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Want To Be Duke’s Adopted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45)
입양된 며느리는 파양을 준비합니다-45화(45/241)
망치라니.
‘내가 무슨 천둥의 신도 아니고…….’
영문을 알 수 없어 눈만 깜빡이자 눈앞의 남자가 말없이 나의 손을 향해 눈짓했다.
따라서 시선을 내리자 공격적인 방향으로 들고 있던 화살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외보르크가 만들어 준 화살이다.
그가 말하는 망치가 혹시 외보르크를 말하는 걸까?
나는 조심스레 반대쪽 손을 들어 한쪽 눈을 가렸다.
그러자 까마귀의 인상이 한층 험악해졌다.
[맞군. 그때 호수에 있던 아이.]그가 수긍하자 그와 동시에 하늘을 가득 메웠던 까마귀들이 땅에 착륙했다.
휘날리던 눈발과 함께 까마귀들이 일제히 사람으로 변해 나에게 다가왔다.
[네가 그의 눈을 고쳐준 거나 다름없다, 이 말이지?]나를 보려 보는 눈빛이 하나같이 섬뜩해, 나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외보르크의 원수인가?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무시무시한 얼굴로 나를 바라볼 리가 없었다.
‘내가 그의 눈을 낫게 해서 화난 건가 봐.’
아무리 그래도 어린애한테 화풀이를 하는 건 좀 아니잖아! 무서운 사람들은 여럿 만나보았지만, 동물…… 이었던 사람은 만나본 적이 없었다.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나한테 접근하면 화살로 급소를 찔러서 당황하게 만든 다음 도망치면 된다.
그들 눈에 비친 나는 작디작은 아이니, 조금은 방심을 하고 있을 터였다.
주먹을 꽉 쥔 채 화살촉을 다시금 고쳐 잡을 때였다.
제일 먼저 사람으로 변했던 까마귀가 나를 향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까마귀의 새까만 안광이 나에게 닿았다.
[네가!]날카로운 음성과 함께 차가운 손길이 내 손을 붙잡는 순간, 그가 나를 거칠게 이끌어…….
[우리 스승을 살려주었구나!]양손을 붙잡곤 반짝반짝 눈을 빛냈다.
‘응?’
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공격 태세를 취하다 붙잡힌 터라, 화살촉이 자신을 향해 놓여있을 텐데도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있었다.
[오, 이게 우리 스승이 만든 건가?]오히려 보란 듯이 화살촉을 손으로 더듬었다.
화살촉을 맨손으로 만지면 살점이 달라붙어야 하는데,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이 아니라서 반응하지 않는 건가?’
내가 화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자 까마귀가 피식 웃었다.
[우리는 이런 하찮은 마물엔 당하지 않는다, 은인. 게다가 이건 우리 스승이 만든 게 아닌가 보군.]아쉽다는 듯 화살을 바라보던 그가 다시 밝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사람 보는 눈 하나는 기가 막히지. 네가 우리의 스승을 구해줄 거라 믿고 있었다!]사내의 말에 까마귀들이 앞다투며 우렁찬 함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은인? 스승?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바보처럼 입만 뻐끔거릴 때였다.
“엘리 님!”
제리트와 아만타 남작부인이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거구의 남자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자, 깜짝 놀란 제리트가 얼른 활을 까마귀에게 겨냥했다.
“누구냐! 어서 엘리 님을 놓아줘!”
제리트의 고함에 까마귀가 잡고 있던 내 손을 놔주었다.
[이런, 실례했군.]한 걸음 뒤로 물러난 까마귀가 나와 제리트를 향해 꾸벅, 인사했다.
[갑자기 나타나 결례가 많았다. 사과하도록 하지.]너무나 정중한 인사에 제리트의 활시위가 잠시 느슨해졌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곤 까마귀를 향해 다시 화살을 겨눴다.
“너흰 누구지? 겁도 없이 공작님의 영지에 침범하다니!”
제리트의 물음에 몸을 세운 까마귀가 뒤편의 무리에게 한 번 시선을 주었다. 그러더니…….
“어어?”
곧장 한쪽 무릎을 꿇어 경배하듯 고개를 숙였다.
[우리는 은인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던 것뿐이다.]“은, 은인?”
[그래, 꼬마.]까마귀 우두머리가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너는 우리의 스승을 살려준 은인이다.]* * *
나는 남작부인의 품에 안겨, 그의 말을 곱씹었다.
“그러니까…… 당신들은 강한 무기를 만드는 것을 숙명으로 여기는 종족이라는 거죠? 사람도…… 아닌 거고?”
나의 물음에 까마귀, 그러니까 탈룸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사람도, 짐승도 아니지만 먼저 공격당하지 않는 이상 상대에게 해를 끼치진 않는다.]그가 당당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오직, 강한 검을 만드는 실력이다.]“강한 무기?”
[그래. 세상에서 제일 강한 무기를 만드는 것이 우리 종족의 사명이었다.]그는 굳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국 밖에는 여러 물건을 만드는 일족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먼 옛날, 황족의 물건 중 하나인 성검도 그들이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강한 신성력과 소수 일족의 마나로 탄생된 성검은 사악한 힘도 없앨 수 있는 검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럼 그 성검을 만든 것도 이 일족인가?’
