰라서 묻나? 네가 싼 똥을 어떻게든 치우려다가 이렇게 된 거지.”
그걸 아직도 모르다니, 어리석은 놈.
에르하르트의 눈빛에 경멸이 어렸다.
“얄미운 내 사위가 말하기를, 노예 계약서도 이렇게 치러진다더군.”
“……!”
“그러니 내가 내 노예를 마음대로 대하는 게 어찌 잘못일 수 있을까.”
라티오넬의 얼굴에 절망이 어렸다.
“나, 난 어차피 아무런 힘도…….”
“아아, 그건 걱정하지 마.”
에르하르트가 너그럽게 웃었다.
“네가 직접 말하지 않았나. 달리 할 일도 없는 천한 것들을, 책임져 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에르하르트가 라티오넬이 귀족들과 함께 카지노에서 나눴던 대화를 그대로 그에게 돌려주었다.
“그러니 나도 책임져 주지. 아주 오랫동안, 보다 원초적인 방법으로.”
“……!”
라티오넬이 헉, 하고 숨 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방금 느꼈던 고통이 다시금 떠오른 탓이다.
그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거친 숨을 내쉬었으나, 여러 번 죽음의 문턱을 넘겨본 에르하르트의 기준에선 그저 꾀병일 뿐이었다.
라티오넬이 다 새어나가는 발음으로 살려달라 빌었지만, 에르하르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문실을 빠져나왔다.
“황실에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해.”
에르하르트가 그리 말하며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대답하던 안테가 떨떠름한 얼굴로 그의 손에 들린 것을 바라보았다.
에르하르트가 여상하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왜.”
“……공작님. 설마 그거, 사탕입니까?”
“그렇다만.”
안테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에르하르트는 아이들을 데려오기 전부터 궐련을 자주 피웠다.
독한 마취 성분이 그의 고통을 작게나마 가라앉혔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을 데려온 후론 거의 입에 대지 않았지만 오랜 습관이 남아 있는지라, 무의식적으로 궐련을 찾았다.
엘리 님께서 특단의 조치를 내리셨다고 들었는데, 설마 그게 막대 사탕일 줄이야.
‘하지만 공작님은 단 걸 지독히도 싫어하시는데.’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에르하르트가 사탕을 입에 물었다.
그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오만상을 쓰면서도 사탕을 절대 뱉지는 않았다.
“싫으시면 그냥 드시지 마십시오. 얼굴이 너무 살벌하셔서 보는 제가 무섭습니다.”
“우리 딸이 아빠 건강을 이렇게나 신경 쓰는데 그럴 수는 없지.”
에르하르트가 그리 말하며 사탕껍질을 주머니 속에 소중히 넣었다.
안테는 조만간 사탕 껍질로 가득 찰 집무실을 떠올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에르하르트는 사탕을 우물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황족 새끼들이 무슨 계획을 세우고 있을지 걱정이군.’
무식하기 짝이 없는 한쪽은 데미안이 잘 처리할 테지만…….
에르하르트가 보기에, 가장 큰 장애물은 1 황자 파비안이었다.
“음침한 자식.”
하여튼 내 딸 손끝 하나라도 건들기만 해 봐.
에르하르트가 살벌한 얼굴로 사탕을 와그작 씹었다. 그 모습은 정말 마치 뼈를 씹어 먹는 흑표범 같았다.
* * *
한편.
공작성 지하에 울려 퍼지는 라티오넬의 신음처럼, 황궁에서도 처절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스스로제 어머니를 고발한 마테오였다.
“당장 나와!”
그가 엘리의 방 앞에서 찢어질듯한 고함을 내질렀다.
어머니가 자신이 저지른 짓을 모두 안고 사라져 주었으니, 다친 눈을 고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엘리는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째서 나오지 않는 거야! 약속과 다르잖아!”
헐떡이는 마테오를 향해, 데미안이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2 황자 전하. 죄송하지만 제 부인께서 태양제 때 일로 전하를 만나 뵙기를 버거워하십니다.”
마테오가 이를 악 물었다.
“지금 장난쳐? 거짓말하지 말고 당장 나와. 당장 나와서 치료하란 말이야!”
마테오가 데미안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앞을 볼 수 없어, 얼마 가지 못 하고 바닥에 넘어졌다.
