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221)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221화(221/241)
‘살아 있다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아샤벨은 충만하게 차오르는 ‘생명’을 느꼈다.
최근 구해온 사람들의 수준이 꽤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세포 하나하나 살아 있는 기분.
진짜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
행복에 젖어 있던 아샤벨이 제 몸을 내려다보았다.
‘그나저나 황후가 정말 관리를 잘해놨네.’
대신관 말로는 죽은 지 꽤 된 몸이라던데, 상태가 너무나 좋았다.
게다가 무슨 일인지, 구해온 생명들을 잘 흡수하기까지 했다.
날이 가면 갈수록 맑아지는 녹색 눈동자가 그 증거였다.
‘내가 이 몸을 완전히 정복하고 있다는 증거겠지.’
황태자 임명식이 있는 오늘, 그 계집을 죽인다면 저는 진짜가 될 수 있다.
아샤벨이 제 몸에 맴도는 기운을 느끼며 기분 좋게 웃을 때였다.
“성녀님.”
문이 열리고 대신관 라미트라가 들어왔다.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지금 갈게요.”
아샤벨은 라미트라와 함께 기도실을 나섰다.
지하로 들어가자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파비안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폐하. 정말 좋은 날이지요?”
아샤벨이 황제라도 알현한 사람처럼 폐하 호칭을 썼다. 그러나 파비안은 그것을 지적하지 않았다. 그저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어차피 답을 기다린 것은 아니었기에, 아샤벨은 싱긋 웃었다.
지하실로 들어가자 마법진 가운데, 홀로 앉아 있는 카르티아가 보였다.
“준비되셨나요, 황후 폐하?”
“……그래.”
그녀는 자신이 악을 담을 ‘그릇’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데에 어떠한 불만도 없어 보였다.
아니, 저를 배신한 사람들에게 복수할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한 짓도 할 수 있을 듯했다.
“그럼 시작할까요.”
아샤벨이 부드럽게 웃으며 칼을 꺼냈다.
“받으세요, 폐하.”
“…….”
“복수의 첫 단추를 훌륭하게 끼워야죠.”
파비안이 아샤벨이 내민 칼을 받아 들며 황후 곁으로 다가갔다.
파비안이 굳은 얼굴로 카르티아를 내려다보았다.
“……이렇게 죽을 것을, 예상했습니까?”
“적어도 네 손에 죽을 줄은 몰랐지.”
“…….”
“하지만 나쁘진 않구나. 앞으로도 내 악(惡)은 영원히 제국에 남을 테니까.”
카르티아가 입매를 비틀며 웃었다.
“영광이군.”
파비안이 중얼거렸다.
“예상치 못한 죽음을 당신에게 안겨줄 수 있다니.”
푹-!
파비안의 손에 들린 칼이 카르티아의 심장을 찔렀다.
한없이 꼿꼿했던 여인의 몸이 푹 꺾였다. 그러나 단말마의 신음조차 내지 않았고, 파비안조차 남을 죽였다는 데에 한 치의 죄책감도 없어 보였다.
“와…… 역시 황후 폐하는 대단하시네요.”
아샤벨이 순수하게 감탄했다.
“역시 제 그릇으로 쓰기 알맞아요.”
달콤한 웃음을 흘린 아샤벨이 늘어진 카르티아의 이마에 살짝 입 맞췄다.
그 순간, 그녀가 가지고 있던 수많은 사기가 카르티아의 몸으로 흘러 들어갔다.
끄르륵, 끅.
카르티아의 입매를 시작으로, 신체가 기이하게 꺾이기 시작했다.
“아아.”
완성되어 가는 ‘그릇’을 보며 아샤벨이 탄성을 터뜨렸다.
왜 대신관이 저를 그런 얼굴로 바라봤는지 알 것 같았다.
제 염원이 탄생하는 것만큼 기쁜 것은 없었다.
“성녀님.”
그때, 라미트라가 조용히 그녀를 불렀다.
“이만 가셔야 할 시간입니다.”
“벌써요?”
아쉬워라. 아샤벨이 서운하다는 듯 눈썹을 늘어뜨렸다.
하지만 더 기쁜 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자, 그럼 부탁드려요, 폐하.”
아샤벨이 그리 말하며 빙긋 웃었고, 파비안은 커지기 시작하는 사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검은 기운이 완전히 그의 몸에 스며들었다가, 천천히 사라졌다.
파비안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제 손을 바라보다 황궁으로 향했다.
황궁은 전에 없이 바빴다. 그 어느 때보다도 화려한 즉위식을 치러야 한다는 황제의 명 때문이었다.
바쁘게 치장하느라 바쁠 황제를 찾아가는 내내, 시종들이 파비안에게 몸을 숙였다.
“아, 1 황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던 황제가 거울 속에 비친 파비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긴 무슨 일이지? 이 기쁜 날을 아비와 함께 즐기고 싶어서인가?”
파비안은 대답하는 대신 치장을 돕는 시종들을 바라보았다.
“너희는 이만 나가 있거라.”
“1 황자?”
의아함을 느낀 황제는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시종들이 물러나자 그제야 파비안이 입을 열었다.
“보고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파비안이 그리 말하며 들고 있던 서류를 내밀었다.
“최근, 제국 전역에 들끓었던 사기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이건…….”
서류를 보던 벤터스의 눈이 크게 뜨였다.
