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231)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231화(231/241)
* * *
아샤벨의 영혼을 담은 카르티아의 시체는 오랫동안 백작성 밖에 매달려 있었다.
사람들은 제국을 집어삼킬 뻔한 악마와 가짜에게 아낌없이 돌을 던졌다. 썩은 달걀과 농장의 가축 오물은 카르티아의 최후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더 이상 그녀를 찾는 경멸 어린 시선조차 사라졌을 때가 되고 나서야 시체는 거두어졌다.
그러나 그것이 영원한 안식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더 이상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언데드보다 끔찍한 형상을 가진 그녀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카르티아의 시체는 또 다른 악이 나타났을 때, 이를 봉인할 그릇으로 쓸 예정이었다.
악은 악을 알아본다. 한때 사기를 담았던 그릇인 만큼 제일 먼저 카르티아의 몸을 찾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계속, 몇 번이고 카르티아는 목이 매여 죽게 되겠지.
‘물론 그전에 내가 정화하겠지만.’
어쨌든 그녀의 몸은 평생토록 이렇게 쓰일 것이다.
‘이게 당신의 최후야. 끝없는 불명예에 목이 매이는 것.’
자비 없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난 몸을 일으켰다. 기사들이 말없이 카르티아의 시체를 수거했다.
사라지는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볼 때였다.
문득 그림자 두 개가 내 시선에 걸렸다.
아빠와 데미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깊은 눈동자 속, 슬픔만은 거둬지지 않았다.
복수 후에 찾아오는 것이 꼭 기쁨만이라고는 할 수는 없었다.
복수가 이뤄지고 나면, 그 보다 더한 허망함에 사로잡히는 경우도 있으니까. 아마 두 사람도 내가 그렇게 될까 봐 걱정이 된 거겠지.
그건 우리 가족의 특징 중 하나였다. 자신과 관련된 일엔 그토록 무덤덤하면서, 서로의 슬픔은 제 일보다도 더 슬퍼했다.
‘이럴 때 해야 할 말이 있지.’
그들에게 다가간 난 옅게 웃으며 말했다.
“배고파요.”
“엘리, 괜찮…… 뭐?”
“응……?”
아빠와 데미안이 바보처럼 되물었다.
나는 장난스럽게 두 사람을 흘겼다.
“늘 그랬듯이 괜찮다고 말할 줄 알았죠?”
생각을 들켰는지, 둘은 입을 다물었다.
나는 말했다.
“괜찮다는 건 사실 마음 한구석에 그 상황이 걸려 있을 때나 하는 말이에요. 황후와 성녀는 죽어야 마땅한 자들이었고, 그들에게 맞는 최후를 준 거잖아요?”
“…….”
“…….”
“그러니까 괜찮다는 말조차도 저자들에 겐 사치에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죽어 마땅한 자들에게 남길 시선조차 아까웠다.
“그래, 맞는 말이야.”
아빠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화답하듯 씩 웃었다.
그때였다.
“황녀…… 아니, 공녀님! 이쪽으로 와주십시오!”
나를 찾는 궁정 관리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재 제국의 실정에서 이 짧은 달콤한 휴식을 즐기기에, 차기 황제는 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나는 아빠와 데미안을 와락 끌어안았다.
“나중에 봬요.”
“그래. 고생은 하지 말고.”
“이따 봐, 엘리.”
다정한 인사와 함께 난 웃으며 몸을 돌렸다. 불어오는 바람이 유독 선선하게 느껴졌다.
* * *
황궁 재판이 열렸다. 본격적으로 제국의 앞날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판결을 내릴 황제와 교황은 이곳에 자리하지 못했다.
황태자 임명식은 전광판을 통해 전 제국에 생중계되었다. 믿고 의지한 신전이 악마를 불러낸 자들이며, 아샤벨이 사기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을, 모든 제국인들이 두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분노한 사람들은 신전의 몰락을 외쳤다. 적극적인 몇몇 사람들은 직접 무기를 들고가 신전을 부쉈다.
그러나 신관들은 그들을 막지 못했다.
아무리 강한 권능을 가진 신이라고 해도 따르는 신자가 없다면 한낱 마법사와 다를 게 무엇인가.
더 이상 그들은 제국의 기둥으로서 누구를 처벌할 권한이 없었다.
그래서 귀족들은 참관인이 아닌, 배심원의 자격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다. 그들 중에는 나에게 반역이라 소리쳤던 자들도 있었는데, 하나같이 황궁 재판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내가 황제 자리에 오르는 걸 막기 위해서겠지.’
신전과 황궁이 몰락한 지금의 시점에서, 모든 민심은 나에게 향해 있었다.
바꿔 말하면 이곳에 자리한 귀족들 중 대부분은 나의 ‘환심’을 사지 못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그들 중에서는 나를 도둑의 딸이라며 대놓고 험담한 사람들도 있었다.
‘초조했겠지. 제국인을 위하는 내가 황제가 된다면 붙잡고 있던 권력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재판이라고 해도 결국엔 머릿수 싸움이다. 어떻게든 나를 끌어내리려 할 게 분명했다.
“세계수가 대륙을 지키는 존재인 것은 맞지요. 하지만 그것이 황권을 이을 권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를 증명하듯, 시작도 전에 벌써부터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아직도 주둥이가 자유분방하구나. 아직 이 몸에게 덜 혼난 게지?
“……!”
