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237)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237화(237/241)
에필로그 1
아직 채 해가 뜨기도 전인 새벽. 넓은 광장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꽤 추운 날씨 때문에 지칠 법 도한데, 사람들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다가도 서로를 힐끔거렸는데, 그 시선에 불안한 기색이 가득했다.
“왜 벌써부터 줄을 서 있는 거지?”
바쁘게 아침을 준비하던 누군가가 그 모습을 보곤,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물었다.
“아, 제뮈엘 살롱에서 한정판 디자인의 옷을 판매한다고 하더군.”
“제뮈엘이라면야…….”
그 말에 질문했던 이가 납득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세계수이자 현 제국의 황제에게 대륙 전역의 관심이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엘프와 신수와 함께 대관식을 치르는 장면은 이름 없는 나라의 신문 1면에 대문짝만 하게 실릴정도였다.
그때 엘리가 착용한 드레스와 보석은 젊은 영애들 사이에서 큰 화제였다.
황제가 입은 것이니, 똑같은 드레스는 만들 수 없었다.
아쉬운 대로 디자이너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비슷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이 그렇듯, 모두가 원작자를 찾았다.
때문에 안 그래도 높았던 제뮈엘 살롱의 인기는 더더욱 치솟는 중이었다.
그를 증명하듯, 줄을 서 있는 자들 중엔 타국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럼 그 목걸이도 살롱에서 만든 건가?”
“디자인은 살롱에서 만든 게 맞지만, 그 녹색 보석은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가져왔다던데?”
“폐하께 보석을 바친 세공사는 말 그대로 대박이 났겠군.”
그 녹색 보석이 길거리에서 산 모조품임을 모르는 사람들은 세공사를 부러워했다.
정작 그 상인도 몇 년 전, 자신이 판 물건이 억만금을 줘도 못 구하는 보석이 되었다는 건 모르겠지만.
“아, 오늘도 야근이겠구나…….”
그리고, 아침부터 몰려든 사람들을 샵 안쪽에서 지켜보던 샬롯이 한숨을 내쉬었다.
“야근이 싫은가?”
그에 함께 이른 출근을 한 플린트가 물었다.
“그럼 야근이 좋겠어?”
“음, 나는 샬롯, 너와 오래 있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군.”
플린트의 덤덤한 말에 순간 말문을 잃은 샬롯이 입을 뻐끔거렸다.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야근이 좋다니. 일에 지친 사람이라면 그 말이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을 터였다.
“……넌 꼭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더라.”
“혹시 싫은가?”
“……싫다는 말은 안 했어.”
그녀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플린트는 못 들은 눈치였으나, 샬롯은 다시 말할 용기가 없었다.
“아, 다들 일찍 출근했군요.”
그때, 테리드가 안으로 들어왔다. 4호점의 점장이었던 그녀는 연이은 대박에 본점 부점장으로 승진했다.
워낙 일이 많아 지칠 법도 하건만, 테리드는 더없이 밝은 얼굴이었다.
“오늘은 더 바쁠 예정이니 조금만 더 고생 부탁드려요.”
“다른 손님이 오시나요?”
“아, 새로 디자인한 드레스를 아델란 님께 드리기로 했거든요.”
아델란은 현재 제국 내에서 가장 인기 많은 오페라 배우였다.
최초 기차 설계자의 딸이자, 패전국의 공주에서 유명한 배우가 된 그녀의 삶은 가십, 그 자체였다.
소수 일족에 대한 황가의 억압, 폐후의 친정인 라티오넬의 패악이 세간에 알려진 것도 아델란의 공이 컸다.
‘혹시 그 이야기 들으셨나요?’
하며 아델란이 부채를 살랑이면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날 그녀가 사용한 부채는 없어서 못 팔 수준이 되었다.
때문에 많은 디자이너들이 아델란에게 협찬을 바랐으나, 아델란은 오직 한 곳만 고집했는데 그곳이 바로 제뮈엘 살롱이었다.