처음 제국에 사기가 들끓기 시작한 것은 태양제 전이며, 처음 신고가 접수된 지역이 스나우트 령이라는, 믿기 힘든 사실 때문이었다.
그곳은 엘리와 그의 양 오라버니인 제리트 아만타의 영지였다.
“말도 안 돼.”
벤터스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서류를 내치지 못했다.
한때 ‘슈에츠가 3 황녀에게 등을 돌렸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그를 증명이라도 하듯, 슈에츠 공작은 그녀를 단 한 번도 찾지 않았다. 공작의 명으로 그의 양 오라버니가 된 제리트 아만타 또한 스나우트 령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태양제 때, 그 둘은 엘리가 만든 마도구를 이용해 황후와 마테오를 고발했다.
그 아이가 정말 스스로를 ‘황족’이라 생각했다면, 이럴 수는 없었다.
게다가 눈앞의 서류까지.
이것이 말하는 바는 명확했다.
‘그 아이가, 일부러 황족의 명예를 바닥까지 떨어뜨린 것이구나. 황제 자리를 갖기 위해서!’
뒤늦은 분노가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서류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벤터스가 파비안에게 물었다.
“이 일을 누가 알고 있느냐.”
“저와 대신관님, 둘 뿐입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뜬 벤터스가 파비안을 바라보았다.
“이 일은 파비안, 네가 저지른 짓으로 해야겠구나.”
엘리, 그 아이가 황제 자리를 원한다.
황족의 명예를 더럽힌 건 사실이었지만, 그 아이가 온전한 황족의 힘을 타고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니, 오늘로 황태자 권한을 쥐여준다면 모든 일을 멈출 것이다.
제 자식이 다른 사람들을 죽여, 일부러 사기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목격했으면서도 그는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다.
그는 루멘치아의 이름을 이을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사 자신의 친자식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제 아비가 저를 버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도 파비안은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덤덤한 낯이었다.
그에 벤터스는 변명이라도 하듯 덧붙였다.
“물론 너를 재판에 세우지는 않을 거다. 이 일은 우리 쪽에서도 철저히 조사해 폐후가 일으킨 짓이라 발표할 것이다.”
“…….”
“그 아이에게 황태자 자리를 내어주면 사람들을 해치는 짓도 멈출 것이다. 게다가 그 아이는 황족의 힘을 가졌지 않느냐. 온전한 황족인 우리도 가지지 못한 힘을!”
벤터스의 목소리가 짙은 흥분으로 떨렸다.
“그러니 네가 이 제국을 위해 힘써주거라.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니.”
파비안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역시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인 게지?”
벤터스의 입매가 희미하게 올라갈 때였다.
“예. 폐하께서 여전히 쓰레기라 다행입니다.”
“……뭐?”
“그래야 저도 후련한 마음이 들지 않겠습니까.”
파비안이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벤터스는 제가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이것을 기억하십니까?”
파비안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세계수의 문양이 그려진 회중시계였다.
벤터스는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보냐는 얼굴로 파비안을 바라보았다.
“폐하께서 이것을 제게 주셨을 때, 저는 기뻤습니다. 정말 제가 당신의 아들이 된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제 어미인 황비가 죽은 후, 황제는 저를 못 본 척했다.
처음엔 황후가 그를 막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저 쓸모없는 아이에겐 시선을 주지 않았을 뿐
회중시계를 쥔 파비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걸음을 내디뎠다.
그를 닮은 금안에 오랫동안 억눌러 왔던 살기가 어려 있었다.
“무슨, 무슨 말이냐, 1 황자!”
당황한 벤터스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파비안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밖에 누구 없느냐! 지금 당장 1 황자를—!”
파비안이 무표정한 얼굴로 벤터스에게 손을 뻗었다.
“커흑!”
그의 목이 시곗줄에 억눌렸다.
가느다란 시곗줄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엔 다소 역부족이었고, 그래서 벤터스는 더욱 고통스러웠다. 숨이 조금이나마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마지막 남은 기력을 짜내 버둥거렸다. 제 목을 붙든 손에 피가 나올 때까지 마구 긁고,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러나 파비안은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강하게 힘을 줄 뿐이었다.
얼마 안 가, 벤터스의 몸이 줄 꺾인 인형처럼 축 늘어졌다.
그러나 완전히 숨이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
파비안의 손에서 빠져나간 검은 연기가 벤터스의 전신을 휘감았다.
“당신이 먹고 싶어 했던 것.”
그가 히죽거리며 웃는 검은 그림자를 향해 말했다.
“이제 집어삼켜도 좋습니다, 황후 폐하.”
그 말과 동시에 검은 연기가 그를 집어삼켰다.
빠드득, 가득.
듣기만 해도 소름 돋는 소리들이 집무실을 메웠다.
이윽고 벤터스가 다시 눈을 떴다.
그러나 아무런 표정도 없어 보였다.
살아 있되 죽어 있는 것. 사기에 잡아먹힌 황제가 언데드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전과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그의 말에 충성한다는 것 정도일까.
파비안은 무표정한 벤터스를 내려다보다, 피 묻은 손 위에 하얀 장갑을 끼고선 천천히 몸을 돌렸다.
바쁘게 움직이는 시종들을 지나, 육중한 문 앞에 섰다. 그를 알아본 시종들이 문을 열어주었다.
방 안, 거울 앞에 눈부신 여인이 앉아 있었다.
임명식 준비로 바쁜 엘리를 향해 파비안이 미소 지었다.
“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