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240)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240화(240/241)
“왜, 왜 울어!”
당황한 엘리가 마구 허둥거렸다.
그러나 데미안은 제가 울고 있는 것도 깨닫지 못했는지, 아직도 멍한 얼굴이었다.
여전히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채 열기가 식지 않은, 분홍빛 볼을 타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우, 울지 마. 응? 내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왜 사과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제가 다 잘못한 것 같았다.
엘리가 얼른 데미안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엘리의 손길에 그제야 자신이 울고 있음을 자각한 것인지, 데미안이 손을 들어 서툴게 제 뺨을 닦아냈다.
그러나 닦아도 닦아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감정이 고장 난 것처럼 제어가 되질 않았다.
멍했던 데미안의 얼굴이 천천히 일그러졌다.
그가 손을 들어 제 얼굴을 가렸다.
우는 얼굴만큼 꼴사나운 건 없었다. 그러나 달뜬 숨까지는 참을 수 없어, 어깨가 자꾸 들썩였다. 손도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이쯤 되니 정말 걱정이 되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엘리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데미안, 나 봐봐.”
“착하지. 웅?”
살살 달래듯 눈가를 가린 손을 붙잡자, 그가 손가락을 얽어왔다.
그대로 조심스럽게 내리자 눈물 젖은 얼굴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는 채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고개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푹 젖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왜 우는지 말 안 해줄 거야?”
“…….”
“내 남편이 계속 울면 나도 슬픈데.”
내내 닫혀 있던 입이 슬프다는 말에 곧장 열렸다. 데미안이 천천히 입술을 달싹였다.
“……이라서.”
가뜩이나 저음인 데다 울음으로 목이 꽉 막혀 있어, 잘 들리지 않았다. 엘리가 응? 하고 되물으며 낯을 가까이했다.
“……엘리가 사랑한다고 말해준 게 처음이라서.”
“…….”
“그래서…….”
다시금 울컥 감정이 차오르는지 데미안이 입을 꾹 다물었다. 맑은 벽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러니까…… 결국 내 고백 때문에 울었다는 거지?’
엘리는 조금 당황했다. 제 말 한 마디에 이렇게 덩치 큰 남자가 서럽게 울고 있다니.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리 말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좀 더 빨리, 사랑한다는 말에 익숙해지도록 최대한 많이 말해줬어야 했는데.
엘리가 그를 향해 양팔을 벌렸다.
“이리 와.”
그가 곧장 몸을 웅크려 엘리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녀가 손을 들어 데미안의 넓은 등을 토닥였다.
“몰랐는데 우리 남편 울보네. 이런 걸로 다 울고.”
“……하지만.”
대꾸하는 목소리에 억울한 기색이 묻어났다.
“응, 내 잘못이지. 사랑한다고 예전부터 말해줬어야 했는데.”
엘리가 고개를 숙여 붉게 달아오른 눈가에 짧게 입을 맞췄다.
“그러니까 앞으로 많이 해 줄게.”
“…….”
“지금 이 말이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익숙하고 익숙해져서 인사로 느껴질 정도로 잔뜩 해줄게.”
사랑해, 데미안.
엘리가 그리 말하며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조금 가라앉았나 싶었던 데미안의 눈동자가 젖어들기 시작했다.
우는 사람을 보고 이러면 안 되는데, 훌쩍이는 모습이 어린 시절과 겹쳐 보여서인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내 남편이 울음 그치게 해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엘리가 눈가를 살살 쓰다듬으며 물었다.
아이 달래듯 장난스러운 말투였다. 데미안이 몽롱한 눈빛으로 그녀를 올려다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부인이 달래주세요.”
그러며 그가 물기 어린 눈동자를 아래로 내렸다.
발갛게 물든 눈가가 그녀의 입술을 진득하게 응시했다.
그 노골적인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다시금 입술이 맞닿았다. 데미안이 환영하듯 엘리의 숨결을 집어삼켰다.
잠시간의 키스가 이어지고, 엘리가 입술을 떼어냈다.
그런데 아직 푸른 눈동자 속 열기는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
“부족해?”
“……네.”
“그럼 어떡하지.”
엘리가 짧게 고민할 때, 데미안이 낯을 가까이했다.
“……더한 것을 원하면, 해주실 겁니까?”
언제 안았는지, 데미안의 탄탄한 팔이 엘리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맞닿은 몸이 뜨겁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엘리가 물었다.
“……데미안, 방금 전까지 엄청 슬프게 울지 않았어?”
“지금도 슬픕니다.”
데미안이 시무룩하게 어깨를 늘어뜨렸다.
큰 손이 머리를 쓰다듬던 그녀의 손을 얼굴로 끌어왔다. 애정을 바라듯 뺨을 비볐다.
“부인의 위로가 필요해요.”
그러곤 처연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당장 위로해 주지 않으면 세상에서 제일가는 쓰레기가 될 것만 같았다.
“음…… 나도 위로해 주고 싶긴 한데.”
엘리는 시선을 미끄러뜨려 주위를 훑었다.
당장 눈앞의 욕망에 휘둘린 나머지 이런저런 일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곳은 정무실이었다.
방금 전까지 사람들로 가득했던 장소.
고상한 대화가 오고 가는 곳에서 나쁜 짓을 저질러도 될까.