그런데 걸어 다니기만 해도 화제인 그녀가 돌연 무명 각본가의 극을 수락해 연신 화제였다.
“왜 그 각본을 수락하셨을까요?”
그렇게 묻는 샬롯에게, 테리드가 말했다.
“그 연극이 황제 폐하와 두 공작님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대요.”
“아하.”
샬롯은 빠르게 수긍했다.
아델란이 얼마나 엘리를 좋아하는지는, 몇 번 치수를 재면서 두 눈으로 본 적이 있었으니까.
“하아. 엘리 님 너무 멋지시지 않나요? 사기를 정화하시고 신수를 부리시는 모습에 다시 한번 반한 것 같아요…….”
“엘리 님이야 항상 멋있으시죠. 그런데 일단 팔 좀 들어주시겠어요?”
눈을 반짝이며 엘리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아델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샬롯은 엘리가 자주 중얼거리던 ‘덕후’가 바로 그녀임을 깨달았다.
‘사실 이 정도까지는 아니셨지만.’
엘리에 대한 아델란의 사랑이 더욱 커진 것은 며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로 즉위한 황제는 마탑을 대대적으로 압수 수색했다.
마탑은 폐후, 카르티아와 깊은 유착 관계를 가지고 있었으니, 수색은 수월히 이뤄졌다.
그리고 실로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리번스 국왕이 국민들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모든 물자를 제국에 바쳤다는, 그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와 전혀 다른 충격적인 진실이었다.
다른 때 같았다면 마법사들은 침묵을 지켰겠으나, 이미 황후의 가문이 무너진 마당에 더 이상 숨길 것도 없었다.
마법사들은 긍정과 함께 리번스 자작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같은 마법사로서의 존경심이었다.
“리번스 자작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그토록 작은 나라에서, 이렇게 뛰어난 마법식을 만들다니요.”
“저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숨겼을 겁니다. 제가 만든 술식을 지키는 데, 목숨이 대수겠습니까?”
“그런데 제 국민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그 누명까지 받아들이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런 마법사들의 말들이 그동안의 오해를 풀어주는 첫 단추가 되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손바닥 뒤집듯 리번스 자작에 대한 여론이 바뀌었다.
더 이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일조차 없어질, 그러나 그가 목숨을 바쳐서 사랑한 나라의 이름이 신문에 대서특필되었다.
“이제 우리 국민들도 조금 편하게 살 수 있겠구나…….”
“아버지…….”
부녀는 서로를 끌어안고 기쁨과 설움의 눈물을 흘렸다.
사실 마탑만 수색했으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엘리는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그녀의 나라를 다시 뛰어난 마도국으로 만들어주었다. 영광을 되돌려주었다.
엘리에 대한 아델란의 사랑이 더더욱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정도면 폐하의 전속 배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귀족 사회에선 후원을 통해 전속 배우를 두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 배우는 오직 자신의 후원자를 위해서만 노래했다. 충성을 맹세하는 그들만의 방식이었다.
샬롯의 물음에 테리드가 말했다.
“그 생각도 했었는데, 오래 살고 싶어서 관뒀대요.”
“오래……?”
고개를 갸웃하던 샬롯은 곧 아, 하는 소리를 내었다.
남자든 여자든, 제 부인 곁에 다가오는 사람이라면 가리지 않고 경계하는 데미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음. 확실히 그건 좀 무섭네요.”
“그렇죠?”
두 사람이 납득하는 사이, 어느새 오픈 시간은 가까워졌다.
“오늘도 파이팅합시다!”
샬롯은 테리드와 함께 힘차게 기합을 넣었다.
힘들다는 말과 달리, 일에 몰두한 그녀의 얼굴은 더없이 밝았다.
* * *
궁내부 대신들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중이었다.
그들은 황궁으로 매일같이 쏟아지는 서신을 검수 중이었다.
황제에게 온 서신은 궁내부 대신들이 한 차례 분류를 한다. 내용은 보지 않았다. 발신인을 확인해 중요성을 따졌다.
