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26)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26화(26/241)
남작부인이 놀란 얼굴을 했다.
“예? 하지만…… 광산은 냄새가 많이 날 텐데요. 깨끗하지도 않고요.”
“……안 되나요?”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하자 부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사실 남편은 제가 일하는 곳에 오는 걸 싫어한답니다. 그래서 조금…… 망설여지네요.”
남작부인이 머뭇거렸다.
아마 남편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거겠지.
나는 남작부인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천연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으음, 그럼 나중에 가요. 저는 여기서 부인과 함께 놀래요!”
“어머나. 엘리 님께선 저와 노는 게 지겹지 않으신가요?”
“전혀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활짝 웃으며 말하자 남작부인이 멈칫했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중얼거리던 부인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
“……엘리 님과 함께 간다면 괜찮을 것 같군요.”
“정말요?”
“예. 저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고 싶으니까요.”
부인이 내 손을 부드럽게 잡아주었다.
나는 누구에게 기억되고 싶은 건지 굳이 묻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으니까.
* * *
아만타 남작의 아들, 제리트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광산을 발견한 지 벌써 몇 달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이렇다 할 개발을 못하고 있었다.
‘어서 빠른 성과를 내야 하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가 초조한 얼굴로 눈앞의 광물에 몰두했다.
그의 손엔 푸른빛이 나는 단검이 하나 들려 있었다.
블루 호프로 만든 단검은 마나를 담을 수 있어, 전쟁 중 유용하게 쓰이곤 했다.
해서 슈에츠 영지의 사람들이라면 하나씩 이런 단검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발견한 광물은 체온이 닿으면 곧장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한번 붙으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은 데다가 오래 잡고 있을 경우 이상한 물질까지 내보내, 단검 같은 날카로운 것으로 긁어내야 했다.
이걸 어떻게 개발하면 좋을까.
좀 더 좋은 방법이 있을 텐데…….
제리트가 눈앞의 광물을 보며 한숨을 내쉴 때였다.
“한숨만 몇 번째 내쉬는 거지?”
“……남작님.”
그의 눈앞엔 자신의 아버지, 아만타 남작이 서 있었다.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내가 내 광산에 오는데 이유가 필요하냐.”
조금 삐뚤어진 언사에 제리트는 입을 다물었다.
남작은 제리트를 힐끔거리다 부러 크게 헛기침을 내뱉었다.
“……뭐 좀 알아본 것은 있고.”
“죄송합니다, 아직입니다.”
“흐음…….”
남작이 긴 숨을 뱉었다. 단순한 호흡이었으나, 제리트에겐 질책으로 다가왔다.
아버지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 생각으로 아버지 대신 개발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니 아주 작은 성과라도 내어야 했다.
“너무 성급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 쉬엄쉬엄해도…….”
“아닙니다.”
제리트가 단호하게 남작의 말을 잘랐다. 남작이 멈칫했다.
“남작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선을 긋는 말투에 남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누가 들어도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보거라.”
남작이 조금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내뱉으며 돌아설 때였다.
툭!
뒤편에 있던 무언가가 아만타 남작의 배에 닿았다.
깜짝 놀란 아만타 남작이 흠칫 몸을 물렸다.
“아파라…….”
“……엘리 님?”
저와 부딪힌 건 아내에게 화내지 말라며 지적하던, 제 키의 반도 안 되는 어린 소녀였다.
그 아이는 아내, 비에라와 함께였다.
“안녕하세요, 남작님.”
빨개진 이마를 쓰다듬던 엘리가 치맛단을 잡고 예를 갖춰 인사했다.
“엘리 님. 여긴 어쩐 일로…….”
게다가 비에라, 당신까지……. 남작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이곳은 새로 발견한 광산이었다. 비에라같이 약한 사람이 와서는 안 되는 곳.
남작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가 비에라의 팔을 강하게 붙잡았다.
“어서 나가. 여긴 당신 같은 사람이 있을 곳이…….”
“우와!”
어린 소녀가 환호성을 터뜨렸다.
“아저씨 손에 들린 파란 거, 뭐예요? 무기?”
엘리가 제리트의 광물이 군데군데 묻은 단검을 보며 눈을 빛냈다.
“무기요?”
제리트의 물음에 엘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저씨 손에 들린 그거요, 빛이 나서 예뻐요!”
엘리의 말에 세 사람의 시선이 단검에 닿았다.
제리트의 단검은 마나가 깃들어 푸른빛이 돌았다. 아이가 눈을 빛내며 관심을 보일 법도 했다.
“근데 거기 묻은 건 뭐예요?”
“……이건 저희가 이번에 새로 발견한 광물입니다.”
제리트는 갑자기 등장한 소녀 때문에 당황하면서도 성실히 대답해 주었다.
공작이 아이들을 데려온 건 알고 있었다. 예비 클라이더 공작부인이 될 아이가 제 가문을 선택했다는 것도.
하지만 그 아이가 이토록 작은 여자아이일 줄은 몰랐다.
“우와, 신기하다. 저 그 검 만져봐도 돼요?”
“……이것 말입니까?”