‘오늘 일정은 대충 끝난 데다가 누군가 찾아온다고 해도 허락 없이는 들어오지 않겠지만……/’
뒤늦은 양심이 엘리의 마음을 콕콕 찔렀다. 그녀가 머뭇거릴 때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망설임을 읽은 데미안이 고개를 돌려 엘리의 손바닥에 키스했다.
“당장 하진 않을 거니까.”
애초에 이런 곳에서 엘리를 안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대신 데미안이 반대편 손을 천천히 미끄러뜨렸다. 뜨거운 손이 엘리의 발목을 부드럽게 감쌌다.
눈물로 젖어 있던 데미안의 눈동자가 어느새 짐승의 것으로 변모해 있었다.
“잠깐, 데미안-”
뒤늦게 알아차린 엘리가 다급히 그를 불렀지만 이미 그녀의 몸은 책상 위에 눕혀진 후였다.
데미안이 눈매를 사르르 휘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마차에서 그랬던 것처럼, 맛만 볼게요.”
사랑해요, 부인.
사랑을 속삭이는 데미안의 눈동자가 다시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이런 자세로, 게다가 그런 얼굴로 사랑을 속삭인다니. 무엇 하나 어울리지 않았다.
어쩐지 잘못 걸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뭐……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엘리는 못 이기는 척 데미안의 목에 팔을 감았다.
* * *
따스한 것이 얼굴로 내려앉는 감각에 엘리는 천천히 눈을 떴다.
넓게 트인 창문 너머로,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태양이 보였다.
깜빡 잠이 든 모양이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특히나 허벅지가 오랜 운동을 한 사람처럼 쿡쿡 쑤셨다. 그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던 팔도 후들거리고 있었다.
엘리가 몽롱한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곧장 입가에 차가운 컵이 닿았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미지근한 물이었다.
“이거 말고 시원한 거…….”
“찬 거 먹으면 몸에 안 좋아. 이거 먼저 마시고 줄게. 응?”
아이 어르듯 다정한 목소리가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하는 수 없이 미지근한 물을 꼴깍꼴깍 마실 때였다.
“목 많이 말랐나 보네.”
“응…….”
“수분을 많이 뺏겨서 그런가…….”
그가 날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그 음성 속에 묘한 자책이 담겨있었다.
“그럴 만한 일이 있었…….”
중얼거리던 엘리는 번쩍 눈을 떴다.
“깼어?”
데미안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죽은 듯이 기절한 저와 달리, 그는 너무나 멀쩡했다.
아니, 오히려 혈색이 더 좋아 보였다. 그 뺨을 찔러보고 싶은데,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멍하니 눈만 깜빡이던 엘리가 시선을 내려 제 옷차림을 살폈다.
흐트러진 곳 없이 그대로였다.
‘다행이다…….’
안도하던 엘리가 묘하게 갑갑하다는 것을 깨닫곤 더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
허리에 데미안의 팔이 감겨 있었다.
데미안이 소파에 앉은 채 잠든 저를 내내 토닥인 듯했다.
“……나 얼마나 잤어?”
“많이 안 잤어. 세 시간 정도.”
“그렇게나 오래?”
엘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워낙 일이 많기도 했고, 피로가 쌓였던 것도 있지만, 이렇게 잠든지도 모르게 쓰러진 적은 처음이었다.
강한 감각의 파도가 몇 번이나 몰려온 탓이었다.
파도에 속절없이 휩쓸리며, 엘리는 데미안의 망설임에 동조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너 자는 동안 몇몇 서류를 검토했어.”
데미안이 테이블 위의 서류를 눈짓하며 말했다.
“전부 한 차례 검수를 끝낸 거던데.”
“응. 그런데 한번 더 보려고 했거든.”
“꼼꼼한 건 좋지만 과로는 안돼, 엘리.”
데미안의 목소리가 사뭇 단호해졌다.
“며칠 동안 잠자는 것도 줄여가면서 하고 있었잖아.”
엘리는 극심한 워커홀릭이었고, 제 건강이 망가지는 건 신경 쓰지 않았다.
때문에 엘리 앞에선 한없이 약하던 데미안이 이 순간만큼은 유일하게 단호해졌다.
그러나 그 나무람마저 미안한 듯, 그가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만 더 자. 괜찮아.”
“그래도…….”
대꾸와는 달리 엘리의 목소리에 점점 졸음이 실렸다.
남들보다 높은 데미안의 체온과 다정한 토닥임 덕분이었다.
느릿하게 깜빡이던 그녀의 눈이 완전히 감겼다.
데미안은 곤히 잠든 사랑스러운 부인의 머리에 입을 맞췄다.
그가 노을빛으로 물든 엘리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릴 때였다.
함께 있는 이 순간이 더없이 달콤했다.
물론 불안함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엘리는 누구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살아 있는 생명이 태양을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저는 또다시 혼자만의 불안함에 빠져 허우적거릴지도 몰랐다.
“사랑해, 엘리.”
하지만 그때마다 이렇게 되뇐다면, 마음의 불안함이 조금 줄어들 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해, 데미안…….”
제 부인은 잠꼬대하면서도 질투 많은 남편을 달래주지 않는가.
그러니 오늘의 불안함은 내일의 행복으로 변할 터였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데미안은 옅게 웃으며 자신의 행복을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