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233)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233화(23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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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탑에 갇혀 영생을 사는 처벌을 받았다.
황족이 사실 세계수를 시들게 한 약탈자였으며, 소수 일족들을 한데 모아 착취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전 황가의 악행에 일조한 신전은 더 이상 명맥을 유지할 수 없었다. 신전은 붕괴되었고, 악에 일조한 신관들은 모조리 재판에 회부되었다.
“공녀님. 이 사항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신전 쪽에서 지원을 받아 유지되던 영지인데…….”
그로 인해 제일 바쁜 사람은 엘리였다.
그녀는 아직은 공작부인이라 불려야 했지만 엘리는 즉위식 전까지 그간 잃어버렸던 호칭으로 불리고 싶어 했다.
‘슈에츠 공녀’라는 이름이 주는 위압감은 엘리와 너무나 잘 어울렸고, 재판 이후 더 이상 엘리에게 정통성을 운운하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1 황자 편에 서지 않은, 그래서 엘리에게 반역이라 외치지 않은 귀족들도 그녀를 도와 함께 재판을 진행하긴 했지만 말 그대로 도운 것일 뿐, 엘리의 결정이 더 컸다.
오히려 제 선에서 해결하기 힘든 일이 생기면 엘리에게 조언을 구할 정도였다.
그에 신관들은 겁을 먹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슈에츠 공녀가 재판을 담당했다. 누구보다 신전을 증오하는 사람. 그들이 쉬이 목숨을 유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겁에 질린 몇몇 신관들은 도망쳤으나, 에르하르트와 데미안의 손에 붙잡혀 모조리 끌려왔다.
한데 몰골이 하나같이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듯 보였다.
정작 그들을 끌고 온 두 공작의 모습이 너무나 깔끔해, 더욱 공포스러웠다.
나중에는 잘못했다며 제 발로 찾아와 싹싹 비는 신관들도 있을 정도였다.
“쓸데없는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모조리 쓸어버리는 게 낫지 않나?”
에르하르트가 창백하게 질린 신관들을 향해 살벌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엘리가 원치 않을 겁니다.”
그에 데미안이 덤덤히 응수했다. 그러나 목소리만큼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엘리는 황태자 임명식 이후, 조금도 쉬지 않고 일에 매달렸다.
평소 같으면 제발 쉬엄쉬엄하라고 말했겠지만, 두 사람은 그러지 않았다. 그녀가 죽기 살기로 일에 매달리는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기 속에서 돌아온 후, 가장 먼저 엘리가 한 일은 두 어머니들을 안식으로 보내드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엘리는 어머니의 무덤을 두 번 다시 찾지 않았다.
아직 그들의 삶을 무너뜨린 루멘치아 황가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르하르트는 엘리의 복수가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빠르게 일이 처리되지 않았으면 하는 욕심도 있었다.
황궁은 엄연히 수도에 있었다.
즉, 대관식을 치르고 나면 엘리는 수도로 떠나야 한다.
바꿔 말하면 딸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 생각은 데미안도 마찬가지였다.
그간 기차로 북부와 동부를 바쁘게 오고 갔지만, 공작위를 받은 이상 데미안은 엄연히 동부의 주인이었다.
엘리가 즉위하고 나면 셋은 함께 하는 시간보다 따로 떨어져 살 시간이 더 많아질 터였다.
그건 엘리가 황제가 되겠다 선언한 순간부터 정해진 운명이었고, 두 사람도 어렴풋이 그를 알았다.
그럼에도 말리지 않은 건, 엘리의 선택을 존중해서였다.
하지만 떨어져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잔인한 사실까지는 쉬이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데미안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자 에르하르트가 미약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장난도 못 치게 하는군.”
에르하르트가 작게 핀잔하며 검을 내려놓았다.
신관들은 세상에 그 누가 장난칠 때 검을 겨누냐고 외치고 싶었지만, 당장 목숨이 위태로워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이것들이 마지막이니, 이것만 끝나면 엘리도 쉴 수 있을 거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두 사람의 얼굴엔 후련한 기색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둘은 다소 굳은 얼굴로 재판장으로 향했다.
얼추 끝이 보이는지,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서류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를 증명하듯 그녀를 도왔던 귀족들의 얼굴이 기쁜 해방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가주 자리를 메웠던, 그래서 웬만한 일엔 지치지 않았던 헤론도 상기된 얼굴이었다.
엘리의 일이라면 무엇이든 돕겠다고 하던 제리트는 아예 감격의 눈물을 훌쩍일 정도였다.
하지만 엘리의 얼굴은 여전히 진지했다.
“엘리.”
“아, 아빠. 데미안.”
이름을 부르자 그제야 엘리가 고개를 들었다.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들었다만.”
“네. 대충은요.”
엘리가 그리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말갛게 웃는 얼굴은 한없이 예뻤지만, 그래서 더더욱 속상했다.
엘리가 그의 곁을 떠나 수도로 떠날 날이 머지않았다는 뜻이었기에.
하지만 기뻐하는 엘리에게 마음의 짐을 줄 수 없었다. 두 사람이 옅게 웃었다.