이 기준을 거치면 남는 서신은 손에 꼽았다.
그러나 걸러지는 서신은 몇 없었다. 하나같이 다 굵직한 인사들이 보내왔기 때문이었다.
그냥 통과만 시키면 되었기에 일이 어렵지도 않았다.
그러나 대신들이 이렇게 식은땀을 흘리는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오늘도 한가득이군.”
-다들 지치지도 않는 모양이구나.
삐딱하게 앉아, 분류된 서신들을 홅는 슈에츠 공작과 신수 때문이었다.
슈에츠 공작은 대신들이 검수한 서신을 재분류했다.
표면적으론 폐하께서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게 둘 수 없다는 충신의 마음을 내세웠으나 믿는 사람은 없었다.
“하, 하지만 즉위 초반이시지 않습니까. 교역 문제도 있으니, 폐하께서도 보시는 것이 좋을 듯하여…….”
“폐하께선 오래전부터 타국과의 교역을 긍정적으로 보셨지. 기차가 그 증명이고.”
“…….”
“이미 선로를 놓은 나라도 꽤 되는 마당에, 어떻게든 눈도장을 찍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건 알겠지만……. 알현을 하기엔 조금 부족한 핑계들이군.”
대신들이 에둘러 좋게 말했지만, 에르하르트는 단숨에 맹점을 파악했다.
신수도 어림없다는 듯 꼬리로 서신을 팡팡 내리쳤다.
주위에서 제 따님을 한시도 가만두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엘리가 과로로 쓰러질지도 몰랐다.
하여 에르하르트는 직접 서신을 재분류했다.
기준은 서신을 보낸 자가 새로운 제국을 건국하는 데 조금이라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는지, 아닌지 였다.
“이건 제외.”
“예?”
-이것도 제외란다.
“하, 하지만……!”
대신들은 자신들의 연서가 거절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에르하르트와 신수는 가차 없었다.
그러자 한가득 쌓여 있던 서신이 절반으로 줄었다. 둘의 입매가 만족스러운 호선을 그렸다.
그때, 채 분류되지 않은 작은 서신이 보였다.
“흐음.”
발신자를 확인한 에르하르트의 입가에 삐딱한 미소가 지어졌다.
[폐하를 사랑하는 아델란 리번스]무수히 많은 데미안의 연적들 중 하나였다.
신수와 에르하르트의 시선이 허공에 맞닿았다.
“여우.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아마 너와 같은 생각일 게다.
“좋은 생각이군.”
그리 말을 마친 에르하르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수가 폴짝 뛰어올라 그의 어깨에 착, 매달렸다.
“어, 어딜 가십니까?”
묻는 대신들에게 에르하르트가 가볍게 대꾸했다.
“내 아들 속 타는 꼴 보러.”
대신들이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지만, 둘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방을 나섰다.
이동하는 도중, 에르하르트가 물었다.
“여우. 이걸 누구 손에 들려 보내야 우리 건방진 사위 속이 새까맣게 탈까.”
-누구든 싫어하겠지만, 역시 또 다른 연적이 좋겠구나.
“나와 같은 생각을 하다니. 똑똑한 여우로군.”
-신수인 이 몸을 무시하지 말거라.
신수가 흥, 하고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에르하르트가 턱을 긁어주자 언제 그랬냐는 듯 골골거렸다.
“또 다른 연적이라…….”
그가 나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최근 엘리는 잠잘 시간도 줄여가며 일에 매진 중이었다.
‘아마 그 녀석 속도 말이 아닐 테지.’
엘리와 함께 붙어 있는 건 조금 꼴 보기 싫었지만, 엘리도 데미안을 그리워할 터였다.
하지만 서로 힘들어할까, 눈치만 보고 있겠지.
‘하는 수 없군.’
내가 도와줄 수밖에.
에르하르트가 흥, 하고 심술 맞은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 이걸 제가 황제 폐하께 전달해 드리라고요?”
엘리의 전속 호위가 된 그레이스가 얼떨떨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