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230)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230화(230/241)
악마의 처형식이라니!
카르티아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말도 안 돼! 내가 왜! 내가 어째서 악마란 말이냐!”
목소리가 같아 구별이 어려웠으나, 이토록 표독스러운 외침의 주인은 황후밖에 없었다.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지. 카르티아 라티오넬. 당신은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이용해 사기를 일으켰다. 제국을 위험으로 몰고 간 게 악마가 아니라면 무엇이지?”
엘리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개보다 못한 놈들을 벌주려 한 것이 어찌 악마란 말이냐! 난 멍청한 이들에게 가르쳐 주려고 한 것뿐이다!”
카르티아의 노성이 쨍하니 옥사를 울렸다. 그녀는 진실로 제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 믿는듯했다.
“여전히 뻔뻔하구나, 카르티아 라티오넬. 목이 매이는 그 순간까지 입은 멈추지 않겠어.”
“뭐……!”
카르티아가 악에 바친 목소리로 되물으려다 멈칫했다.
“처, 처형한다고? 나를? 제국의 황후인, 나를?!”
그녀의 목소리에 악이 실렸다.
“말도 안 돼! 여긴 라티오넬 가문의 저택이다! 아무리 황명이라도 함부로 처형대로 쓸 수는-”
그때, 엘리가 카르티아의 면전에 서류를 들이밀었다.
“이건…….”
서류를 확인한 카르티아의 눈이 잘게 떨렸다.
“당신이 내 오라버니와 함께 체결한 계약서야. 채무자가 원할 때 빚을 면제하지 못할 경우, 라티오넬 가문의 전 재산을 넘기겠다, 이렇게 적혀 있지.”
“하, 하지만 계약자는 제리트 아만타다! 양 오라버니라고 해도 함부로 권리를 위임할 수는-!”
“아, 그거.”
엘리가 가볍게 웃으며 한쪽 구석의 서명란을 친절히 가리켜 주었다.
제리트가 서명을 마친 그곳엔, ‘제뮈엘 살롱’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제리트가 가진, 규모가 가장 큰 재산은 살롱이었기에 카르티아는 별다른 트집을 잡지 않았었다.
“세상에는 지분이라는 게 있어. 쉽게 말해 공동 소유.”
“그게 뭐가 어쨌다는 것이냐!”
“상냥한 내 오라버니께선 내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해 주셨다는 뜻이야.”
“뭐…….”
네 아이디어라고?
카르티아의 얼굴이 황망해졌다.
“그래. 그러니까 나 또한 당신의 계약자란 뜻이지.”
“……!”
“그러니 이 저택 또한 내 소유고, 당신을 처형하는 건 문제 축에도 못 껴.”
“그, 그런…… 말도 안 돼! 공동 계약이란 말은 듣지 못했어! 이 계약은 무효다! 무효란 말이다-!”
카르티아가 철창을 붙잡은 채 악에 받친 목소리로 외쳤다.
“무효인 건 잘 모르겠고.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녀의 말을 단호히 끊어낸 엘리가 철창을 향해 낯을 가까이했다.
카르티아가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 떨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위압감이 그녀의 사지를 옭아매는 것 같았다.
“당신은 몇 분 후, 이 저택에서 목이 매여 죽을 거란 사실이지.”
“뭐……?”
“사람들은 악마가 된 당신에게 돌을 던질 거야. 피가 나고, 엉엉 울어도 일말의 동정조차 얻지 못하겠지.”
“……!”
“그리고 난 그런 당신의 시체를 수거해 죽지 못한 상태로 만들 거야. 당신이 내 두 어머니께 했던 것처럼, 평생을 죽지도 살지도 못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게.”
카르티아의 얼굴이 점점 공포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자, 잘못했다! 제발 그것만은! 그것만은 하지 말아 다오. 제발……!”
카르티아가 벌벌 떨며 바닥에 고개를 숙였다.
“당신이 뭘 잘못했는지 알고는 있어?”