“네! 그렇게 빛나는 칼은 처음 봐요!”
엘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빛냈다.
제리트는 조금 당황했다.
외동아들로 태어난 제리트는 항상 완벽을 추구했지만, 소심한 성격 때문에 일을 망치는 타입이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더더욱 엄격하게 굴었다.
저 때문에 병약해진 어머니께서 기뻐하도록. 아버지께서 실망하시지 않도록.
그런 제리트에게, 호기심 가득한 엘리의 눈빛은 낯설 수밖에 없었다.
“……검은 위험해서 안 됩니다.”
약간의 뜸을 들이며 제리트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작은 단검이라고 해도 말마따나 무기였다. 어린아이에게 함부로 검을 쥐여줄 순 없었다.
그러자 밝게 피어났던 아이의 얼굴이 금세 시무룩하게 가라앉았다.
“네에…… 떼써서 죄송합니다…….”
엘리가 기죽은 목소리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제리트는 움찔 몸을 떨었다.
순간, 세상에서 제일가는 쓰레기가 된 것만 같았다.
축 늘어진 어깨와 시무룩하게 내려 간 입꼬리가 자꾸만 그의 마음을 콕콕 찔렀다.
“……대신 다른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정말요?”
엘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었다. 발그레한 볼이 말랑말랑한 마시멜로 같았다.
제리트는 괜히 헛기침을 하고선 품속에 넣어두었던 모노클을 꺼내 들었다.
마나석을 이용해 만들었기 때문에 안경 용도보단 돋보기 용도로 사용하곤 했다.
“눈에 대고,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제리트가 눈을 찡긋하며 알려주자 엘리가 제 눈에 모노클을 대었다.
“어, 어지러워요.”
“한쪽 눈을 감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이렇게요?”
엘리가 한쪽 눈을 찡긋했다. 자연스럽게 윙크한 모양새가 되었다. 남작부인이 “어머”하며 귀엽다는 듯 웃었다.
“크홈. 네, 그렇게 하시는 게 맞습니다.”
“우와, 신기하다!”
눈앞의 어린 소녀는 모노클이 신기한 듯 여러 곳을 둘러보았다.
그 모습이 꼭 처음으로 산책을 나온 강아지 같았다.
제게 손녀가 있다면 아마 저렇게 사랑스럽지 않았을까.
그 생각을 하다 보니 남작은 아내를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도 잊고 말았다.
“어, 그런데 이건 뭐예요?”
모노클로 곳곳을 둘러보던 엘리가 광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그건 만지시면 안 됩니다.”
“왜요?”
“이번에 저희가 발견한 특수한 광물입니다. 체온이 닿으면 그 즉시 딱딱하게 변해서 위험합니다.”
“으악, 꼭 괴물 같아요.”
엘리는 겁먹은 아이처럼 몸을 으슬으슬 떨었다.
“괴물을 본 적이 있으십니까?”
남작의 물음에 엘리는 고개를 저었다.
“으응, 저 말고 데미안이요. 여기로 오기 전에, 마물을 만난 적이 있는데 정말 무서웠대요. 한번 잡으면 절대 놔주질 않아서요.”
“하하. 맞는 말이로군요. 한 번 잡으면 절대 놔주지 않는…… 잠깐, 괴물?”
엘리의 말에 옅게 웃던 제리트가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제리트는 시선을 내렸다.
‘이거…… 어디서 본 적이 있지 않나?’
북부에 살면 자연적으로 많은 마물을 보게 된다.
마물은 외형도, 성질도 모두 다르지만 그래도 살다 보면 눈에 익는 마물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중, 기억나는 마물이 있었다.
‘설마 비슷한 형질을 띠고 있다면…….’
제리트는 기억을 더듬었다.
어린 시절, 그는 아버지를 따라 마물 토벌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토벌을 끝마친 어린 제리트의 눈에 은빛으로 빛나는 무언가가 아른거렸다.
치우지 못한 잔해인가 했는데, 그때 마침 지나가던 영지민이 그를 말렸다.
“아. 기사님. 그건 만지지 마세요. 마물입니다.”
“이게 마물이라고?’
누가 봐도 광물 같은데?
제리트의 말에 비축을 정비하던 아만타 남작이 그들 곁으로 다가왔다.
혹여라도 아들이 마물에게 당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앞의 물건은 누가 봐도 광물이었다.
덤벼들지도 않았고, 얌전히 바닥에 널브러져 있을 뿐이었다.
부자의 눈빛에 영지민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지성을 가진 희귀종입니다. 겉을 보석처럼 반짝이게 만들어 사람의 눈에 들도록 만들죠. 하지만 만진 순간 절대 떼어낼 수 없습니다. 겉으로는 예뻐 보여도 사람의 살만 지독히 파고드는 아주 괴물입니다, 괴물.”
괴물.
단어를 곱씹던 제리트는 얼굴을 굳혔다.
그럼, 저희가 발견한 건 광물이 아니라…….
제리트는 한 대 얻어맞은 사람처럼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남작님.”
“제리트.”
제리트와 아만타가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동자에 같은 깨달음이 맴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