“……저, 엘리 님. 그에 관해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때, 그들을 지켜보던 헤론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언제쯤 수도로 떠나실 예정이십니까?”
그 말에 엘리의 입가에 어려 있던 미소가 천천히 지워졌다. 데미안과 에르하르트도 마찬가지였다.
연신 해방감을 느끼며 후련해하던 제리트도 멈칫하고 그들을 돌아보앗다.
하지만 그 누구도 헤론에게 무례한 질문이라 말하지 못했다.
그는 오랜 시간 공석이었던 클라이더 가주 자리를 지켜낸 충신이었다.
엘리가 클라이더 공작부인이라고 해도 황제가 된 이상, 공작가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헤론은 자신의 주군 이제 아내를 얼마나 끔찍이도 사랑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데미안은 무조건 엘리를 따라 수도로 향할 터였고, 선대 클라이더 공작의 스승이자 가신인 헤론의 입장에서 이는 말려야 할 일이었다.
굳이 사람들 많은 자리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은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일 테고.
분위기가 다소 싸늘해지자 에르하르트가 말했다.
“……어느 정도 일이 마무리되면 당연히 황궁으로 가야겠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눈에 띄게 굳은 목소리는 그와 반대되는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를 지켜보던 엘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황제는 수도를 비울 수 없으니, 제 거처는 당연히 수도가 되겠지요.”
“…….”
“…….”
“아빠와 데미안과는 어쩌면 떨어져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엘리의 덤덤한 목소리에 에르하르트의 얼굴이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했다.
데미안은 떨어져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 듯했다. 그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하지만 엘리가 더 빨랐다.
“안 그래도 그 점에 대해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었어요.”
엘리는 또렷한 눈빛으로 헤론을 바라보았다.
“헤론 님.”
“예, 엘리 님.”
그가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반박할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수도를 북부로 옮기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요?”
“그건 조금 곤란한…… 예?”
엘리의 물음에 헤론이 드물게 멍청한 얼굴이 되었다.
그건 비단 헤론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엘리를 제외한, 이곳에 자리한 귀족 모두가 얼빠진 얼굴로 엘리를 바라보았다.
다들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수도를 북부로 옮기고 싶어요.”
그에 엘리는 친절히 되새겨주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고 말하고 싶었으나, 너무 당황한 나머지 말이 잘 나오지 않는 듯했다.
책상에 앉아 있던 신수, 샤키만이 꼬리를 살랑이며 “에구구”하고 머지않아 시작될 혼란을 예언할 뿐이었다.
그래서 엘리는 먼저 선수를 쳐 제 의견을 피력했다.
“재판에서 저는 루멘치아가 약탈자라는 것을 증명했어요. 그 이후로 제게 반기를 드는 사람은 없었지만, 앞에서만 말하지 않을 뿐, 뒤에서는 잔뜩 수군거리고 있겠죠.”
그리고 어떻게든 트집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테고.
“현 귀족들은 루멘치아 황가에 충성했어요. 루멘치아는 자신들의 위상을 위해 권력을 나눠줬고, 그럴수록 세력은 더욱 견고해졌지요. 제가 즉위한다고 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엘리는 권력을 잡기 위해 황제가 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귀족들의 말을 무조건적인 견제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히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이거.”
엘리가 방금 전까지 붙잡고 있던 서류를 내밀었다.
“각 영지의 인구들과 그에 따른 발전 형태를 조사한 보고서예요. 대륙 전쟁 때문에 몇몇 영지를 제외하고 빈민들이나 고아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문서상으로 기록된 것만 이 정도니, 실질적인 인구수는 이보다 더 많겠죠.”
하지만 그에 따른 대비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다.
나름 대책이라고 고아원을 만들긴 했지만, 이마저도 신전 소속이거나 형편없이 관리되는 게 태반이었다.
“게다가 빈부 계층이 제일 적은, 그것도 미성년자의 수가 적은 수도에 모든 교육 시설이 집중되어 있어요. 하지만 수도 밖은 아무런 발전이 없고, 뛰어난 선생들은 수도를 벗어나고 싶지 않아 하죠.”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수도로 모든 권력이 몰릴수록 양극화는 커진다.
그녀가 황제로 즉위한다고 해도 수도에 몰린 권력을 개혁하지 않는 이상, 고인 물은 썩을 터였다.
‘양질의 교육을 신분에 상관없이 받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기도 하고.’
그리고 이 생각은 헤론이 오랫동안 추구한, 그러나 실질적으론 행하지 못한 소망과 일치할 터였다.
그녀의 생각은 정확했다.
헤론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눈앞의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처음부터 미리 염두에 두신 겁니까?”
“어느 정도는요.”
엘리가 가볍게 대답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약탈자가 뿌리내리고 살았던 더러운 곳을, 어떻게 계속 수도로 삼을 수 있겠어요?”
그 말에 헤론은 다시 입을 다물었고, 엘리는 멍하니 굳어 있는 에르하르트와 데미안을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무엇보다 제가 가족들 없이는 못 살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