엘리의 말에 카르티아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죄, 죄 없는 내 동생을 죽여서 성녀를 담을 그릇으로 만들었다. 그래서는 안 됐는데. 내가, 내가…….”
반쯤 넋 나간 듯 중얼거리던 그녀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 그래! 이 또한 모두 황제가 저지른 짓이다. 네 아버지 말이다! 네 아버지가 내게 시켜서 한일이야! 나는 잘못이 없단다. 나를 매몰차게 내친 것만 봐도 알만하지 않느냐!”
“…….”
“이제 황태자 자리도, 이 제국도 다 네 것이지 않니. 나는 아무런 힘도 없다. 그러니 부디 나를 가엾이 여겨다오. 부탁이다.”
카르티아는 엘리가 황제가 제 어머니를 강제로 취했으며, 종국엔 죽음까지 몰고 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 또한 황제에게 같은 억압을 당해, 어쩔 수 없이 악행을 저질렀다고 말하면 조금이나마 제게 동정심을 느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쓰레기가 내 아버지라고?”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비웃음이었다.
“그 작자는 내 아버지가 아니야.”
“……?”
“내 아버지는 슈에츠 공작님이시지.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탑에 갇혔던, 소수 일족이시고.”
“……뭐?”
“당신이 모를 리 없을 텐데.”
카르티아의 얼굴이 우뚝 굳었다.
“네가…… 네가 그 여자의 딸이었다고? 레일리가 아니라?”
카르티아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레일리는 어째서 제 새끼도 아닌 아이를 위해 백작저에 숨어들었단 말인가.
‘아니, 그전에…….’
이 아이는 언제부터 그 사실을 알았던 거지?
혼란으로 떨리던 카르티아의 눈동자가 엘리의 맑은 녹안을 응시했다.
탑에 가둔, 마지막 소수 일족인 슈에츠 공작부인과 같은 색깔이었다.
그러고 보면, 본격적으로 황족의 균열이 시작된 시기는 사냥제때, 슈에츠 공작이 두 아이들을 죽이지 않고 돌아온 순간부터였다.
‘그때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 자신이 황녀가 아니라 공녀라는 걸.’
그럼에도 공녀라 밝히지 않은 건.
‘나와 황가를 무너뜨리고, 종국엔 제가 황제가 되기 위해서!’
그러나 정작 황족은 아무것도 몰랐다.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헐뜯기 바빴다.
아들 마테오는 모든 일의 배후는 카르티아라며 어미인 저를 배신했고, 남편인 벤터스는 그녀를 외면했다.
분노한 카르티아는 황가를 무너뜨리기 위해 아샤벨과 손을 잡았고, 파비안까지 끌어들였다.
파비안은 제 아비인 벤터스를 기꺼이 언데드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 복수가 사실은.’
모두 저 아이의 손바닥 위에서 행해지는 자멸이었다니.
‘난 대체 무엇을 위해서.’
카르티아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삶의 의지를 잃은 자의 얼굴이었다.
그때, 공허한 눈동자 위에 두려운 기색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그녀와 한 몸이 된 아샤벨이 입을 연 듯했다.
“어, 어째서…….”
그녀, 그러니까 아샤벨이 힘겹게 중얼거렸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죽이면 되잖아. 그냥 나를 죽이면 되잖아!”
“…….”
“나, 나도 억울해. 난 속은 것뿐이야. 난 그저 살고 싶었을 뿐이라고……!”
“…….”
“나라고 가짜로 태어나고 싶었던 게 아니란 말이야!”
아샤벨이 검은 눈물을 터뜨리며 토해내듯 울었다.
엘리는 가만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엘리도 가짜가 무조건 없어져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도 한때는 쓸모없는 존재였으니까.
애초에 그녀가 처음부터 마음을 달리 먹었더라면, 진짜와 가짜의 구별조차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샤벨은 죄 없는 사람들을 죽여 제 욕망을 채웠고, 엘리는 그런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의 간극은 거기서부터 시작이었다.