원작과 요즘 읽는 역사서의 내용을 되짚는 동안 탈룸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우리 족장께서 돌아가신 후, 우리의 실력은 날로 쇠퇴하고 말았다. 우리는 강한 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하지만 실력에는 한계가 있었다.]그때의 기분을 떠올리는 듯, 그가 참담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그 ‘망치’를 만나게 되었다. 그가 만드는 검은 무척이나 훌륭했다. 한낱 인간의 기술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탈룸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우리는 그를 스승으로 여기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무슨 일인지 방에 틀어박혔고,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은인, 네가 그를 밖으로 이끌어 내주었다.]탈룸이 내 손을 꼭 잡았다.
[게다가 그 돌팔이 자식의 잔꾀까지 알아내 스승의 눈을 고쳐주었다!]그의 눈빛이 금가루라도 뿌린 듯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니 너는 우리에게 은인이라고 불려 마땅하다!]그의 언사에 뒤편의 까마귀들이 다시 날뛰기 시작했다.
[은인!] [우리의 스승을 살려준 은인!]이제야 좀 멈추나 했는데, 다시 그들은 앞다퉈 나를 은인이라 불러대기 시작했다.
“잠깐, 잠깐만요!”
나는 얼른 손을 들었다.
그러자 그들이 일제히 합, 입을 다물었다.
“외보르크 아저씨를 알아요?”
[우리는 그를 알지만, 그는 우리를 모른다.]“……그럼 가르침을 받은 적도 없겠네요?”
[가르침을 곧 받을 예정이다. 그러니 그는 우리의 스승이다.]“하…….”
이걸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지적해야 할까.
실력을 높일 수 있다는 데에 정신이 팔려, 모든 절차와 과정을 다 뛰어넘은 모양이다.
두통이 오는 것 같아 깊게 한숨을 내쉬자, 제리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저, 엘리 님. 이런 말씀드리기 죄송합니다만…….”
제리트가 무척이나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떼었다.
“혹시 저자들의 말을 알아들으실 수 있는 겁니까?”
“……예?”
이건 또 무슨 말이야.
“저희는 그저 이상한 소리로밖에 안 들립니다.”
“하지만, 분명 말하고 있는데……?”
“그리고…… 엘리 님께서도 저들과 대화할 땐 언어가 달라지십니다.”
내 언어까지도 달라진다고? 나는 재빨리 탈룸을 바라보았다.
[뭐야, 은인. 몰랐는가? 나는 당연히 아는 줄 알았다.]탈룸이 뭐 그런 걸 묻냐는 듯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
[대부분의 인간은 우리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아주 소수의 일족만 우리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그런데 왜 나는…….”
[흐음.]탈룸이 잠시 생각하는 듯 턱을 쓸었다.
[혹시 은인도 우리와 비슷한 소수 일족이 아닌가? 부모 중 한 사람만이라도 피를 이어받았다면 우리와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그건…….”
나도 아는 바가 없었다.
엄마는 어디에서 왔고, 아빠는 어디에서 왔는지 같은 건 물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원작에서도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자들은 황족뿐. 나와 관련은 없었다.
[흠. 뭐, 아주 오랜 선조의 피가 흐를 수도 있다. 아주 가끔 그런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그럼 인간의 언어는 아예 못써요?”
[방금 저 남자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아예 못하진 않는다. 말도 가능하긴 한데 조금 서툴다. 표현이 미숙해서, 항상 오해를 사곤 했다.]탈룸의 말에 그들 무리의 어깨가 시무룩하게 내려앉았다.
[어찌 되었건, 우리는 은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 싶다. 은인은 우리 스승을 구해주었다.]이걸 태평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목표 의식이 뚜렷하다고 해야 할까.
‘그런 거 필요 없으니 돌아가!’
그렇게 외치려던 순간이었다.
‘잠깐.’
나는 제리트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공작성의 기사님들과 나중에 시장에 내놓을 검들만 해도 수백, 수천입니다. 그런데 만들 사람은 외보르크 하나 뿐이니…….’
물건을 만들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다던 그 말.
게다가 마물 광석을 만져도 아무렇지 않았던 손.
강한 무기를 만드는 데에 평생을 바쳐온 종족.
‘이 사람이다.’
틀림없어, 분명해.
‘원작에서 데미안의 검을 만들었던 사람이야!’
하지만 원작에선 한참 후에 등장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너무 이른 등장이지 않나?
당황한 나는 이내 재빨리 생각을 정리했다.
‘아니야. 이건 기회야.’
“은혜를 갚고 싶다고 했죠?”
[당연하다. 우리는 한번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킨다.]탈룸이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당당히 말했다.
“일이 고될 텐데도 괜찮아요?”
나는 씩 웃었다.
“뭐, 스승에게 기술도 배우고, 은인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같긴 한데.”
여상스럽게 덧붙인 내 말에 탈룸과 그 뒤의 까마귀들이 반짝반짝 눈을 빛냈다.