그러나 내 옆자리에 앉은 신수가 꼬리를 살랑이며 중얼거리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다물었다. 임명식 때 신수에게 혹독하게 굴려지긴 한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반역자라 외친 이들을 ‘일단’ 풀어준 이유는.
“하, 하지만 황족이 약탈자라는 공녀님의 증언에, 증거 또한 없지 않습니까.”
바로 이것이었다.
제 것이 아닌 마나를 빼앗아 봤자 언젠가 사라진다는 것은, 아르펜이 만들어준 친자 키트 덕분에 한차례 입증된 적이 있다.
그런데 황족이 아닌 내가, 황족의 전유물인 치유력을 가졌다.
그러니 이는 처음부터 황족의 것이 아니었다는 뜻이 된다. 거기까지는 그들도 인정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황좌에 오르는 것을 완전히 납득시켜 주진 못할 터였다. 제국의 오랜 역사는 아직 루멘치아를 황가로 받아들이고 있으므로.
‘여기서 내가 제대로 증명하지 못한다면, 나는 반역자에 불과해.’
그런 의혹은 뿌리부터 잘라내는 게 좋았다.
“그럼 증명해 드리지요.”
그래서 나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즈, 증명이요?”
“증거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나는 대답하는 대신, 데미안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문 옆에 서 있던 기사단에게 손짓했다.
문이 열리고, 그레이스가 다른 기사들과 함께 결박한 누군가를 끌고 안으로 들어왔다.
“저, 저것은……!”
모두가 아연실색한 얼굴로 소리쳤다.
“끄으윽…….”
괴이한 소리를 내는, 살아있되 죽지도 못하는 것.
언데드가 된 황제였다.
“크어어어!”
눈앞의 피와 살을 보자, 황제가 미친 듯이 덤벼들었다.
그러나 입에 물린 재갈과 양팔과 다리를 포박한 빛의 사슬 때문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언데드를 어찌 재판장에……! 마음이 급하신 건 알겠으나, 협박할 게 따로 있습니다!”
누군가 겁에 질린 얼굴로 쏘아붙였다. 언데드는 세계수인 나를 공격하지 않으니, 그를 통해 귀족들을 협박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협박이라니요. 제가 어찌 그런 걸 하겠습니까.”
나는 가만히 웃어 보였다.
“제게 이렇게 물으셨지요. 황가가 약탈자라는 증거가 있느냐고.”
“그건…….”
“지금 이 자리에서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떻게든 제 배를 채우기 위해 안달 난 황제에게 다가갔다.
황제의 찬란한 금안이 사기로 오염되어,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나는 그의 얼굴 가까이에 손을 올린 후, 아주 조금씩만 힘을 개방했다.
내 손에서 뿜어져 나온 황금과 녹음의 빛이 언데드가 된 황제를 감쌌다.
“크으…….”
고통스럽게 휘청이던 황제의 눈동자가 금안으로 돌아왔다. 초점을 찾은 눈동자가 어지럽게 흔들렸다.
“으……! 으으으!”
그가 재갈을 문 채 마구 버둥거렸다. 충혈된 눈이 이게 무슨 짓이냐고 묻는 것만 같았다.
‘좀 시끄러워지겠지만, 그래도 입이 있어야 나불댈 수 있겠지.’
내가 시선을 주자, 그레이스가 황제의 입에 물린 재갈을 빼주었다.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이냐!”
역시나, 그가 기다렸다는 듯 좌중을 향해 노성을 터뜨렸다.
“이 나라의 황제인 나를,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하다니!”
“우선 진정하십시오. 방금 전까지 언데드로 변모해 계신 터라, 이런 식으로 구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 언데드라고……?”
데미안의 말에 발악하듯 외치던 그는 무언가가 떠오른 듯 흠칫 몸을 떨었다.
“……1 황자. 1 황자의 짓이로군.”
그의 눈동자가 짙은 분노로 물들었다.
“1 황자를 잡아들여라! 사기를 이용해 나를 이 꼴로 만든 자가 1 황자다! 1 황자는 반역을 저질렀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외침에 따라주지 않았다. 그를 이곳까지 데려온 기사들도 사슬을 놓지 않았다.
“황명을 거역하는 것이냐! 네놈들이 감히-!”
황제가 발작하듯 외쳤다. 이성을 잃은 듯, 입가에 침이 질질 흐르는 데도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3 황녀!”
그때, 황제의 시선이 눈앞의 내게 닿았다.
“지금 무엇하는 것이냐. 아비인 나를 풀어주어야지! 왜 가만히서 있는 것이야!”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뭐……?”
내 물음에 발작하듯 외치던 황제가 멈칫했다.
“내가 왜 그래야 하냐고 물었어.”
“무, 무슨 말을……! 어찌 이 아비에게!”
“당신은 내 아버지가 아니야.”
나는 단호히 황제의 말을 끊었다.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일 뿐이지.”
“이, 이 무슨……!”
황제는 나의 언사에 기가 막힌 얼굴이었다.
하지만 난 그가 왜 쓰레기인지 설명하는 대신, 행동으로 알려주었다.
“당신의 선조가 약탈한, 첫 번째 세계수의 힘부터 돌려받겠어.”
그 순간, 내 몸에서 흘러나온 빛의 사슬이 황제를 옭아맸다.
황제가 눈을 부릅떴다. 무어라 외치고 싶으나 말이 잘 나오지 않는 듯했다.
‘어째서……!’
황제가 힘겹게 입을 뻐끔거리며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그의 손이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