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44)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44화(4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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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 큰 소리와 함께 나무에 화살이 박혔다.
“우와…….”
나는 눈을 빛내며 나무에 박힌 화살을 바라보았다.
“날이 갈수록 실력이 느시는군요.”
“헤헤. 그런가요?”
“그럼요. 무척이나 잘하고 계신답니다.”
아만타 남작부인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물론 아직 칭찬을 들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과녁에 쏘는 게 어디야.’
미숙한 내가 이토록 활을 잘 쓸 수 있었던 것은 아만타 남작의 도움이 컸다.
아만타 남작은 어린 내가 써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활을 만들어 주었다.
‘혼자만의 기술로도 이 정도인데, 외보르크와 함께 검을 만든다면 얼마나 잘 만들까.’
하루빨리 검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데미안도 검을 빨리 익힐 수 있을 텐데.
“남작님께서 저한테 이런 선물을 주실 줄은 몰랐어요.”
“어머나. 이제 곧 가족이 되어주실 분 아닌가요. 이런 선물은 정말 당연하답니다.”
“가족…….”
그 말을 듣자 괜히 볼이 간지러웠다.
예상과는 달리, 아만타 남작은 나를 입양하겠다는 말을 전해왔다.
아무래도 외보르크에게 도움을 주고, 마물에 대한 힌트를 준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모양이었다.
아만타 가문은 내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막상 가족이라는 말을 듣자 기분이 이상해졌다.
또다시 버려지진 않을까.
필요 없는 아이라는 말을 듣고 내쳐지진 않을까.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약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진짜 가족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슈에츠 공작의 명에 따르는 것뿐이다.
‘내가 쓸모 있는 아이라는 판단을 내린 게 분명해.’
그렇게 생각하자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앞으로 열심히 할게요.”
주먹을 불끈 쥐며 남작부인에게 말했다.
“열심히라니요, 엘리 님?”
“그러니까 남작님과 부인, 그리고 제리트 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엘리 님.”
남작부인의 따스한 체온이 내 손 위로 내려앉았다.
“가족은 필요로 맺어지는 관계가 아니랍니다.”
“그럼요?”
나의 물음에 남작부인이 주름이 가득한 눈을 휘며 부드럽게 웃었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이지요.”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말문이 막힌 내가 말없이 눈만 깜빡이자 남작부인이 작게 웃었다.
“전에 누군가 제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다고요.”
“…….”
“그러니 엘리 님께선 충분히 훌륭하시답니다.”
“…….”
“물론 저도 이런 말씀을 드리기에는 아직 미숙하지만요. 아니, 아마 모두가 미숙할 겁니다.”
남작부인은 그렇게 말하며 내 목도리를 조금 더 여며주었다.
문득 우리 사이로 소복이 내리는 눈이 보였다.
천천히, 햇빛처럼 내리는 눈.
찬 공기 사이로 입김이 휘날렸다. 나도 모르게 시선을 들었다.
‘어?’
문득 저 멀리서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인영이 보였다.
남작부인의 아들, 제리트였다.
그도 나처럼 연습을 나온 듯, 손에 활을 들고 있었다.
‘그런데…… 왜 자꾸 여기를 힐끔거리지?’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제리트와 눈이 마주쳤다.
번개 맞은 사람처럼 흠칫거리던 제리트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엘리 님. 크홈. 여기 계셨군요. 활쏘기 연습 중이셨습니까?”
“안녕하세요, 제리트 님.”
“저도 마침 연습 중이었습니다. 이, 이거 우연이군요.”
“그렇군요.”
나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에겐 가볍게 인사만 하고, 늘 그렇듯 남작부인에게 갈 줄 알았다.
그런데 제리트는 계속 내 옆을 얼쩡거렸다.
노골적으로 힐끔거리는 시선이 따가웠다. 큼큼, 목까지 가다듬으며 연신 나를 바라봤다.
‘바라는 게 있는 걸까.’
괜히 신경이 쓰여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 활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해요. 이런 선물은 처음이라 기뻤어요.”
“정말이십니까?”
나의 인사에 제리트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동, 동생에게 줄 물건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제리트는 어울리지 않게 말까지 더듬었다.
“괘, 괜찮으시다면 제가 활에 대해 몇 가지 알려드려도 괜찮을까요?”
“어…… 저야 감사합니다만, 바쁘지 않으신가요?”
“전혀, 바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눈빛이 너무나 강렬했다.
‘굳이 알려주겠다는데 거절할 필요는 없지.’
고개를 끄덕이자 제리트가 환하게 웃었다.
“차근차근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이렇게 화살을 쥐고…….”
제리트는 어린 나도 알아듣기 쉽도록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의 말대로 손끝에 힘을 살짝 빼고, 활시위를 당겼다.
팍!
큰 소리와 함께 나무에 화살이 박혔다. 전과는 다르게 명쾌한 소리였다.