그러니 엘리가 아샤벨의 설움을 이해해 줄 필요는 없었다.
엘리가 몸을 일으켜, 기사단에게 말했다.
“집행을 시작하겠다.”
그 말과 함께 기사단이 옥사 문을 열어, 카르티아를 끄집어냈다.
짐짝이라고 해도 이것보단 소중히 다룰 터였다.
백작저 앞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제국을 위험에 빠뜨렸던 카르티아 라티오넬과 성녀, 아샤벨의 처형을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악마를 불러내기 위해 폐후가 신전과 손을 잡고 이복동생의 시체를 이용했다지?”
“게다가 그 성녀를, 아니지, 악마를 돕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죽이려 했다면서?”
“신전에서 성녀의 추방을 그렇게 반대한 이유가 바로 이거였구만?”
본래대로라면 정식 재판을 치른 후, 제도의 광장에 마련된 단두대에서 목이 잘려야 했다.
그러나 엘리를 키워준 어머니, 그러니까 황후의 이복동생이 사실 세계수를 지키려 했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사람들은 황후도 똑같은 고통을 느껴야 한다며 백작저 앞에 몰렸고, 이례적으로 재판 없이 처형식이 열린 것이다.
“공녀님께서 빠르게 알아차리고 방안을 찾아주셨기에 망정이지, 여차하면 우리가 죽을 수도 있었어!”
“그래도 공녀님께서 폐후의 몸에 악마를 함께 봉인하셨으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으, 생각하기도 싫군!”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 모두가 몸을 떨었다.
대관식을 치르지 않아, 엘리는 아직 공녀라고 불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제국인들에게 공녀라는 이름은 황제의 직위보다 드높았다.
“평생 공녀라 불리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그 광경을 지켜보던 에르하르트가 중얼거렸다.
“황제라는 이름도 엘리를 담기엔 부족합니다.”
데미안이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힐끔거리던 에르하르트가 피식 웃었다.
“맞는 말이지. 그 어떤 찬사도 내 딸을 담기엔 부족해.”
“제 부인이기도 하지요.”
그때였다.
“저기 나온다!”
누군가 백작저 꼭대기를 가리켰다.
기사단의 손에 이끌려 나온 카르티아가 지붕 끝에 서 있었다.
“악마를 죽여라!”
“악마를, 폐후의 몸에 깃든 가짜를 죽여라!”
모두가 소리 높여 처형을 바랐다. 전광판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는 다른 영지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카르티아와 아샤벨은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모두가 저희를 향해 더럽고, 역겨운 존재라며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엘리가 뒤이어 등장하자 비난하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환호로 바뀌었다.
“공녀님, 악마를 죽여주십시오!”
“가짜를 멸하시어 부디 이 땅에 평화를 가져와 주십시오!”
모두가 저희의 죽음을 바랐다.
아샤벨의, 카르티아의 얼굴에 절망이 깃들었다.
집행관이 그녀들의 몸을 이끌었다.
밧줄이 완전히 목을 옥죄기 전,아샤벨이 처형을 바라보던 에르하르트와 데미안을 발견했다.
‘마지막으로라도.’
한 줌의 시선마저 가져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순간마저도 저를 바라보지 않았다.
‘대체 누구를…….”
아샤벨의 시선이 뒤로 미끄러졌다.
두 사람은 찬란한 태양 아래, 사람들에게 미소 짓고 있는 엘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에 아샤벨은 벼락 맞은 것처럼 깨달았다.
처음부터 넘볼 수 없는 자리를 탐했다는 것을.
내가, 저 아이처럼 살았다면, 마음을 다르게 먹었다면, 그랬다면…… 무언가가 달라졌을까? 흘러나온 검은 눈물이 뺨을 적셨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엘리의 싸늘한 눈빛이 그들에게 닿은 순간.
카르티아의 몸이 허공을 향해 기울었다.
그래서 그 눈물은 바람에 휘날려, 아무도 보지 못했다.
살인자의 뒤늦은 후회 따위는 필요 없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