“크윽…….”
마테오가 바닥을 짚으며 바들바들 떨었다.
“야, 약속을 지켜…… 약속을 지키라고…….”
“약속이라.”
데미안이 몸을 숙여 마테오에게 낯을 가까이했다.
그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언제 약속을 한 적이 있던가.”
“……뭐?”
마테오의 얼굴이 굳었다.
“네, 네가 분명 가문의 이름을 걸고 내 눈을 고쳐주겠다 맹세하지 않았느냐……!”
“그걸 곧이곧대로 믿을 줄은 몰랐군.”
“……!”
“게다가 난, 내 부인의 이름을 입에 담은 적조차 없다.”
애초에 엘리의 힘을 이딴 자식에게 쓸 리 없지 않은가.
그 말에 마테오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사실이었다. 데미안은 눈을 고쳐주겠다고 했을 뿐, 엘리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 그럼 거짓으로 약속을……어찌 그런 짓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내 부인께서 가르치셨거든.”
데미안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2 황자 전하께서 폐후와 달리 내 가문을 생각보다 높이 사줘서 감사할 따름이야.”
“……!”
마테오가 숨이 막힌 듯 헐떡였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제 가문의 이름을 그렇게 쉽게……!”
그리 중얼거리는 마테오를 뒤로한 채, 데미안이 몸을 일으켜 안절부절못하는 시종들에게 말했다.
“지금 뭣들 하고 있지?”
“고, 공작님. 그것이…….”
“3 황녀 전하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그대들도 모르지 않을 텐데.”
“그건…….”
“만약 2 황자 전하께서 또 전과 같은 이상 증세를 보이신다면, 그래서 내 부인께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데미안의 안광이 번뜩였다.
“그대들은 살아서 황궁을 나갈 수 없을 거야.”
“……!”
잔뜩 겁먹은 시종들은 발버둥 치는 마테오를 붙잡았다.
“천한 손을 감히 어디에 대!”
“가시지요, 전하.”
“놔! 놓으란 말이다! 당장 치료해! 당장 나와서 나를 치료하란 말이다……!”
마테오가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다.
어서 이놈들을 제 곁에서 치워라, 고래고래 소리쳤으나 아무도 그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마테오가 황후를 고발한 그 순간부터, 그는 황족이 아니라 하나의 광인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 귀족 사회는 다시 술렁였다.
“그럼 차기 황태자 후보는 1 황자님과 3 황녀님이신가?”
“음…… 하지만 1 황자님이 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지 않나.”
“하지만 신전 쪽에선 1 황자 전하를 지지한다고 소문이 자자해. 최근 신전에 자주 왕래하시는 것만 봐도 알만하지 않나.”
그러자 누군가 코웃음을 쳤다.
“3 황녀 전하께서 가진 힘을 모두가 다 봤는데, 신전이 무슨 대수라고.”
“막말로 이번 사기도 3 황녀 전하께서 정화하시지 않았나.”
“그러고 보니, 성녀님 추방 건은 어떻게 되는 거지? 이대로 그냥 넘어가는 건가?”
엘리에 대한 이야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성녀가 진짜인지 아닌지 수군거리는 목소리들도 커졌다.
그 소란 가운데.
파비안은 신전으로 향했다.
그의 방문이 익숙한 듯, 신관들이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신관들의 눈빛에 약간의 안쓰러움이 스쳤다.
신전 쪽의 세력을 키운다는 소문과는 달리, 1 황자는 얌전히 기도만 올렸다.
‘얼마나 간절하면 신전까지 찾아와 기도를 올리실까.’
그렇게 생각하던 신관들은 다시 고개를 숙이며 멀어졌다.
“너희는 여기서 대기하거라.”
그의 말에 함께 이동하던 호위 기사들이 물러났다.
혼자 남겨진 그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가 향하는 곳은 늘 가던 기도실과는 정 반대 방향이었다.
이윽고, 어떤 방문 앞에 멈춰 선 파비안이 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1 황자 전하.”
들리는 음성에 파비안이 멈칫했다.
“……기다리고 계셨군요.”
파비안이 눈앞의 상대를 바라보며 문을 닫았다.
“예. 다시 오실 줄 알았으니까요.”
그 앞에 선 아샤벨이 빙긋, 천사처럼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