“와!”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대단하십니다, 엘리 님! 간단한 설명에도 이렇게 잘하시다니!”
“제리트 님 덕분이에요!”
“아닙니다! 엘리 님께서 뛰어나신 덕분입니다!”
나와 제리트는 신난 마음에 마구 방방 뛰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남작부인이 킥킥거리며 웃고 있었다. 제리트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어, 어머니.”
“네가 이리도 기뻐하는 걸 보는 게 얼마만인지.”
남작부인의 미소는 흐뭇하다 못해 기뻐 보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동생을 하나 만들어줄 걸 그랬구나, 제리트. 뚝딱거리는 게 양철로 만든 인형보다 더해.”
“어머니……!”
제리트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지만 남작부인의 웃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알아차렸다.
제리트가 열심히 나와 함께 놀아주었다는 것을.
‘그것도 모르고 신나서 우쭐거렸다니.’
정말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아 부끄러워졌다.
‘그래도 감사의 인사는 해야겠지.’
“저랑 놀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닙니다, 엘리 님. 저야말로…….”
제리트는 머뭇거리며 입을 떼었다.
“엘리 님 덕분에 얻은 게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니 감사해야 할 사람은 접니다.”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으로 보아, 광산 개발이 순탄하게 이뤄지고 있는 듯했다.
“헤헤. 다행이네요.”
나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맞다, 최근에 외보르크 아저씨가 검을 만드는 중이라고 들었어요. 활보다 엄청 강한 검으로 만들 거래요.”
“아, 그것도 만들고는 있습니다만…….”
제리트가 난처한 듯 말끝을 흐렸다.
“외보르크 아저씨가 또 술을 드셨나요?”
알코올 중독은 답이 없다던데.
내가 눈썹을 늘어뜨리자 제리트가 세차게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외보르크는 열심히 해주고 있습니다. 워낙 뛰어난 대장장이니까요. 다만…….”
제리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뛰어나서 문제지요.”
그의 목소리엔 약간의 자조가 섞여 있었다.
“공작성의 기사님들과 나중에 시장에 내놓을 검들만 해도 수백, 수천입니다. 그런데 만들 사람은 외보르크 하나뿐이니…….”
즉, 공급이 넘쳐나는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외보르크는 조수 없이 혼자서 모든 검을 다 만들고 있었다.
특수하고 까다로운 성질의 마물로 검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외보르크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뛰어난 대장장이라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이러다간 외보르크도 너무 지칠 텐데…….’
내 얼굴이 덩달아 흐려지자 제리트가 아차 싶었는지 애써 웃어 보였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자, 한번 더 해볼까요?”
제리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알려준 대로 자세를 고쳐 잡았다.
활시위를 천천히 당겼다.
여기다, 하는 지점까지 당겨야 했는데 머릿속이 복잡해 그 감각이 느껴지질 않았다.
“아…….”
결국 핑,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어, 얼른 가져올게요!”
넋 놓고 있었다는 게 부끄러워진 나는 화살이 날아간 곳으로 곧장 달려갔다.
다행히 화살은 멀리 가지 않았다.
눈이 가득 쌓인 나무들 몇 개를 지나자, 덩그러니 놓인 화살이 보였다.
“에휴.”
익숙한 한숨을 내쉬며 몸을 숙였다.
‘하나가 풀리면 하나가 막히네.’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키는데, 문득 시야가 어두워졌다.
‘뭐지? 비가 오려는 건가?’
하지만 아직 눈이 내리고 있는데.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
그 순간, 어마어마한 까마귀 떼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까마귀들은 내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다. 나를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했다.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건가?’
나는 화살을 꼭 쥐며 뒤로 천천히 물러났다.
혹시 덤벼들기라도 하면, 그 즉시 눈에 꽂아버릴 작정이었다.
그때였다.
까악!
큰 소리를 내며, 제일 위에 있던 까마귀가 땅에 내려앉았다.
“뭐, 뭐야.”
“나한테 무슨 볼일 있어? 어?”
하지만 까마귀는 말없이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왜 울지도 않아…….”
이쯤 되니 뭔가 알아듣는 것 같잖아. 무서워지기 시작한 나는 화살을 강하게 고쳐 잡았다.
그때였다.
까마귀가 날개를 활짝 펼치곤 그 속으로 머리를 감췄다.
그 순간.
‘구릿빛 피부에 쭉 찢어진 눈매를 가진 성인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
까마귀가, 사람으로 변했다.
깜짝 놀라 입만 뻐끔거리고 있자, 순식간에 모습을 바꾼 그가 나를 향해 툭 내뱉었다.
[부탁이 있어 찾아왔다, 꼬마 인간.]“까, 까마귀가 사람으로 변했…….”
[그 망치랑 친한 사이인가?]뜬금없는 물음에 뻐끔거리던 나는 우뚝 멈췄다.
망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